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Nobody Sleeps in the Woods Tonight, 2020

  감독 - 바르토슈 M. 코발스키

  출연 - 율리아 비에니아바-나르키에비치, 미할 루파, 빅토리아 가시에브스카, 스타니슬라프 치프카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을 끊기 위한 캠프가 열린다. 아이들은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자연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프로그램 중에는 낮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고, 낮에는 산행하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첫 야영 날 밤, 의문의 존재가 나타나 한 명을 무참히 살해한다. 하지만 시체가 없기에, 다른 아이들은 그가 길을 잃었다 생각하고 찾으러 다닌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산속 집에서 아이들은 끔찍한 현장을 보게 되는데…….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장소에 사는, 기이한 외모를 가진 존재에 의한 잔혹한 살인을 다룬 작품들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 장소는 광활한 사막 지역인 경우도 있고, 험준한 산속일 때도 있다. 또는 외진 곳에 있는 저택이기도 하고 말이다. 기이한 외모를 가진 존재는, 물론 기본은 인간이지만 다양한 원인, 예를 들어 방사능 실험이라든지 환경 오염, 근친 등으로 그렇게 바뀌었다고 나온다. 이 작품에서는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 원인이다. 검은 액체를 보고, ‘엑스 파일 The X-Files, 1993’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 영화를 보면,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바로 ‘데드 캠프 Wrong Turn, 2003’다. 산에서 캠핑을 하던 청소년들이 하나둘씩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흐름이라서 그런 걸까?

 

  주인공인 아이들이 군사 훈련 내지는 체력 훈련은 받지 않은, 오직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에 푹 빠진 설정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죽어 나간다. 그것도 아주 끔찍하게. 몇몇 장면은 으아……. 등급이 청불인 이유가, 중간에 아이들이 밤에 19금 행위를 하는 것 때문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두 존재가 아이들을 비롯한 지나가던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으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후반에 가서는 아이들도 반격을 꾀하긴 하는데, 그렇게 인상적이거나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뭐랄까……. 아이들이 현대 문명에 너무 익숙해서 다른 건 사용할 줄은 몰랐다는 생각만 들었다. 음, 산속에서 휴대전화가 연결될 거라는 믿음은 어디서 나온 걸까 싶다. 그러니 괜히 휴대전화 찾겠다고 살인마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적어도 캠프에 도착했을 것이고 거기는 전화도 있고 다른 어른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영화는 매우 아쉬웠다. 스토리텔링은 비슷한 설정을 가진 여러 작품과 별로 다르지 않았고, 등장인물의 성격 또한 별로 색다르지 않았다. 그냥 전형적인 인물 설정에, 기존의 것과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흘러갔다. 새로울 것도 없고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아, 신부님이 캠프에 와서 인터넷 중독을 끊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리는 장면 정도가 처음 보는 거였을까?

 

  인터넷의 발달과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다양한 국적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만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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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WHISPERING CORRIDORS 6 : THE HUMMING, 2020

  감독 - 이미영

  출연 - 김서형, 김현수, 최리, 비비, 권해효

 

 

 

 

 

  ‘은희’는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의 기억을 잃고,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었다. 어쩐지 그녀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상담실을 맡게 된 은희에게 한 학생이 찾아온다. ‘하영’이라는 학생은 학교의 인기인인 담임 ‘박연묵’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얘기한다. 하지만 박 선생은 그 사실을 부인하고, 교장을 비롯한 선생들은 하영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이에 하영은 엇나가기 시작하고,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3층의 폐쇄 지역으로 향한다. 은희 역시 하영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곳에는…….

 

 

 

 

 

  ** 아앗! 풍년이다, 풍년! 스포일러 풍년!

 

 

 

 

  ‘여고 괴담 女高怪談, Whispering Corridors, 1998’이 처음 나왔을 때, ‘오오!’와 ‘으악!’ 하면서 재미있게 보았다. 여중 여고를 나온 내 어릴 적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영화의 공포가 더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후 2편과 3편까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다. 하지만 4편은 대략적인 이야기와 몇몇 장면들만 떠오를 뿐이고, 5편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전작을 능가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못한다는 건,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법칙인 모양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6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전작보다 못하지만 않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주로 신인으로 뽑기 때문에, 연기력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책 읽는 수준에서만 벗어나면 다행일 것이라 여겼다.

 

  그렇다. 기대하지 않았다. 전혀. 네버. 결단코.

