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Conjuring, 2013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릴리 테일러, 론 리빙스턴



  제임스 완! 이제 이 감독의 이름을 들으면 고민을 하게 된다.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이건 마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앞에 두고 하는 고민과 비슷하다. 감독의 영화가 어떤 스타일인지 대충 짐작이 가고, 그게 내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몇 년째 계속 비슷한 패턴의 영화만 내놓기에 생기는 갈등이다. 이번에는 지난번 것과 얼마나 다를지 봐줘야지라는 마음과 설마 또 비슷하면 어뜩하냐는 불안감이 마구 교차되는 그런 내적 갈등.


  하지만 대개 보게 된다.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고, 꽤나 무섭게 잘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제임스 완 같은 경우에 ‘데드 사일런스 Dead Silence, 2007’이나 ‘인시디어스 Insidious, 2010’가 그랬고, ‘쏘우 Saw’ 시리즈도 그랬다. 아, 진짜 애증의 쏘우! 이건 완전히 파블로프의 개가 된 기분이다. 이 감독의 영화가 나오면 망설이면서도 자동으로 보게 되는…….


  두 가정이 있다. 한쪽은 워렌 부부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유령 사냥꾼 내지는 퇴마사로 불린다. 강연도 하고 의뢰받은 사건도 해결하면서, 꽤나 인지도가 있다. 또 다른 집안은 페론 가족. 이들은 얼마 전에 커다란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그 집이 좀 이상하다. 좀이 아니라, 아주 많이.


  두 사건이 있다. 에나벨이라는 귀신들린 인형이 저지르는 것이고, 또 하나는 페론 가족이 이사한 집에서 일어나는 기현상들이다.


  이 두 가정과 두 사건이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사실 인형 에나벨이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어서 막판에 좀 실망을 했다. 무슨 인형 주제에 존재 그 자체로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드는지……. 눈빛도 그렇고 미소도 묘한 것이, 아이들이 과연 저런 것을 갖고 놀까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 인형은 아주 귀엽게 생겼는데, 그러면 영화가 폼이 안 나서 감독이 바꿨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인형 에나벨이 저지르는 일은, 도시 괴담으로 많이 들어왔기에 오싹했다. 버려도 다시 돌아오는 인형, 밤마다 혼자서 움직이는 인형. 내 방에 있던 인형을 조카들이 다 가져간 게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어쩐지 보는 내내 '아미티빌 호러 The Amityville Horror , 1979'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영화화했다는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하여간 이미 비슷한 종류의 다른 작품을 보았기에, 이런 유의 영화가 어떻게 진행되리라 짐작을 할 수 있었다.

 

  페론 가족의 집은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히고, 쾅쾅 소리가 나기도 하고, 집안을 떠도는 존재가 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길 꺼려하던 강아지는 처참하게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뿐인가. 잘 날던 새들이 갑자기 죽어 떨어지기도 한다. 결국 그들은 워렌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마침내 집에 얽힌 무시무시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가족은 물론이고 워렌 부부에게도 위험이 닥친다.


  영화는 호흡 조절이 잘 되어있다. 아이들의 불안해하는 숨소리,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심지어 손뼉 치는 소리와 웃음소리만으로도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강약약중강약을 잘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페론 가족에게 아이가 좀 많다보니, 영화를 보면서 '왜 애 하나가 없어, 쟤는 왜 저기다 내버려두는 거야! 쟤 저기다 혼자 두면 어떡해! 얘는 표정이 왜 저래!'라고 조마조마할 때가 많았다.


  영화의 후반부는 초반의 긴장감이 약간 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저 귀신이 안 가면 어떡하나, 진짜로 애를 잡아가려나 등등. 거기다 인형 에나벨까지 자길 잊지 말아달라고 난리를 치니……. 페론 부인의 역을 맡은 배우가 참 고생했다.


  그러니까 전 주인이 뭔가 막아놓고 그런 건 다 이유가 있으니까, 괜히 부수지 말고. 집값이 터무니없이 싸면 좀 의심도 해보고 그러자.


  간만에 긴장하게 한 귀신 영화를 보아서 참 마음이 좋다. '라스트 엑소시즘 The Last exorcism part 2, 2013' 때문에 메말랐던 마음에 단비를 뿌려준 작품이었다. 다만 15세 관람가로 하지 말고, 19세로 해서 좀 더 무섭게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니까, 워렌 부부의 박물관이 진짜로 있다는 말이잖아? 인형 에나벨을 비롯해서 온갖 귀신들렸던 것들이 모여 있다는. 그 말은 귀신들림도 진짜로 있었다는 말이 되고. 그러니까 귀신이 존재한다는…….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결국 신은 존재한다는 말이 되잖아? 음, 뭔가 어렵다. 그냥 영화를 영화로만 즐겨야겠다.


