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서 새벽까지 : HD 리마스터링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외 출연 / Miramax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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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rom Dusk Till Dawn, 1996

  감독 - 로버트 로드리게즈

  출연 - 하비 키이텔, 조지 클루니, 쿠엔틴 타란티노, 줄리엣 루이스



  이 영화는 참 예측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본다면, 고민을 했으리라. 도대체 이 영화, 장르가 뭘까?


  처음에는 약간 얼빠진 강도들의 도주극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여행을 떠난 일가족의 차를 강탈했을 때는, 내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은행 강도들과 인질들의 긴장감 넘치는 심리적인 대결과 액션을 그린 로드 무비 형식의 영화. 그들이 어느 외딴 술집에 갔을 때는, '이제 중남미의 마약 밀매상까지 얽히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도로를 질주하며 마약상과 경찰이 추격전을 벌이겠지? 기대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보았다.


  그렇지만 그 예상은 시간이 지나자 완전히 깨졌다. 그들은 다른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도착한다. 외곽지역에 있는 커다란 술집으로 술도 팔고 헐벗은 여자들이 화려한 춤도 추고, 밴드가 연주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은 사실 뱀파이어들의 본거지였다. 오며가며 지나가는 트럭 운전수들을 잡아서 희생양으로 삼는 그런 곳이었다. 이후 영화는 뱀파이어들과 사투를 벌이는 은행 강도와 인질 가족들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성 댄서들의 몸매가 참 멋졌다. 남자들이 보면 착하다고 하겠지만, 여자인 내가 볼 때는 질투가 나는 나쁜 몸매다. 그 중에서 특히 셀마 헤이엑이 커다란 뱀을 가지고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진짜 살아있는 뱀인 것 같은데, 꾹 참고 연기하는 그녀가 참 대단했다. 보면서 ‘와, 대단해! 예쁘다!’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다만, 그녀가 뱀파이어 모습을 보였을 때는…….


  다른 뱀파이어 영화들은 변신해도 송곳니가 길어지고 눈 색깔만 변할 뿐 잘생긴 외모 그대로 나오는데, 이 영화는 그게 아니었다. 아주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하아, 어째서! 왜! 절규가 자연스레 튀어나올 정도였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완전 약빤 상또라이 캐릭터였고, 조지 클루니는 그런 동생을 챙기면서 어딘지 모르게 지쳤지만 유쾌하게 세상을 살아가려는 역으로 보였다. 물론 둘 다 남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자기 둘만 소중할 뿐이지.


  뱀파이어들과 싸우면서부터 영화는 무차별 살인극을 보여준다. 후반 40여분 동안 코믹하지만 피가 낭자하고 살점이 튀고 아주 난리다. 잘린 목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잘린 팔다리가 굴러다닌다. 게다가 악단이 연주하던 악기는 사실 사람의 시체를 이어서 만든 것이었다. 뱀파이어들이 죽어가는 모습도 마냥 보기 좋지만은 않았다. 말뚝을 박거나 성수 내지는 십자가로 죽이는데, 불타거나 녹아내리는 장면이 음…….


  술집의 뱀파이어들을 다 처리했기에 끝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2차전 시작이다. 얼마나 끝없이 뱀파이어들과 죽고 죽이며 싸우는지, 나중에는 보면서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것을 상상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술집이 사실 고대 건축물의 일부였다는 것과 그 크기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지구상 어딘가에 그 술집과 비슷한 곳이 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중남미, 특히 멕시코라면 아즈텍 문명이 번성했던 곳이다. 그런데 그 신전으로 보이는 건축물에 사는 존재가 뱀파이어다? 뭔가 뒷맛이 영 좋지 않았다. 그 아즈텍 문명이 사라진 원인에 가톨릭을 믿는 유럽 국가도 한 몫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이 없었다면, 더 유쾌하게 웃으면서 끝날 수 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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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우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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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Is Easy, 1939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난 지금까지 이 책과 '움직이는 손가락 The Moving Finger, 1942'을 혼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에 '움직이는 손가락'을 읽었을 때, '그럼 내가 읽었던 그 내용은 어디에 있는 거지?'라고 의아해했었다. '크리스티의 작품이 맞는데, 다른 제목이었나?' 이러면서 '언젠가 다 읽다보면 나오겠지'라고 내버려뒀었다. 그게 바로 이 책이었다.


