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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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 표현하기
보다는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해 보여주는 작품들을 통해
세계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책 날개에 적혀있는 소개글부터 매력돋는다.
에세이집을 다 읽고나서 더 좋아졌지만. ^ ^

가능하면 영화에서도 슬픔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 표현해보고 싶다. 문장에서의 `행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보는 이들이 상상력으로 빈 곳을
채우는 식의 영화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고
있다. p19


`천지유정(만물에 사랑이 깃들어 있다)`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인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자주
색종이에 썼던 말인데, 나도 그와 생각을 같이하며,
그와 같은 생각이라는 데 감동한다. 내가 작품을 낳는 것이
아니다. 작품도 감정도 일단은 세계에 내재되어 있고,
나는 그것을 주워모아 손바닥에 올린 뒤 ˝자, 이것 봐˝하며
보여줄 뿐이다.p25

이 두 부분을 읽고 왠지모를 호감지수 상승 ㅎㅎ

영화는 두 편을 보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을 잇는 것이
피인지, 함께 보낸 시간인지를 묻는다. 영화촬영으로 한달
반만에 귀가 후 다음날 나오는데 딸 아이가 ˝또 와!˝라고
배웅하는 소리를 듣고 일상적인 고민을 더욱 극적이고
아프게 해보자는 생각에서 영화를 만들어 보게 됐다고 한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들이 6살이 되었을 무렵 출생시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었음을 알게 된다. 양쪽 합의하에
아들을 서로 바꾸게 되지만...

내용으로만 보면 오열과 눈물 한가득이 예상되지만 그렇지가
않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6년간 기른 아들을 보내놓고
결국엔 보고싶어서 찾아가 아들에게 그동안의 소소한 일들을
사과하는 장면이었다. 아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잰걸음으
로 무작정 앞으로만 앞으로만 걷고 아빠 역시 종종걸음으로
그 옆을 나란히 쫓으며 연신 ˝미안해˝라며 사과한다. 그리고
는 그 길 끝에서 아무 말없이 부자는 서로를 꼬옥 끌어안는
다. 그 누구도 울지 않았지만 그 장면을 보던 나는 펑펑 울고
말았다.

감독님의 행간의 미학에 빠져 ˝미안해˝를 외치던 아빠의
마음을 나만의 상상력으로 채우며 슬픔에 복받쳤던 것이다.
ㅠㅠ 이런 영화가 좋다. `이래도 울지 않을거야?`라며
울음을 강요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마음이 담기지가 않는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인지상정으로 결국엔 눈물이 흐르지만,
그 눈물이 마음 깊은 곳을 씻어내리지는 못할 때가 많기 때문
이다.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지금 세 살인 딸이
열 살이 되었을 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세계는 풍요롭고, 일상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며, 생명은
그 자체로 `기적`인 거야, 그렇게 딸에게 말을 걸듯
만들었습니다. p29

이 영화는 부부의 이혼으로 따로 떨어져 사는 형제모습을
담고 있다.(형은 엄마와 동생은 아빠와말이다.)보고나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져 왔던 건 아마도 이 영화에 담고 싶었던
감독의 메세지가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껴서 읽고 있는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다음 달에
영화로 개봉한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된다. 내가 꼽았던
명장면 명대사가 고레에다 히로키즈라는 사람의 세계를 거쳐
어떻게 재창조되었을지..ㅎㅎ 게다가 <호타루의 빛>에서
사랑스러운 건어물녀로 활약한 아야세 하루카가 사치역을
맡았다고 하니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무척이나 궁금하다.ㅎ
더욱 달뜬 마음으로 기다리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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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15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본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리뷰 한번 써볼까봐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 감독의 책도 나중에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달팽이개미님, 편안한 주말 되세요

달팽이개미 2015-11-15 18:1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의 리뷰 기다릴게요 ^^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해피북 2015-11-2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흉~~또 보고싶은 영화가 늘어났어요 ㅎㅎ 이렇게 가슴 훈훈한 이야기의 영화라니 올 겨울엔 담요 한장과 커피 한잔 놓고서 천천히 감상해야겠어요^~^

달팽이개미 2015-11-20 20:58   좋아요 0 | URL
담요 한장과 커피, 그리고 훈훈한 영화..아...상상만으로도 행복해져요^^ 그 여유와 행복 ㅎㅎㅎ 행복한 불금 보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