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전 ㅣ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5
듀나 지음 / 알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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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듀나

 

 

 

  SF와 뱀파이어, 그리고 조선 시대라는 조합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책이다. 물론 일곱 개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이기에 다른 이야기들은 각각의 조합이 달랐다. 하지만 그 다른 조합들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기본 배경은 현재가 아닌 미래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각자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구부전』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인 에피소드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선비 집안의 열아홉 먹은 막내며느리가 화자이다. 병에 걸렸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며칠 후,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시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온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밤에만 활동하고 사람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가 된 것이다. 가족은 물론 식솔들까지 하나둘씩 뱀파이어가 되지만, 막내며느리와 둘째 아들의 쌍둥이만이 살아남았다. 쌍둥이를 인질로 잡힌 막내며느리는, 먹이를 구해오라는 시아버지의 명령으로 마을 사람들을 하나둘씩 꾀어내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차분한 어조로 사건의 개요를 얘기하는 막내며느리의 태도에서, 어떻게 보면 냉소적이면서 한 걸음 떨어져 관조하는 자세까지 느껴졌다. 99칸 대저택의 부자이자 명망 있는 유학자 가문에서,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존재였던 그녀였다. 그랬기에 시댁의 몰락 아닌 몰락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일까? 마지막 그녀의 결정과 행동에 박수를 보냈고, 상당히 통쾌했다.

 

 

  『추억충』은 외계 바이러스가 지구에 퍼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추억충’이라는 이름의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감정을 옮기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다행히 치료약이 개발되었지만, 그동안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끼는 일을 겪어야 한다. ‘윤정’은 어느 날, 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처방을 받는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감정과 관심은 같은 모임에 있는 사람에게 쏠리는데…….

 

  내 감정과 기억이 내 것이 아니라, 타인의 것이 섞인 것이라면? 그건 어쩌면 상당히 기분 나빠지는 경험일 것이다. 게다가 또 다른 누군가는 내 감정과 기억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상상만으로 끔찍한 일이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로 나왔지만, 분노나 살기 같은 게 공유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무섭다.

 

 

  『왕의 넋』은 대체 역사물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교황청은 신성 과학이라는 학문을 발전시켜, 종교적으로나 정치 사회적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한편 혁명이 일어난 조선에서는 왕을 죽이고, 새로운 정부 조직이 들어서는데…….

 

  이 이야기는 첫 문장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문을 여니 교황청에서 보낸 정원사 두 명이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아, 물론 이 정원사가 우리가 생각하는 잔디와 화초를 가꿔주는 그런 정원사는 아니었다. 교황청의 정원사 이야기가 시리즈로 나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소재였다.

 

 

  『가말록의 탈출』은 인간들의 유희 대상이 된 한 외계 종족의 이야기다. 둥근 물체를 보면 본능적으로 쫓는 이들의 습성을 이용해, 인간들은 ‘가녹’이라는 게임을 만들어낸다. 외계 행성에서 먼저 인기를 끌다가 지구에서 첫선을 보이는 날, 예상치도 않은 폭탄 테러가 일어나는데…….

 

  다 읽고 나니, 어쩐지 마음이 아파지는 이야기였다. 어떤 존재의 본능을 이용해 자기들의 유희 거리로 삼은 인간이 참 무서웠고, 본능대로 움직이다가 결국 가질 수 없는 욕망을 품게 된 그 존재는 안타깝기만 했다.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는 핵전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과학을 멀리한 채, 종교가 아닌 종교를 믿으면서 현재에 충실하여 살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대기업 소속의 두 직원이 찾아오면서 문제가 생긴다. 두 사람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온갖 것들, 그러니까 그들이 멀리했던 과학과 문명에 대해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하는 한 촌장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데…….

 

  이야기를 읽으면서 요즘 중국의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는 기업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차이나머니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의 신념이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과잉대응을 하거나 부당함을 외면하는 그들의 행태가 연상되었다. 그러니까 다른 이들의 문화나 전통이 망가지건 말건, 팔아먹기만 된다는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겨자씨』는 인간과 로봇이 사라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내용이다. 얼핏 보면 친환경적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에는 누구도 깨닫지 못한 어두움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와, 멋진 프로젝트구나! 좋은 사람들이야!’라며 훈훈함을 느끼면서 책을 읽었다. 그러나 결말을 보는 순간, ‘안 돼!’를 외치고 말았다. 왜 그런지는 스포일러가 되니까 패스하겠다. 하여간 난 그들의 그런 결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안개와 더러운 공기 속에서』는 마법과 기사가 있는 판타지와 과학 그리고 꿈이 마구 뒤섞인 묘한 분위기의 이야기다.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잠자는 여왕을 깨우기 위한 군대가 파견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거기에는 마법사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는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불행이고, 누가 ‘호접지몽 胡蝶之夢’에 빠져있는지 모르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설정은 매력적인데, 어쩐지 나에게는 다른 이야기들에 비교해서 그냥 그렇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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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Florence Pugh - Midsommar (미드소마)(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Florence Pugh / LIONSGATE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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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idsommar, 2019

