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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프로파일러 김경옥의 프로파일링 노트
이수정.김경옥 지음 / 중앙M&B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프로파일러 김경옥의 프로파일링 노트, 2016
저자 - 이수정, 김경옥
어쩌다 보니 ‘이수정’씨의 책을 연이어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이 전에 읽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2020’보다 훨씬 오래전에 나왔다. 그 책이 범죄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관해 얘기했다면,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에 관해 말하고 있다.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사건의 개요와 범인의 동기와 심리 상태 그리고 대처방안을 다루고 있다.
『1부 사이코패스』는 말 그대로, ‘사이코패스 범죄’를 얘기한다. 실명은 유영철 한 사람만 나왔지만, 사건의 개요를 읽는 순간 떠오르는 범죄자들이 있었다. 그 당시 거의 모든 방송에서 다뤘던 정남규나 강호순 같은 사람들 말이다. 연쇄살인의 5단계에 스토킹이 두 번째로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 사법부나 입법부에서 스토킹 범죄에 관해 좀 더 경각심을 갖고 법 조항을 재정비해야 할 것 같다.
『2부 성범죄』에서는 ‘소아기호증’이 있는 범죄자나 ‘연쇄 강간범’을 다루고 있다. 초등교사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적 만족을 느낀다거나, 친족 간에 벌어지는 강간 사건을 읽으면서 인간은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그런 사건이 논쟁거리가 되었을 때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자신이 그런 성범죄자라는 걸 숨기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런 놈들이 멀쩡한 얼굴로 돌아다닐 거라는 생각을 하니 토할 것 같다.
『3부 정신질환』은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다. 옆집에 사는 사람이 주기적으로 이상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나오면 몇 달은 괜찮다가 시간이 지나면 반복적으로 환청을 듣고 난리를 피우거나 위협을 하곤 해서, 이웃 주민들의 불안이 심각하다. 그래서 이 부분은 읽으면서 한숨이 나왔다. ‘정신질환자’가 벌인 사건과 ‘산후우울증’에 관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4부 성격장애』는 정신질환과는 다른, ‘성격장애’를 다루고 있다. 그 둘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그럼 사이코패스와는 또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여기서는 대량 살인범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과 혼자 죽긴 억울하다고 다른 이들을 끌어들인 살인범들에 관해 얘기했다. 고시원 방화 사건과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이 사례로 등장한다. 그리고 과외 학생을 지인들과 함께 고문에 가깝게 괴롭히다 죽여버린 사건도 수록되어 있다.
『5부 충동조절장애』는 ‘중독’에 관련된 사건들이 나온다. 게임 중독에 빠져 부모를 죽인 사건과 병적 도벽이 있어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경우, 그리고 방화를 저질러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 방화광 등이 수록되어 있다.
『6부 한국형 범죄』는 ‘가정폭력’과 ‘주취폭력’ 그리고 ‘묻지마 범죄’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주위의 아무나 범죄 대상으로 삼는 것이 묻지마 범죄라고 한다. 그런데 성별을 골라서 아무나 공격하는 것도 묻지마 범죄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가정폭력은 다른 책에서도 한숨을 쉬면서 읽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생을 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죽인 아내에게 정당방위가 성립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왜 남편이 매일 부인을 때리다가 죽이면 과실치사고, 그런 남편을 부인이 죽이면 살인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음주운전만 삼진아웃할 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음주에 관련된 건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술이 먹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좋아서 먹은 건데 말이다. 음, 이건 중독과 연결되는 부분 같다.
책을 읽으면서 한숨이 자꾸 나왔다. 저런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것에서부터 그에 관한 처리나 대응 과정도 그렇고, 그냥 이것저것 다 생각해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범죄가 아예 없는 사회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바랄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몇 가지 범죄는 구조적으로 대비를 하여 사람들이 안전하다는 걸 느끼면서 살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대비책을 만들라고 입법부가 있는 거고, 그런 정책을 만들어 활동하라고 행정부가 있고, 적절하면서 효과적인 법 집행을 하라고 사법부가 있는 거 아닌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역할도 못 한다면, 도대체 국민은 뭘 믿고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