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면 무섭지 않아 - 2008년 캐나다 총독상 아동문학 삽화 부문 수상작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32
질 티보 지음, 자니스 나도 그림,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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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에게 죽음은 멀리 있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태어나 점점 죽음을 향해가는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은 이제 막 삶을 시작했기에 그 두려움이 옅어야만 했다. 하지만 두려움을 잘 숨기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숨기지 않는다. 부모와 떨어질지도 모르는 두려움이나 홀로 남겨질 것에 대한 두려움과 마찬가지로 막연한 두려움이 "죽음"이라는 단어 속에서 흘러나온다. 적어도 아이들이 생각하기엔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죽음도 [마주 보면 무섭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임을 질 티보는 가장 따뜻하게 알려준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줌으로써 "죽음"은 가장 힘든 순간에 곁에 있어주는 보고 싶은 친구로 남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병원이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고 있는 아이는 병원 안에서 여러 명의 죽음을 보아왔다. 늙은 사람도 어린 아이도 어김없이 죽어나가는 곳이 병원이었다. 아이는 직감하고 있었다. 곧 자신의 순서도 오리라는 것을. 다만 부모님이 슬퍼하실 일이 염려가 되는 착한 아이였다.

 

사람들이 죽을때마다 곁에 왔다가 사라지는 검은 죽음의 존재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 아이는 죽음에게 조용히 당부를 했다.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부모님이 슬퍼하시질 않도록. 그러면서 아이는 침대의 곁을 죽음에게 내어주기 시작했다. 힘든 일을 행하고 온 죽음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죽음에게 이토록 관대한 사람이 또 있었을까. 아이의 작은 배려가 죽음의 마음에 따뜻함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죽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는 어느날 퇴원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죽음이 자신을 데려갈 줄 알았는데 도리어 놓아주면서 가장 친했던 친구인 "죽음"과 떨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한시적인 일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죽게 되어 있으니 또 죽음을 만나게 될터. 그때까지만 부모님이 슬퍼하지 않도록 건강히 자라 죽음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때 아이는 "고맙다"라고 말하며 미소짓게 되지 않을까.

 

따뜻함이란 죽음의 마음조차 움직일 수 있는 것. [마주 보면 무섭지 않아]는 한없는 따뜻함으로 기억될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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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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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할까.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사는 지역엔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사람을 뿌리는 자] 에서도 별반 다르질 않았다. "풍차 없는 타우누스"의 회원들은 풍력발전소 설립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고 그 와중에 프라우케의 아버지는 살해된다. 살해된 프라우케의 아버지 히르트라이터는 보덴슈타인의 아버지와 친구사이이며 사후 발표된 유언에 의해 그의 재산을 보덴슈타인의 아버지가 상속받게 되었다. 살인범이 죽음의 도끼를 휘두르고 다니는 이 시점에.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는 재니스 테오도라키스는 사실 개인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 전 회사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일에 반대표를 던지며 나섰고 여자친구의 집에서 기거하면서도 함께 살고 있는 그녀의 친구와 동침하는 사이다. 게다가 니카의 본명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이용해 자신의 복수를 관철시키려 애쓰는 뱀같은 남자다. 하지만 머리는 그닥 좋지 못했던 탓에 니카의 본명을 언급하면서 역으로 아이젠후트 박사에게 추적당하는 꼴이 된다.

 

아버지가 죽었는데도 슬퍼하기 보다는 유언장을 뒤적이던 프라우케와 그 형제들. 친구를 배신하면서 친구의 남자와 동침하고 보덴슈타인마저 잠자리로 끌어당긴 니카의 본심. 그녀를 쫓는 아이젠후트 박사와 살인의혹을 받고 있는 타이센. 아버지와 대치중인 그룹에서 봉사하고 있는 타이센의 아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를 믿어야 하면 모두가 거짓말을 해대고 있는 가운데 진실을 발견해야하는 어려움을 소설은 독자를 향해 던져 놓았다.

