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Conjuring, 2013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릴리 테일러, 론 리빙스턴



  제임스 완! 이제 이 감독의 이름을 들으면 고민을 하게 된다.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이건 마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앞에 두고 하는 고민과 비슷하다. 감독의 영화가 어떤 스타일인지 대충 짐작이 가고, 그게 내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몇 년째 계속 비슷한 패턴의 영화만 내놓기에 생기는 갈등이다. 이번에는 지난번 것과 얼마나 다를지 봐줘야지라는 마음과 설마 또 비슷하면 어뜩하냐는 불안감이 마구 교차되는 그런 내적 갈등.


  하지만 대개 보게 된다.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고, 꽤나 무섭게 잘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제임스 완 같은 경우에 ‘데드 사일런스 Dead Silence, 2007’이나 ‘인시디어스 Insidious, 2010’가 그랬고, ‘쏘우 Saw’ 시리즈도 그랬다. 아, 진짜 애증의 쏘우! 이건 완전히 파블로프의 개가 된 기분이다. 이 감독의 영화가 나오면 망설이면서도 자동으로 보게 되는…….


  두 가정이 있다. 한쪽은 워렌 부부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유령 사냥꾼 내지는 퇴마사로 불린다. 강연도 하고 의뢰받은 사건도 해결하면서, 꽤나 인지도가 있다. 또 다른 집안은 페론 가족. 이들은 얼마 전에 커다란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그 집이 좀 이상하다. 좀이 아니라, 아주 많이.


  두 사건이 있다. 에나벨이라는 귀신들린 인형이 저지르는 것이고, 또 하나는 페론 가족이 이사한 집에서 일어나는 기현상들이다.


  이 두 가정과 두 사건이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사실 인형 에나벨이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어서 막판에 좀 실망을 했다. 무슨 인형 주제에 존재 그 자체로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드는지……. 눈빛도 그렇고 미소도 묘한 것이, 아이들이 과연 저런 것을 갖고 놀까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 인형은 아주 귀엽게 생겼는데, 그러면 영화가 폼이 안 나서 감독이 바꿨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인형 에나벨이 저지르는 일은, 도시 괴담으로 많이 들어왔기에 오싹했다. 버려도 다시 돌아오는 인형, 밤마다 혼자서 움직이는 인형. 내 방에 있던 인형을 조카들이 다 가져간 게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어쩐지 보는 내내 '아미티빌 호러 The Amityville Horror , 1979'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영화화했다는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하여간 이미 비슷한 종류의 다른 작품을 보았기에, 이런 유의 영화가 어떻게 진행되리라 짐작을 할 수 있었다.

 

  페론 가족의 집은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히고, 쾅쾅 소리가 나기도 하고, 집안을 떠도는 존재가 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길 꺼려하던 강아지는 처참하게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뿐인가. 잘 날던 새들이 갑자기 죽어 떨어지기도 한다. 결국 그들은 워렌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마침내 집에 얽힌 무시무시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가족은 물론이고 워렌 부부에게도 위험이 닥친다.


  영화는 호흡 조절이 잘 되어있다. 아이들의 불안해하는 숨소리,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심지어 손뼉 치는 소리와 웃음소리만으로도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강약약중강약을 잘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페론 가족에게 아이가 좀 많다보니, 영화를 보면서 '왜 애 하나가 없어, 쟤는 왜 저기다 내버려두는 거야! 쟤 저기다 혼자 두면 어떡해! 얘는 표정이 왜 저래!'라고 조마조마할 때가 많았다.


  영화의 후반부는 초반의 긴장감이 약간 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저 귀신이 안 가면 어떡하나, 진짜로 애를 잡아가려나 등등. 거기다 인형 에나벨까지 자길 잊지 말아달라고 난리를 치니……. 페론 부인의 역을 맡은 배우가 참 고생했다.


  그러니까 전 주인이 뭔가 막아놓고 그런 건 다 이유가 있으니까, 괜히 부수지 말고. 집값이 터무니없이 싸면 좀 의심도 해보고 그러자.


  간만에 긴장하게 한 귀신 영화를 보아서 참 마음이 좋다. '라스트 엑소시즘 The Last exorcism part 2, 2013' 때문에 메말랐던 마음에 단비를 뿌려준 작품이었다. 다만 15세 관람가로 하지 말고, 19세로 해서 좀 더 무섭게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니까, 워렌 부부의 박물관이 진짜로 있다는 말이잖아? 인형 에나벨을 비롯해서 온갖 귀신들렸던 것들이 모여 있다는. 그 말은 귀신들림도 진짜로 있었다는 말이 되고. 그러니까 귀신이 존재한다는…….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결국 신은 존재한다는 말이 되잖아? 음, 뭔가 어렵다. 그냥 영화를 영화로만 즐겨야겠다.


  그나저나 '인시디어스 2'가 나온다는데 아마 또 보겠지. 확실히 그럴 거다.


  



진짜 에나벨 인형과 영화에서 사용된 에나벨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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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10-0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저링을 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 별 생각없이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가 인형보고 식겁했네요, 아하하..

바다별 2013-10-03 21:4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저 인형 몇 장면 나오지 않으니까 보셔도 될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