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Polaroid, 2017

  감독 라스 클리브버그

  출연 캐스린 프레스콧그레이스 자브리스키타일러 영사만다 로건

 

 

 

   * 스포일러 약간 있어요!


  골동품 가게에서 일하는 버드는 우연히 오래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구하게 된다그녀는 학교 친구들이 여는 코스튬 파티에서그 사진기로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게 된다그런데 사진을 보니그림자가 찍혀있었다의아해하는 것도 잠시사진에 찍힌 아이들이 하나둘씩 사고로 죽는다버드는 사진에 찍힌 검은 그림자가 아이들을 공격하는 것이라 믿고카메라의 출처를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카메라와 사진에 관련된 공포 작품들은 꽤 많다아무래도 카메라 렌즈에는 인간이 보지 못하는 뭔가가 드러난다는 설정이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CCTV에는 사람들 옆에 뭔가 있는 게 보이지만정작 당사자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설정도 있으니까그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찰칵하는 촬영음만으로도 보는 이를 오싹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영화 역시그런 기본 설정을 하고 있다우연히 구한 카메라그걸로 찍은 사진에 꼭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그 그림자는 사진을 옮겨가면서 찍힌 사람들을 하나씩 죽인다사진을 태우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이 붙고사진을 구겨 던지면 역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충격파가 전해진다사진을 찢으면 역시 몸이……그러니 사진을 태울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이러니 아이들이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물론 당연히 상대를 비난하고 책임을 돌리며 감정이 격해지는 장면도 들어있기 마련이다그런 애들이 먼저 사고를 당하는 건 공포 영화의 법칙!


  그런데 영화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누가 더 억울할까?

 

  주인공인 버드별로 친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노라 오지랖을 부리다가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린다자신이 찍은 사진 때문에 아이들이 죽어가니이에 도의적 책임을 갖고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다그 와중에 40년 전에 있었던 카메라의 주인과 관련된 마을의 비밀까지 알게 되는 건 덤단지 자신은 우연히 구한 중고 명품 카메라를 자랑하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그러면 얼떨결에 희생양이 된 아이들의 입장은 어떨까파티에서 별로 친하지 않지만옆에 있길래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스마트 폰을 내밀었더니중고 카메라로 찍어주겠노라 해서 그러라고 했다그런데 그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한다.

 

  과연 저 둘 중에 누가 더 억울할까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결국 살아남는 건 주인공과 그 친구들뿐이기 때문이다친하지 않은데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가 죽어간 다른 아이들은 얼마나 억울할까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 인생의 주인공인데저 아이들은 남의 인생에 엑스트라가 되어 죽어갔다그러니까 친하지도 않은 애한테 괜히 말 걸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거나 같이 찍고 그러면 큰일 당하는 건가역시 소년 탐정 김전일이나 코난이 나타나면 친하지 않은 사람은 다 도망쳐야 한다는 말이여기서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저런 헛소리를 늘어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영화에 관해 할 말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영화는 흔한 설정에평범하고 교과서적인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포스터에 역대급 오프닝 7버틸 수 있겠는가?’라고 적혀있는데뭐가 역대급이고 뭘 버틸 수 있겠는지 모르겠다내가 본 것만으로 따지면차라리 영화 스크림 Scream, 1996’의 오프닝이 더 충격적이고 역대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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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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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리아 킴

 

 

 

 

  요즘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이런 대답을 듣는 경우가 있다. “공무원이요.”, “연예인이요.”, 또는 아프리카 BJ나 유튜버요.” 이런 말을 들으면어떻게 어디서부터 짚어줘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왜냐하면학생들이 언급한 것은 직업이지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런 질문에서 말하는 꿈이라는 것은평생에 걸쳐 이루고 싶은 것 내지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의미한다그러니까 유튜버는 일종의 직업이지만유튜브를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공유하고 널리 알리고 싶다면 그건 꿈이라고 할 수 있다직업이란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 단계 내지는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 원피스 ワンピース, 1997’를 보고 해적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보자물론 이 아이가 꿈꾸는 해적은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종류가 아닌만화에서처럼 전 세계의 바다를 항해하며 보물을 찾는 종류이다당연히 요즘 같은 세상에 저렇게 얘기를 하면, ‘꿈 깨라라든지 정신 차려’ 또는 현실을 좀 깨달아라라는 핀잔이 돌아온다그 만화의 주인공들은 초능력자들이니 말이다하지만 항해를 한다거나 보물을 찾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면그 아이는 해군에 입대하거나 세계를 돌아다니는 대형 유람선에서 근무할 수도 있다또는 해양 고고학자나 해양학자가 될 수도 있다아니면 보물을 찾는 연구가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이렇게 꿈이 있으면이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고 그 과정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마치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리아 킴’ 역시꿈을 이루기 위해 큰 노력을 해왔다어린 시절어머니의 철저한 관리 아래 성장했다가전학 간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왕따로 중학교 시절을 우울하게 보냈다그러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본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통해자신이 원하는 것이 공부가 아닌 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이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스트리트 댄스를 배우면서세계 대회 우승이라는 큰 성공을 거둔다하지만 세상사라는 게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후 그녀는 슬럼프에 빠지고 만다하지만 마이클 잭슨을 보면서 생각한 꿈이 있기에그녀는 다시 일어선다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솔직하게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다.

