상수동 고양이 삼촌
유재선.김빵돌 지음 / 고양이블루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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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도 애묘인들 사이엔 '궁디팡팡'이야기가 화제다. 지난 번에 다녀온 지인이 이번에도 가야겠다며 표를 구매했다는 얘기를 한다. 설레는 표정 가득한 이웃 집사에게 "많이많이 구경하고 많이많이 사와~" 했다. 궁디팡팡 포스터에 그려진 고양이 삼촌의 예쁜 캐릭터를 보며 항상 궁금했는데, <<상수동 고양이 삼촌>>이라는 책이 출판되어 있었다.

 

 

직접 가보긴 먼 거리지만 엿보고 싶었던 작업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에코백들이 책 표지에서부터 등장한다. 아, 탐나는 녀석들.

 

'상수동에 작업실이 있는 거구나' 싶었는데, 처음부터 상수동은 아니었다. 집인 홍대와 비슷한 창전동에 먼저 작업실을 열었다가 건물주의 사정으로 상수동으로 옮기게 된 사연이 나온다. 뭔가 빈티지 스러운데 아기자기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라 서울 여행 다녀오는 길에 꼭 한 번 들리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에코백 왕창 사올지도 모르니 지갑 두꺼운 날 다녀와야겠지만.

 

 

서양화 전공인 '고양이 삼촌'과 패션디자인과 전공인 '김빵돌'총각 둘이서 만드는 고양이 인형과 소품들은 귀여웠다. 14년째 함께 동거중인 고양이 제이의 모습이 담겼나 했더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따. '루미','클라우디','나보냥' .... 이름이 붙은 고양이 캐릭터는 샴 고양이, 코숏, 턱시도, 노랑이 등등 털옷색도 표정도 달랐다. 여러 벌의 옷을 갈아 입기도 하며 특이한 모자를 쓰기도 한다. 그들 중 '온리원'이라 불리는 인형 시리즈만 수량이 1개씩이고. 샘플처럼 만든 패턴 인형이라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자 매력인데 온리원을 디자인고 만들면서 그들은 가끔씩 찾아오는 지루함을 잊는다고 고백하고 있다.

 

 

재봉이 서툴러 발생했던 일들, 도쿄 디자인 페스타에서 짐이 도착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던 일, 해외로 오배송 된 상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들... 상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님을 그들은 경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간 묵묵히 한 가지 일에 매진하고 있다는 건 작가의 성실함과 그를 묶어둔 재미가 아직 소진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일은 아닐까. 좋은 일만 하면서 살 순 없겠지만 좋은 일을 선택했더라도 이들처럼 짜증나는 일, 황당한 일, 힘든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해외손님들이 상수동을 방문하는 일, 프랑키 매거진 인터뷰, 궁디팡팡에서 만나는 손님들, 작업실을 방문하는 사람들....힘듦을 잊게 만드는 더 큰 즐거움은 그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계속할 수 있도록.

 

 

새침하고 까다롭다는 제이는 아쉽게도 작업실에 출근하는 고양이가 아니었다. 방문해도 만날 수 없다. 하지만 동그란 눈에 볼터치를 한 다른 고양이들이 가득하니 설레임이 줄어들진 않을 듯 싶다. 두 청년의 손을 거쳐 완성된 고양이들이 가득한 상수동 고양이 삼촌 작업실, 내년엔 다녀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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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이와 오니기리의 말랑한 하루 - 두 고양이와 집사의 공감 일상툰
배현선 지음 / 이덴슬리벨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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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생 '우엉이'와 2014년생 '오니기리'의 집사 우엉기리 엄마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상을 이렇게 따뜻한 그림으로 남긴다. 부러운 손재주. 수컷 고양이 둘과 남편 하나가 식구인 그녀는 남자들이 우글우글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때론 작업용 의자를 뺏기기도 하고 약먹일 땐 돼지멱따는 소리도 들어야 하며 권하는 캣그라스를 공중으로 뿌리치는 일등을 당한다. 거절이 일상인 그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현재가 행복하단다. 그 기분 너무나 잘 안다. 내게도 반려묘들이 있고 그녀와 비슷하게 작업용 의자를 뺏겨 서서 일하기도 하고 "이리와~"하면 저리가 버리는 고양이가 있으니까. 그래도 고양이를 모를 때보다 웃음은 배로 늘어났다.

