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아일랜드
제프 워드로 감독, 마이클 페나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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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antasy Island, 2020

  감독 제프 와드로우

  출연 마이클 페나매기 큐루시 헤일오스틴 스토웰

 

 

 

 

 

  원하는 환상을 한 가지 이루어준다는 판타지 아일랜드에 다섯 명이 도착한다. ‘JD’와 브랙스는 수영장에서 열리는 쭉쭉 빵빵 미녀들과의 파티를, ‘패트릭은 군 복무 중 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를, ‘그웬은 사랑했던 사람과 만드는 행복한 가정을그리고 멜라니는 학창 시절 자신을 왕따시킨 주동자인 슬론에게 복수하는 소원을 빈다그들의 소원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이루어진다하지만 슬론을 고문하던 멜라니는이 모든 것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그녀는 슬론과 함께 섬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정체 모를 자들의 공격을 받는데…….

 

  원하는 것을 단 한 가지만 이루어준다면무엇을 빌어야 할까아쉽게도 그게 평생 지속하는 게 아니라휴양지에 있을 때만 가능하지만 말이다영화는 꿈꿔왔던 소원을 이룬 다섯 명과 더불어 섬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의문의 존재그리고 비밀을 지키려는 사람을 등장시켰다아마 각 집단의 대립을 통해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 위기에 처하게 하려는 계획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그렇게 만들었으면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영화는 거기에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흑막도 등장시키고또 다른 누군가의 비밀까지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었다설마 관객들이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양한 설정을 다 담아낸 걸까그런 계획이 아이돌 그룹이라면성공할 가능성이 있다한 번 공연하고 마는 게 아니라몇 년 동안 꾸준히 그 컨셉을 밀면서 눈도장을 찍으니까하지만 이건 한 시간 오십 분이라는 상영시간을 가진 영화다그 와중에 멤버가 열 명이 넘는 아이돌 그룹처럼 등장인물이 우르르 튀어나오고그들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또 우르르 죽어 나가면서갑작스럽고 궁금하지 않았던 숨겨진 뒷이야기에생각지도 않았던 반전을 보여주는 흑막이 등장하면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는커녕 정신없어지기 마련이다비밀을 지키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대립으로만 끝내든지진정한 목적을 숨긴 흑막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고군분투기로 하든지둘 중의 하나로 끝내야 했다.

 

  판타지 아일랜드라는 섬 자체가 매력적인 비밀을 갖고 있었다그 때문에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오는 호러로 만들어도 훌륭했고살아남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스릴러로 만들어도 좋았을 것 같다아니면 집단 간의 갈등에 휘말린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액션으로 만들어도 괜찮고 말이다뷔페가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좋은데막상 가면 맨날 먹던 것만 먹거나 뭘 먹었는지 모르게 배만 부르고 소화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이 영화가 그런 경우였다각각의 설정을 생각하면 괜찮은데그걸 다 합쳐버리니까 그냥 그런 작품이 되었다안타깝다포스터는 멋졌는데 말이다.

 

  포스터가 본편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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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신아리 - 할인행사
미이케 다카시 감독, 시바사키 코우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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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You've Got a Call 着信アリ, 2003

  감독 미이케 다카시

  출연 시바사키 코우츠츠미 신이치후키이시 카즈에이시바시 렌지

 

 

 

 

  어느 날 유미의 친구 요코에게 음성 메시지가 하나 온다발신인은 요코 자신보낸 날짜는 앞으로 3일 후기분 나쁜 장난으로 여겼지만메시지가 발송된 3일 후 바로 그 시각요코는 메시지에 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하며 죽는다그리고 유미의 또 다른 친구 켄지에게도 미래의 자신에게서 온 메시지가 도착한다그 역시 메시지가 발송된 날 똑같은 말을 하며 죽고 만다이번에 메시지를 받은 건 나츠미’. 이 사건을 들은 방송국에서 영능력자를 초대해 생방송을 하는데나츠미 역시 예고된 시간에 죽고 만다이제 메시지는 유미에게 전달되는데…….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벨소리가 무척이나 음산하게 들렸다영화의 전반적인 내용보다벨소리와 미래에 자신이 죽을 날을 알 수 있는 메시지라는 설정이 오싹했다미래의 내가 죽는 날내가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이 음성 메시지로 오고내가 죽은 다음 내 휴대폰 친구 목록에서 랜덤으로 메시지가 전해진다니…….