 

  하지만 영화는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처참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좋은 쪽으로 감탄하는 말이 아니다. ‘어떻게 (이 정도로 형편없는 망작을) 이렇게 (감히 여고괴담 시리즈라고) 만들 수 있지?’라는 의문이었다. 아무리 여고괴담 시리즈가 4편부터 망작의 길을 걷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이건 진짜, 하아…….

 


  자, 이제 위에 언급한 스포일러 풍년이 뭔지 보여주겠다.

 





  이 작품에서 하영과 은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친구가 3층의 폐쇄된 전직 화장실 현직 창고에서 죽었고, 성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두 사람 다, 학교에 의해 그 사실을 은폐 당했다. 하영은 교장에 의해, 은희는 그 시절 담임이었던 현 교장에게 말이다. 이렇게 보면, 괴담이 만들어지고 귀신이 등장할 조건은 충분하다. 거기다 자신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가해자를 편들어준 학교 관계자들에게 복수하는 장면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 이런 조건으로 이야기를 잘 다듬으면, 망작이라는 평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가해자를 밝히는 과정에 있었다.

 

  하영을 성폭행한 사람은 담임이었다. 이사장의 조카이자 학교에서 제일 인기 있는 미혼의 남자 선생. 그는 자신이 맡은 반의 아이 몇 명을 격려를 핑계로 집으로 불러 술을 먹이고 강간을 하며 그 장면을 촬영까지 한다. 이후 그걸 빌미로 아이들을 계속해서 농락하고 말이다. 이건 있을 법한 일이다. 이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도 생길 수 있고, 다른 친구에게 말 못 할 비밀을 만들게 되면서 오해를 사고 거리가 멀어지는 등등의 일이 이어지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은희를 성폭행한 사람은 너무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경이 되는 학교는 광주에 있고, 마침 군인들이 와 있었다. 그렇다. 광주 민주화 항쟁 때, 광주를 진압하러 온 군인이 바로 은희를 성폭행한 사람이었다. 그럴 수 있다. 그 당시 광주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건이 밝혀지는 게, 너무 갑작스럽다는 느낌이다. 내가 그 당시를 잘 몰라서 뭐라고 못하겠지만, 군인들이 광주로 오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가 너무 평화로웠다. 노래 연습하겠다고 여학생 두 명만 학교에 남는 게 가능한가? 당직 선생도 아무도 없이, 경비 하나만 있는 게? 차라리 선생들이 다 광주 시청으로 갔다면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얘기는 없었다. 나오는 선생이라고는, 살아남은 은희에게 학교의 명예를 위해 입 다물라고 강요하는 사람뿐이었다.

 

  도대체 왜 군인 두 명이 군용 트럭을 몰고 학교에, 그것도 여학교에 왔으며, 왜 아이들을 강간하고 끌고 갔는지 모르겠다. 겨우 그 짓을 하려고 왔다면, 왜 길에 있던 다른 아이들은 가만히 내버려 뒀을까? 두 명을 공격하나 네 명을 공격하나, 그들에게는 총이 있었으니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군인들이 그곳에 있었고, 왜 아이들을 공격하고 끌고 갔는지 말이다.

 

  너무 뜬금없는 등장이었고 이상한 전개였다. 그럴 거면 그런 분위기라도 미리 잡아두던가. 영화 초중반에 은희가 군인을 보고 거의 쓰러질 듯이 더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힌트였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건 굳이 광주라는 설정을 넣지 않아도 되는 장면이었다. 군인이나 선생이나 다 똑같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을 강제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면 진짜 광주가 아니어도 되는 거였잖아? 고등학교 때 군복 입은 사촌오빠나 친구 오빠 내지는 옆집 오빠가 존재할 수 있으니까. 막말로 이런 식으로 광주를 팔아서 무슨 부귀영화를 보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몇몇 외국 작품 중에, 현재의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역사적 비극을 다시 일깨우는 내용이 있기는 했다. ‘구울 Ghoul, 2015’이라든지 ‘체르노빌 다이어리 Chernobyl Diaries, 2012’ 같은 영화가 있었다. 이 작품도 그런 식으로 만들려고 한 거 같은데, 그러기엔 방향을 잘못 잡았다. 잘못 잡아도 너무 잘못 잡았다. 이런 식의 접근은 아니라고 본다.

 

  차라리 광주와 군인을 삭제하는 편이 나았다. 그냥 학교 이사장 내지는 교장 또는 그 가족이 은희를 성폭행하고 그걸 학교 차원에서 입막음했다는 게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교장이나 이사장의 조카가 아이들을 노리개 삼고 있다는 게 더 개연성 있지 않을까? 현 교장은 이사장 집안의 치부를 숨겨줘서 승진한 것이고 말이다. 그게 더 학교를 둘러싼 공포를 다루는 여고 괴담이라는 시리즈의 목적에도 어울렸을 것이다.

