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Umbrella Academy, 2019

  원작 - ‘제라드 웨이’와 ‘가브리에우 바’의 동명의 만화책 ‘엄브렐러 아카데미 The Umbrella Academy, 2007’

  제작 - 스티브 블랙먼

  출연 – 톰 호퍼, 데이비드 카스타네다, 에미 레이버-램프먼, 로버트 시한, 에이든 갤러거, 저스틴 H. 민, 엘렌 페이지

 

 

 

 

 

  지난 시즌 마지막에 남매들이 손을 잡고 시간 이동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건 성공했다. 어느 정도는.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도착하는 장소는 똑같았지만, 시간대가 달랐다. ‘루서’는 도박 격투 선수가 되었고, ‘디에고’는 케네디 암살범을 미리 죽이겠다고 난리 치다 정신병원에, ‘앨리슨’은 결혼하여 남편과 함께 흑인 인권운동을, ‘클라우스’는 사이비 교주가 되었으며, ‘바냐’는 기억을 잃고 어느 농장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맨 마지막에 도착한 ‘파이브’는 또다시 지구에 핵이 떨어지며 모두가 죽는 과정을 보게 된다. 다행히 ‘헤이즐’의 도움으로 다시 과거로 돌아간 파이브는 가족을 찾아 지구 종말을 막으려고 하지만…….

 

  미리 말하지만, 위에 적은 요약본은 첫 번째 에피소드의 내용이다. 그것도 앞부분! 여기에 ‘커미션’에서 고용한 킬러 세 사람이 그들을 뒤쫓고, 커미션 내부에서는 권력 암투가 벌어져 완전 엉망진창이다. 게다가 케네디 암살의 배후로 남매의 아버지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말이다. 그뿐인가? 지구 종말을 막겠다는 일념으로 파이브는 사방에 적을 만들고 그 귀여운 외모로 온갖 사기를 치고 다닌다. 아주 그냥 보는 내내 조마조마 아슬아슬할 지경이다. 커미션의 수장은 사악하다 못해 악랄하고, 겨우 만난 남매들의 화합은 어쩐지 불안하다.

 

  에피소드마다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고 또 꼬이고 엉망이 되더니 어떻게 풀리기를 반복한다. 지난 시즌이 힐링 드라마였다면, 이번 시즌은 이 세상이 얼마나 엉망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건 ‘믿음’이라고 말한다. 뿔뿔이 흩어졌던 남매가 다시 모인 것도 서로를 믿는 마음이었고, 주요 인물의 마음이 돌아선 것도 믿음 때문이었다. 불안한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에서도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건, 그 때문이었다.

 

  아쉬운 건, 남매를 돕던 사람의 불행한 결말이었다. 아, 진짜 그 사람은 그렇게 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다른 조력자들은 다 멀쩡하고 나름 행복해졌는데, 왜 그 사람만……. 그 부분이 제일 마음이 아팠다. 그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불안하긴 했다.

 

  그들의 아버지인 하그리브스가 등장하는데, 은근슬쩍 보여주는 그의 정체는 으아! 도대체 이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 문득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는데, 그걸 얘기하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패스.

 

  이야기가 마구잡이로 막 나가는 것 같다가도 빙빙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좀 정신없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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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Umbrella Academy, 2019

  원작 - ‘제라드 웨이’와 ‘가브리에우 바’의 동명의 만화책 ‘엄브렐러 아카데미 The Umbrella Academy, 2007’

  제작 - 스티브 블랙먼

  출연 – 톰 호퍼, 데이비드 카스타네다, 에미 레이버-램프먼, 로버트 시한, 에이든 갤러거, 저스틴 H. 민, 엘렌 페이지, 메리 J. 블라이즈

 

 

 

 

 

  어느 날, 임신 가능성이 없던 여자들이 아이를 낳는다. ‘하그리브스’라는 한 부호가 그 일곱 아이를 입양하여,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설립한다. 아이들은 초능력을 갖고, 아버지를 따라 히어로 활동을 해나간다. 성장한 후,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걷는다. 누구는 폐인이 되고, 누구는 배우가 되었으며, 또 다른 누구는 실종된다. 서로 뿔뿔이 흩어져있던 아이들은 하그리스브의 장례식을 위해 모인다. 그리고 오랫동안 실종상태였던 ‘넘버 5’가 나타나, 며칠 후 세계가 멸망한다는 얘기를 전하는데…….