 

  이건 뭐 내가 죽을죄를 저질러서 죗값을 치르는 게 아니라완전 랜덤으로 죽느냐 사느냐가 정해진다굳이 따지자면친구와 번호 교환을 한 게 죄가 되려나하지만 전화번호가 없어도 전화 건 목록에서 선택될 수 있으니그 누구와도 전화도 문자도 카톡도 안 하고그렇게 연락을 안 하니 만나지도 못하고……이야이건 진정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구현하는 설정이 아닐까 싶다.

 

  거의 17년 전에 나온 영화인데지금 봐도 괜찮았다굳이 거슬리는 걸 고르자면 요즘과 많이 다른 화장법 정도죽을 예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영화 데스티네이션 Final Destination, 2000’ 같은 설정인데 거기다 가정 폭력이라든지 뮌하우젠 증후군’ 같은 설정을 첨가했다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말이 요즘 많이 들리는데이 작품은 가해자에게 가슴 아픈 과거를 집어넣었다물론 그래도 무작위로 사람들을 죽게 만든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하지만 그 사람에게 누군가 관심을 가져줬으면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그러면서 또 사이코패스는 아무리 주위에서 관심을 준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왜 이 작품을 떠올리면 결말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었는데이번에 다시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공포 영화에서 열린 결말이라니……아니감독은 앞뒤 전후좌우 위아래 위위아래 꽉꽉 닫힌 결말로 만들었는데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

 

  몇몇 장면들이 상당히 잔인해서 으아…….’ 이러면서 봤는데감독 이름을 보고 이 감독 것 치고는 좀 약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내 편견일 것이다오랜만에 본 고전 명작이었다. 2편은 감독이 다른 사람이라서 리뷰 패스. 3편은 아직도 내 돈이내 시간이!’라며 절규했던 기억이 남아서 역시 패스아쉽게도 속편이 1편을 능가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특히 호러스릴러장르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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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파는 가게 2 밀리언셀러 클럽 150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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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The Bazaar of Bad Dreams

  작가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단편집이다총 열 편의 짧은 이야기가 들어있다미리 말하지만스티븐 키의 책은 무조건 별점이 5개 만점에 4개를 줬다킹느님이니까하지만 이번 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가 공포 스릴러 SF와 관련 없는 시를 써도 좋았던 나였지만이번엔 좀 실망을 했다고 해야 할까?

 

  첫 번째 단편인 허먼 워크는 여전히 건재하다가 바로 별점을 깎은 원인이 되는 이야기다이 단편집의 앞부분에는 각 에피소드에 관한 작가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거기서 작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얘기했다. 4명의 아이를 비롯해 총 일곱 명의 사망자를 낸 교통사고였다경찰은 운전자의 음주와 마약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작가는 왜 운전자가 자기 자식과 조카들을 데리고 운전을 하는데 술과 마약을 했을까 상상력을 발휘했다그리고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작가가 교통사고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음주운전에는 냉정하다고 추측은 하지만피해자가 있고 유가족이 있는 상황을 굳이 작가의 글로 실명까지 밝혀가면서 글을 쓰고 싶었을까 싶다.

 

  컨디션 난조는 아내를 너무도 사랑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전반부는 아픈 아내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하지만 건물 관리인이 악취 관련으로 연락을 해오면서설마하는 마음이 들었다물론 설마가 역시나가 되었지만……사랑이 깊으면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나 보다.

 

  철벽 빌리는 어느 날혜성처럼 나타나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던 포수 빌리의 이야기다갑작스레 데뷔했지만팀에 빠지면 안 되는 주축으로 성장한 그하지만 그런 그를 불안한 눈빛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으니……작가의 야구 사랑을 잘 알 수 있었다지금까지 읽은 단편집마다 적어도 하나씩은 야구 관련 이야기가 들어있었다실력 좋고 승리에 관한 열망과 집착이 있는 것도 괜찮지만그게 너무 과하다면과해도 너무 과하다면?

 

  미스터 여미는 요양원이 배경이다한국과 미국 저승사자의 차이점을 알 수 있는 이야기였다개인적으로 미국 저승사자가 더 마음에 든다젊은 시절자기가 반했던 상대의 모습으로 나온다니죽는 건 무섭지만최애가 나를 데리고 온다는 설정은 마음에 든다.

 

  토미는 히피이자 게이였던 토미의 죽음을 추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다.

 

  『초록색 악귀는 비행기 사고로 통증을 호소하는 한 부호가 등장한다재활 운동을 해야 하지만 통증 때문에 고통받는 그는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써본다급기야 영능력을 가진 목사까지 불러오는데……얼마나 아프면 돈으로 타인의 목숨을 사겠다고 하고얼마나 돈이 필요했으면 자신의 목숨을 걸려고 했는지……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저 버스는 다른 세상이었다는 회의 참석을 위해 온 남자가 주인공이다막힌 도로 위에서그는 우연히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버스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게 되는데.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거기서는 사건을 목격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미스 마플이 나서지만여기서는…….