  감독 - 아리 에스터

  출연 -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윌 폴터, 윌리엄 잭슨 하퍼

 

 

 

 

  평소에 우울증 증세가 있는 ‘대니’에게 견디기 힘든 시련이 닥쳤다. 동생의 자살과 부모님의 사고사가 겹친 것이다.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뿐이지만, 이제 그도 서서히 지쳐갔다. 오래전부터 대니와의 이별을 결심하고 있지만, 부모를 잃은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를 그냥 둘 수 없어 차일피일 미루는 중이었다. 크리스티안과 그의 친구 ‘마크’와 ‘조쉬’는 스웨덴 출신인 ‘펠레’의 권유로, 하지 축제를 연구하러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리고 대니까지 가세해, 일행은 약간은 불편한 분위기로 길을 떠난다. 그들은 화창한 날씨와 신비한 음악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축제를 기다린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는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데…….

 

  전작인 ‘유전 Hereditary, 2018’도 그러했지만, 이 작품 역시 호러 영화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가 없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떻게 보면 가족을 잃은 한 여인이 고대 종교의식을 통해 상실했던 자아를 회복함과 동시에 자존감을 되찾고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힐링 영화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 와중에 그녀를 불편해하고 무시했으며 좋아하지 않던 과거의 인연을 말끔히 청산하는 계기도 생기고 말이다. 슬프고 괴로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을 받아주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니! 대니에게는 그야말로 낙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당하는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물론 누구는 다른 나라의 풍습이나 규범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했고, 다른 이는 그토록 바랐던 고대 문헌을 볼 기회가 있었으며, 또 다른 누구는 새로운 사람과 썸을 탔으니, 그들도 행복했지 않았을까 싶다. 딱 그때까지만은 좋았을 것이다, 아마도.

 

  영화는 상당히 길었다. 와, 인간적으로 두 시간까지는 어떻게 참아보겠는데 이 작품은 그걸 훌쩍 뛰어넘었다. 마치 내가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특이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약간 늘어진다 싶으면 의미심장한 장면이 툭 튀어나오고, 중요한 것 같은 대사가 지나갔다. 전작에서도 그러더니, 이번에는 더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감독이 그런 쪽으로 작정을 한 모양이다. 벽에 걸린 태피스트리라든지 돌에 새겨진 그림 하나 허투루 넘어갈 수가 없었다.

 

  영화는 깨끗하고 밝고 맑은 화면으로 가득했다. 하얀 옷을 입고 머리에는 화관을 두른 채 잔디 위를 뛰노는 아가씨들과 피리를 불며 행복해하는 어른들, 초록으로 가득한 숲과 푸른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까지, 그야말로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가고픈 풍경이었다. 어떻게 보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 영상으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밝고 환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소름 끼쳤다.

 

  그들만의 풍습이고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이며 지키고 보존해야 할 문화라고 하지만, 과연 그렇다고 여기고 넘어갈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막말로 자기들이 좋다는데 뭐 어쩔거냐고 할 수 있지만, 과연 그들이 좋아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세뇌를 당해서 기꺼이 해야 하고 당연히 좋아한다고 여기는 거라면 어떨까?

 

  조카 문제집에서 읽은 양 떼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수천 마리의 양들이 길을 가는데, 앞에 지나가는 사람을 피하고자 맨 앞에 가던 양이 펄쩍 뛰어올랐단다. 그리고 뒤를 이어 모든 양이, 그 사람이 집에 도착해서 잠자리에 들어서도 계속해서 펄쩍 뛰면서 지나갔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의도는 좋았지만, 이후 그걸 해야 하는 의미를 잃은 채 쓸데없이 반복되는 전통을 비꼬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감독은, 그런 잔혹하고 현대에는 의미를 잃은 그런 전통을 고수하는 집단을 보여주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문화라는 것에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그것도 미개하고 발달하지 못한 유색인 국가가 아니라, 나름 문화가 발달하고 잘 산다는 얘기를 듣는 백인 국가 하나를 통해서 더 비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밝은 곳에는 반드시 어둠이 존재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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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최효원

  출연 - 천이슬, 이윤수, 서도현, 안상은

 

 

 

 

  ‘유라’는 오늘도 고등학교 때 자살한 ‘미옥’의 꿈을 꾼다. 뭔가를 결심한 그녀는, 같은 학교에 다녔던 ‘진태’, ‘인석’, ‘성호’ 그리고 ‘혜진’을 불러낸다. 술에 취한 유라를 집에 바래다주던 중, 그들은 자동차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일행은, 자기들이 졸업한 고등학교에 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들의 눈앞에는 학교 다닐 때 자신들의 괴롭힘에 자살한 미옥이 나타나는데…….