 

  드라마는 성장한 일곱 아이의 화끈한 액션씬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가졌던 갈등과 고민 그리고 불신의 근원을 보여준다. 지구의 멸망을 막아야 한다는 명제 앞에, 아이들은 서로의 과거를 회고하며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것을 서서히 털어놓는다, 그 와중에 서로 싸우기도 하고 오해하고, 결별하고 화해를 반복한다. 그렇다.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 받은 상처를 극복하며 가족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힐링 드라마였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때 되면 밥 주고, 재워주고, 산책시켜주고, 놀아주고, 학교나 학원에 보낸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물론 옆에 열거한 것들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보편적인 상황이 아니기에 옆으로 미뤄두겠다. 아이들의 아버지인 하그리브스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줬다. 심지어 로봇 유모까지 붙여줄 정도였다. 그리고 히어로 활동을 시키면서, 아이들의 자존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정서적인 면에서는, 아이들을 학대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넘버 세븐, ‘바냐’에 관해서는 확실히 학대한 것으로 보였다. 다른 형제들과 달리,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바냐는 히어로 활동에서 제외되고, 외면당했으며 눈칫밥을 먹으면서 성장했다. 후반부에 이유가 나오지만, 그게 뭐였든 간에 그는 바냐와 다른 아이들을 눈에 보일 정도로 차별하고 편애했다. 바냐만 그런 건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도 알게 모르게 하그리브스에게 상처받고, 능력 개발을 이유로 극한의 상황으로 몰렸다. 그러니 자라면서 아이들이 엇나가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과연 그는 자신을 아이들의 아버지로 생각했을까? 아닐 것 같다. 그냥 꼬꼬마 능력자 아이들을 통솔하고 지휘하는 대장 역할로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드라마는 지구 멸망을 막으려는 노력, 가족 간의 신뢰 회복 그리고 힐링 외에 한가지 설정이 더 있었다. 바로 넘버 5가 시간 여행으로 길을 잃었을 때 만난 집단 ‘커미션’이다. 그들은 넘버 5를 쫓아, 자신들의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번갈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래서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드러난다. 그와 동시에 여러 사건이 계속 벌어지면서 얽히고설킨 관계가 충돌한다. 중간에 약간 늘어지는 에피소드도 있는데, 그건 뭐 속도 조절을 하기 위함이라 생각하겠다. 계속해서 빠르게 나가기만 하면, 뒤로 떨어져 나가거나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히어로 물을 가장한, 올바른 육아의 중요성과 필요를 강조하는 드라마였다.

 

  아, 출연진에서 ‘메리 J. 블라이즈’라는 이름을 보고 ‘음?’하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 메리 J. 블라이즈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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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Ju-on: Origins 呪怨: 呪いの家, 2020

감독 – 미야케 쇼

출연 - 아라카와 요시요시, 쿠로시마 유이나, 리리카

 

 

 

 

 

거의 매번 호러 영화 리뷰를 쓸 때마다 말하는 것이지만, 나에게 제일 무서운 영화가 뭐냐고 물어보면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주온 The Grudge, 呪怨: Ju-on, 2002’이라고. 그리고 오리지널 비디오판과 극장판 두 개까지만이라고 덧붙인다. 처음 본 지 거의 20년이 돼가지만, ‘가야코’의 등장장면은 아직도 생각만으로도 오싹하다. 아마 그 전까지 비축해놓은 긴장감과 어두침침한 화면, 분장, 그리고 귀를 거스르는 소리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주온 드라마 판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제발’이라는 간절함과 ‘왜!’라는 황당함이 동시에 들었다. 극장판 두 번째 이후의 작품들은, 주온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바닥을 뚫고 내핵으로까지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사실 망치지만 말고 보통만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뭐? 가야코가 안 나온다고? 토시오도 안 나오고? 아, 기대감이 가루가 되어 날라간다.

 

하지만! 그러나! 그런데도! 반면에!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본 드라마는 생각보다 좋았다. 드라마는 80년대부터 1997년까지의 시간대를 다루고 있다. ‘주온 비디오 판’이 1999년에 나왔으니, 가야코와 토시오가 등장하기 2년 전까지 그 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토시오의 아빠가 사건의 원흉이긴 했지만, 그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는 원인이 따로 있었다는 말이다. 거의 20년에 걸친 원한과 증오, 억울함, 타락한 욕망, 공포, 절규 같은 감정들이 벽돌 하나하나에, 나무기둥 사이사이에, 벽지 무늬 틈틈이 서려 있었다. 그것들이 겹겹이 쌓여 희생자를 내면서 힘을 얻어 강해지고, 또 다른 희생자를 불러들여 저주의 강도가 세지기를 반복해왔다.

