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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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길랭 비뇰은 `읽어야` 살 수 있는 남자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낭독하며 그 짧은 시간
동안 일터에 대한 지긋지긋함과 지긋함을 넘어선 숨막히는
혐오감으로부터 해방됨을 느낀다. 심술쟁이 꼭두각시라는
뜻의 빌랭 기뇰과 발음이 비슷해서 우스꽝스러운 놀림감이
되지 않기 위해 서른여섯 해를 사는 동안 체화된건 무존재감
으로 살기. 외모 또한 평균 이상도 이하도 아니여서 풍경과
쉽게 동화된다.

그의 일터는 책 파쇄공장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 파쇄
공장에서 일을 하니 더욱이 직장에서의 업무를 사랑하기
어려운 조건이긴 하다. 마주치기만 해도 부아가 치밀어오르
는 기분나쁜 사람과 도대체가 결이 맞지 않는 그래서 미움의
대상이 되는 상사는 모든 회사에 있기 마련이니~그 이유는
제쳐두고서라도.(소설에서는 뚱뚱이와 머저리로 불리운다.)
그런 모든 감정이 그러모아져 분노의 대상을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책 파쇄기를 `집단학살자`라 정의하고 끔찍한
괴물로 여기며 증오한다.

또 다른 인물로는 그의 직장 괴짜 경비원 이봉 그뱅베르이다.
그는 열정적으로 충직하게 12음절 정형시를 모으고 자작시
를 읊기도 한다. 아니, 자주 읊는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12음절 정형시 형식을 빌려 말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짧은 문장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것은 단어
사용에 인색해서라기보다는 그가 보기에 유일하게 가치 있는
일, 즉 12음절 정형시를 위해서 목소리를 아껴두기 위함이
다.p20 (오 마이 갓! ㅋㅇㅋ)
이정도면 이 사람은 본인이 추구하는 방식대로 `말해야`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파쇄기 오작동으로 다리를 잃은 노인 주세페.
주인공은 그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고 주세페는
소설 말미에 가서 주인공이 사랑을 찾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 삶의 이유가 되는 우정을 나누고 사랑이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 관계라니~완벽하다!! ㅎㅎ

그리고 마지막 인물 쥘리. 스물 여덟살이고 공중화장실
청소를 한다. 그녀의 캐릭터는 이렇다.

문을 열려면 아직 한 시간이 남았다. 그 한 시간은 내 시간이
다. 손님들이 올 때까지 캠핑용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전날
써놓은 글을 다시 읽거나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보내는 나만
의 시간. 나는 그 글들이 하룻밤을 지나면서 한껏 부풀어올라
아침이면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빵 반죽처럼 밤새 숙성된다
는 생각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 글들을 컴퓨터로 옮기는
지금 이 순간,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내 귀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린다. 그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케이스에 집어넣은 다음, 나는 제복 격인 하늘색 작업복을
입는다. p131

나는 하루도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없다. 글을 쓰지 않는 것은
마치 그날 하루를 살지 않는 것, 사람들이 나에게 강요하는
오줌-똥-토사물 청소 아줌마의 역할 속에 나 자신을 함몰시
키는 것, 월급을 주며 떠맡긴 그 별 볼일 없는 기능만이 유일
한 존재 이유인 시시한 여자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
다. p158

모든 인물들이 자신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몰입하는 모습,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숨을 쉬며 살아
야하는지 아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므흣했다. 게다가
주인공과 쥘리의 만남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읽는 재미
가 쏠쏠했다. 마지막에 보내는 러브레터와 선물은 캬...특히
선물은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달콤했다. ㅎㅎ

나는 무엇으로 지금의 삶을 지탱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심각하지 않게 유쾌한 기분으로 생각하게끔 해준 소설이었
다. 꼬맹이를 재우고 잠깐의 시간동안 책을 읽고 리뷰도 써보
고~그 시간동안 하루의 고단함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었는
데..그 시간동안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었던 거구나..
싶다. 어느 정도는 길랭처럼, 어느 정도는 쥘리의 감정과
비슷하게! ^ ^

** 이뿐 책갈피 고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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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18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노란 표지안에 보라색 인가봐요,
우리집 책갈피도 예쁘게 찍어주셔서 감사해요^^
잘 읽었습니다,
달팽이개미님, 오늘도 비 오지만, 좋은하루되세요^^

