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비겁하고 무력해보이는 껍데기를 잡고,
흔들고 압박하면,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발이 절벽일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걸음 내딛고 마는
송곳같은 인간이.]

제목의 의미를 알았다.
나는 송곳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음도 함께.

지독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만화이다.
예리하고 날카롭게 불편해진다. 양심이.
부러 눈감고 불편하다 마주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란
말이오]

무지함은 알고 있었지만 착각도 대단한 착각까지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던 장면.

[저도 아직 노조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저보다는 여러분들께
여러분들 보다는
반달치 월급 때문에 탈퇴한 사람들에게
탈퇴자보다는 가입할 용기조차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가입 자격도 불확실한 계약직들에게..
노조는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더 절실한 사람들에게 열려있지 않은 노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남으시면 더 고생할겁니다.
고생한 사람에 대한 보상은 없습니다.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할 것이고
실패하면 아마도 우리만 실패할 겁니다.
그러니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짐만 지세요.]

결국은 갈라놓고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게 만들어
승리여부와 상관없이 모두다 상처입게 만드는..
영화 <카트>에서도 이와 같은 수순이었다.
이쯤에서 이 만화의 결말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가끔 고장난 신호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신호등은 모두 꺼져 있다.
대체 이 신호등들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결말여부와 상관없이 맥이 빠진다.
화도 난다. 무력감도 느낀다.
겪어 보지 못한 공포와 두려움인데도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려서
피하고만 싶어진다.
참...못났다..

[구고신:
경찰, 소방관뿐 아니라 독일이나 스웨덴 이런 데는
군인 노조도 있어요. 군대에 노조 있어봐. 군납 비리,
성추행, 의문사 이런 거 쉽게 되겠어요?
우리나라가 산재율은 최전데 산재 사망률은 최고야.
노조 없으면 죽기 전까지는 신고도 못한다는..

이수인:
저기..프랑스 사회는 노조에 우호적인 것 같은데..
저희 회사는 프랑스 회사고 점장도 프랑스인인데
왜 노조를 거부하는 걸까요?

구고신: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여기서는 법을 어겨도 처벌 안 받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이득을 보는데
어느 성인군자가 굳이 안 지켜도 될 법을 지켜가며
손해를 보겠소?
사람은 대부분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되는 거요. 노동운동 10년 해도 사장 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게 인간이란 말이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하....할 말을 잃는다.

노무사가 협회차원에서 수능 끝난 고3 학생들에게
노동법과 관련한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해도
교장이 반대하는 나라.

알바몬이 최저임금을 제시하는 광고를 내자,
편의점 사장들이 카페를 만들어 알바몬에 공고를
내지말자고 공공연하게 뜻을 모으는 나라.

대한민국의 민낯이 이러하기 때문에.

단순히 회피냐 공격이냐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모른체 하지는 말아야겠다!
정확히 현실이 어떠한지는 알아야겠다! 라고
다짐하게 만든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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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08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티비로 보다가 그 대사들이 좋아서 책을 구입하게 되었어요 ㅎ 무엇보다 신랑이 더 관심있어한다는게 참 좋은거 같아요. 아직 3권까지 읽지 못했지만 어떤 결말로 치닫을지 걱정과 기대로 읽을까합니다 ㅋㅂㅋ

달팽이개미 2015-11-08 10:19   좋아요 0 | URL
저도 결말을 무척이나 궁금해하며 읽었어요~티비로 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ㅎ 걱정과 기대! 저도 딱 그 마음요~!!

살리미 2015-11-08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만화때문에 작가 최규석 홀릭이 되었어요^^ 드라마도 가끔 보는데 원작에 상당히 충실한 듯 하더라고요.

달팽이개미 2015-11-08 13:57   좋아요 0 | URL
최규석님 만화는 읽으면서 아픈 진실을 마주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더 좋은 작품 많이 그려주셨으면 좋겠어요 ^ ^ 이 드라마가 미생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