  그나저나 '인시디어스 2'가 나온다는데 아마 또 보겠지. 확실히 그럴 거다.


  



진짜 에나벨 인형과 영화에서 사용된 에나벨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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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10-0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저링을 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 별 생각없이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가 인형보고 식겁했네요, 아하하..

바다별 2013-10-03 21:4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저 인형 몇 장면 나오지 않으니까 보셔도 될 거에요 ^^
 
목사관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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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urder at the Vicarage, 1930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그녀의 거주지인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한 소설이다. 미스 마플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13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조용한 영국의 작은 마을, 세인트 메어리 미드. 너무도 작고 외졌기에, 사람들이 소일거리로 하는 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뒷얘기를 나누는 것밖에 없었다. 한창 떠오르는 마을의 핫 이슈는 바로 프로데로 대령과 화가 로렌스였다. 대령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는 안하무인격의 외골수적인 성격으로 유명했고, 화가 로렌스는 과연 마을의 누구와 연애를 하는 걸까하는 궁금함으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프로데로 대령의 부인까지 등장하여 삼각관계가 형성될 무렵, 대령이 살해당한다. 바로 목사관의 서재에서. 그와 동시에 로렌스와 프로데로 부인이 서로 자기가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나선다.


  이번에 읽으면서, 내가 착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 이 책의 사건 현장은 목사관의 목사님 서재. 서재! 그 때문에 '서재의 시체'와 이 책을 헷갈리고 있었다.


  참으로 한가한 마을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참으로 분주하고 아주 활기차게 범죄가 일어나고 있었다. 골동품 위조 밀매는 기본으로 헌금 횡령, 삼각 아니 사각 관계 그리고 살인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시골마을이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번 이야기의 범인은 참으로 교활했다. 할머니들의 뛰어난 관찰력을 역이용하면서, 이중 삼중으로 덫을 놓았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거기에 속아 넘어가 버렸다. 대박이었다. 역시 범인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마을의 할머니들과 모여앉아 친목을 빙자한 뒷담 수다를 떠는 와중에도, 미스 마플만이 정확하게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마플 양이나 포와로가 없는 곳이었다면, 완전범죄로 넘어갔을 것이다.


  '마을에서 가장 사악한 고양이', '끔찍한', '최소한의 유머감각은 지니고 있는', 그리고 '가장 나쁜 소문만 끄집어내려고 하는' 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결국에 모든 진상을 파악하고 범인을 잡은 건 그녀였다. 그녀가 얼마나 빨리 사건의 중심으로 향하는지, 경찰의 발언을 인용해보겠다.


  "빌어먹을, 그 여자는 자기가 살인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거기까지는 알지 못할 텐데." -p.265


  하긴 화가 날 만할 것이다. 조사결과가 채 나오기도 전에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산타 할아버지도 아닌데. 음, 그러면 미스 마플에게 빌면 선물을 주는 걸까?


  집에서 보는 케이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가 있다. 영국에서 만들었데, 거기에 마침 이 책을 드라마화한 것이 있었다. 책과 그것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많이 닮은 듯하지만, 그러면서 또 많이 달랐다. 조금 현대적으로 바꾼 것 같았다.


  소문을 모으고 남의 뒷담을 하는 게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미스 마플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나도 이제부터 그녀를 본받아서 뒷담을……. 그녀의 조언을 하나 적어보며 마무리해야겠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더 어리석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단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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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블랙 - 아웃케이스 없음
제임스 왓킨스 감독, 시아란 힌즈 외 출연, 수전 힐 / 아트서비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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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The Woman in Black, 2012

  감독 - 제임스 왓킨스

  출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시아란 힌즈, 자넷 맥티어, 로저 알람



  1983년에 책으로 출판되었고, 그 해의 5대 공포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는 설명을 읽었다. 또한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공연되고 있다고도 한다. 거기다 검색해보니 감독은 ‘에덴 레이크 Eden Lake, 2008’를 만들었던 사람! 그리고 주인공은 그 유명한 해리 포터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원작에 대한 설명과 감독의 전작을 보았기에 조금은 기대도 되지만, 주인공에 대한 기대와 혹시나 하는 마음이 반반이었다. 워낙에 아역배우일 때부터 유명해서, 과연 그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건 보는 사람 입장에서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 중의 하나이니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반에는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 꼬맹이 해리 포터가 애 아빠라며 아들을 안고 있는데, 마치 어린 동생을 안고 있는 큰 형 같았다. 아들이 너무 크거나 아빠 얼굴이 너무 어렸다.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얼굴은 어릴 적 그대로인데 몸만 큰 느낌이 들었다.