 

전에 주온은 그래도 집에 들른 사람만 저주를 내리니 다행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아마 ‘오노 후유미’의 소설 ‘잔예 殘けが, 2012’와 비교해서 그랬을 것이다. 잔예는 더러움(저주)을 묻힌 사람이 다른 곳에 가서 죽으면 그 집에서 또 다른 더러움이 자란다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비록 가야코나 토시오가 나오지 않았지만, 문제의 집을 다녀온 사람은 하나같이 불행해졌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타락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이 등장했다. 그런데 그게 이해가 가는 과정이어서 더 잔혹하게 다가왔다. 전학 가자마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동급생에게 강간당하고 악령에 노출된 학생이 할 수 있는 게 뭐였을까? 더군다나 엄마라는 사람은 딸을 창녀 취급하면서 담임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잔예처럼 더러움의 범위가 넓어지지는 않지만,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데는 주온이 더 가혹한 것 같았다.

 

드라마는 일본의 80년대와 90년대를 그 당시 논쟁거리가 되었던 사건을 뉴스 보도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뉴스를 보면서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아마 자기들이 처한 상황이 더 끔찍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는 시간순으로 흘러가는 것 같으면서, 또 그렇지 않았다. 전에 주온 극장판에서도 나왔지만, 시공간이 마구 뒤섞이면서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기도 하고, 과거의 악령이 현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상당히 끔찍하게 다가왔다. 아무런 대사도 없었지만, 그 표정과 몸짓이 너무도 오싹했다. 피와 살점이 튀지 않았지만, 며칠 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런 장면이었다.

 

보는 내내, 아니 보고 나서도 기분이 영 개운하지 않은, 너무도 음울하고 음습하며 잔혹했던 드라마였다.

 

그래도 잔예와는 설정이 다르니까, 집을 허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조금 품어본다. 그렇지 않으면, 꿈도 희망도 없는 너무도 암담한 세상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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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ㅣ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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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백세희

 

 


 

  몇 년 전에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이 사람은 떡볶이를 좋아하는구나. 나 같으면 치킨을 먹고 싶다고 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왜 저자는 죽고 싶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어쩌면 치열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뭔가에 위로받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건 아닐까 하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아마 저자에게는 그 뭔가가 떡볶이였을 거로 추측했다. 그리고 그 당시 젊은 청년들에게 무리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에세이가 꽤 많이 나와, 그런 류일 거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책을 고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과거의 그런 추측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저자가 우울증 때문에 의사와 상담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었다. 한 주제에 관한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면, 저자의 간단한 생각이 한 페이지 분량으로 붙어있다. 그리고 본편이 끝나면, ‘우울의 순기능’이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생각한 여러 가지 것들이 수록되었다.

 

  그 때문에 본편을 처음 펼쳤을 때, 과연 이게 진짜로 의사와 상담한 내용인지 의아했다. 의사는 환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함부로 알릴 수 없는데, 환자는 그래도 되나? 자신에 관련된 기록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밝혀도 되는 건가? 설마 상담의 형식을 빌린, 저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그런 의문은 저자와 직접 상담을 한 의사가 쓴 후기 때문에 쓸데없는 생각으로 폐기되었다. 그렇다는 건, 허락을 받으면 자신의 상담 내용을 녹음하고 그걸 외부에 공표해도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뭐, 그건 담당 의사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책에서도 나왔지만, 저자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자존감을 제일 깎아내리는 존재는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이라는 얘기가 있다. 연쇄살인범이나 흉악한 범죄자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문장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건 인간은 아무리 성장해도 어린 시절에 겪은 악몽 같은 기억은 떨치지 못한다는 말이고, 그때 받은 상처는 쉽게 극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겉으로는 떨쳐버린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처를 치료하는 건, 원인을 파악하고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다. 멋모르고 재미 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지만, 던진 아이들은 그런 건 기억하지 못한다. 가족 사이도 그렇다. 나중에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한 사람에게 말해봤자, ‘왜 그때 말하지 않았느냐’거나 ‘뭐 그런 걸 꽁하게 품고 있냐’는 말 또는 ‘그런 기억 없다’라는 말만 돌아올 뿐이다.

