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이디 Q.E.D 2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이번에도 역시 두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로쿠부의 보물’과 ‘로스트 로얄’이다. 둘 다 ‘로’자로 시작한다.


  1화 ‘로부쿠의 보물’은 ‘로쿠부 살인’ 전설에 얽힌 집안의 이야기이다. 로쿠부는 순례자를 지칭한다고 한다. 그가 갖고 있는 보물이 탐이나 살인을 하고 재물을 취했지만, 저주를 받았다는 집안의 이야기는 일본 어디에나 있는 전설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다른 일본 배경의 추리 만화나 소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것 같다.


  로쿠부의 보물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고 소문이 난 한 집안에서 연이어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토마는 MIT 다닐 때 알았던 은사의 부탁으로 그 집안의 고문서를 해독하러 갔다가 사건에 휘말린다. 사실 부탁을 거절하려고 했지만, 온천 휴양지라는 말에 혹한 가나의 억지로 가게 되었다. 거기서 로쿠부 분장을 한 살인마가 전설을 연구하러 온 대학 교수 일행을 공격하는데…….


  이번 편에는 피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살해 현장을 깔끔하게 그려서 잔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걸핏하면 할아버지의 명예를 거는 아이가 나오는 만화는 피가 난잡하게 튀고 사체를 엉망으로 그려서 ‘이건 좀…….’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면서, 상대가 자신의 바람에 맞춰 행동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그 사람을 자신이 상상한 틀에 맞추기 위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제거한다. 과연 그게 사랑일까? 차라리 인형 놀이를 하고 말지.


  그나저나 아스피린에 혈액 응고 억제 성분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2화 ‘로스트 로얄’은 참으로 마음에 드는 내용이었다. 물론 가나를 이리저리 발품을 팔게 만든 토마가 조금 얄미웠지만, 모르는 사람 일에 얽히기 귀찮아하는 그를 억지로 사건에 끌어들인 탓이라 생각한다.


  존재한다는 소문만 무성한, 그 누구도 실체를 본 적이 없는 부가티 로얄이라는 환상의 자동차가 있다. 한 노인이 그걸 발견해 친구에게 맡겼지만, 배신을 당한다. 물론 아무도 노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애초에 그 차가 존재한다는 건 소문뿐이니 말이다. 오지라퍼인 가나 덕분에 사건에 끼어든 토마. 온갖 심부름과 발품은 그녀에게 시키고, 자신은 증거를 모아서 논리적 추론을 펼친다. 과연 그 차는 어디에 있는 걸까?


  결론을 말하면, 차는 존재한다. 그런데 그 차의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이런 기발한 트릭이라니! 허를 찔렸다. 마치 엘러리 퀸의 단편집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1화에서 토마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가 무서울 만큼 논리적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건,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정을 제로로 만드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에요.”-p.98


  어째서 그렇게 자랐는지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가나와 같이 다니면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리 만화인 동시에 주인공의 성장 만화라는 걸까?


  볼만하다. 언제 바뀔지 모르지만, 2권까지 읽은 느낌은 그렇다. 일주일에 서너 권씩 보면, 40권 넘게 나왔으니 열주면 따라잡을 것 같다. 지금 예상으로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큐이디 Q.E.D 1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처음에는 그림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주변의 추천과 작년엔가 본 드라마의 영향으로 본격적으로 보기로 했는데…….


  헐! 지금까지 나온 권수가 장난이 아니다. 이야기의 진행 없이 질질 끌기만 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내 특이 성격 때문에 과연 다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추리 만화는 단편으로 끝나니까, 괜찮을 수도 있지만 만화 ‘명탐정 코난’이나 ‘원피스’, ‘블리치’ 등등도 보다만 내 전적을 생각하면……. 하여간 우선 보고나서 판단하자는 생각으로 1권을 집어 들었다.


  1권만 본 느낌은 깔끔했다. 1화와 2화의 그림체가 많이 다른데, 2화가 더 깔끔해지고 밝은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사건 마무리도 깔끔했다. 물론 사람이 죽긴 하지만, 피가 지저분하게 튀기지는 않았다. 또한 범인도 이런 사정이 있었다고 구질구질하게 눈물을 자아내는 신파도 보이지 않았다. 뒷맛이 깔끔한 일품요리를 먹은 기분이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미국에서 MIT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생활을 만끽하고 싶어서 일본으로 돌아온 천재 소년 토마. 그리고 그와 같은 반인, 경찰 아버지를 둔 운동을 좋아하고 다혈질에 오지라퍼인 소녀 가나이다. 가나가 활달하고 감정적이며 임기응변 뛰어난 열혈 소녀라면, 토마는 냉소적이고 독립적이며 개인적이다. 이렇게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소년소녀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이 만화의 기본 줄기이다.