  부인과 사별을 한 변호사 아서. 의뢰받은 일을 해결하기 위해 한 시골 마을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 마을, 이상하다. 아이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가 하면, 사람들이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그를 배척한다. 대놓고 빨리 떠나라고 협박을 할 정도다. 급기야 그가 처리해야할 의뢰를 받은 저택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람들은 그 여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려한다.


  마침내 여인의 정체와 아이들이 죽어가는 이유를 알아낸 아서. 그 뒤에는 아들에 대한 엄마의 차마 말 못한 가슴 아픈 모정과 집착 그리고 미안함이 숨어있었다. 그녀가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눈치 챈 아서는, 그 한을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흐릿했다.


  어둡다는 것은 전체적인 색조가 그랬다는 말이다. 사람들의 의상도 그렇고, 대낮인데도 저택 안은 어두워보였다. 또한 주인공 아서의 주위에만 어딘지 모르게 그늘이 져있는 것 같았다. 어둠을 몰고 다니는 사나이까지는 아니지만, 잘 웃지 않고 굳은 얼굴로 다니는 그의 모습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또한 아이를 낳다 죽은 아내 생각만 하는 그는 별로 생기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 또한 마을 사람들 역시, 아이들이 죽어나가서인지 삶의 의욕이 없어 보였다. 다들 ‘나 불행해요.’를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딱히 기억에 남지 않고, 흐릿했다.


  연예인 걱정은 세상에서 제일 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문득 다니엘 래드클리프도 참 고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연기자가 아역 시절의 인기로 인해, 성인으로 커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나이 대에 맞는 배역을 맡으면서 천천히 성장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예전에는 지금보다 일찍 결혼했다니까……. 그래도 좀 아쉬웠다. 아빠 얼굴에 어울리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으면 더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느릿느릿하고, 흐릿흐릿하고, 어두컴컴하고, 인물에 몰입도 잘 안 되고, 별로 안 무서워서 화도 나고,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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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돌콩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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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홍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예전에 유행하던 짤방이 떠올랐다. 알루미늄 호일로 만들어진 인형이 있었고 '뭘 봐? 내가 쿠킹 호일로 만들어졌다고 무시 하냐?'라는 대사가 적혀있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작은 체구를 가진 날렵한 몸의 소년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는 것 같았다.


  "뭘 봐? 내가 작다고 무시 하냐?"


  원래는 돌콩 꽃 사진을 곁들이고 싶었지만, 저작권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패스했다. 돌콩 꽃이 '뭘 봐? 내가 작다고 무시 하냐?'하고 묻는 대사도 넣고 싶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160이 안 되는 작은 키에 46킬로그램밖에 안 나가는 작은 체구를 가진, 그래서 학교에서 놀림감이 되던 주인공 오공일, 축구도 잘하고 인기 만점에 아마 외모도 준수하리라 예상되는 엄친아 조카 도민, 성격이 좀 까다롭지만 예쁘고 당찬 소녀 고아영, 그리고 주인공 일이라면 한걸음에 달려오는 수더분한 성격의 또 다른 소녀 금주. 또한 곁들어서 주인공을 괴롭혔지만 어느새 친하게 된 학교 친구 영태.


  이 책은 주인공 오공일을 필두로 각양각색의 고민과 꿈을 가진 소년소녀의 이야기가 펼쳐져있다. 사실 영태나 금주의 이야기는 별로 많이 나오진 않는다. 그래도 다섯 명이 되어야 독수리 오형제가 완성되기에……. 아, 여자애가 두 명이라 안 되나? 그럼 파워 레인저!


  빚만 잔뜩 남겨두고 돌아가신 아버지 덕분에 일하느라 바쁜 어머니. 어머니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26살이나 많은 형. 그리고 그 형이 낳은 자기보다 두 살이나 많은 조카. 이 무슨 아침 막장 드라마에서 나오는 출생의 비밀이나 복잡한 가정사를 가진 재벌 아들도 아니고, 오공일은 피곤하다. 거기에 학교에서 괴롭힘까지 당하니 더욱 더 힘들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자퇴였다. 처음에는 소를 키우는 형네 집에서 일을 거들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말을 타는 기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고아영의 한마디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였지만, 그는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수를 지원한다.