 

  제목인 까만 단발머리그녀의 새로운 마음가짐을 나타내고 꿈을 잃지 않겠다는 결심의 표상이었다지치거나 잡념이 들 때거울을 보면서 초심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이고 말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댄스 스튜디오에서 유튜브에 올린 영상 몇 개를 보았다거기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모두가 진지하게 춤에 열중하고 있었다그러면서 웃고 있었다목표나 꿈은 각자 다르겠지만그들이 춤을 추고 있는 그 순간은 바로 그걸 이루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잘하건 못하건 최선을 다해 즐기고 있었다그 때문에 모두 환호하고 미소지으면서 춤을 추고 있는 모양이다문득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내 꿈은 로또 1등이 되어서 놀고먹는 것인데왜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노력이 부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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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3rd Eye, Mata Batin, 2017

  감독 록키 소라야

  출연 제시카 밀라데니 수마르고시트라 프리마비앙카 헬로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자, ‘알리아는 동생 아벨과 살기로 한다어릴 적에 살던 집으로 돌아온 첫날아벨은 언니에게 고백한다자신은 귀신을 볼 수 있다고그 말을 믿을 수 없는 알리아는 아벨이 상담을 받았다는 윈두 부인을 찾아간다그리고 아벨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겠다며다른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제3의 눈을 여는 의식을 받는다의식이 끝난 후아무것도 안 보인다며 동생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던 알리아그런데 그곳에서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이후 동생과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해가던 중알리아는 집에 있던 악령들의 습격을 받고 마는데…….

 

  제작진이 아마 많은 공포 영화들을 본 것 같다마니아였을까그래서 작품마다 인상 깊었던 설정이나 장면을 적어놨을 것이다이후 자기들이 영화를 만들 때약간 변형시켜서 인용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다른 작품들이 많이 떠올랐다예를 들면귀신을 보는 아이라는 설정은 영화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 1999’악령에 빙의한 사람을 퇴마하는 과정은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1973’갑자기 귀신이 보인다는 설정은 디 아이 The Eye, 2002’그리고 저승도 이승도 아닌 공간에 갇힌 영혼을 구하러 간다는 설정과 배경은 인시디어스 Insidious, 2010’ 시리즈가 연상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이 그 영화들의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원래 귀신 보는 설정은 많고 많다영화에 소설에 만화 등등 길 가다 발에 채는 소재 중의 하나가 바로 귀신 보는 아이 설정이다원래 어른보다 아이가 귀신을 봐야 더 오싹하고 무서운 법이다그리고 퇴마하려면 대상을 묶어두고 의식을 하는데제일 흔한 곳이 침대다이불은 묶을 데가 없으니까그렇다고 책상이나 식탁 의자에 묶을 수도 없고 말이다그때 악령이 반항하다 보면침대가 막 움직이다가 공중에 떠오를 수도 있다또한악령이 생각보다 강해서 가족 중의 누군가 영혼이 끌려간다면구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당연히 누군가 영혼이 방황하는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그러니까 흔한 귀신 장르의 클리셰 범벅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차분히 꼼꼼하게 영화를 보면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어디 하나 튀거나 어색한 부분이 없다아마 기본 흐름을 정해놓고여러 가지 요소를 적절히 배치한 모양이다게다가 나오는 귀신마다 상당히 처참하게 생겨서 어이쿠무서워라놀랐네데헷하면서 볼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강추꼭 봐야함별표 밑줄 쫘악!’할 정도는 아니다처음 어디선가 본 설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그 설정이 들어있던 영화 흐름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걸 알아차린 순간, ‘다음엔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함은 들지 않았다후반에 반전을 하나 넣긴 했는데그 또한 너무 유명한 반전 키워드라서 좀 실망스러웠다거기다가 아쉬운 점을 또 고르자면 악령의 분장이 좀비 같다는 정도를 들 수 있겠다그리고 귀신이 떠도는 세계가 너무 인시디어스 최신편을 따라 했다는 느낌이 강했다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망작에 쓰레기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같은 건 또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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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uper, 2017

