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독 - 최효원
출연 - 천이슬, 이윤수, 서도현, 안상은
‘유라’는 오늘도 고등학교 때 자살한 ‘미옥’의 꿈을 꾼다. 뭔가를 결심한 그녀는, 같은 학교에 다녔던 ‘진태’, ‘인석’, ‘성호’ 그리고 ‘혜진’을 불러낸다. 술에 취한 유라를 집에 바래다주던 중, 그들은 자동차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일행은, 자기들이 졸업한 고등학교에 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들의 눈앞에는 학교 다닐 때 자신들의 괴롭힘에 자살한 미옥이 나타나는데…….
영화는 과거 그들이 유라와 미옥을 어떻게 괴롭혔고, 유라가 어떻게 미옥을 배신했으며, 미옥이 왜 자살했는지 알려준다. 그와 동시에 과거에 그들이 미옥을 괴롭힌 방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죽는 장면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그걸 보면 잘 죽었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영화는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인물 구성을 하고 있다. 예쁘고 착해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 그 아이와 어릴 때부터 친구라 옆에서 도와주다가 더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 학교 일진으로 부잣집 아이라 선생도 건드리지 못하는 아이, 그 아이의 여자친구로 잘 나가는 예쁜 날라리, 일진 짱의 부하로 여자에게 인기 없어서 아무에게나 치근덕대는 아이, 조용하고 착해 보이지만 속셈이 있는 아이라는 기본 구성을 잘 갖고 있다.
또한, 극의 흐름 역시 다른 작품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한 명씩 과거의 악행을 보여주면서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고통받다가 죽어가는 흐름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었고, 그게 빗나가는 일도 없었다. 마치 내가 ‘어머, 나 예지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 좋게 말하면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여기저기서 짜깁기를 한 작품이라는 뜻이다.
좋게 보면 신인 배우와 신인 감독이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왜 이걸 돈 내고 봐야 하나라는 회의가 드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조금만 더 손질해서 세련되게 만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덧붙이자면, 후반에 살짝 보여준 진태의 그림은 많이 별로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 후에 꽤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그가 고등학교 때 그린 그림은, 음……. 그 실력으로 어떻게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을 갔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설마 입시 비리……? 옥에 티가 아니라, 옥에 큰 흠집 같았다. 아니다, 좋게 보자. 진태 10년 동안 엄청나게 노력했구나,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