 

  여고 괴담이 인기 있었던 건, 학교에 다닌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소재를 다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게 아니었다. 선생에 의한 성희롱이나 차별은 학교 다닐 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학교에서 군인에 의해 강간당하는 건 극히 드문 경우니까 말이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박수받아야 할 건, 주연을 맡은 김서형의 연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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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The 8th Night, 2021

  감독 - 김태형

  출연 - 이성민, 박해준, 김유정, 남다름

 

 

 

 

 

  2500년 전, 인간 세상에 지옥문을 열려던 요괴가 하나 있었다. 부처는 요괴의 두 눈, 붉은 눈과 검은 눈을 각각 먼 곳에 봉인시켜, 요괴가 활개 치지 못하게 하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 한국의 한 고고학자가 붉은 눈이 봉인된 사리함을 발견하지만, 가짜라는 비난에 시달린다. 그는 붉은 눈의 봉인을 풀어,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로 한다. 붉은 눈은 검은 눈을 찾아, 일곱 명의 사람을 옮겨 다니며 살인 행각을 벌인다.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기이한 모습으로 죽어 나가자, 경찰은 비상이 걸린다. 그리고 두 눈이 만나는 걸 막기 위해, ‘청석’은 속세로 나간 ‘선화’를 찾으라는 명을 받는데…….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람!

 

 

 

 

  만약에 내가 해장국을 좋아하는데, 내 입맛에 딱 맞는 해장국을 먹어봤다고 하자. 그러면 다른 해장국을 먹어도, 맛있다거나 최고라는 말은 별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최고인 맛을 이미 봤고, 그게 기준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아쉽게도 이미 ‘사바하 娑婆訶, Svaha: The Sixth Finger, 2019’라는 영화를 본 뒤라서 그리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사바하를 보지 않았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주연을 맡은 배우가 진짜 연기는 잘 했다. 그뿐일까? 빙의 여고생을 맡은 배우조차 연기가 훌륭했다. 대사도 별로 없던 엑스트라 급으로 포털엔 이름도 없는데, 엄청난 존재감을 내비쳤다. 설정도 뭐 어느 정도 괜찮았다. 화면도 분위기를 잘 살렸고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문제는 뚝뚝 끊어지는 장면의 흐름과 어색한 인물의 성격 그리고 스토리텔링이었다. 장면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면, 이야기의 흐름이 어긋나는 분위기가 된다. 뭔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게 제대로 와닿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이 작품이 힌트를 주지 않는 건 아니다. 115분이라는 시간 내내, 영화는 자세할 정도로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과거에 관해 얘기한다. 그런데 뭐랄까, 그렇게까지 자세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 분량을 다른 부분, 예를 들면 인물의 성격 표현에 할애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특히 청석의 캐릭터가 너무 이상했다. 도대체 21세기에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그토록 어수룩한지……. 휴대전화 없는 거야 그러려니 해도, 이후 행동이 마치 문명 세계에 처음 발을 디딘 고대인을 보는 것 같았다. 열 살 정도까지는 현대인으로 살았던 것으로 나오는데 말이다. 게다가 왜 ‘애란’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산골에서 남자 스님만 보다가 인간 여자, 그것도 김유정을 보니 눈이 돌아간 건지 아니면 제작진만 아는 감정의 흐름이나 설정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절에서 묵언 수행할 때는 진중하고 차분한 줄 알았는데, 산을 벗어나고 입을 열면서부터 이상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영화에서 나오길 두 눈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붉은 눈이 밟고 갈 일곱 개의 징검다리 중 하나를 없애는 것이다. 그러니까, 붉은 눈이 빙의할 일곱 명의 사람 중, 아무나 한 명을 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식으로 마무리를 짓지 않는다. 그러면 그거 봉인에 실패한 거 아닌가? 어떤 기기든, 개발자가 정해놓은 매뉴얼대로 하지 않으면 고장 나기 마련이다. 이 작품에서 처음 두 눈을 봉인한 것은, 불교계의 최고 능력자인 부처다. 그런데 부처가 남긴 매뉴얼대로가 아닌, 후발 주자가 자기 마음대로 봉인한다? 어쩐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결말이었다.

 

  마지막에 청석의 이마에 흉터가 남았는데, ‘그게 흉터가 아니라면?’이라는 망상을 해본다.

