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Midnight Man, 2016
감독 - 트레비스 자리니
출연 - 가브리엘 하우, 린 샤예, 로버트 잉글런드, 그레이슨 가브리엘
깊은 밤, 미지의 존재를 불러내는 게임을 하던 세 아이가 있다. 게임에 진 두 아이는 목숨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소녀는 절규한다. 시간이 흘러 그 소녀는 치매를 앓는 노인이 되었고, 손녀인 ‘알렉스’가 할머니를 돌보고 있었다. 할머니의 심부름으로 다락방의 물건을 뒤지던 알렉스는, 오래된 상자를 하나 발견한다. 게임을 하는 도구라는 걸 알아차린 알렉스는 남자친구인 ‘마일스’와 함께 해보기로 한다. 그 순간, 할머니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알렉스는 기이한 환각을 보는데…….
언제나 주장하는 말이지만, 아이들에게 추리호러스릴러SF 작품을 의무적으로 읽혀야 한다고 다시 한번 확신이 든 영화였다. 오래된 게임 상자, 미심쩍은 규칙들, 예를 들면 ‘종이에 피를 흘려라’ 나 ‘양초에 불이 꺼지면 10초 안에 켜라’라든지 ‘소금으로 된 원 밖으로 나가지 말라’ 같이 척 보기에도 이상한 것들이 적혀있으면 피하는 게 정상 아닌가? 얘들이 원래 이런 걸 좋아한다는 설정이었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게임을 하기 전에 기대한다거나 즐거워하는 게 아닌, 억지로 누가 시켜서 하는 것 같이 지루하고 짜증 내는 표정이었다. 음, 이건 배우들의 연기력 문제인 걸까?
하여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게임을 해서인지, 아이들이 그리 의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특히 알렉스는 자기가 친구들을 끌어들여놓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마일스는 여친을 잘 둔 덕에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방법을 강구하고, 왜 친구 집에 밤늦게 놀러 왔는지 모르는 ‘켈리’는 미드나잇 맨에 얽힌 괴담을 설명하고 위기에 처한다. 다른 작품들이었다면, 주인공이 검색이나 조사해서 알아내는 내용을 여기서는 켈리의 입을 빌려 끝낸다. 주인공은 그냥 두 친구가 알아내고 읽어본 걸 듣기만 한다. 이런 걸 개꿀보직이라고 하던가?
그래서 영화는 엄청 엄청 아주 많이 대단히 지루했다.
할머니 역을 맡은 ‘린 사예’, 누구인지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영화 ‘인시디어스 nsidious’ 시리즈의 영매 할머니이다. 그 배우의 열연이 아니었다면, 영화는 별 하나도 못 받았을 것이다. 진짜 이 영화에 별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린 사예의 소름 끼치는 연기였다. 그 외에는 별로 볼 것도 없고, 내용도 없고, 공포도 없고, 복선도 없는 그런 영화였다.
‘슬랜더 맨’과 ‘더 바이 바이 맨’ 그리고 ‘더 미드나잇 맨’까지 세 명의 남자를 만나봤는데, 다 별로였다. 쳇, 요즘 괜찮은 남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