  이번 작품은 포와로도, 미스 마플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배틀 총경의 친구라는 룩 피츠윌리엄이 나온다. 배틀 총경은 '0시를 향하여 Towards Zero, 1944'에서 나왔다. 해문출판사에서는 ‘0시를 향하여’가 이 책보다 먼저 나왔지만, 출판연도를 보면 더 뒤다. 출판연도대로 책을 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또 들지만, 이미 나왔으니 할 수 없는 일이다.


  동양에서 경찰을 하다가 귀국한 룩. 우연히 기차에서 한 노부인의 얘기를 듣게 된다. 그 누구도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살인범이라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범인이며, 조만간 또 누군가를 죽일 것이라고 노부인은 얘기한다. 게다가 그녀는 이런 말까지 남긴다. '살인은 아주 쉬운 거랍니다.'


  노부인의 망상이라 생각했던 룩은 며칠 후, 그녀가 의문의 뺑소니 사건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녀가 다음 차례라고 예고했던 의사마저 죽었다는 기사를 읽자, 그 마을로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그는 미심쩍은 살인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되는데…….


  ‘움직이는 손가락’처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 사건에 뛰어들고, 그 와중에 한 여인을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아마 내가 두 작품을 헷갈렸나보다. 역시 크리스티의 작품답게 이번에도 로맨스가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난 첫눈에 반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괜찮다'라는 감정까지는 느껴보았던 거 같지만, '이 사람이 내 운명이야, 결혼해야지!'라는 단계까지는 가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사람을 한두 번 보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래서 이 책에서 룩이 브리짓에게 뜬금없이 청혼하는 대목에서는 '이건 뭐지?'라는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안지 얼마나 되었다고, 약혼자가 있는 여자에게 자신과 결혼하자고 말 할 수 있는지, 그와는 어울리지 않고, 나와 더 잘 어울린다고 대놓고 말하다니. 뻔뻔했다, 룩은. 하긴 그러니까 아무런 연고도 없는 마을에 가서,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설치고 다니는 거겠지. 좋게 말하면 행동력 있고 호기심 많고 남을 생각하는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위주인 남자다.


  하지만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사람에게는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남들은 '겨우 그거 갖고?'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사람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르고, 타인의 반응이나 말을 받아들이는 게 다른 법이다. 그래서 그 부분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상대를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건 나쁘지만, 그 부서진 마음에는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아니 잠깐, 로맨스는 이해가 안가고 범죄자의 심리가 납득되다니! 난 도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거지? 이건 뭐지? 나 자신에 대해 천천히 연구를 좀 해봐야겠다.


   하여간 룩은 사건을 해결한답시고 온 마을을 들쑤시고 다닌다. 그런데 음, 어설펐다. 노부인들보다 못한 추리력을 가졌지만, 그래도 용케 해결은 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결론을 내리자면, 룩은 다시는 사건 수사를 맡지 않는 게 좋겠다. 도대체 동양에서 경찰 일을 어떻게 했는지 의아한 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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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브 (1disc)
브루스 헌트 감독, 콜 하우저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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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ave, 2005

  감독 - 브루스 헌트

  출연 - 콜 하우저, 에디 시브리언, 모리스 체스트넛, 레나 헤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난 이 영화를 '디센트 The Descent, 2005'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두 영화 다 동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30년 전, 루마니아의 깊은 산 속에 있는 어느 건물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도착한다. 건물 아래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려던 그들은, 입구를 내기 위해 폭탄을 사용한다. 하지만 아뿔싸! 산까지 같이 무너진다.


  그리고 현재. 지금까지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동굴이 발견되며, 탐사대가 만들어진다. 여러 분야에서 나름 실력이 있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선발된다. 새로운 식물이나 동물 종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미지의 곳을 탐사한다는 흥분으로 들떠서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그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인간에게 속살을 보여주는 미지의 동굴뿐만이 아니었다. 동굴에 갇혀 분열되기 시작한 탐사대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의 습격은 계속되고…….


  수도원이 동굴을 막고 있다고 했을 때, 템플 기사단과 날개 달린 악마와의 싸움이 그려진 벽화를 보았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예상을 했어야 한다. 조상님들이 아무 이유 없는 일을 할 리가 없으니까.