달팽이개미 2015-11-18 14:34   좋아요 1 | URL
책갈피와 더불어 즐거운 독서였어요~ㅎㅎ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해피북 2015-11-20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팽이 개미님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이유들이 뭉클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져요. 길랭과 쥘리처럼.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달팽이개미 2015-11-20 21:20   좋아요 1 | URL
책을 읽고 리뷰를 써보는 일이요~학교다니면서 독후감을 강요 당할때는 그렇게도 싫더니..최근 3개월 동안 자발성을 가지고 써보니 즐거움이 느껴지는거에요~스스로에게 놀랐어요 ㅎㅎ 그동안은 읽기만했었지, 리뷰를 써본 적이 없었거든요~육아에 전념해서 보내는 시간동안 그 흔적을 남겨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덕분에 뜻하지 않았던 책도 읽어보게 되고 관심도 갖게 되고..책의 파도타기가 어디로 데려갈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부담없이 즐겨보려해요~그러다 관심사가 뚜렷해지면 몰입독서도 해보고 싶고..욕심만 많아지네용ㅎㅎ 해피북님도 즐거운 불금보내세요~~~^^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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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 표현하기
보다는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해 보여주는 작품들을 통해
세계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책 날개에 적혀있는 소개글부터 매력돋는다.
에세이집을 다 읽고나서 더 좋아졌지만. ^ ^

가능하면 영화에서도 슬픔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 표현해보고 싶다. 문장에서의 `행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보는 이들이 상상력으로 빈 곳을
채우는 식의 영화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고
있다. p19


`천지유정(만물에 사랑이 깃들어 있다)`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인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자주
색종이에 썼던 말인데, 나도 그와 생각을 같이하며,
그와 같은 생각이라는 데 감동한다. 내가 작품을 낳는 것이
아니다. 작품도 감정도 일단은 세계에 내재되어 있고,
나는 그것을 주워모아 손바닥에 올린 뒤 ˝자, 이것 봐˝하며
보여줄 뿐이다.p25

이 두 부분을 읽고 왠지모를 호감지수 상승 ㅎㅎ

영화는 두 편을 보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을 잇는 것이
피인지, 함께 보낸 시간인지를 묻는다. 영화촬영으로 한달
반만에 귀가 후 다음날 나오는데 딸 아이가 ˝또 와!˝라고
배웅하는 소리를 듣고 일상적인 고민을 더욱 극적이고
아프게 해보자는 생각에서 영화를 만들어 보게 됐다고 한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들이 6살이 되었을 무렵 출생시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었음을 알게 된다. 양쪽 합의하에
아들을 서로 바꾸게 되지만...

내용으로만 보면 오열과 눈물 한가득이 예상되지만 그렇지가
않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6년간 기른 아들을 보내놓고
결국엔 보고싶어서 찾아가 아들에게 그동안의 소소한 일들을
사과하는 장면이었다. 아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잰걸음으
로 무작정 앞으로만 앞으로만 걷고 아빠 역시 종종걸음으로
그 옆을 나란히 쫓으며 연신 ˝미안해˝라며 사과한다. 그리고
는 그 길 끝에서 아무 말없이 부자는 서로를 꼬옥 끌어안는
다. 그 누구도 울지 않았지만 그 장면을 보던 나는 펑펑 울고
말았다.

감독님의 행간의 미학에 빠져 ˝미안해˝를 외치던 아빠의
마음을 나만의 상상력으로 채우며 슬픔에 복받쳤던 것이다.
ㅠㅠ 이런 영화가 좋다. `이래도 울지 않을거야?`라며
울음을 강요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마음이 담기지가 않는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인지상정으로 결국엔 눈물이 흐르지만,
그 눈물이 마음 깊은 곳을 씻어내리지는 못할 때가 많기 때문
이다.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지금 세 살인 딸이
열 살이 되었을 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세계는 풍요롭고, 일상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며, 생명은
그 자체로 `기적`인 거야, 그렇게 딸에게 말을 걸듯
만들었습니다. p29

이 영화는 부부의 이혼으로 따로 떨어져 사는 형제모습을
담고 있다.(형은 엄마와 동생은 아빠와말이다.)보고나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져 왔던 건 아마도 이 영화에 담고 싶었던
감독의 메세지가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껴서 읽고 있는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다음 달에
영화로 개봉한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된다. 내가 꼽았던
명장면 명대사가 고레에다 히로키즈라는 사람의 세계를 거쳐
어떻게 재창조되었을지..ㅎㅎ 게다가 <호타루의 빛>에서
사랑스러운 건어물녀로 활약한 아야세 하루카가 사치역을
맡았다고 하니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무척이나 궁금하다.ㅎ
더욱 달뜬 마음으로 기다리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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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15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본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리뷰 한번 써볼까봐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 감독의 책도 나중에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달팽이개미님, 편안한 주말 되세요

