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관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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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urder at the Vicarage, 1930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그녀의 거주지인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한 소설이다. 미스 마플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13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조용한 영국의 작은 마을, 세인트 메어리 미드. 너무도 작고 외졌기에, 사람들이 소일거리로 하는 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뒷얘기를 나누는 것밖에 없었다. 한창 떠오르는 마을의 핫 이슈는 바로 프로데로 대령과 화가 로렌스였다. 대령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는 안하무인격의 외골수적인 성격으로 유명했고, 화가 로렌스는 과연 마을의 누구와 연애를 하는 걸까하는 궁금함으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프로데로 대령의 부인까지 등장하여 삼각관계가 형성될 무렵, 대령이 살해당한다. 바로 목사관의 서재에서. 그와 동시에 로렌스와 프로데로 부인이 서로 자기가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나선다.


  이번에 읽으면서, 내가 착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 이 책의 사건 현장은 목사관의 목사님 서재. 서재! 그 때문에 '서재의 시체'와 이 책을 헷갈리고 있었다.


  참으로 한가한 마을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참으로 분주하고 아주 활기차게 범죄가 일어나고 있었다. 골동품 위조 밀매는 기본으로 헌금 횡령, 삼각 아니 사각 관계 그리고 살인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시골마을이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번 이야기의 범인은 참으로 교활했다. 할머니들의 뛰어난 관찰력을 역이용하면서, 이중 삼중으로 덫을 놓았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거기에 속아 넘어가 버렸다. 대박이었다. 역시 범인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마을의 할머니들과 모여앉아 친목을 빙자한 뒷담 수다를 떠는 와중에도, 미스 마플만이 정확하게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마플 양이나 포와로가 없는 곳이었다면, 완전범죄로 넘어갔을 것이다.


  '마을에서 가장 사악한 고양이', '끔찍한', '최소한의 유머감각은 지니고 있는', 그리고 '가장 나쁜 소문만 끄집어내려고 하는' 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결국에 모든 진상을 파악하고 범인을 잡은 건 그녀였다. 그녀가 얼마나 빨리 사건의 중심으로 향하는지, 경찰의 발언을 인용해보겠다.


  "빌어먹을, 그 여자는 자기가 살인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거기까지는 알지 못할 텐데." -p.265


  하긴 화가 날 만할 것이다. 조사결과가 채 나오기도 전에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산타 할아버지도 아닌데. 음, 그러면 미스 마플에게 빌면 선물을 주는 걸까?


  집에서 보는 케이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가 있다. 영국에서 만들었데, 거기에 마침 이 책을 드라마화한 것이 있었다. 책과 그것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많이 닮은 듯하지만, 그러면서 또 많이 달랐다. 조금 현대적으로 바꾼 것 같았다.


  소문을 모으고 남의 뒷담을 하는 게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미스 마플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나도 이제부터 그녀를 본받아서 뒷담을……. 그녀의 조언을 하나 적어보며 마무리해야겠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더 어리석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단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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