  감독 스테판 릭

  출연 패트릭 존 플루거발 킬머루이자 크라우스폴 벤-빅터

 

 

 

 

  아내를 화재 사고로 잃은 후, ‘은 어린 두 딸 바이올렛과 로즈를 데리고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경찰이었던 경험을 살려그는 한 아파트의 관리인으로 일하게 된다한편그 아파트에서는 의문의 실종 사건과 살인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필은 수상한 행동을 하는 다른 관리인 월터를 의심하기에 이른다그런데 그가 자꾸만 필의 두 딸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의 영문판 포스터를 보면월터 역을 맡은 발 킬머가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고 ‘He has your keys’라고 적혀있다한국판 포스터에는 벽에 ‘Play with me?’이라고 쓰여 있고 말이다그걸 읽으면 자연스레 발 킬머가 예전에는 정의를 지키는 히어로인 배트맨을 하더니만 이번에는 연기 변신을 위해 나쁜 놈으로 나오는 모양이구나관리인이니까 아파트 모든 집의 열쇠를 갖고 있고사람들을 죽이거나 납치 감금 고문하는 거구나라고 상상할 것이다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나에게는 그랬다거기다 중반까지 그런 뉘앙스를 대놓고 뿌렸고 말이다하지만 이건 제작진의 속임수였다왜 그런지 말하면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다어쩌면 영화를 보기 전에 포스터를 접하지 않았다면제작진의 농간에 휘말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적어놓으면이 작품이 구성이 탄탄하고 반전이 뛰어난 스릴러 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나만 당할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면저기까지 적어놓고 리뷰를 마무리했을 거다하지만 난 4500원의 소중함을 알기에그 돈이면 떡볶이에 콜라까지 가능하고라면은 다섯 개짜리 한 묶음 살 수 있고맥주 한 캔에 과자까지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

 

  영화의 기본 설정은 평범하고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하게 다룬 것이다그 때문에 제작진은 여기에 다른 양념을 몇 가지 집어넣었는데그럭저럭 괜찮았다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이라든지 아빠의 새로운 연애 상대와 딸 사이의 미묘한 거리자신과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두려워하는 소녀 등등.

 

  그런데 뭐랄까영화는 그리 흡입력이 있다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하면서 보기가 어려웠다강약의 적절하게 반복되면서 보는 내내 심장 박동이 올라갔다 내려갔다주먹을 쥐었다 풀었다 하는 게 공포 영화를 보는 묘미다아쉽게도이 작품은 그런 게 별로 없었다인물의 성격이 너무 평면적이어서보는 내내 다른 작품의 캐릭터가 연상되었고 두 인물의 연기가 비교되었다그리고 후반에 반전을 주긴 했지만반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예상 가능한 설정이었다.

 

  ‘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기 쉽고인간이 얼마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그런데 그렇다고 보기엔너무 쉽게 넘어갔다어이없을 정도로계기도 없고 개연성도 부족한 것 같았다몇 년 전에 본 한국 공포 영화가 떠올랐다그것도 결말이 너무 이상해서 욕을 했었는데이 작품의 결말도 비슷했다인간이 너무 팔랑귀이고 쉽게 넘어가고 나약하다는 걸 표현하려고 했다고 보면그럴싸한 결말이었다하지만 개연성이나 인간의 행동에는 반드시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면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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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Brightburn , 2019

  감독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출연 잭슨 A. 엘리자베스 뱅크스데이비드 덴맨제니퍼 홀랜드

 

 


 

  이 리뷰에는 영화의 주요 스포일러 몇 개가 들어 있어요!

 

  아이를 원하던 브라이어 부부의 농장 근처에미확인 비행물체가 떨어진다부부는 그 안에서 발견된 갓난아이를 기르기로 한다열 두 살이 될 무렵브랜든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뭔가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빼앗으라고 말하는 것 같고잔디 깎는 기계를 던져버릴 만큼 엄청난 힘도 생긴다그와 동시에 그는 다른 십 대 아이들처럼 이성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인간의 해부도에 눈길을 돌리고기이한 문양을 그리는 데 열중한다그러던 중관심과 호감을 보이던 여자아이에게 외면을 당하자브랜든은 그 아이의 손을 부러뜨리는 사고를 치고 마는데…….

 

  처음 이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무척이나 기대되었다외계에서 온 아이가 착한 슈퍼맨이 아니라면정의와 질서를 수호하는 별의 계승자가 아니라폭력적이고 사악한 정체성을 가진 외계인이라면그리고 슈퍼맨의 부모처럼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부는 게 아니라그를 의심하고 꺼린다면무척이나 신선한 발상이었다하긴 외계인은 무조건 지구를 공격하고 지배하려는 악당으로 묘사하면서슈퍼맨만 선하고 지구를 수호하는 인물로 그리는 건 좀 웃긴다하다못해 어떤 미국 드라마를 보면어떤 평행 지구에서는 흑화한 영웅들이 등장하기도 한다그러니 슈퍼맨이 언제나 착한 아이일 리가 없다.