 

그림과 글 사이사이 녀석들의 사진을 보자면 사랑 듬뿍 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동글동글한 우엉이랑 길쭉길쭉한 오니기리. 둘은 참 달랐다. 엄마의 뽀보를 참아주는 형아와 달리 도망가버리는 동생. 수염색도 차이가 나고 냥젤리 색도 달랐다. 외부인이 방문하면 봐달라며 근처를 배회하는 우엉이랑 달리 초스피드로 사라지는 오니기리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 함께 살 수 있을까 싶지만 둘은 아주 사이 좋은 형제다.

 

그림 구경하고, 사진보면서 글을 틈틈이 읽으니 금새 한 권이 다 읽혔다.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면서도 이토록 공감할 수 있는 건 역시 고양이가 있는 집이기 때문이 아닐까. 랜선집사도 아닌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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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좋아하는 청소 정리
야노 미사에 지음, 이해란 옮김 / 국민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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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정리/수납 참 못하는 영역인데,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 점점 부지런해지고 정리정돈에 신경쓰며 살게 되었다. 급기야 <<고양이가 좋아하는 청소 정리>>라는 제목의 책까지 읽게 될 줄이야. 독립한 지 여러 해지만 사람가족들이 알면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게 될 지 안봐도 뻔한 얘기다.

 

저자 '야노 미사에'는 포토스타일리스트다. 인테리어와 생활의 힌트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중이며 정리정돈 특강 강사인 동시에 고양이 네 마리의 집사다. 이쯤되면 그녀의 고양이들은 복받은 존재. 정리정돈이 특기인 집사와 살다니...얼마나 쾌적한 삶을 보장받은 고양이들인지...우리 집 고양이들에게 좀 미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매의 눈으로 관찰할 법한 그녀의 눈에 든 9가정과 '가마쿠라네코노마 카페'가 소개되어 있고 저자의 청소팁이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어 청소에 관심을 둔 집사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외동묘, 다묘가정, 아이와 함께 키우는 집, 강아지와 함께 반려중인 가정 등등...저마다 가족 구성원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참 깔끔하고 심플했다. 모두 청소의 달인처럼 느껴지지만 저자인 '야노 미사에'는 오히려 고양이가'청소의 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양이 발에 먼지가 묻은 걸 봤을 때 '우리 고양이를 위해서라도 청소하자'는 마음이 든다며 '고양이가 없었다면 청소를 더 못했을 지도 모른다"고 고백하면서. 예쁘고 깔끔한 집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구경하면서 청소 팁도 톡톡히 챙긴 가성비 좋은 청소 가이드북 <<고양이가 좋아하는 청소 정리>>. 참고해서 좀 더 깨끗한 집으로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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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요 고양이 - 세상의 모든 고양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에세이
손명주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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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고양이 마리, 펫숍에서 왔어요

이 책의 화자는 고양이다. 펫숍에서 판매된 약하고 아픈 품종묘 한 마리. 부부의 외동묘로 살게 되면서 집고양이지만 녀석은 많은 것들을 누리게 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철장 안에 갇혀 아기 고양이들을 낳고 있을 엄마냥이에 대한 아련한 마음도, 창문 밖 길고양이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도 느끼며 산다.

엄마는 자기가 낳은 새끼들을 다 기억하고 있을까?

나를 기억해줄 수는 있을까?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으면 엄마는.....엄마는 어떻게 되는 걸까?

p17

인간이 제일 잔인하게 느껴지고, 인간인게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묘연'이라는 단어가 전하는 따뜻함도 이 순간만큼은 온기를 잃는다. 누가 데려가는 지에 따라 생사가 가름되고 삶의 질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남이 중요한 건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닌 법. 다행스럽게도 책의 주인공인 마리는 좋은 집사를 만났다. 삭막한 도시를 떠나 제주행을 택한 집사부부와 함께 이주한 마리는 마당에서 나비도 잡고 담장도 뛰어넘어보고 산책줄을 하고 집사들과 동네를 거닐면서 자유고양이스러운 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똥키'가 나타났다.

 

길고양이 똥키, 하늘에서 사료가 내리길 바라는 자유고양이

마리에게 얻어맞고도 유일하게 마당에 남은 러시안 블루, 똥키. 마당 고양이로 계속 잘 지내주길 바랬는데, 함께 밥 먹던 노랑이와 함께 사라져버린 녀석. 마리를 기다리며 현관을 긁고 집사들이 흔들어주는 장난감도 좋아했지만 집 안에 갇혀 사는 건 못견뎌해 결국 마당냥이로 살게 된 녀석. 그러다 사라졌다. 인사도 없이.