 

  저자는 상담을 받고, 그 상처를 가족들에게 밝혔다. 그건 무척이나 어려운 선택이었고,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이나 상처의 원인을 확실히 파악하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저자가 의사를 찾아간 것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책은 2권으로 이어진다. 한 권으로는 저자가 그동안 상처와 낮아진 자존감이 극복하는 과정을 담기엔 부족했던 모양이다. 상담을 받으면서 저자는 새로운 사람과 알아가고, 또 상처받지만 의연하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초반과 달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마 많은 생각을 거듭하면서 화도 내고 후회도 하고 또 ‘이러면 어땠을까’하는 상상도 하면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버리는 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면서 고민 없는 사람 없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치열하게 살다 보면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도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나에게 위로가 되는 뭔가를 생각해보자. 저자는 떡볶이였지만, 나처럼 닭 다리 하나에 슬그머니 미소지으면서 힘들었던 날을 뒤로 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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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4 0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프로파일러 김경옥의 프로파일링 노트
이수정.김경옥 지음 / 중앙M&B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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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프로파일러 김경옥의 프로파일링 노트, 2016

  저자 - 이수정, 김경옥

 

 

 

 

  어쩌다 보니 ‘이수정’씨의 책을 연이어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이 전에 읽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2020’보다 훨씬 오래전에 나왔다. 그 책이 범죄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관해 얘기했다면,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에 관해 말하고 있다.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사건의 개요와 범인의 동기와 심리 상태 그리고 대처방안을 다루고 있다.

 

  『1부 사이코패스』는 말 그대로, ‘사이코패스 범죄’를 얘기한다. 실명은 유영철 한 사람만 나왔지만, 사건의 개요를 읽는 순간 떠오르는 범죄자들이 있었다. 그 당시 거의 모든 방송에서 다뤘던 정남규나 강호순 같은 사람들 말이다. 연쇄살인의 5단계에 스토킹이 두 번째로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 사법부나 입법부에서 스토킹 범죄에 관해 좀 더 경각심을 갖고 법 조항을 재정비해야 할 것 같다.

 

  『2부 성범죄』에서는 ‘소아기호증’이 있는 범죄자나 ‘연쇄 강간범’을 다루고 있다. 초등교사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적 만족을 느낀다거나, 친족 간에 벌어지는 강간 사건을 읽으면서 인간은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그런 사건이 논쟁거리가 되었을 때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자신이 그런 성범죄자라는 걸 숨기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런 놈들이 멀쩡한 얼굴로 돌아다닐 거라는 생각을 하니 토할 것 같다.

 

  『3부 정신질환』은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다. 옆집에 사는 사람이 주기적으로 이상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나오면 몇 달은 괜찮다가 시간이 지나면 반복적으로 환청을 듣고 난리를 피우거나 위협을 하곤 해서, 이웃 주민들의 불안이 심각하다. 그래서 이 부분은 읽으면서 한숨이 나왔다. ‘정신질환자’가 벌인 사건과 ‘산후우울증’에 관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4부 성격장애』는 정신질환과는 다른, ‘성격장애’를 다루고 있다. 그 둘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그럼 사이코패스와는 또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여기서는 대량 살인범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과 혼자 죽긴 억울하다고 다른 이들을 끌어들인 살인범들에 관해 얘기했다. 고시원 방화 사건과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이 사례로 등장한다. 그리고 과외 학생을 지인들과 함께 고문에 가깝게 괴롭히다 죽여버린 사건도 수록되어 있다.

 

  『5부 충동조절장애』는 ‘중독’에 관련된 사건들이 나온다. 게임 중독에 빠져 부모를 죽인 사건과 병적 도벽이 있어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경우, 그리고 방화를 저질러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 방화광 등이 수록되어 있다.

 

  『6부 한국형 범죄』는 ‘가정폭력’과 ‘주취폭력’ 그리고 ‘묻지마 범죄’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주위의 아무나 범죄 대상으로 삼는 것이 묻지마 범죄라고 한다. 그런데 성별을 골라서 아무나 공격하는 것도 묻지마 범죄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가정폭력은 다른 책에서도 한숨을 쉬면서 읽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생을 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죽인 아내에게 정당방위가 성립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왜 남편이 매일 부인을 때리다가 죽이면 과실치사고, 그런 남편을 부인이 죽이면 살인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음주운전만 삼진아웃할 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음주에 관련된 건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술이 먹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좋아서 먹은 건데 말이다. 음, 이건 중독과 연결되는 부분 같다.

 

  책을 읽으면서 한숨이 자꾸 나왔다. 저런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것에서부터 그에 관한 처리나 대응 과정도 그렇고, 그냥 이것저것 다 생각해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범죄가 아예 없는 사회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바랄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몇 가지 범죄는 구조적으로 대비를 하여 사람들이 안전하다는 걸 느끼면서 살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대비책을 만들라고 입법부가 있는 거고, 그런 정책을 만들어 활동하라고 행정부가 있고, 적절하면서 효과적인 법 집행을 하라고 사법부가 있는 거 아닌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역할도 못 한다면, 도대체 국민은 뭘 믿고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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