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제학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영욱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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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Economics of Happiness

  부제 - 경쟁과 양극화를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저자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제목만 보고는 행복에 관한 책이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표지도 분위기 있게 꽃이 그려진 것이, 아기자기한 작지만 소소한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거라 추측하게 했다. 또한 띠지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저자의 외모는 그런 내 생각에 확신을 더해줬다.


  하지만 그 예상은 목록을 보는 순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내 추측은 산산이 부서졌다.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던 옛 선인들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저자의 말투는 겉으로는 미소처럼 온화했지만 그 내용은 무자비했고 단호했다. 처음에는 편하게 바닥에 엎드려서 읽다가, 어느 순간 무릎을 꿇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누님!” 이런 분위기?


  저자의 주장은 간단했다. 세계화라는 허명에 속지 말자. 미디어에 속지 말자. 외제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기업의 말빨과 광고에 속지 말자.


  저자는 세계화보다는 지역화를 주장한다. 세계화라는 것이 전 세계가 평화롭고 똑같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고,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IMF나 WTO같은 국제기구가 사실은 몇몇 강대국, 특히 미국과 대기업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며 개발도상국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다고 폭로한다. 오직 소수를 위해 전 세계의 부가 움직인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그러고 보니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지금 외국계 대형 마트와 동네 재래시장 간의 다툼이 몇 년째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똑같은 외국계 대형 마트가 세 개나 들어올 필요가 없는데, 굳이 그 회사는 진출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재래시장 상인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에 이 추위에 장외 투쟁까지 벌이고 있다.


  이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외국계 매형 마트보다는 지역 경제에 발전이 되는 것은 동네 재래시장이라 말한다. 그건 내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결국 그 동네 주민들이지만, 마트 직원들은 안 그럴 경우가 있으니까. 모 개그맨이 외치는 것처럼 ‘누구를 위한 마트란 말입니까!’라고 묻고 싶다. 새로 지은 아파트 주민을 위해서 재래시장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해도 좋은지 말이다.


  저런 일은 우리 동네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이 책에서는 전 세계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면서, 세계화라는 말이 얼마나 겉만 번지르르한 구호인지 입증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지역화를 주장한다.


  책을 읽다보니, 전에 접한 ‘욕망하는 냉장고’가 떠올랐다. 거기서 ‘푸드 마일’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한 식품이 재배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거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 거리가 길수록 신선도는 떨어진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그런 비슷한 개념이 나온다. 저자는 그것을 지역화의 한 예로 들고 있다.


  지역화가 단지 경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문화 교육 세계관 등의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구의 미를 최고라고 여기는 다른 나라의 아이들은 자국의 개성과 미를 잃어버린다고 주장한다. 또한 특정 국가에서만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교육을, 두루 통용되는 전반적인 공부를 하는 동안 놓칠 수 있다고 외친다.


  책을 읽으며, ‘세상 참 무섭구나.’라고 생각했다. 뻔히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화도 났다. 그러는 와중에도 책에 적은 것들이 다 저자의 오버이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실현 불가능한 일이고…….


  문득 예전 광고가 떠올랐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그리고 명언이 생각났다. ‘아는 것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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