  가나가 사건에 개입한 것은 1화와 2화에서 피해자의 가족이 친구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지라퍼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토마는 옆에 있다가 엉겁결에 가나에게 이끌려서 사건에 휘말린다. 어쩌면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라는 걸 그녀가 몸소 알려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단, 사건은 이미 일어난 과거이고, 퍼즐 조각은 다 주어져 있어요. 논리적으로 말하면, 사실은 그 조각들이 전부 들어맞는 하나의 형태예요. 하지만. 상대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죠.” -p.50


  인간은 예측이 불가하기에, 그 행동에 호기심을 느껴 토마는 사건을 추리한다. 그리고 가나는 지인이 얽혀있기에, 그 사람이 슬퍼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어서 그의 추리를 도와준다. 가나가 돌아다니면서 증거를 모아오면, 토마는 그것을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사건을 파악하여 범인을 찾아낸다.


  1화 ‘미네르바의 올빼미’와 2화 ‘은빛 눈동자’에서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과,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앗으려하는 나쁜 심성의 사람이 나온다. 하여간 어딜 가나 못된 심보를 가진 놈이 꼭 하나씩은 있다.


  1권만 봐서는 괜찮은데, 계속 읽을 것인지는 몇 권 더 읽어보고 결정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의 경제학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영욱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The Economics of Happiness

  부제 - 경쟁과 양극화를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저자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제목만 보고는 행복에 관한 책이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표지도 분위기 있게 꽃이 그려진 것이, 아기자기한 작지만 소소한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거라 추측하게 했다. 또한 띠지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저자의 외모는 그런 내 생각에 확신을 더해줬다.


  하지만 그 예상은 목록을 보는 순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내 추측은 산산이 부서졌다.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던 옛 선인들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저자의 말투는 겉으로는 미소처럼 온화했지만 그 내용은 무자비했고 단호했다. 처음에는 편하게 바닥에 엎드려서 읽다가, 어느 순간 무릎을 꿇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누님!” 이런 분위기?


  저자의 주장은 간단했다. 세계화라는 허명에 속지 말자. 미디어에 속지 말자. 외제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기업의 말빨과 광고에 속지 말자.


  저자는 세계화보다는 지역화를 주장한다. 세계화라는 것이 전 세계가 평화롭고 똑같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고,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IMF나 WTO같은 국제기구가 사실은 몇몇 강대국, 특히 미국과 대기업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며 개발도상국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다고 폭로한다. 오직 소수를 위해 전 세계의 부가 움직인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그러고 보니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지금 외국계 대형 마트와 동네 재래시장 간의 다툼이 몇 년째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똑같은 외국계 대형 마트가 세 개나 들어올 필요가 없는데, 굳이 그 회사는 진출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재래시장 상인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에 이 추위에 장외 투쟁까지 벌이고 있다.


  이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외국계 매형 마트보다는 지역 경제에 발전이 되는 것은 동네 재래시장이라 말한다. 그건 내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결국 그 동네 주민들이지만, 마트 직원들은 안 그럴 경우가 있으니까. 모 개그맨이 외치는 것처럼 ‘누구를 위한 마트란 말입니까!’라고 묻고 싶다. 새로 지은 아파트 주민을 위해서 재래시장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해도 좋은지 말이다.


  저런 일은 우리 동네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이 책에서는 전 세계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면서, 세계화라는 말이 얼마나 겉만 번지르르한 구호인지 입증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지역화를 주장한다.


  책을 읽다보니, 전에 접한 ‘욕망하는 냉장고’가 떠올랐다. 거기서 ‘푸드 마일’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한 식품이 재배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거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 거리가 길수록 신선도는 떨어진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그런 비슷한 개념이 나온다. 저자는 그것을 지역화의 한 예로 들고 있다.


  지역화가 단지 경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문화 교육 세계관 등의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구의 미를 최고라고 여기는 다른 나라의 아이들은 자국의 개성과 미를 잃어버린다고 주장한다. 또한 특정 국가에서만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교육을, 두루 통용되는 전반적인 공부를 하는 동안 놓칠 수 있다고 외친다.


  책을 읽으며, ‘세상 참 무섭구나.’라고 생각했다. 뻔히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화도 났다. 그러는 와중에도 책에 적은 것들이 다 저자의 오버이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실현 불가능한 일이고…….