 

  영화에서 부처가 두 눈이 만나지 못하게 하나는 동쪽 끝에 다른 하나는 서쪽 끝에 묻어두었다고 나오는데, 문득 지구는 둥그니까 계속 가다 보면 만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붉은 눈과 검은 눈이 견우와 직녀의 다른 버전 같다는 망상도 해보았다. 견우와 직녀도 까마귀와 까치가 없었다면, 헤어진 기간 내내 다시 만나면 자기들을 갈라놓은 책임자들을 다 조져버리겠다고 분노했을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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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로아

 

 

 

 

  2019년 5월부터 12월까지 총 256화로 본편이 완결되었고, 웹툰화를 기념하여 2021년 3월부터 특별 외전이 연재되었다. 하지만 작가의 건강문제로 10화 이후로 휴재 중이다.

 

  주인공은 사고로 죽고, 다른 세계에서 태어난다. 제국의 부와 권력을 가진 ‘롬바르디’의 사생아 손녀 ‘피렌티아’로 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을 이어받은 큰아버지는 단 2년 만에 가문을 말아먹고, 주인공은 또다시 사고로 죽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눈을 뜨니, 일곱 살의 피렌티아로 돌아왔다. 피렌티아는 큰아버지가 아닌 자신이 가주가 되어, 집안을 멸망에서 구하기로 한다. 더불어 치료약의 완성 전에 죽은 아버지도 살려내기로 한다. 일곱 살 피렌티아는 전생에서 기억과 더불어 할아버지를 닮은 능력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몇 안 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 같고, 변함없이 재미있다. 작가의 전작은 중간에 읽다가 재미가 없어서 그만뒀는데, 이번 작품은 너무 재미있었다. 전작이 별로여서 읽을까 말까 하다가 읽기로 한 과거의 나 칭찬해.

 

  간혹 어떤 소설들은 성인이 아이로 다시 태어나거나 되돌아가면 지적 능력도 다시 퇴화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 작품은 그러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나름 너무 튀지 않게 조심하면서 자신의 천재성을 은밀히 알리고,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여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게 꽤 매력적이었다. 이건 아마 두 번째 생에서 할아버지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이것저것 많은 공부를 한 게 도움이 된 듯하다. 거기에 첫 번째 생, 그러니까 현대인으로 살 때 보고들은 많은 것들도 도움이 되었고 말이다. 아, 그래서 피렌티아가 두 번의 죽음을 겪은 것일까?

 

  사건들이 촘촘히 이어져서 결말 부분에서 펑 터지는 구성도 좋았고, 진지한듯하면서 유쾌함도 잃어버리지 않는 짜임새도 괜찮았다. 물론 주인공이 어쩔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부닥치기도 하지만, 끝까지 희망과 용기를 버리지 않는 마음가짐도 훌륭했고 말이다. 뭐, 어떤 사람은 주인공이 손대는 일마다 잘 되니, 너무 뻔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소설의 프롤로그가 스포일러라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안다고 해서, 이야기의 재미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두 주인공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이건 조연들의 개성이 확실하게 잡혀있고 그 비중이 적절하게 가미되어서 일수도 있다. 물론 그건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캐릭터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몇몇 주요 조연은 그나마 입체적으로 묘사되어서, 그런 우려는 조금 씻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조연들은 처음과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그 정도면 괜찮은 인물 설정이라 생각한다.

 

  어릴 때는 귀엽다가 주인공이 나이 들면서 무매력이 되는 작품도 있었는데, 이 소설은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정체를 숨기고 어른들을 농락하는 사업의 귀재인 꼬꼬마 시절의 피렌티아도 귀엽고, 대놓고 천재성을 드러내며 카리스마 뿜뿜하는 성인식을 치른 피렌티아도 매력적이다.

 

  이북이나 종이책으로 나오길 바라는 몇 안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 이 소설의 웹툰의 그림체나 구성도 무척이나 훌륭하다. 그래서 웹툰이 연재되는 날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월요병을 극복할 계기를 주는 웹툰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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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eventh Day, 2021

  감독 - 저스틴 P. 랭

  출연 - 가이 피어스, 스티븐 랭, 바디르 데르베스

 

 

 

 

  1995년 신임 사제인 ‘피터’는 ‘니콜라스’라는 어린 소년의 구마 의식에 참여한다. 의식을 주관하는 것은 베테랑인 ‘루이스’ 신부. 하지만 어렵지 않게 의식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소년과 신부 두 사람이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현재. ‘다니엘’ 신부는 구마사로 처음 일하게 된다. 그를 훈련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피터 신부. 둘은 가족을 도끼로 살해한 ‘찰리’라는 소년의 사건을 조사하는데…….