 

두 구의 시체, 사라진 용의자 한 명,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바람의 뿌리는 자]는 그 어느 시리즈보다 많은 의문점을 남기면서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거짓말과 배신. 상처와 음모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어루만지기보다는 그 상처를 드러내면서 진실에 가깝게 만드는 미스터리. 글을 쓰는 내내 외로움과 싸우면서 완성해냈다는 작가의 후기가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것이 아닐까.

 

사람에 대한 실망은 소설이기 때문에 더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거짓말을 해대는 오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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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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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여섯번째 이야기는 [사악한 늑대]라는 작품명으로 세상에 내어졌다. '백성공주에게 죽음을' 이후에 꾸준히 읽고 있는 그녀의 시리즈는 완전 새롭다라는  느낌보다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내는 크리미널미드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각각의 미드에서 한번쯤은 보여졌던 아동성폭행과 성추행. 가장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당한 일이기에 입밖에 내기 어려운 일들, 여성으로서 어린이로서 보호받지 못했을때 나타나는 성향 등등이 소설 속에서는 가감없이 보여진다.

 

여름 밤 강 위에 떠오른 소녀의 시체로부터 시작되는 추적은 할 베리의 영화를 떠올려지게 했으며 유명한 방송인인 한나가 취재도중 폭행당하고 입원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장면에서는 여러 편의 미드들이 동시에 떠올려졌다. 정신상담사를 죽인 세번째 살인에서는 자신의 정신상담사를 폭행한 죄수를 소재로했던 실화소설이 떠올려지기도 했다. 닮아 있다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보면 비슷비슷한 사건들이 보도되지만 그 해당 당사자들에게는 평생 안고 살아야할 고통의 순간이 각인 되는 것처럼 소설은 여러 장르의 이야기가 동시에 떠올려지지만 자신만의 상처를 독자에게 오롯이 전하고 있다. 세 건의 사건을 통해 밝혀지는 범인은 놀랍게도 사회의 존경받는 계층의 남자였고 그들은 친한 친구들끼리 권력과 명예를 이용하여 평생 거대하고 추한 세계를 구축해왔다.

 

세상의 밝은 면도 있는 반면 이렇게 어둠을 만들어온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실화 소설처럼 느껴져 끔찍하고 오싹거리기 시작했다. 벌레같은 취향의 인간이 자신의 어린 핏줄에까지 손을 대는 장면에서는 이 이상 추악한 일이 또 있을까. 싶어지기도 했다.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그래서 충격적이고 끔찍하지만 꼭 보아야할 사회의 단면처럼 읽혀진다. 시리즈를 읽는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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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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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리 학살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리비는 당시 7세였다. 일곱 살의 기억이 얼마나 올바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증언을 채택되어 당시 15세이던 오빠 벤을 가족 살인의 살인자로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쓸모없는 남편 러너와 헤어져 사춘기 청소년인 벤,각각 10세였던 미셸과 아홉살 데비,7살 리비까지 먹여살려야했던 엄마 패티는 너무나 어린 서른 둘이었다. 부모로부터 농장을 물려받았지만 시간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서른 둘의 나이에 아이들을 두고 생계를 위해 자살을 결심했을때 그 비참한 심정은 얼마만큼 바닥을 향해 있었을까. 아이들에게 보험금을 쥐어주기 위해 청부살인자를 고용하고 그날밤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런데 일이 틀어졌다. 그녀를 죽이기 위해 들어선 "빚쟁이들의 천사"로 불리는 캘빈 딜은 패티뿐만 아니라 어린 딸까지 죽여버렸던 것이다. 그 시각 벤은 여자친구 드온드라가 임신하는 바람에 도망갈 계획을 세웠는데 그만 드온드라가 어린 여동생을 목졸라 살해하고 말았던 것이다. 같은 시각, 같은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난 살인사건. 이는 하나의 사건으로 묶여지기 충분했으며 범인을 한 명으로 오인해 지목하기 충분했다.