  문득 예전 광고가 떠올랐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그리고 명언이 생각났다. ‘아는 것이 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 확장판 (2disc)
피터 잭슨 감독, 리브 타일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Lord of the Rings - The Two Towers, 2002

  감독 - 피터 잭슨

  출연 -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비고 모르텐슨, 숀 애스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중에 참으로 멋지다고, 영화가 더 낫다고 생각한 작품이 몇 개 있다. 그 중에 한 개가 바로 이 ‘반지 시리즈’이다. 또한 1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별로 없다고 하지만, 그걸 깨트린 작품 중의 하나도 바로 이 ‘반지 시리즈’이다. 하아, 진짜 이 시리즈는 명작 중의 명작이라 할 수 있다.


  1편은 도입부라 인물과 배경 설명 위주여서 조금 지루했지만, 2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긴박감이 넘치고 흥미진진했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장르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장면이 없는 작품을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영화를 별로 안 봐서 그렇지, 나름 평화주의자이다. (여기에 밑줄 긋고, 형광색으로 칠해야 한다. 별표도 붙이면 금상첨화)


  1편의 반지 원정대가 뿔뿔히 흩어진다. 프로도와 샘은 둘이서만 모르도르로 가서 반지를 파괴하기로 한다. 그런데 뜻밖의 불청객이 따라붙는다. 반지의 전주인인 골룸이다. 그는 프로도에게서 반지를 빼앗을 속셈으로, 말 잘 듣는 척하면서 동행한다. 한편 나머지 일행들은 오크들에게 잡혀간 피핀과 메리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 와중에 사우론과 사루만의 세력은 점점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막아야 하는 로한 왕국은 사루만과 결탁한 사악한 마법사가 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다. 이래서는 오크들에게 성이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1편에서 발록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간달프가 하얗게 세탁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나자, 상황은 반전된다. 로한의 세오덴 왕이 회춘을 한 것이다. 세상에나, 그 추레하고 산송장처럼 흐리멍덩하던 왕이 순식간에 말끔하고 30년은 더 젊어지다니!


  세탁을 깨끗이 해서 옷을 하얗게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1편에서는 간달프가 사루만에게 완전 꼴사납게 졌었다. 속된 말로 개발렸다! 그런데 옷 색이 바뀐 것만으로 사루만을 이기다니! 그가 어떤 세탁 세제를 썼는지 궁금하다.


  이어서 엘프의 군대가 도착하고, 인간들도 재정비를 하면서 오크와 인간계의 흥망을 건 대 전투가 벌어진다.


  이번 편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최고는 역시 ‘반지 시리즈’의 아이돌인 골룸일 것이다. 골룸과 스미골을 넘나드는 다양한 연기 변화는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쩌면 눈이 그리도 크고 맑을 수가 있는지. 눈 작은 나는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에 계속해서 속아 넘어가는 프로도는 보면서 한숨만 나왔고, 그걸 막으려는 샘은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도 반지의 힘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프로도가 기특하긴 했다. 예전에 보았을 때는 ‘프로도=찌질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다른 인간들을 금방 금방 잘 넘어가는데,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이젠 찌질하다고 안 놀릴게 프로도. 그래도 평생 샘에게 감사해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에게 받은 도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깊으니까.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또 근사한 것은 나무 정령이라고 해야 하나? 엔트 족이었다. 크고 아름다우……지는 않았고, 크고 웅장하고 노련미가 넘쳤으며 간혹 재치가 있었다. 상상해보라. 엄청 까마득히 높은 나무가 걸어 다니고 말도 하고 커다란 가지로 후려치는 모습을! 문득 그들이 걸어 다니면 상쾌한 나뭇잎 냄새가 날까 아니면 썩은 흙냄새가 날까 궁금해졌다. 뿌리까지 밖으로 나오니까, 흙냄새가 날 것도 같지만, 피핀과 메리가 좋아하는 걸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둘의 취향이 나와 다를 테니까.


  어쨌든 앤트들이 대표하는 자연의 복수는 위대하고 무서웠다. 사루만의 탑을 공격할 때도 그렇고, 숲으로 도망친 오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이는 것도 그렇고. 갑자기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해프닝 The Happening, 2008’이 생각났다. 저 숲의 나무들이 설마 지구로 와서 그 나무들이 된 건가?


