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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파는 가게 2 ㅣ 밀리언셀러 클럽 150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The Bazaar of Bad Dreams
작가 -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단편집이다. 총 열 편의 짧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미리 말하지만, 스티븐 키의 책은 무조건 별점이 5개 만점에 4개를 줬다. 킹느님이니까! 하지만 이번 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가 공포 스릴러 SF와 관련 없는 시를 써도 좋았던 나였지만, 이번엔 좀 실망을 했다고 해야 할까?
첫 번째 단편인 『허먼 워크는 여전히 건재하다』가 바로 별점을 깎은 원인이 되는 이야기다. 이 단편집의 앞부분에는 각 에피소드에 관한 작가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거기서 작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얘기했다. 4명의 아이를 비롯해 총 일곱 명의 사망자를 낸 교통사고였다. 경찰은 운전자의 음주와 마약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작가는 왜 운전자가 자기 자식과 조카들을 데리고 운전을 하는데 술과 마약을 했을까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가가 교통사고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음주운전에는 냉정하다고 추측은 하지만, 피해자가 있고 유가족이 있는 상황을 굳이 작가의 글로 실명까지 밝혀가면서 글을 쓰고 싶었을까 싶다.
『컨디션 난조』는 아내를 너무도 사랑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전반부는 아픈 아내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건물 관리인이 악취 관련으로 연락을 해오면서, 설마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설마가 역시나가 되었지만……. 사랑이 깊으면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나 보다.
『철벽 빌리』는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나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던 포수 ‘빌리’의 이야기다. 갑작스레 데뷔했지만, 팀에 빠지면 안 되는 주축으로 성장한 그. 하지만 그런 그를 불안한 눈빛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작가의 야구 사랑을 잘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읽은 단편집마다 적어도 하나씩은 야구 관련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실력 좋고 승리에 관한 열망과 집착이 있는 것도 괜찮지만, 그게 너무 과하다면? 과해도 너무 과하다면?
『미스터 여미』는 요양원이 배경이다. 한국과 미국 저승사자의 차이점을 알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음, 개인적으로 미국 저승사자가 더 마음에 든다. 젊은 시절, 자기가 반했던 상대의 모습으로 나온다니! 죽는 건 무섭지만, 최애가 나를 데리고 온다는 설정은 마음에 든다.
『토미』는 히피이자 게이였던 ‘토미’의 죽음을 추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다.
『초록색 악귀』는 비행기 사고로 통증을 호소하는 한 부호가 등장한다. 재활 운동을 해야 하지만 통증 때문에 고통받는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써본다. 급기야 영능력을 가진 목사까지 불러오는데……. 얼마나 아프면 돈으로 타인의 목숨을 사겠다고 하고, 얼마나 돈이 필요했으면 자신의 목숨을 걸려고 했는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저 버스는 다른 세상이었다』는 회의 참석을 위해 온 남자가 주인공이다. 막힌 도로 위에서, 그는 우연히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버스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게 되는데….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거기서는 사건을 목격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미스 마플’이 나서지만, 여기서는…….
『부고』는 잡지사에서 일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유명인의 부고를 비꼬는 풍자식으로 쓰는 일을 하는 주인공. 연봉협상을 거부한 편집장에게 화가 나, 그녀의 부고를 적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런데 편집장이 사망한다! 어떻게 보면 미국판 ‘데스노트’인데, 저승사자 ‘류크’가 갖고 있던 것과는 작동 원리가 비슷하면서 좀 다르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취중 폭죽놀이』는 쓸데없는 이웃 간의 경쟁이 빚은 사건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맞은편 집과 여름마다 불꽃놀이 경쟁을 벌이게 된 주인공. 서로 질 수 없다는 일념으로, 더 크고 화려하고 위력 있는 불꽃을 사려 애쓰는데……. 이러다가는 나중에 미사일을 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버린 이야기였다. 그런 위력을 가진 불꽃이 등장하긴 한다.
『여름 천둥』은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가 배경이다. 그나마 몇 안 남은 생존자 역시, 방사능의 후폭풍으로 사망하고 있다. 쓸쓸한 마무리가 마치 지구의 종말을 보여주는 것 같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