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발견 - 월든의 소로가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전하는 삶의 진수!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경원 옮김 / 에이지21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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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에 읽은 <월든>은 만만한 책이 아니었다. 책의 내용에 집중한 나머지 저자의 삶에 대해선 다소 무지했는데, <고독의 발견>을 읽으면서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아닌 사상가 '소로'에 집중해 보고자 했다. 1817년에 태어난 그는 무려 열여섯 살에 하버드에 입학했다. 장학금을 받고서. 엄청난 천재처럼 느껴졌는데, 놀라운 사실은 여러 일을 하면서 글을 썼다는 그가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집에서 가정교사를 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도 아닌 저명한 사상가의 집에서 가정교사를 했다니....나 같으면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법도 한데, 그리스/라틴 문학/영국 고전문학/민속학/박물학/생태학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었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는 별일 아니었나보다.

 

1845년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2년간 월든 호수에서 지내며 기록한 삶이 그의 모든 삶을 대변할 수는 없다. 사실 2년이라는 시간은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참 짧은 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자신에게나 읽는 독자들에게 <월든>은 묵직하게 와 닿는다.

 

그렇다면 <고독의 발견>은 어떤 느낌일까.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걷는 게 중요하다. 남의 걸음에 맞추려다 보니 쉬이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P14

남에게 인정받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 바라는 인생은 하잘것없다

P24

삶의 요령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그 요령은 경험에서 우러난다

P84

다툼은 왜 일어나는가? 필요 이상으로 소유한 사람과 필요한 것조차 소유하지 못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P102

 

 

'다들'이라는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는 부분이 특히 가슴에 와 닿는다. 나만의 기준, 나만의 패턴, 내 스타일, 내 속도를 가진 사람이라고 평소 생각하며 살지만 때로는 타인의 기준에 솔깃해지기도 하고 쉽게 유혹될 때도 있다. 그럴때마다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는데 "누구나 하는 것처럼 해서는 결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P18) "는 조언은 참 적절하다 싶다. 게다가 생존작가도 아닌데 현재의 우리들이 읽을 때 가슴 따끔할 충고도 서슴지 않았다. 스캔들에, 악플에 눈이 따갑고 귀가 따가운 우리들에게 소로는 일침을 놓는다. "나는 기억에 남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없다. 무엇을 훔쳤다든가, 누구를 죽였다든가, 사고로 죽었다는가.......몇 번씩 읽을 필요가 없다. 한 번으로 족하다....철학자에게 이른바 뉴스는 하나같이 가십에 불과하다.....그런데 이런 가십에 우르르 달려드는 인간이 너무 많다"(P45)고 이야기하면서.

 

 

사상가의 조언은 어렵지 않았다. 길게 늘어지지도 않았으며 짧막한 문장 속에 현명함이 담겨 있었다. 촌철살인.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낯설 정도였다. 말의 포장조차 거추장스워 포인트만 던져두었나 싶을 정도로 머릿 속을 쏙쏙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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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나의 고전 읽기 1
손택수 지음, 정약전 원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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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산 정약용'의 형으로만 알고 있던 '손암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

 

 

기차, 자동차, 비행기가 없던 시절, 내륙의 학자가 먼 거리의 바다생물에까지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자산어보]는 정조의 죽음 이후, '서학과 천주교'를 빌미로 추방당한 후 쓰여진 책이다. 나쁜 일이 꼭 나쁜 결과를 불러오는 것만은 아님을 그의 일생을 통해 깨닫는다. 그렇다고 유배 간 모든 선비들이 계속해서 학문을 탐구하고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며 저서를 남기진 않았을 터, 특이하게 '바다'에 관심을 둔 정약전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동생 정약용에 의하면 형은 아주 자유분방한 정신의 소유자로 '길들여지지 않은 사나운 말' 에 비유되기도 했고 조상화를 그리기 위해 바늘구멍 사진기의 원리를 이용하기도 했다니....천재 괴짜처럼 보여지는 조선의 선비는 오늘날 사극을 통해 보아온 근엄한 대감들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언제 중앙으로부터 사약이 도착할 지 모르는 불안한 하루하루를 '새꼬막'을 설명하고 '도미'와 '해파리'를 기록하는데 썼다니......이런 기록들이 묻힐 뻔 했다. 그가 죽은 후 한 장 한장 뜯겨 어느 섬집 벽지로 사용하고 있던 걸 그의 동생 정약용이 제자에게 필사를 시켜 되살려 놓았다고 했다.