달팽이개미 2015-11-15 18:1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의 리뷰 기다릴게요 ^^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해피북 2015-11-2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흉~~또 보고싶은 영화가 늘어났어요 ㅎㅎ 이렇게 가슴 훈훈한 이야기의 영화라니 올 겨울엔 담요 한장과 커피 한잔 놓고서 천천히 감상해야겠어요^~^

달팽이개미 2015-11-20 20:58   좋아요 0 | URL
담요 한장과 커피, 그리고 훈훈한 영화..아...상상만으로도 행복해져요^^ 그 여유와 행복 ㅎㅎㅎ 행복한 불금 보내세용^^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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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엄마도 알아. 그런 날이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이 처음부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쳐져 있는 것만 같이 느껴져서,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이 모든 일이 하나도 수습되지 않을
듯한 날이 있다는 걸 말이야.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이거나 사기꾼,
적어도 남의 이익을 부당하게 취하려는 나쁜 사람들 같고
유리창 너머 저쪽에는 행복의 나라가 있는데
나 혼자만 유리창 밖에서 모든 찬 바람이란 바람은
다 맞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날.

이런 날은 꿀바나나를 먹어보자. 이런 날은 몸이 지쳐서
빨리 당분을 섭취하고 싶어지니까.
준비물은 바나나, 버터, 꿀, 그리고 계핏가루 약간.

중요한 것은 맛을 느끼며 천천히 먹는 거야. 천천히 그것을
먹고 나면 우리 유전자는 실은 약간 행복해한단다.
천천히 먹지 않으면 유전자가 단맛을 마약처럼 탐닉할 수
있으니 조심할 것. 천천히 즐기며 먹는다면 뇌도 기뻐할거야.
먹으면서 엄마의 말을 들어보지 않겠니?

데이비드 리코는 자신의 책 <사랑이 두려움을 만날 때>에서
이런 말을 했어.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이제 두 가지 임무가 있다. 곧, 가는
것과 되는 것(to go and to be)이다. 성숙을 위한 첫 번째
임무는 도전, 공포, 위험 그리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는
것이다. 두 번째 임무는 그것에 대해 인정을 받건 그렇지
않건 간에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인정은 다른
사람의 마음 안에 나의 투사(projection)가 함께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딸, 꿀바나나는 설거지도 쉽지? 뽀독뽀독 씻은
그릇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오늘 밤은 책이라도 한 권 펴보자.
가을이 깊어간다. 엄마에게 얼마나 많은 날들이 남아 있을지,
네게 얼마나 많은 날들니 남아 있을지 우리는 사실 모른다.
이 순간을 우물우물 보내면 인생이 그렇게 허망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거.

오늘 밤을 잊지 못할 밤으로 만들어보지 않겠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나는 조용히 꿀바나나를 먹었고
책을 읽었다. 그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가을밤이었다.
이런 일기를 쓸 수 있는 그런 밤으로.

꿀바나나는 상상 이상으로 괜찮음! 맛있었다. ^^
그리고 엄마와의 카톡!
˝엄마, 나 키울 때 어땠어?˝
˝이 세상에서 나 혼자 애낳은거마냥 행복해했었어.˝
˝고마워 잘자. ^ ^˝

엄마는 늘 안좋았던 일은 금방 잊는 사람이니까!
나는 그 엄마의 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는 것..
인정을 받건 그렇지 못하건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그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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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1-12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른의 두가지 임무, 가는 것과 되는 것! 공감 만배합니다 ㅎㅎ

달팽이개미 2015-11-13 14:06   좋아요 0 | URL
가는 것과 되는 것! 뭔가 자꾸 중얼거리게 되는 구호같아요 ~ㅎㅎ 행복한 불금되세요 ^^*

후애(厚愛) 2015-11-13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찮지요?^^
저는 담아두기만 했는데 꼭 읽어봐야겠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즐겁고 행복한 불금 되세요.*^^*