  소설은 그가 기수로 성공을 거뒀는지 아니면 또 다른 벽을 느끼고 좌절하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키가 더 커지면 기수를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며 또는 그럭저럭 적응해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책은 거기까지 다루지 않는다. 대신 어쩌면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주면서 끝이 난다.


  왜냐하면 그는 처음에 나왔던, 친구들에게 쫓기면서 자기 자신을 자조적으로 평하던 그런 소심하고 주눅들어있던 꼬맹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던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벗었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지 못하던 무책임한 아이에서 탈피를 했다.


  이제 그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하고 싶은 길을 찾았으며,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 책임을 지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앞으로 걷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실패할 리가 없다.


  또한 아영이도, 금주도, 도민이도 나름 방황을 했지만 슬슬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영태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깨닫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아는 사람은 거칠 것이 없다. 목표는 정해졌고, 그것을 이루기위한 단계만 남아 있으니까. 반면에 하고 싶은 게 정해져있지 않은 사람은 막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마음이 잡히지 않고 우왕좌왕 남이 하는 것을 따라하다가 후회하곤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에서 앞을 향해 쭉쭉 나가는 공일이와 아영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은 아이들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학교도 자퇴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기수가 되는 훈련을 받아들였다. 때로는 힘들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말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옛말이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공부에 매인 학생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다. 나중에 자신이 뭘 할 수 있을지 몰라서 무작정 졸업장을 따기 위해서 공부만 해야 한다면, 그건 불행이고 낭비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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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 - 85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장작
벤 애플렉 감독, 존 굿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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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Argo, 2012

  감독 - 벤 애플렉

  출연 - 벤 애플렉, 존 굿맨, 알란 아킨, 브라이언 크랜스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또한 해피앤드로 끝이 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영화는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뻔한 결말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왜! 보는 내내 X줄이 타는 경험을 하는지 모르겠다. 안절부절못하고, 긴장해서 심장이 콩닥콩닥 그러다가 두근두근 좀 있다가는 쿵쾅쿵쾅, 입술을 깨물었다가 말았다가,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섰다가, ‘어머, 어떡해’를 연신 내뱉고,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 영화 초반을 넘어가면서부터 계속 저런 상태였다.


  살인마가 나오지도 않고, 납치당한 여자나 시체가 줄줄이 등장하지도 않았다. 피가 낭자한 음울한 밤도 아니었고, 악마나 귀신이 ‘왁!’하고 깜짝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집중하게 만들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반미 감정이 일어난 이란에서 몰래 숨어있는 여섯 명의 미국인 외교관을 탈출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왜 이란에서 반미 감정이 일어났는지는 간략하게 앞에 사진과 카툰으로 언급만 하고 있어서, 자세히 알고 싶으면 검색을 해봐야한다. 영화는 시대적 정치적 배경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오직 단 한 가지, 숨어있는 여섯 명을 탈출시키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어쩌면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자세히 밝히면, 미국의 치부가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정치에 간섭하다가 삽질한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어정쩡하게 미국 제일이라는, 미국은 절대로 잘못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란이 비이성적이고 지나치게 과격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서술할 뿐이다. 오직 갇혀있는 사람들의 생존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하긴 그게 영리한 방법이긴 하다. 어설프게 정치를 다뤘다가는 양 쪽에서 욕먹을 수 있으니까.


  다만 사고는 윗사람들이 치고, 수습은 다른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과정이 마음 아팠다. 윗사람들에게 그 여섯 명은 피가 흐르는 인간이 아니라, 서류상으로만 있는,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입지를 위해서만 이용하고 버리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과 접촉을 하고 작전에 연관된 사람들에게는 살아 숨 쉬는 자신과 같은 인간이었다.


  아마 그 차이였을 것이다. 후반부에 엄청난 긴장감을 주었던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은. 간발의 차이로 폐기되었던 계획이 다시 재개되고, 아슬아슬하게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관점의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감정을 최대한 절제했다. 모든 희망을 포기했던 여섯 명은 그냥 무덤덤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그들뿐만 아니라, 구출하러 들어간 요원도, 그들을 숨겨줬던 캐나다 대사 부부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머문 것은 두려움과 긴장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희망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닥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지친 상태였을지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에서 최선이라 여겨지는 행동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기적 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란에 존 맥클레인 같은 군인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랬다면 그들은 고향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 그랬으면 이 영화도 만들어지지 못했겠다.


  맨 마지막에 실제 인물과 배우들이 나란히 나오는데, 많이 비슷했다. 비슷한 사람을 골랐는지, 아니면 그렇게 분장을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세상은 넓고 비슷한 사람은 많으니까.


  하여간 간만에 손에 땀을 쥐는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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