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3rd Eye, Mata Batin, 2017
감독 - 록키 소라야
출연 - 제시카 밀라, 데니 수마르고, 시트라 프리마, 비앙카 헬로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자, ‘알리아’는 동생 ‘아벨’과 살기로 한다. 어릴 적에 살던 집으로 돌아온 첫날, 아벨은 언니에게 고백한다. 자신은 귀신을 볼 수 있다고. 그 말을 믿을 수 없는 알리아는 아벨이 상담을 받았다는 ‘윈두 부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아벨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겠다며,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제3의 눈을 여는 의식을 받는다. 의식이 끝난 후, 아무것도 안 보인다며 동생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던 알리아. 그런데 그곳에서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동생과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해가던 중, 알리아는 집에 있던 악령들의 습격을 받고 마는데…….
제작진이 아마 많은 공포 영화들을 본 것 같다. 마니아였을까? 그래서 작품마다 인상 깊었던 설정이나 장면을 적어놨을 것이다. 이후 자기들이 영화를 만들 때, 약간 변형시켜서 인용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작품들이 많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귀신을 보는 아이라는 설정은 영화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 1999’를, 악령에 빙의한 사람을 퇴마하는 과정은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1973’를, 갑자기 귀신이 보인다는 설정은 ‘디 아이 The Eye, 2002’가, 그리고 저승도 이승도 아닌 공간에 갇힌 영혼을 구하러 간다는 설정과 배경은 ‘인시디어스 Insidious, 2010’ 시리즈가 연상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이 그 영화들의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원래 귀신 보는 설정은 많고 많다. 영화에 소설에 만화 등등 길 가다 발에 채는 소재 중의 하나가 바로 귀신 보는 아이 설정이다. 원래 어른보다 아이가 귀신을 봐야 더 오싹하고 무서운 법이다. 그리고 퇴마하려면 대상을 묶어두고 의식을 하는데, 제일 흔한 곳이 침대다. 이불은 묶을 데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책상이나 식탁 의자에 묶을 수도 없고 말이다. 그때 악령이 반항하다 보면, 침대가 막 움직이다가 공중에 떠오를 수도 있다. 또한, 악령이 생각보다 강해서 가족 중의 누군가 영혼이 끌려간다면, 구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 당연히 누군가 영혼이 방황하는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흔한 귀신 장르의 클리셰 범벅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차분히 꼼꼼하게 영화를 보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어디 하나 튀거나 어색한 부분이 없다. 아마 기본 흐름을 정해놓고, 여러 가지 요소를 적절히 배치한 모양이다. 게다가 나오는 귀신마다 상당히 처참하게 생겨서 ‘어이쿠, 무서워라! 놀랐네, 데헷’하면서 볼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강추! 꼭 봐야함! 별표 밑줄 쫘악!’할 정도는 아니다. 처음 어디선가 본 설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설정이 들어있던 영화 흐름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걸 알아차린 순간, ‘다음엔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함은 들지 않았다. 후반에 반전을 하나 넣긴 했는데, 그 또한 너무 유명한 반전 키워드라서 좀 실망스러웠다. 거기다가 아쉬운 점을 또 고르자면 악령의 분장이 좀비 같다는 정도를 들 수 있겠다. 그리고 귀신이 떠도는 세계가 너무 인시디어스 최신편을 따라 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망작에 쓰레기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같은 건 또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