달팽이개미 2015-11-13 14:05   좋아요 1 | URL
네~~ㅎㅎ레시피 따라하는 재미와 함께 조곤조곤 엄마가 얘기해주는 것처럼 따뜻함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후애님도 꼭 읽어보세요~~^^ 비가 오는 운치있는 금욜이네요..행복한 불금 되세요^^

해피북 2015-11-20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두가지 임무가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ㅎ 저는 시금치샐러드만 했는데 꿀 바나나도 해보고 싶네요^~^

달팽이개미 2015-11-20 20:49   좋아요 0 | URL
시금치샐러드는 맛이 어땠었는지 궁금한걸요~^^

해피북 2015-11-22 11:21   좋아요 1 | URL
시금치 샐러드는 레시피대로 만들어서 먹으면 저는 먹기힘들더라고요 대신 `오리엔탈 드레싱`을 꼭 뿌려먹는데 그러면 정말 맛있어요 생시금치가 시금치 같지도 않고 그냥 샐러드용 채소같아지더라고요. 시금치를 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처음 알게 되었답니다^~^
 
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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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 부부의 이야기는 마치 동화의 결말처럼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로 끝난다.
물론 현실이 그렇게 놔두지 않는 일이 (종종 아니) 많이!!
있음을 작가도 독자도 알고 있다.
두 부부 모두 같은 이유로 다시 갈등을 겪을테고
화해를 하면서 조금씩 맞춰질테고 다시 또 갈등
그리고 화해..이 과정의 무한반복=결혼이 아닐런지..^^;

삶이 대동소이한게 맞다면 누구든 작건 크건 역풍을 맞는다.
부부라면 `모`아니면 `도`로 결론이 난다.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품격을 성장시킬지,
퇴보시킬지는 오로지 두 사람의 몫이다.
같은 상황에서 계속 함께 (잘)살아도 혹은 헤어져도 그럴듯한
이유는 늘 있게 마련이다. 스스로 만들어 낼수도 있고,
주변에서 만들어 줄수도 있다.

마침 어제 박혜란 작가의 <결혼해도 괜찮아>를 읽었는데
45년 내공을 가진 결혼 선배님은 결혼하기 전에 서로의
취향보다는 삶의 가치관에 대해서 끝장토론을 해보라고
하신다.ㅎㅎ

소설속 두 커플에게 이 말을 적용해보니, 음..
제 나이(23살)에 맞게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진 리브와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하는 유능한 데이비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 에두아르와
순수한 마음으로 그의 모든 것을 우러러 바라보는,
그래서 에두아르의 현재 뮤즈가 된 소피.
모든 사랑이 그렇듯이 `내가 아는 나`보다 `나`를
더 멋진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어주는 게 사랑일진데...
그렇게 사랑스런 착각을 하고 있는 시기에 이 두 커플이
아무리 끝장토론을 한 들, 맞지 않는 것 조차도 본인들의
사랑을 위한 특별한 무언가로 느끼지 않았을까~?ㅎㅎㅎ

아! 책에 삽입되어 있는 파리의 풍경사진들은 조금 아쉬웠다.
소설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실제 파리에서 허니문을 보낸
부부들의 추억을 담은 사진을 담은거라 하는데 소설속 주인
공들은 난투극을 벌이는데 그 옆장에 실린 사진은 행복함이
마구마구 느껴지는?? ㅋ-ㅋ
처음에는 사진도 보고 소설도 읽다가 어느 페이지서부터는
사진을 보지 않게 되었다는..;;

<미비포유>를 감명깊게 읽어서 챙겨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그래도 다음 작품이
나오면 또 챙겨보게 될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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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1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조 모예스의 책은 이 책이 세번째 책인가봐요, 그래도 미비포유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작가예요,
달팽이개미님, 행복한 오후 되세요^^

달팽이개미 2015-11-10 14:57   좋아요 1 | URL
책 표지는 정말 상콤달콤했는데..ㅎㅎ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오후 보내세요^^

해피북 2015-11-10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등의 무한반복이 결혼이라는 공식에 격한 공감 누르고갑니다 ㅋㅂㅋ. 결혼전 삶의 가치관에 대해 끝장 토론 보라고 했던 이야기도 크~~게 공감하구요 ㅋㅂㅋ 저도 결혼하고 1년은 투닥거리고 살았는데 1년이 지나고 생각을 바꾸니 삶이 편해지더라고요ㅎ
이 책은 `미비포유`와는 조금 다른 느낌같아요~ 달팽이개미님 글 생각하며 다음에 읽어봐야겠어요. 즐거운 오후 시간 보내세요^~^