  동굴 안의 여러 가지 모습들은 멋졌다. 커다란 종유석들이 늘어선 광장 같은 곳은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미지의 동굴이다 보니까 신비한 생명체들이 많이 나왔다. 흰 조류(새가 아니다)는 물론이고, 신종 기생충에 투명 전갈 등등, 동굴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100% 다 진짜 존재하는 건 아닐 것이다.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힌트를 여기저기에 깔아놓았다. 문신이나 기생충의 움직임 같은 것들. 그래서 주의 깊게 보면, 괴물의 정체가 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왜 괴물이 생겨났는지 상상하고 추측하게 되고, 이번 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대충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복선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서 그럴지 모르지만, 영화 진행이 느리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연구원이 자세한 증거도 없이 '이러이러할 것이다'가 아닌 '이렇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것도 좀 황당했다. 내가 예측한 것과 비슷하고 그게 맞는 말이긴 하지만, 명색이 연구원이라는 사람이 100% 확실하지 않은 걸 단정하는 것이 어설펐다.


  덧붙이자면, 여성 탐사대원의 성격도 마음에 안 들었다. 혼자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위험에 빠진다. 나름 괴물과 싸우긴 하지만, 너무 자신의 암벽 등반 실력을 믿었던 게 아닐까 싶다. 잘 모르는 낯선 곳에서는 혼자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걸 배우지 않았나? 덕분에 괴물에 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알게 되었지만…….


  결말은 2편이 나올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끝이 난다. 나오면 배경은 더 이상 동굴이 아니겠지만, 도심에서 벌어지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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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속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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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in Retrospect, 1943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상한 일이다. 이 책, 그러니까 해문 출판사에서 나온 'Agatha Christie Myster에서는 제목이 '회상 속의 살인'이고, 영제는' Murder in Retrospect'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제목은 '다섯 마리 아기 돼지'이고, 영제는 'Five Little Pigs'라고 적혀있다. 그렇다고 크리스티가 한 개의 이야기를 두 개의 제목으로 책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고……. 어찌되었던 난 해문 출판사 버전으로 읽고 있으니, 제목은 '회상 속의 살인'이고, 영제는' Murder in Retrospect'라고 하겠다.


  포와로에게 한 아가씨가 찾아온다. 결혼을 약속한 애인을 둔 그녀는 포와로에게 16년 전의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에 병사한 어머니의 결백을 밝혀달라는 의뢰였다. 그녀가 어머니를 무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죽기 전에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결백을 주장하는 편지 한 장이다.


  에이미어스 칼라일. 천재 화가였지만, 여자관계가 문란하기로 유명했다. 모델을 섰던 여자들과 사랑에 빠지지만, 작품 활동이 끝나면 가차 없이 그녀들과 관계를 끊어왔다. 그런데 죽기 직전까지 함께 했던 모델 엘사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캐롤라인과 이혼을 하고, 그녀와 결혼까지 할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것을 참지 못한 부인이 그를 독살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포와로는 사건 관계자, 그 가족과 가까웠던 친구들, 캐롤라인의 동생, 그리고 모델이었던 엘사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사건에 대해 기억나는 대로 기록해주길 부탁한다. 그리고 마침내 16년 전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는데…….


  미국 드라마 중에 '콜드 케이스 Cold Case'라는 것이 있다. 미해결 처리된 과거 사건을 재수사하는 내용인데, 그 드라마를 보면서 '와, 사람들 기억력 대박! 머리 짱 좋아!'라고 감탄을 했었다. 사실 내용보다는 주인공인 릴리 형사 때문에 보았다. 하아, 그녀의 그 상큼한 미소라니!




  이 소설도 그러했다. 16년 전에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세세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의 기억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 일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잘 알 수 있다. 그 정도로 중요했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이고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말이겠지.


  그런데 음, 난 그렇게 명확하게 떠오르는 과거 기억이 없다. 아니, 과거를 기억 못한다는 게 아니라 그들처럼 누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다고 기억나는 일이 없다는 말이다. 그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 없었다는 걸까? 아니면 기억해봐야지라고 노력했던 일이 정작 별로였다는 걸까? 하긴 그러고 보니 애인님에게 사귀자고 고백했을 때의 일은 정확히는 아니지만 얼추 기억이 나긴 한다. 아, 내가 바보는 아니구나.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던 건, 관련자들이 말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누구는 캐롤라인을 멋진 여성으로, 또 누구는 악녀로 표현했다. 그리고 다른 이는 칼라일을 좋게 보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를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아마 사람마다 느끼는 개인적인 호불호라든지 입장 등등이 사실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한 모양이다.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개인적인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무엇보다 그 와중에 진실을 파헤친 포와로에게는 '대박! 짱!'이라는 감탄사를 보낸다. 칭찬에 넘어가서 사건을 맡은 건 좀 재미있었지만. 음, 생각해보니 그는 젊은 여성의 칭찬에 약하다. 그러면서 매번 헤이스팅즈에게 붉은 기가 도는 금발에 약하다고 뭐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칼라일이 나쁜 놈이다. 모델과 사랑을 나누어야만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그래서 모델이 그와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놓고 그림이 완성되면 뻥 차버리다니! 나중에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지만, 남편이 매번 다른 여자와 노닥거리는 걸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아내의 심정은 어떨지. 칼라일은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하다는 건 아니지만…….


