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Seventh Day, 2021
감독 - 저스틴 P. 랭
출연 - 가이 피어스, 스티븐 랭, 바디르 데르베스
1995년 신임 사제인 ‘피터’는 ‘니콜라스’라는 어린 소년의 구마 의식에 참여한다. 의식을 주관하는 것은 베테랑인 ‘루이스’ 신부. 하지만 어렵지 않게 의식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소년과 신부 두 사람이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현재. ‘다니엘’ 신부는 구마사로 처음 일하게 된다. 그를 훈련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피터 신부. 둘은 가족을 도끼로 살해한 ‘찰리’라는 소년의 사건을 조사하는데…….
**아랫부분에는 호러 영화를 좀 많이 보고 눈치 빠른 사람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아주 많이 대놓고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조심!!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악이 등장하는 작품은 아무리 난리를 피워도 결국은 선이 이기게 되어 있었다. 악이 선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도 말이다. 그런데 요즘 나온 몇몇 작품들을 보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 하긴 사탄도 멍청이가 아닌 이상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충 눈치챘을 것이다. 꼬꼬마 어린애들을 괴롭히거나 빙의해봤자, 자기들의 세력 확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때문에 어떤 작품에서는 어린애들이 아닌 어른을 공략하기도 한다. 그것도 종교계의 인물을! 제목을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작품에서는 종교계의 대표적인 인물에 악마를 빙의시키기도 하고, 또 다른 작품은 악령이 그 종교의 상징적인 인물인 척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영화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악이 빙의한 사람이 누군지 깨닫게 되면, 앞부분에서 언급된 그 지역에서 행하는 구마 의식이 왜 계속 실패로 돌아갔는지 알 수 있다. 트로이의 목마가 떠오르는 설정이었다.
영화는 하나하나 따져보면 설정들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구마 의식, 이건 꿀잼을 보장하는 설정이다. 인간의 약한 틈을 노리는 악마의 유혹과 그걸 극복하고 피해자를 구하려는 사제들의 고군분투! 계속 흔들리다가 마지막에 마음을 굳게 다잡고 악마를 내쫓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악마에 빙의해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 이것 역시 많은 작품에서 사용될 만큼 기본은 하는 설정이다. 특히 경찰과 종교가 협력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신선하고, 그와 반대로 둘이 대립하면서 갈등을 빚는 것도 익숙하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이 영화 지루했다. 저렇게 재미있는 설정들을 가지고, 어째서 지루함만 남은 작품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악령이 나오는 장면이 뭐랄까, 그렇게 긴장감이 넘치지 않았다. 가끔은 깜짝 놀라게 하는 기습적인 뭔가가 있어야 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었다. 그냥 나올 때가 되었으니 나왔고, 사라질 때가 되었으니 사라졌을 뿐이다. 공포영화에서는 밀당이 필요한 데, 아쉽게도 그런 게 없었다.
게다가 후반부에 악령이 왜 이리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목표가 된 인간을 장악하기 위해 애쓰는데, 그게 다 대화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그 부분이 나름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어떤 작품이 떠올랐다. 거기서는 사악한 놈이 주인공에게 주술을 걸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을 시킨다. 그런데 그게 일상적인 행동들과 이어지면서, 아무런 의심을 사지 않았다. 결말 부분에 그게 주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보여주면서 충격과 공포를 주는 반전이 되었다. 이 작품도 차라리 그런 식으로 흘러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니면 악마는 자신의 말빨에 자부심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직 난 정공법으로 상대하겠어! 유치한 잔꾀는 부리지 않아!' 이런 건가?
하여간 영화는, 그냥 그랬다. ‘오오!’하는 장면도 없고, ‘으악!’하는 부분도 없었다. 사실 무슨 내용이었는지 리뷰를 적기 위해 다시 봐야 할 정도로 머릿속에서 지워진 영화였다.
이건 영화와는 관계없는 부분인데, 이 영화의 한글 제목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다른 작품 리뷰에서도 적은 거 같은데, ‘7번째 날’이라는 걸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7’은 ‘칠’이라고 발음한다. 그러니까 제목을 읽으면 ‘칠번째 날’이 된다. 우리나라 말에 저런 표기법이 있던가? 순서를 말할 때는 첫 번째 두 번째 이런 식으로 읽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저 제목은 ‘일곱 번째 날’이라고 적어야 옳지 않나? 저런 식이면 ‘이틀’은 ‘2틀’이고, ‘사흘’은 ‘3흘’ 이렇게 되잖아? 요즘 어린 학생들이 문해력이나 어휘력이 떨어진다고 개탄하기 전에, 어른들이나 먼저 제대로 모범을 보여주면 좋겠다. 콩 심은 데 콩이 나오지, 딸기가 나올 리는 없잖은가? 자기들이 먼저 한글을 엉망으로 사용하고는, 누가 누굴 한심하다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이 영화의 한글 포스터는 스포일러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