달팽이개미 2015-11-10 19:16   좋아요 0 | URL
뭔가 이야기에 빠져들때쯤 성급히 결론내고 끝나는 느낌?였어요 ㅎㅎ 그래서 아..이건 뭔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것 같은데..하며 아쉬움이 남다 보니 소설 속에 나오는 두 부부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결혼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본 계기가 됐다고 해야할까요~?ㅎㅎㅎ 해피북님도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비겁하고 무력해보이는 껍데기를 잡고,
흔들고 압박하면,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발이 절벽일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걸음 내딛고 마는
송곳같은 인간이.]

제목의 의미를 알았다.
나는 송곳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음도 함께.

지독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만화이다.
예리하고 날카롭게 불편해진다. 양심이.
부러 눈감고 불편하다 마주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란
말이오]

무지함은 알고 있었지만 착각도 대단한 착각까지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던 장면.

[저도 아직 노조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저보다는 여러분들께
여러분들 보다는
반달치 월급 때문에 탈퇴한 사람들에게
탈퇴자보다는 가입할 용기조차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가입 자격도 불확실한 계약직들에게..
노조는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더 절실한 사람들에게 열려있지 않은 노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남으시면 더 고생할겁니다.
고생한 사람에 대한 보상은 없습니다.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할 것이고
실패하면 아마도 우리만 실패할 겁니다.
그러니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짐만 지세요.]

결국은 갈라놓고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게 만들어
승리여부와 상관없이 모두다 상처입게 만드는..
영화 <카트>에서도 이와 같은 수순이었다.
이쯤에서 이 만화의 결말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가끔 고장난 신호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신호등은 모두 꺼져 있다.
대체 이 신호등들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결말여부와 상관없이 맥이 빠진다.
화도 난다. 무력감도 느낀다.
겪어 보지 못한 공포와 두려움인데도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려서
피하고만 싶어진다.
참...못났다..

[구고신:
경찰, 소방관뿐 아니라 독일이나 스웨덴 이런 데는
군인 노조도 있어요. 군대에 노조 있어봐. 군납 비리,
성추행, 의문사 이런 거 쉽게 되겠어요?
우리나라가 산재율은 최전데 산재 사망률은 최고야.
노조 없으면 죽기 전까지는 신고도 못한다는..

이수인:
저기..프랑스 사회는 노조에 우호적인 것 같은데..
저희 회사는 프랑스 회사고 점장도 프랑스인인데
왜 노조를 거부하는 걸까요?

구고신: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여기서는 법을 어겨도 처벌 안 받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이득을 보는데
어느 성인군자가 굳이 안 지켜도 될 법을 지켜가며
손해를 보겠소?
사람은 대부분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되는 거요. 노동운동 10년 해도 사장 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게 인간이란 말이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하....할 말을 잃는다.

노무사가 협회차원에서 수능 끝난 고3 학생들에게
노동법과 관련한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해도
교장이 반대하는 나라.

알바몬이 최저임금을 제시하는 광고를 내자,
편의점 사장들이 카페를 만들어 알바몬에 공고를
내지말자고 공공연하게 뜻을 모으는 나라.

대한민국의 민낯이 이러하기 때문에.

단순히 회피냐 공격이냐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모른체 하지는 말아야겠다!
정확히 현실이 어떠한지는 알아야겠다! 라고
다짐하게 만든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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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08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티비로 보다가 그 대사들이 좋아서 책을 구입하게 되었어요 ㅎ 무엇보다 신랑이 더 관심있어한다는게 참 좋은거 같아요. 아직 3권까지 읽지 못했지만 어떤 결말로 치닫을지 걱정과 기대로 읽을까합니다 ㅋㅂㅋ

달팽이개미 2015-11-08 10:19   좋아요 0 | URL
저도 결말을 무척이나 궁금해하며 읽었어요~티비로 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ㅎ 걱정과 기대! 저도 딱 그 마음요~!!

살리미 2015-11-08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만화때문에 작가 최규석 홀릭이 되었어요^^ 드라마도 가끔 보는데 원작에 상당히 충실한 듯 하더라고요.

달팽이개미 2015-11-08 13:57   좋아요 0 | URL
최규석님 만화는 읽으면서 아픈 진실을 마주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더 좋은 작품 많이 그려주셨으면 좋겠어요 ^ ^ 이 드라마가 미생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