  살아남은 어린 딸, 그러니까 포와로에게 사건을 의뢰한 아가씨만 불쌍한 이야기였다. 부모도 그렇고 주위 친척들도 그렇고 도대체 왜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은 걸까? 가장 보호받아야 할 어린 아이였는데 말이다. 사람들이 참……. 뒷맛이 씁쓸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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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크우드
데이빗 키팅 감독, 에바 버시스틀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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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Wake Wood, 2011

  감독 - 데이빗 키팅

  출연 - 에이단 질렌, 에바 버시스틀, 엘라 코놀리, 티모시 스폴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하지만 그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까? 이 영화는 잃고 싶지 않은 존재와 이별을 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약에 죽은 그 사람을 단 3일만이라도 살려낼 수 있다면?'


  어린 딸 앨리스를 불의의 사고로 잃은 패트릭과 루이스 부부. 두 사람은 딸의 추억이 어린 곳을 떠나 '웨이크 우드'라는 마을에 정착한다. 그런데 어느 날, 부부는 마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한다. 바로 사람들이 모여 죽은 사람을 소생시키는 의식을 열고 있는 것이다. 부부는 딸인 앨리스를 다시 살려내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들에게 요구된 것은 평생 마을에서 살며, 수의사로 봉사하라는 것이었다. 패트릭의 직업이 바로 수의사였다. 두 사람은 동의한다.


  드디어 의식을 마치자, 죽었던 딸이 온전히 돌아온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앨리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다. 그들은 문제를 애써 외면하며, 딸과의 행복한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그러나 앨리스의 이상 행동은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데…….


  죽은 자를 되살린다는 내용은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 Pet Sematary'가 떠올렸다. 그 소설은 죽은 애완동물을 땅에 묻으면 되살아 나오는데,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그러고 보니 팀 버튼 감독의 '프랑켄위니 Frankenweenie, 2012'도 죽은 동물을 되살리는 내용이다. 그 영화에서는 전기 충격을 가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죽은 자를 되살리는 과정은 독특했다. 되살리고 싶은 사람의 신체 일부와 여러 가지 물품을 준비하고,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신선한 시체를 태우며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되살아난 사람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 부분은 마치 영화 '프로테우스4 Demon seed, 1977'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켰다.


  누군가를 살리고 싶으면, 반드시 죽은 사람의 몸이 필요하다는 설정이 으스스했다. 그 죽은 사람의 가족도 그 사람을 되살리고 싶을 텐데 말이다. 누군가 뭔가를 원하면 그 때문에 희생하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 같았다.


  이 영화에서는 죽은 사람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으로 단 3일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경황이 없었을 테니, 그 시간 동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후회 없는 이별을 하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패트릭과 루이스 부부는 딸을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3일 후에 헤어짐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아이와의 행복한 순간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끔찍한 살육이 시작되었다. 에휴, 마을 사람들은 무슨 죄인지…….


  마지막 장면에서는 '헐'하고 놀라고 말았다. 남편 참 독한 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차하면 2편이 나올 수도 있을 결말이었다.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죽은 자도 되살리는 마당에 뭐…….


  영화는 약속을 잘 지키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과 한 약속이건 남과 한 약속이건, 지키겠다고 맹세한 것은 꼭 지켜야한다고. 그리고 만남과 이별에 대해서 너무 집착하지 말고, 언제나 후회 없는 선택을 하라고도 넌지시 일깨워주고 있다.


  그나저나 어린아이에게 그런 연기를 시켜도 될 지 의문이 드는 장면이 몇 개 나왔다. 진짜로 애한테 그런 걸 시켰을까? 아니겠지. 따로 찍어서 편집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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