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요 고양이 - 세상의 모든 고양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에세이
손명주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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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집고양이 마리, 펫숍에서 왔어요

이 책의 화자는 고양이다. 펫숍에서 판매된 약하고 아픈 품종묘 한 마리. 부부의 외동묘로 살게 되면서 집고양이지만 녀석은 많은 것들을 누리게 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철장 안에 갇혀 아기 고양이들을 낳고 있을 엄마냥이에 대한 아련한 마음도, 창문 밖 길고양이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도 느끼며 산다.

엄마는 자기가 낳은 새끼들을 다 기억하고 있을까?

나를 기억해줄 수는 있을까?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으면 엄마는.....엄마는 어떻게 되는 걸까?

p17

인간이 제일 잔인하게 느껴지고, 인간인게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묘연'이라는 단어가 전하는 따뜻함도 이 순간만큼은 온기를 잃는다. 누가 데려가는 지에 따라 생사가 가름되고 삶의 질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남이 중요한 건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닌 법. 다행스럽게도 책의 주인공인 마리는 좋은 집사를 만났다. 삭막한 도시를 떠나 제주행을 택한 집사부부와 함께 이주한 마리는 마당에서 나비도 잡고 담장도 뛰어넘어보고 산책줄을 하고 집사들과 동네를 거닐면서 자유고양이스러운 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똥키'가 나타났다.

 

길고양이 똥키, 하늘에서 사료가 내리길 바라는 자유고양이

마리에게 얻어맞고도 유일하게 마당에 남은 러시안 블루, 똥키. 마당 고양이로 계속 잘 지내주길 바랬는데, 함께 밥 먹던 노랑이와 함께 사라져버린 녀석. 마리를 기다리며 현관을 긁고 집사들이 흔들어주는 장난감도 좋아했지만 집 안에 갇혀 사는 건 못견뎌해 결국 마당냥이로 살게 된 녀석. 그러다 사라졌다. 인사도 없이.

많은 길고양이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동네 고양이들에게 치이던 '똥키'를 좀 더 어릴 때 집냥이로 들이지 못했던 걸 부부는 후회했다. 더이상 밥 먹으러 오지 않는 똥키를 찾아다녀봤지만 소식을 알 수 없었다. 밀려오는 후회와 자책. 그 마음은 길고양이 밥을 줘 본 사람이라면 동일하게 느끼는 고통이 아닐까. 내게도 떠올려지는 몇몇 길고양이 얼굴이 있어 이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제목 그대로의 마음 " 잘 지내요 고양이"

 

집고양이건 길고양이건 책 제목 그대로 "잘 지내주면 좋겠다" 정말.

인간의 삶보다 짧은 '고양이의 시간'. 행복하게 그 명을 다 해주면 더이상 바랄 게 없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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