 

  그래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하고 두근거리기도 했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그동안 기대했던 내가 안쓰러웠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어쩌면 사춘기 십 대 시절을 너무 오래전에 겪어서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심리를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굴러가는 낙엽이 왜 웃긴지 이제는 모르겠는 나이가 되었으니까하지만 아무리 그래도이 영화에서 브랜든이 흑화하는 계기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우선 영화에서 드러난 첫 번째 이유는그를 태우고 왔던 비행물체에서 나오는 기이한 광선이 있다그것은 밤만 되면 붉은빛을 뿜으면서브랜든에게 말한다세상을 빼앗으라고마침내 창고 아래에 숨겨둔 비행물체를 찾은 브랜든은 거기서 주문을 외우며 발작을 일으킨다이 장면을 보면서문득 만화 드래곤 볼이 떠올랐다거기서 카카로트가 지구로 온 이유는지구 정복이었다그 별 주민들이 달을 보면 거대 원숭이로 변신하여 마구 때려 부수는데그건 누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유전자에 저장된 본능이었다그래서 브랜든도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유전적으로 각성하여 파괴적으로 변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그런 설정이라면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그의 흑화 이유는 사람들의 외면이었다아무래도 브랜든은 머리가 너무 좋아서 학교에서 놀림당하는 아이였던 거 같다그런데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던 여자애마저 등을 돌리고아빠마저 그를 의심하고이모와 이모부마저 그를 혼내자이에 분노한다이렇게 설정만 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실제로 얘가 놀림을 받고 왕따를 당하는 게 그렇게 흑화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았다여자애 엄마는 자기 딸의 손을 부러뜨린 브랜든과 자기 딸을 놀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공격받는다그런데 그거 당연한 거 아닌가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해꼬지를 한 아이와 다시 놀라고 할까거기다 이모는 학교 상담교사라서 최대한 그의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했다이모부 역시 그가 밤늦게까지 서성이는 것을 보고 화를 낸 것이다그들은 그럴만했다하지만 브랜든은 그들이 화를 내고 부모와 경찰에 알리겠다고 하자분노한다하아이건 완전히 꼬꼬마 애들이 자기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마트 바닥에 누워 발버둥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보였다.

 

  어쩌면 제작진은 브랜든이 아직 사리 분별을 잘 못 하고 앞뒤 정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꼬꼬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그런데 그런 것치고그 전까지 브랜든은 머리 좋고 침착하며 상위 1% 안에 드는 모범생이었다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도 의젓했다그러면 제작진은 융통성 없는 모범생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미숙함을 보여주고 싶었나어린아이라서그래서 이모나 이모부에게 엄마·아빠에게 이르지 말아 달라고 징징대다가안된다니까 다 죽여버린 건가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서그것도 가능하다하지만 그러면 첫 번째 이유와 충돌된다사람들을 죽인 후브랜든은 침착하게 자기가 만들어낸 기호를 곳곳에 남기고 과자까지 꼭꼭 씹어먹는 여유를 부린다외계인이라는 걸 모르면사이코패스로 보일 정도다그런데 징징댄다고물론 그 징징거림이 연기라고 생각하면 말이 되긴 한다.

 

  하여간 그가 흑화하는 과정이 어딘지 모르게 많이 부족해서클라이맥스로 가면서 펑터지는 강렬함이 없었다조용하던 아이가 흑화하는 영화의 대표작으로는 캐리 Carrie, 1976’를 들 수 있는데솔직히 브랜든이 당한 건 캐리의 백 분의 일도 못 미치는……아니 이게 아니고하여간 그 영화는 초반부터 캐리가 당하는 과정을 찬찬히 보여주면서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는 순간보는 이도 쾌감을 느낄 정도로 펑펑 터트린다그런데 이 작품은아무리 봐도 중2병 걸린 꼬꼬마가 징징대는 거 같다문제는 그 꼬꼬마가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거겠지하아내가 진짜 영화 크로니클 Chronicle, 2012’이 훨씬 더 낫다고 말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애 아빠 지능이 떨어지나애가 괴력을 가진 걸 알았으면제대로 파악하고 죽이려고 해야지외계인이 산탄총에 죽을 거라고 누가 그래봤어그래놓고 살려달라고 빌면퍽이나 살려주겠다.



  이 영화에 별점을 준다면다섯 개 만점에 두 개만 줄 거다그런데 한 개는 순전히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빌리 아일리시’ 노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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