 

그리하여 1985년 1월 3일 시벽 2시경에 일어난 캔자스 키내키 농가 데이네 일가족 몰살 사건의 범인은 그 집 아들인 벤으로 종결지어졌고 오랜시간 종신형을 살게 된 벤은 그 어떤 항소도 하지 않은채 묵묵히 옥살이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비교적 마르고 퉁명스러운 여자로 자라났지만 리비는 살아남았다. 18살에 32만 1,374달러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그녀는 147센티미터에 발가락은 3개가 절단되고 넥째 손가락도 반정도나 절단되었지만 어쨌든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제 와서 다시금 생각해본다. 정말 오빠가 범인일까? 하고.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던 리비는 이 상활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탐문해나가고 가족이 도륙된 사건을 시작점으로 해서 그날의 조각들을 다시 끼워맞추어나가기 시작했따. 얼마전 끝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처럼 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의 무죄를 증명해낼 수 있었을까? 법정싸움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이젠 진실을 말하는 그 누군가의 한 목소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룻밤에 두 명을 살해한 살인자. 그들이 버젓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 그리고 뉘우침 없이 태어난 존재. 이 모든 끔찍함을 뒤로하고 우리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소설은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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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도피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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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는 나이어린 남자를 탐하는 육욕에 휩싸인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범으로 형을 사는 것보다 더 숨기고 싶어했던 문맹에 대한 상처가 가득 담긴 이야기였다. 그래서 슬프고 애잔했으며 어리석어 보였다. 부끄러움이 삶에 대한 애착보다 강한 것이었을까.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더 리더]의 원작이었던 소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후 처음 접하는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사랑의 도피]라는 제목 아래 장편이 아닌 단편 7편을 내밀며 다시 찾아왔는데, 단편들은 짧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했다. 아버지의 서재에 걸려 있는 그림 속 소녀와 사랑에 빠져 이후 그 어떤 여자를 만나도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던 소년의 이야기와 아내의 죽음 이후 숨겨진 남자의 편지가 계속 도착되는 것을 읽어야하는 남편의 심정, 베를린 장벽도 막지 못한 체스 친구 등등이 [소녀와 도마뱀],[외도],[다른 남자],[청완두],[할례],[아들],[주유소의 여인]이라는 이름으로 실려있다.

 

법학교수로 재직중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책 읽어주는 남자],[고르디우스의 매듭],[젤프의 살인]등을 발표한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독일의 역사와 오늘 그리고 역사를 고스란히 받으며 살아가는 오늘의 독일인을 어떤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지는 그의 글을 보면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 외도와 비밀, 배신 등 감추어진 죄들이 들춰지면서 감정에 호소하고 포효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분노하고 지긋히 바라보는 그의 주인공들은 감정적인 인물들조차 전달하지 못하는 진한 감동의 여운을 전달한다.

 

글을 쓰면 행복하다는 베른하르트는 진실이 밝혀지는 일이 무조건 행복한 일은 아님을 글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리암 니슨이 주연한 [디 아더 맨]의 원작소설이 실린 [사랑의 도피]는 그래서 아주 정직하면서도 인간의 내면 밑바닥까지 헤집어 보인다. 잘 정돈된 집에 첫발을 디딘 이방인처럼 [사랑의 도피]를 읽고 나면 감정을 누른다는 일이 어떤 일인지, 그 조용한 폭발이 어떤 일인지 분명히 깨닫게 만들고 있다. 내게 이런 일들이 닥쳐온다면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과연 이들처럼 대처할 수 있을까.

 

그의 진중한 글쓰기가 피부 밑에서 곪고 있었던 상처를 드러내며 그 농하게 익은 고름이 탁터지는 순간을 잘 포착해 단편에 실음으로써 단편은 장편과 다르게 그 순간을 담는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죄의식. 떠나간 사람의 것이든 남겨진 사람의 것이든 간에 서로간의 죄의식이 표면화 되는 순간, 도덕은 이미 차후의 것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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