많은 길고양이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동네 고양이들에게 치이던 '똥키'를 좀 더 어릴 때 집냥이로 들이지 못했던 걸 부부는 후회했다. 더이상 밥 먹으러 오지 않는 똥키를 찾아다녀봤지만 소식을 알 수 없었다. 밀려오는 후회와 자책. 그 마음은 길고양이 밥을 줘 본 사람이라면 동일하게 느끼는 고통이 아닐까. 내게도 떠올려지는 몇몇 길고양이 얼굴이 있어 이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제목 그대로의 마음 " 잘 지내요 고양이"

 

집고양이건 길고양이건 책 제목 그대로 "잘 지내주면 좋겠다" 정말.

인간의 삶보다 짧은 '고양이의 시간'. 행복하게 그 명을 다 해주면 더이상 바랄 게 없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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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순살탱 - 내가 선택한 가족
김주란 지음 / 야옹서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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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끄네 집' 이후, 믿고 보는 출판사 [야옹서가]의 고양이 책. 이번에는 반려묘 3마리가 있는 집이다.

 

보통의 책은 책 표지를 넘기면 이어진 페이지에 작가 소개 & 약력 등이 기재되어 있는데, 특이하게도 고양이 세 마리의 소개가 먼저다.

 

순구/살구/탱구....'구'자 돌림의 사랑스러운 반려묘 셋. 하지만 첫째 순구의 소개글을 읽다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눈은 제일 많지만 손은 제일 많이 가는 타입" 이건 또 무슨 말인지. 고양이 세마리니 눈은 여섯개 일텐데...제일 많다니....

 

아~ 고양이 셋, 눈 셋인 가정이구나! 둘째 살구는 눈이 하나고, 막내 탱구는 두 눈이 없다. 너무 예쁜 녀석들인데, 많이 불편하겠구나.....라는 것 또한 오해. 이건 지극히 사람의 생각인거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 것조차 녀석들에게 미안해진다.

 

2015년 펫숍에서 안아본 하얀 새끼 고양이는 다른 녀석들과 달리 벌벌 떨기만 했다고 한다. 활발한 녀석들보다 더 눈에 밟혔던 '순구'를 첫째 고양이로 데려온 저자는 닳고 닳은 장사꾼에게 속았다. "나중에 오셔도 다른 스코티시폴드는 있겠지만 이 아이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심장에 콕 박혀 80만원에서 10만원 깎아주겠다며 선심쓰듯 건넨 곳에서는 이동장마저 생략했다. 구멍 뚫린 종이상자에 넣어 순구를 들려 보내곤 설사와 기침을 계속한다고 전화하자마자 '다른 고양이로 교환해주겠다."고 했단다.

 

이런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이웃 고양이 중 하나도 순구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녀석도 순구처럼 좋은 집사님을 만나 사랑받으며 살지만 그렇지 못한 고양이들도 많겠지. 아마! 허피스에 링웜까지 달고 온 순구를 위해 저자는 '제주도에서 한달살기'도 포기했고, 아픈 몸을 이끌고 과외를 열심히 뛰어 병원비를 벌었으며 비염과 알러지 때문에 눈물,콧물 다 빼야했지만 잘한 일 이라고 했다. 곁에 와서 눈을 맞추고 누워 주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존재. 고양이의 힘은 참 대단했다.

 

둘째 살구유기묘 입양 홍보 중인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했고 '도키->살구'로 개명했다. 크고 예쁜 한 쪽 눈을 사진으로 보고 너무 속상했다. 저렇게 예쁜 눈인데......하지만 글과 사진으로 접한 살구의 일상은 다른 고양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평범하면서 때론 웃기기도 했고, 툭닥툭닥 서열 싸움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제서야 한쪽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사람의 눈으로 보고 있던 것이다.

 

셋째 탱구는 파혼 후 제주도로 내려간 저자가 임보 맡았다가 셋째가 된 케이스였다. 완전 개냥이인 탱구의 합사는 둘째보다 쉬웠고 두 눈이 다 없는 고양이였지만 두 눈을 뜨고도 자기가 싼 똥을 밟는 순구에 비해 너무나 뛰어난 점이 많았다고.

 

제주도로 내려가서 살고 있는 집사님들이 부쩍 많아졌다. 언제나 부러움 반 포기 반이지만 순살탱 집사의 경우는 전화위복이 된 듯 싶다.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 결혼했고 세 고양이의 집사로 살고 있으며 빠르고 빡빡한 도시보다 한결 여유롭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섬이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가족'이라는 표현도 참 마음에 든다. 가족 문제, 갈등을 다룬 책들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가족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기에' 이런 표현들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고양이 순살탱>>에서는 스스로 선택하고 함께 책임지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어 미소를 내려둘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의 순살탱의 뒤태.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궁디팡팡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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