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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로아
2019년 5월부터 12월까지 총 256화로 본편이 완결되었고, 웹툰화를 기념하여 2021년 3월부터 특별 외전이 연재되었다. 하지만 작가의 건강문제로 10화 이후로 휴재 중이다.
주인공은 사고로 죽고, 다른 세계에서 태어난다. 제국의 부와 권력을 가진 ‘롬바르디’의 사생아 손녀 ‘피렌티아’로 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을 이어받은 큰아버지는 단 2년 만에 가문을 말아먹고, 주인공은 또다시 사고로 죽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눈을 뜨니, 일곱 살의 피렌티아로 돌아왔다. 피렌티아는 큰아버지가 아닌 자신이 가주가 되어, 집안을 멸망에서 구하기로 한다. 더불어 치료약의 완성 전에 죽은 아버지도 살려내기로 한다. 일곱 살 피렌티아는 전생에서 기억과 더불어 할아버지를 닮은 능력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몇 안 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 같고, 변함없이 재미있다. 작가의 전작은 중간에 읽다가 재미가 없어서 그만뒀는데, 이번 작품은 너무 재미있었다. 전작이 별로여서 읽을까 말까 하다가 읽기로 한 과거의 나 칭찬해.
간혹 어떤 소설들은 성인이 아이로 다시 태어나거나 되돌아가면 지적 능력도 다시 퇴화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 작품은 그러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나름 너무 튀지 않게 조심하면서 자신의 천재성을 은밀히 알리고,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여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게 꽤 매력적이었다. 이건 아마 두 번째 생에서 할아버지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이것저것 많은 공부를 한 게 도움이 된 듯하다. 거기에 첫 번째 생, 그러니까 현대인으로 살 때 보고들은 많은 것들도 도움이 되었고 말이다. 아, 그래서 피렌티아가 두 번의 죽음을 겪은 것일까?
사건들이 촘촘히 이어져서 결말 부분에서 펑 터지는 구성도 좋았고, 진지한듯하면서 유쾌함도 잃어버리지 않는 짜임새도 괜찮았다. 물론 주인공이 어쩔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부닥치기도 하지만, 끝까지 희망과 용기를 버리지 않는 마음가짐도 훌륭했고 말이다. 뭐, 어떤 사람은 주인공이 손대는 일마다 잘 되니, 너무 뻔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소설의 프롤로그가 스포일러라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안다고 해서, 이야기의 재미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두 주인공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이건 조연들의 개성이 확실하게 잡혀있고 그 비중이 적절하게 가미되어서 일수도 있다. 물론 그건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캐릭터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몇몇 주요 조연은 그나마 입체적으로 묘사되어서, 그런 우려는 조금 씻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조연들은 처음과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그 정도면 괜찮은 인물 설정이라 생각한다.
어릴 때는 귀엽다가 주인공이 나이 들면서 무매력이 되는 작품도 있었는데, 이 소설은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정체를 숨기고 어른들을 농락하는 사업의 귀재인 꼬꼬마 시절의 피렌티아도 귀엽고, 대놓고 천재성을 드러내며 카리스마 뿜뿜하는 성인식을 치른 피렌티아도 매력적이다.
이북이나 종이책으로 나오길 바라는 몇 안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 이 소설의 웹툰의 그림체나 구성도 무척이나 훌륭하다. 그래서 웹툰이 연재되는 날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월요병을 극복할 계기를 주는 웹툰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