  뭐니 뭐니 해도 이번 편에서의 제일 압권은 후반부에 나오는 헬름 협곡의 전투 장면일 것이다. 일만 오크 부대에 맞서 싸우는 인간과 엘프의 연합군. 수적으로 비교하자면 연합군이 훨씬 열세이다. 커다란 성벽을 사이에 두고 양쪽이 대치하다가, 벽이 무너지고 뒤섞여 싸우는 광경은 엄청났다. 보면서 ‘흐음, 저 성벽이 월 마리아?’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최전방을 막아주고 있는 성벽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앤트들이 사루만을 공격할 때 댐을 터트려 엄청난 물이 쏟아지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불붙은 앤트가 물에 머리를 처박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웃어버렸다. 사소하게 넘어갈 수도 있는, 하지만 놓칠 수 없는 깨알 같은 개그 컷이다.


  프로도와 샘이 소중한 것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울컥했다. 옛날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끝까지 지켜야할 소중한 것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말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히는 것이겠지. 그 이야기 속의 선이나 지금 세상에서의 선이나 많이 다르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때문에 난 다음주에 볼 3편을 기대하고 있을 테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 사월의책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 Cogitamus

  부제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저자 - 브뤼노 라투르



  저자인 브뤼노 라투르가 유명한 석학이고 ‘21세기의 헤겔’이라고 불린다는데, 고백하자면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나중에 내 후손들은 이 사람의 이론을 외우느라 윤리나 도덕시간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 이해를 못하겠어!’하고 절규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칸트나 플라톤의 이론을 외우느라 눈 밑에 다크 서클이 생겼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그가 한 대학생에게 보내는 총 여섯 개의 편지로 이루어져있다.


  첫 번째 편지 -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두 번째 편지 - 과학기술의 미궁 속으로

  세 번째 편지 - 이것은 왜 과학이 아니란 말인가

  네 번째 편지 - 과학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기

  다섯 번째 편지 - 무엇을 할 것인가?

  여섯 번째 편지 - 과학인문학이 그리는 하이브리드 세계


  교수님이 보내는 편지라니! 그것도 시사문제에 대해 자신의 이론을 요약해서 설명하는 편지라니, 받는 학생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교수님에게서 받은 편지라고는 성적표밖에 없었기에, 속으로 매우 두근거렸을 것 같다. 어쩌면 죽 나열된 용어와 설명 때문에 교수님 너무하다고 엉엉 울고 싶은 기분이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일인 지도를 받는다고 감격했을지도. 그래도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신문 기사 스크랩도 열심히 하는 걸 보니, 꽤나 열성적인 학생인 것 같다.


  저자의 책, 아니 여섯 통의 편지를 다 읽으니 ‘그러니까 이 사람은 문과와 이과가 서로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 상호보완을 하면서 지구촌 문제를 해결해가자는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실을 처음 느낀 것은 첫 번째 편지에서였다. 저자는 과학자인 아르키메데스가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과학과는 거리가 먼 왕에게 어떻게 접근을 해서, 로마의 공격을 물리치는 위업을 이뤘는지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편지에서 나온 개코 원숭이 얘기에서 확신했다. 저자는 거기서 이렇게 말한다.


  ‘과학 기술 없는 인문학은 원숭이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 부분에서는 조금 놀라웠다. 그렇구나, 그래서 도구를 다루는 인간이라는 말이 나온 거구나. 다른 동물도 도구를 다루지만, 그것을 발전시켜 문명을 이룬 건 인간뿐이니 과학 기술은 인간의 생활에서 절대로 분리될 수 없는 거였구나.


  그러다가 의문이 생겼다. 아니, 잠깐만 그런데 그 사실은 당연한 거 아닌가? 당연히 과학과 인문이 같이 발전을 해야 하는 거잖아. 그 둘의 관계는 2인 3각 같은 거잖아. 한쪽이 너무 앞서면 넘어지는 건 당연한데?


  어쩌면 그런 사실들을 잊고 사는 사람이 많아서, 저자가 강조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혹시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서 또 얘기하는 걸지도 모르고.


  그러면서 저자는 말한다. 이제는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한다.’의 세계가 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원제를 ‘Cogitamus ergo sumus'에서 따온 것이리라.


  그나저나 대중 교양서라고 하는데, 어느 대중을 위한 건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 책을 처음 집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라서 덮어뒀었다. 두 번째는 조금 더 진도가 나갔지만, 역시 중간까지 읽고 살포시 책장에 꽂아뒀다. 세 번째가 되어야 겨우 끝까지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저자의 용어 해석이라든지 용어 선택이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다른 책들과는 많이 달랐다. 나름대로 쉽게 풀이하고 간단한 어휘를 선택한 것 같기는 한데, 남이 만든 그만의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살짝 엿보는 것만으로 100%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내년이나 내후년쯤에 내 머리에 좀 더 많은 지식을 저장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한 다음,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