 

  『부고는 잡지사에서 일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유명인의 부고를 비꼬는 풍자식으로 쓰는 일을 하는 주인공연봉협상을 거부한 편집장에게 화가 나그녀의 부고를 적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그런데 편집장이 사망한다어떻게 보면 미국판 데스노트인데저승사자 류크가 갖고 있던 것과는 작동 원리가 비슷하면서 좀 다르다그래서 문제가 발생한다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취중 폭죽놀이는 쓸데없는 이웃 간의 경쟁이 빚은 사건을 보여주는 이야기다호수를 가운데 두고맞은편 집과 여름마다 불꽃놀이 경쟁을 벌이게 된 주인공서로 질 수 없다는 일념으로더 크고 화려하고 위력 있는 불꽃을 사려 애쓰는데……이러다가는 나중에 미사일을 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버린 이야기였다그런 위력을 가진 불꽃이 등장하긴 한다.

 

  『여름 천둥은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가 배경이다그나마 몇 안 남은 생존자 역시방사능의 후폭풍으로 사망하고 있다쓸쓸한 마무리가 마치 지구의 종말을 보여주는 것 같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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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Girl On The Train (더 걸 온 더 트레인)(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Universal Studios Home Entertainment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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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Girl on the Train, 2016

  원작 - 폴라 호킨스의 ‘The Girl on the Train, 2015’

  감독 - 테이트 테일러

  출연 - 에밀리 블런트, 헤일리 베넷, 루크 에반스, 레베카 퍼거슨

 





  폴라 호킨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여자 1호는 아기를 갖고 싶어 했지만, 계속해서 실패한다. 그러던 와중에 남편인 남자 1호의 불륜을 알게 되고 술에 의존하게 된다. 결국 이혼한 그녀는 술을 끊지 못하고, 폐인이 되어 살아간다. 매일 기차를 타고 출근하는 척했던 그녀는 기차역 근처에 사는 여자 3호 부부를 부러운 눈으로 보는 게 낙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 1호는 여자 3호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것을 보고, 기차에서 내린다. 다음 날, 피투성이가 된 채로 깨어난 그녀에게 경찰이 찾아온다. 그리고 여자 3호가 사라졌고, 그 근처에서 여자 1호가 술에 취해 다니는 것이 목격되었다고 말한다. 여자 1호는 여자 3호의 불륜 장면 얘기를 하지만, 경찰은 술에 취한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결국 여자 1호는 직접 나서기로 한다.



  여자 2호는 남자 1호의 불륜 상대였다가, 이혼 후 그와 결혼한다. 둘 사이에는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하다. 남자 1호의 바람기도 잘 알고 있고, 여자 1호가 자꾸만 주위를 맴도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자 3호는 여자 2호 아기의 베이비시터이다. 그녀는 자신의 실수로 아이를 잃어버리고 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우울해한다. 그 때문에 남편인 남자 2호와의 관계도 평탄치 않다. 그녀는 남편 대신 정신과 의사인 남자 3호에게 많이 의지한다.



  영화는 여자 셋과 남자 셋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처럼 코믹하고 재기발랄한 내용은 아니다. 보는 내내 불편하고 침울하고 기분이 깊은 바다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처음에는 여자 2호와 여자 3호가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구별하기도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세 여자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바람에, 초반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계속 보게 만들었다. 비록 그들의 과거와 현재가 암울하고 꿈도 희망도 없어 보였지만, 그 결말을 보고 싶었다. 그들이 그 상황에 굴복하는지 아니면 벗어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초반에 보였던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바뀌고, 그들이 숨겨왔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영화는 더 우울해진다. 세상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말이 새삼 진리처럼 다가오고, 인간이란 얼마나 사악하면서 나약한지 깨닫게 된다.