 

기록 속에서 자신이 작명한 물고기의 이름과 더불어 어부들이 실제로 쓰는 어명도 함께 표기했고 기준을 정해 분류해 놓았으며 시를 짓는 시인들에게까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쓰임새까지 고려했다는 점 또한 놀랍다. "영남산 청어는 척추가 74마디이고, 호남산 청어는 척추가 53마디"(p46)라는 차이점도, 홍합은 조수가 밀려오면 입을 열고 밀려가면 입을 다문다는 점도, 낚싯배를 끌고 다닐 정도로 힘이 센 돗돔이 2미터 길이에 몸무게가 300킬로그램까지 나간다는 것 또한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물고기에 워낙 관심이 없었고, 생선 반찬 또한 즐기지 않아 알고 있는 모양이라곤 갈치나 고등어 정도인 내게도 저자가 풀어놓은 <자산어보>의 내용은 재미나게 읽혔다.

 

고전읽기가 고전 소설 읽기에만 국한된다면 너무 아쉽다. 범위를 넓혀 과거에 살았던 그들의 삶, 생각까지 읽어낼 수 있다면 훨씬 다채로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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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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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게 가혹한 세상, 많은 길고양이들은 오늘만 살아간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 '어른 알러지(?)'가 없었는데, 고양이를 반려하면서 정확히는 길고양이들 밥을 챙기면서 할아버지/할머니에 대한 원망이 생겨버렸다. 약을 놓아 죽이고, 돌을 던지고, 심지어 잡아 먹기까지 하는 노인들과 마주하면서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으로 사는 것'은 아님을....집도 있고 노동 없는 노후를 보내고 있으면서도 유독 길고양이/길강아지들에게 야박한 그들을 한동안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봐야했다. 그날 먹은 반찬과 국을 동네 폐가에 버리고 쓰레기 봉투조차 쓰지 않는 노인들이 길고양이에게 손가락질하며 동네를 더럽힌다 타박하고 있었다. 세상 모든 노인이 이들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에 미움이 켜켜이 쌓여 딱지처럼 굳을 무렵, 상처에 연고를 발라줄 사연이 담긴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사실 세상엔 이렇게 따스한 할머니들이 더 많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칠천원 짜리 멸치는 자신이 볶아 먹고 만이천 원짜리 멸치는 노랑둥이 꽁알이들 챙겨주는 정많은 할머니, 손바닥만 할 때부터 8년을 키우면서 자식처럼 찐이를 아낀 할머니, 태어난 형제 중 홀로 남은 고양이에게 '하나'라는 이름을 붙여준 할머니, 길고양이들에게 인심 후한 공터 할머니들, 개파와 고양이파로 나뉘어 즐거운 설전이 벌어지는 곳인 부식가게 할머니, 골목 고양이들을 챙기면서 든든하게 보살피는 캣대디들, 저자가 사진찍는 동안 알아서 가방 속 사료와 간식을 챙겨 먹는 고양이 노상 강도단(?)이 사는 화단 을 가꾸는 할머니, '고양이, 이 작고 작은 얄궂은 것들'이라면서도 사랑듬뿍 쏟는 무뚝뚝한 할머니까지.....

 

할매 니 없으면 몬 산다

니도 할매 없으면 몬 살제?

고양이 발자국을 따라가서 마주친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래, 고양이를 반려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참 많이 만났다. 따뜻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는데, 그렇지 못한 몇몇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져 그들을 잊고 있었던 거다. <<고양이와 할머니>>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참 많이 치유된다.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 같고, 따뜻한 이웃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만 같고.

 

책 속 할머니들은 넉넉하고 여유로워서 고양이를 챙기는 분들은 아니었다. 외롭고 쓸쓸한 분도 있었고 병원에 데려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법한 분도 있었으나 망설이지도 마다하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고양이는 이웃이고 가족이고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에. 아낌없이 나누고 따뜻하게 보살폈다. '공존'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모자라게 느껴질만큼 할머니들의 품은 넉넉했다.

 

 

기쁜 일만 마주했으면 좋겠지만 책 표지를 아름답게 장식한 '찐이'는 결국 할머니와 이별했다. 모르고 있다가 할머니와 이별하는 대목에서 그만 눈물이 터져버렸다. 얼마나 사랑했는지, 걱정했는지 그 맘이 와 닿아 도저히 참아지질 않았다. 우리끼리 서로의 반려동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얘들이 우리 보다 먼저 가서 기다린대. 꼭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라고 위로하곤 하는데, 찐이네는 반대의 경우였으므로. 암 말기에 치매를 앓으면서도 그 속에 찐이를 담았던 할머니의 마음. 외롭고 쓸쓸했을 할머니의 인생 속에 찐이가 나타나서 다행이다.

 

이후 홀로 남겨진 찐이가 걱정됐는데, 좋은 반려인을 만났다고 했다.

 

세월을 이겨낸 낡은 골목에 온기가 들어차 있다. 할머니들과 고양이들이 있어 햇살 한 줌 없어도 참 따스하다. 이런 동네, 오래오래 지켜지길......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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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는 여행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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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언제나 퇴사 후엔 곧바로 직장이 생겨 성공한 이직이라고만 여겼지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걸 망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퇴사를 고민하면서 "탐험"을 계획하는 멋진 사람들도 있었다. 세상엔.