 

 

 

 

  **아랫부분에는 호러 영화를 좀 많이 보고 눈치 빠른 사람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아주 많이 대놓고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조심!!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악이 등장하는 작품은 아무리 난리를 피워도 결국은 선이 이기게 되어 있었다. 악이 선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도 말이다. 그런데 요즘 나온 몇몇 작품들을 보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 하긴 사탄도 멍청이가 아닌 이상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충 눈치챘을 것이다. 꼬꼬마 어린애들을 괴롭히거나 빙의해봤자, 자기들의 세력 확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때문에 어떤 작품에서는 어린애들이 아닌 어른을 공략하기도 한다. 그것도 종교계의 인물을! 제목을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작품에서는 종교계의 대표적인 인물에 악마를 빙의시키기도 하고, 또 다른 작품은 악령이 그 종교의 상징적인 인물인 척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영화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악이 빙의한 사람이 누군지 깨닫게 되면, 앞부분에서 언급된 그 지역에서 행하는 구마 의식이 왜 계속 실패로 돌아갔는지 알 수 있다. 트로이의 목마가 떠오르는 설정이었다.

 

  영화는 하나하나 따져보면 설정들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구마 의식, 이건 꿀잼을 보장하는 설정이다. 인간의 약한 틈을 노리는 악마의 유혹과 그걸 극복하고 피해자를 구하려는 사제들의 고군분투! 계속 흔들리다가 마지막에 마음을 굳게 다잡고 악마를 내쫓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악마에 빙의해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 이것 역시 많은 작품에서 사용될 만큼 기본은 하는 설정이다. 특히 경찰과 종교가 협력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신선하고, 그와 반대로 둘이 대립하면서 갈등을 빚는 것도 익숙하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이 영화 지루했다. 저렇게 재미있는 설정들을 가지고, 어째서 지루함만 남은 작품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악령이 나오는 장면이 뭐랄까, 그렇게 긴장감이 넘치지 않았다. 가끔은 깜짝 놀라게 하는 기습적인 뭔가가 있어야 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었다. 그냥 나올 때가 되었으니 나왔고, 사라질 때가 되었으니 사라졌을 뿐이다. 공포영화에서는 밀당이 필요한 데, 아쉽게도 그런 게 없었다.

 

  게다가 후반부에 악령이 왜 이리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목표가 된 인간을 장악하기 위해 애쓰는데, 그게 다 대화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그 부분이 나름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어떤 작품이 떠올랐다. 거기서는 사악한 놈이 주인공에게 주술을 걸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을 시킨다. 그런데 그게 일상적인 행동들과 이어지면서, 아무런 의심을 사지 않았다. 결말 부분에 그게 주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보여주면서 충격과 공포를 주는 반전이 되었다. 이 작품도 차라리 그런 식으로 흘러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니면 악마는 자신의 말빨에 자부심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직 난 정공법으로 상대하겠어! 유치한 잔꾀는 부리지 않아!' 이런 건가?

 

  하여간 영화는, 그냥 그랬다. ‘오오!’하는 장면도 없고, ‘으악!’하는 부분도 없었다. 사실 무슨 내용이었는지 리뷰를 적기 위해 다시 봐야 할 정도로 머릿속에서 지워진 영화였다.

 

  이건 영화와는 관계없는 부분인데, 이 영화의 한글 제목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다른 작품 리뷰에서도 적은 거 같은데, ‘7번째 날’이라는 걸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7’은 ‘칠’이라고 발음한다. 그러니까 제목을 읽으면 ‘칠번째 날’이 된다. 우리나라 말에 저런 표기법이 있던가? 순서를 말할 때는 첫 번째 두 번째 이런 식으로 읽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저 제목은 ‘일곱 번째 날’이라고 적어야 옳지 않나? 저런 식이면 ‘이틀’은 ‘2틀’이고, ‘사흘’은 ‘3흘’ 이렇게 되잖아? 요즘 어린 학생들이 문해력이나 어휘력이 떨어진다고 개탄하기 전에, 어른들이나 먼저 제대로 모범을 보여주면 좋겠다. 콩 심은 데 콩이 나오지, 딸기가 나올 리는 없잖은가? 자기들이 먼저 한글을 엉망으로 사용하고는, 누가 누굴 한심하다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이 영화의 한글 포스터는 스포일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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