 

  영화는 과거 그들이 유라와 미옥을 어떻게 괴롭혔고, 유라가 어떻게 미옥을 배신했으며, 미옥이 왜 자살했는지 알려준다. 그와 동시에 과거에 그들이 미옥을 괴롭힌 방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죽는 장면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그걸 보면 잘 죽었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영화는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인물 구성을 하고 있다. 예쁘고 착해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 그 아이와 어릴 때부터 친구라 옆에서 도와주다가 더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 학교 일진으로 부잣집 아이라 선생도 건드리지 못하는 아이, 그 아이의 여자친구로 잘 나가는 예쁜 날라리, 일진 짱의 부하로 여자에게 인기 없어서 아무에게나 치근덕대는 아이, 조용하고 착해 보이지만 속셈이 있는 아이라는 기본 구성을 잘 갖고 있다.

 

  또한, 극의 흐름 역시 다른 작품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한 명씩 과거의 악행을 보여주면서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고통받다가 죽어가는 흐름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었고, 그게 빗나가는 일도 없었다. 마치 내가 ‘어머, 나 예지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 좋게 말하면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여기저기서 짜깁기를 한 작품이라는 뜻이다.

 

  좋게 보면 신인 배우와 신인 감독이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왜 이걸 돈 내고 봐야 하나라는 회의가 드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조금만 더 손질해서 세련되게 만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덧붙이자면, 후반에 살짝 보여준 진태의 그림은 많이 별로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 후에 꽤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그가 고등학교 때 그린 그림은, 음……. 그 실력으로 어떻게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을 갔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설마 입시 비리……? 옥에 티가 아니라, 옥에 큰 흠집 같았다. 아니다, 좋게 보자. 진태 10년 동안 엄청나게 노력했구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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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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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29 SECONDS, 2018

  작가 - T. M. 로건

 

 

 

 

 

  시간강사인 ‘세라’는 일생일대의 위기 상황에 부닥쳐있다. 남편은 자아를 찾겠다며 다른 여자와 살고 있고, ‘해리’와 ‘그레이스’ 두 아이를 기르는 것은 그녀의 몫이었다. 또한, 얼마 남지 않은 전임강사 심사는 그녀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녀를 미치게 하는 것은, 그녀의 상사인 ‘앨런 러브록’ 교수의 갑질이었다. 평가를 좋게 해주겠다는 핑계로, 그는 계속해서 추근대고 성희롱을 일삼았다. 급기야 그는 세라를 호텔로 끌고 가려고까지 하고, 그녀가 다 해놓은 프로젝트 성과를 가로채기까지 한다. 하지만 세라는 그를 섣불리 고소할 수 없었다. 러브록은 학계는 물론이고 방송국에까지 영향력과 인맥이 뻗어있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교수이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그녀만 매장당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라는 납치를 당할뻔한 한 소녀를 구해준다. 소녀의 아버지인 ‘볼코프’는 감사의 표시로, 그녀가 원하는 사람을 하나 제거해주겠노라 제안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을 덮었다 펴길 반복했다. 개 같은, 아니 개만도 못한 러브록의 추근거림을 차마 계속 볼 수 없었고, 갈수록 악화하는 세라의 상황에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배나 제자에게 성희롱에 갑질을 일삼는 놈의 이름이 ‘러브’록이라니! 내가 아는 사랑이랑 개념이 다르거나, 이 세상의 사랑이 다 죽어버렸나 보다. 이름부터 마음에 안 드는 놈이다, 저 교수라는 XX는.

 

  볼코프의 제안에 세라가 갈등하는 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 같으면 신이 나서 러브록 이름을 곧장 댔을 텐데, 그녀는 며칠을 고민한다. 아, 내가 너무 비양심적이고 비인간적인 걸까? 아니면 뒷생각 안 하고 마구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라서 그런 걸까? 하여간 세라가 갈등하는 가운데 러브록의 갑질 횡포의 성희롱은 도를 넘어서고, 그걸 읽는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Me Too movement’이 세차게 일어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운동이라고 해서 스포츠를 뜻하는 운동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The #MeToo Campaign’으로 표기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여간 저 폭로 중에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이나 성희롱에 관한 폭로도 꽤 많았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결과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처벌을 받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시간이 너무 흘러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기도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을 고발한 피해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한국의 명예훼손에는 사실을 말해도 처벌을 받는,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 있다.