스스로를 아날로그 취향을 가진 마케터라고 소개하고 있는 저자 정혜윤은 브런치북 특별상을 수상한 <나의 퇴사여정기>를 바탕으로 출판한 책 <퇴사는 여행>을 통해 잠시 멈추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 지 알려주고 있다. 8년간 다섯 번의 퇴사를 하고 그 사이 '자발적 방황'을 선택했던 그녀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자.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는 일은 대단하다. 하지만 다양한 조직 내에서 일하면서 '나에게 좋은 업무 환경'을 찾아내는 일 또한 현명하다.

지나고 보니 어느 쪽이든 괜찮다. 저자는 후자에 속한 사람인데, 퇴사한 겨울,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야쿠시마로 가족과 함께 떠났고 봄엔 한 달 가량 동남아로 여행을 떠났다.

 

자유를 허락받은 그녀의 발걸음이 치앙마이-씨엠립-싱가포르-발리에 머물면서 발견한 것들은 책을 읽는 내게도 유용한 것들이었다. 가령 치앙마이가 디지털 노마드 사이에서 유명한 곳인지 몰랐던 점, 자유로운 예술의 도시라는 것도 몰랐는데, 여행하면서 그 도시에서 영감을 받아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일은 참 근사해보였다. 장소만 영향을 준 건 아니었다. 좋은 인연은 좋은 일을 불러오기 마련인데, 첫 직장인 광고회사에서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직업을 선물 받았다. 광고기획자(AE)로 지원했지만 면접을 진행한 부사장은 주니어 카피라이터 자리를 제안했고 결국 '작가'로 살게 된 계기가 된다. 쓰는 즐거움을 알려준 첫 직장. 그녀는 운이 참 좋았다.

 

 

 

사람들은 정해진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정말 하고 싶은 데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해봤으면 좋겠어요.

.

.

지금 현재가 괴롭다면, 그게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가장 좋은 이유예요.

P210

 

 

많은 곳을 여행하고 여러 나라 사람들과 어울려 일했던 그녀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단어는 '공감/다양성/용기'였다. 세계 곳곳에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을 두고 산다는 건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그러나 정작 이 책을 읽고 가장 감명 깊었던 문장은 344페이지 끝에 나온 "잊지 말자. 나에게는 내가 있다"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날, 우울한 기분이 지구의 핵까지 뚫고 내려가는 날 이 문장을 펼쳐보며 스스로를 다독이리라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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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 회사도 부서도 직급도 없지만
김지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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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가 친구에게 '누가 내 삶을 스토킹 했나봐'라고 카톡 보낼 정도로 똑닮아 있어서 살짝 찔렸던 책.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라~ 책 제목이 참 길기도 하지만 일러스트도 많고 내용도 유쾌해서 단박에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다. 흔히 알고 있는 '프리랜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면서 불안하지만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매력에 대한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일흔 살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책의 뒷면에 밝히고 있는 저자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얼마를 벌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맘 편하게 살고 싶어서 선택했을 그 마음과 용기를 100% 이해하기 때문에. 하지만 제목처럼 정말 '프리'할 수 없다. 마감이 있는 삶은 퇴근이 있는 삶보다 여유로워 보이지만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압박감은 상당하고 스스로 관리해야 할 것들이 수만가지인데 늘어지기 쉽고 미루기 좋아 자칫 일거리를 놓치기도 쉽다. 게다가 결과로 승부를 봐야하기 때문에 고퀄을 담보로 해야하는 작업이고.

이래저래 다시 직장으로 향한 '프리랜서'들이 주변에도 꽤 있어서 누가 퇴사하고 싶다고 말하면 예전처럼 선뜻 "니 뜻대로 해라!"고 말해주지 못했다. 이젠 즐겁게 읽은 이 책을 대신 들이밀어야겠다. 읽어보고 선택하라고.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거라고.

'프리랜서'의 양면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기보단 유머러스하게 풀어놓은 책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할 듯 싶다. 환상을 깨어주기엔. 그 의미는 중세에서 파생된 단어라는데, 왕이나 영주가 병력을 충원/유지 하기 위해 전쟁 때마다 활용했던 용병을 의미했던 말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소속 관계는 아니면서 고용주도 없는 용병이라는 말이란다. '자유로운 작업자'이기 보단 '언제든지 전쟁에 끌려나갈 시간과 목숨이 준비된 용병'이라는 책 속 표현이 섬뜩하게 와 닿지만 또한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걸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나 역시 '프리랜서'를 선택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반성하게 된 점들도 많았지만 역시 작가의 의도대로 웃음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배꼽빠질만큼 크게 웃었던 부분들도 있어 절대 프리선언을 할 리 없는 친구에게도 책을 슬쩍 보여주며 함께 웃었다. 돌아온 대답은 "꼭 너 같다"여서 칭찬인지 반대인지 헷갈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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