  그에게 세상은 쉬웠다. 그에게 여자란 지배하고 굴복시키는 존재였다. 또한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충족시키고 동시에 스릴을 맛볼 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는 인간의 자존감을 어떻게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말만 믿고 따르게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여자란 그의 말에 복종해야 하는 존재이지, 반항한다거나 자신을 버리고 가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는 폭력을 사용했고 급기야 살인까지 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는 신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타인의 생명까지 자신이 관장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보면서 절로 욕이 나왔다. 아랫도리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발정난 XXX 때문에 세 사람의 운명이 꼬여버렸다. 아니, 여섯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기가 관리도 못하고 책임도 지지 못할 거면, 아랫도리는 왜 갖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그녀는 그의 영향으로 무기력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으며, 자신을 가치 없다 여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는 모든 것을 다 그녀의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자기가 저지른 잘못마저도. 그 때문에 예전에는 잘 웃고 자신감이 넘치며 그림 그리기에 재능이 있던 그녀였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친구도 재능도 의욕도 웃음도 모든 게 다 남아있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극단적인 경우였지만, 문득 가정 폭력으로 주눅 들어 살고 있는 여성들이 떠올렸다. 남편에게 맞지 않으려고 자신을 숨기고 꾹 참아야 했던, 모든 문제가 다 자기 때문이라는 비난에 고개를 끄덕여야했던 부인들. 오랜 시간 동안 남편의 폭력을 참아내다 반항했지만,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한 여인들. 그녀는 다행히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새로운 자신을 찾아 떠났지만, 현실에 있는 그 아내들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씁쓸했다. 특히 오랫동안 폭력을 참아내다 결국 남편을 살해하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어느 할머니의 기사가 떠올라 더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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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받으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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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박해로

 

 

 

 

  1876석하촌의 장일손이 천주쟁이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는다섭주 현령 김광신은 망나니 석발에게 형을 집행하게 시킨다죽기 직전까지 장일손은 김광신과 석발에게 저주를 내리고하늘에서는 붉은색의 비가 내린다이후석발은 장일손의 머리가 쫓아오는 악몽에 시달리는데…….

 

  1976섭주 외곽 돌아래마을에서 목회를 처음 시작한 김정균’.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친절했고 그 역시 성심성의껏 사람들을 대했지만단 한 사람 무당의 딸인 묘화에게만은 그러지 않았다그는 어린 시절의 사건 때문에 의식적으로 묘화를 피하고 있었다실종된 엄마를 기다리며 혼자 사는 묘화는 교회에 다니고 싶어 하지만아이들의 방해와 놀림으로 주변만 서성일 뿐이다그러던 어느 날묘화가 예수를 영접하여 기적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퍼지는데…….

 

  무당이 될 팔자를 타고 났던 목사와 예수를 영접하여 성령의 은혜를 입은 무당의 딸이 조합은 진짜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무속신앙과 기독교는 각각 고유의 원시 종교와 유입된 외래 종교또한 다신교와 일신교라는섞이려야 섞일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두 종교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두 인물이 대립 아닌 대립을 벌이고 있다처음에는 기독교와 무속신앙의 대립처럼 보였지만묘화가 예수를 만났다고 주장하며 기적을 보이면서는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의 대립처럼 여겨졌다이건 두 인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그들을 믿는 마을 사람들 사이의 불화로도 이어졌다거기다 100여 전에 있었던현령과 망나니에게 저주를 내리고 사형당한 한 남자와 그 저주를 피하려다가 죽어버린 한 무당의 원한마저 겹치면서마을 전체가 불안과 공포 그리고 광기에 휩싸이게 된다.

 

  중반부까지 심화한 갈등이 후반에 최고조로 달하면서이야기는 잔혹해진다광신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상황에 몰린 것인지 구별하기는 어려웠다하지만이성을 잃어버린 인간이 무리를 지으면 엄청난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 잘 알 수 있었다하아진짜 그 부분은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장면을 상상하는데 으……재빨리 예쁜 그림들을 떠올리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거기다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마을과 가문의 비밀이 드러나는 장면은 오호!’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맞아그 사람 뒤에 누가 있지 않고서야 그랬을 리 없지이렇게 연결되는구나그리고 대를 이은 저주라는 게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새삼 깨달았다어떻게 거기서 그렇게…….

 

  물론 몇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도 있었다뭔가 중요한 비밀을 알고 있을 것 같은 그 사람은 단지 스피드웨건 역할을 하기 위해 등장한 거였는지왜 그 사람은 자신의 비밀을 그토록 쉽게 털어놓았는지그 사람은 왜 중간에 확인 전화 한 번 해볼 생각을 안 했는지 등등거기다 결말에 다다라서는 ?’하는 부분도 있었다물론 작가가 생각한 제일 나은 마무리였을 것이지만내가 바란 방향은 아니어서 좀 아쉬웠다하긴 언제나 얘기하는 거지만정의는 승리해야 하니까…….

 

  어쩐지 여운을 주는 마무리여서이어지는 이야기나 앞선 이야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남겼다지금의 마무리도 괜찮지만위에 언급한 다른 이야기가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이 책을 읽고 나서 어쩐지 그런 거 다 부질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내가 착하게 살아봤자 조상님이 저주받을 짓을 하면 말짱 꽝이잖아이건 마치 난 매일 신중하게 안전 운전을 했지만주위에서 음주 내지는 졸음 운전한 사람 때문에 사고당하는 거랑 비슷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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