 

  이 책에서도 러브록을 고소하려고 했던 피해자가 있었다. ‘질리언 아널드’라는 사람인데, 러브록에게 도리어 역습을 당했다. 그는 대학의 학장과 인사과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권력을 가졌기에, 그녀는 그들에 의해 성격이상자에 꽃뱀으로 몰려서 학계를 완전히 떠나야 했다. 그걸 알기에 세라는 러브록의 행동을 외부에 알릴 수가 없었다. 두 아이를 길러야 하고, 학계에서 쫓겨나기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아깝기 때문이다. 거기다 동료들은 뻔히 알면서도 그녀를 위해 나서주지 않았다. 세라가 승진에서 떨어지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사표를 내면 되지 않아?’라고 물을 수도 있다. 책에서 세라는 계속해서 거절 의사를 밝히지만, 러브록은 그게 튕기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게 매력이라 더 좋아한다. 아, 진짜 왜 여자가 싫다고 말하는 게 좋아함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사람을 대하는 자세, 특히 이성을 대하는 태도를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다. 사표에 관한 내용은 위에서 언급했으니 또 얘기하지는 않겠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면 러브록의 횡포에 부글부글 끓어서인지, 페이지를 마구 넘기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어떤 비참함이 세라를 기다릴지 보기는 싫은데, 또 어떻게 갚아줄지가 기대가 되는 그런 책이었다.

 

  아, 진짜 러브록 같은 새끼는 이 세상에서 싹 사라져버렸으면 한다. ‘데스노트’나 요정 ‘지니’가 있는 램프가 절실하게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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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Gabrielle Haugh - Midnight Man (미드나잇 맨)(한글무자막)(Blu-ray)
Various Artists / Shout Factory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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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idnight Man, 2016

  감독 - 트레비스 자리니

  출연 - 가브리엘 하우, 린 샤예, 로버트 잉글런드, 그레이슨 가브리엘

 

 

 

  깊은 밤, 미지의 존재를 불러내는 게임을 하던 세 아이가 있다. 게임에 진 두 아이는 목숨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소녀는 절규한다. 시간이 흘러 그 소녀는 치매를 앓는 노인이 되었고, 손녀인 ‘알렉스’가 할머니를 돌보고 있었다. 할머니의 심부름으로 다락방의 물건을 뒤지던 알렉스는, 오래된 상자를 하나 발견한다. 게임을 하는 도구라는 걸 알아차린 알렉스는 남자친구인 ‘마일스’와 함께 해보기로 한다. 그 순간, 할머니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알렉스는 기이한 환각을 보는데…….

 

  언제나 주장하는 말이지만, 아이들에게 추리호러스릴러SF 작품을 의무적으로 읽혀야 한다고 다시 한번 확신이 든 영화였다. 오래된 게임 상자, 미심쩍은 규칙들, 예를 들면 ‘종이에 피를 흘려라’ 나 ‘양초에 불이 꺼지면 10초 안에 켜라’라든지 ‘소금으로 된 원 밖으로 나가지 말라’ 같이 척 보기에도 이상한 것들이 적혀있으면 피하는 게 정상 아닌가? 얘들이 원래 이런 걸 좋아한다는 설정이었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게임을 하기 전에 기대한다거나 즐거워하는 게 아닌, 억지로 누가 시켜서 하는 것 같이 지루하고 짜증 내는 표정이었다. 음, 이건 배우들의 연기력 문제인 걸까?

 

  하여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게임을 해서인지, 아이들이 그리 의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특히 알렉스는 자기가 친구들을 끌어들여놓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마일스는 여친을 잘 둔 덕에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방법을 강구하고, 왜 친구 집에 밤늦게 놀러 왔는지 모르는 ‘켈리’는 미드나잇 맨에 얽힌 괴담을 설명하고 위기에 처한다. 다른 작품들이었다면, 주인공이 검색이나 조사해서 알아내는 내용을 여기서는 켈리의 입을 빌려 끝낸다. 주인공은 그냥 두 친구가 알아내고 읽어본 걸 듣기만 한다. 이런 걸 개꿀보직이라고 하던가?

 

  그래서 영화는 엄청 엄청 아주 많이 대단히 지루했다.

 

  할머니 역을 맡은 ‘린 사예’, 누구인지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영화 ‘인시디어스 nsidious’ 시리즈의 영매 할머니이다. 그 배우의 열연이 아니었다면, 영화는 별 하나도 못 받았을 것이다. 진짜 이 영화에 별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린 사예의 소름 끼치는 연기였다. 그 외에는 별로 볼 것도 없고, 내용도 없고, 공포도 없고, 복선도 없는 그런 영화였다.

 

  ‘슬랜더 맨’과 ‘더 바이 바이 맨’ 그리고 ‘더 미드나잇 맨’까지 세 명의 남자를 만나봤는데, 다 별로였다. 쳇, 요즘 괜찮은 남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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