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돌콩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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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홍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예전에 유행하던 짤방이 떠올랐다. 알루미늄 호일로 만들어진 인형이 있었고 '뭘 봐? 내가 쿠킹 호일로 만들어졌다고 무시 하냐?'라는 대사가 적혀있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작은 체구를 가진 날렵한 몸의 소년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는 것 같았다.


  "뭘 봐? 내가 작다고 무시 하냐?"


  원래는 돌콩 꽃 사진을 곁들이고 싶었지만, 저작권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패스했다. 돌콩 꽃이 '뭘 봐? 내가 작다고 무시 하냐?'하고 묻는 대사도 넣고 싶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160이 안 되는 작은 키에 46킬로그램밖에 안 나가는 작은 체구를 가진, 그래서 학교에서 놀림감이 되던 주인공 오공일, 축구도 잘하고 인기 만점에 아마 외모도 준수하리라 예상되는 엄친아 조카 도민, 성격이 좀 까다롭지만 예쁘고 당찬 소녀 고아영, 그리고 주인공 일이라면 한걸음에 달려오는 수더분한 성격의 또 다른 소녀 금주. 또한 곁들어서 주인공을 괴롭혔지만 어느새 친하게 된 학교 친구 영태.


  이 책은 주인공 오공일을 필두로 각양각색의 고민과 꿈을 가진 소년소녀의 이야기가 펼쳐져있다. 사실 영태나 금주의 이야기는 별로 많이 나오진 않는다. 그래도 다섯 명이 되어야 독수리 오형제가 완성되기에……. 아, 여자애가 두 명이라 안 되나? 그럼 파워 레인저!


  빚만 잔뜩 남겨두고 돌아가신 아버지 덕분에 일하느라 바쁜 어머니. 어머니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26살이나 많은 형. 그리고 그 형이 낳은 자기보다 두 살이나 많은 조카. 이 무슨 아침 막장 드라마에서 나오는 출생의 비밀이나 복잡한 가정사를 가진 재벌 아들도 아니고, 오공일은 피곤하다. 거기에 학교에서 괴롭힘까지 당하니 더욱 더 힘들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자퇴였다. 처음에는 소를 키우는 형네 집에서 일을 거들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말을 타는 기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고아영의 한마디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였지만, 그는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수를 지원한다.


  소설은 그가 기수로 성공을 거뒀는지 아니면 또 다른 벽을 느끼고 좌절하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키가 더 커지면 기수를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며 또는 그럭저럭 적응해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책은 거기까지 다루지 않는다. 대신 어쩌면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주면서 끝이 난다.


  왜냐하면 그는 처음에 나왔던, 친구들에게 쫓기면서 자기 자신을 자조적으로 평하던 그런 소심하고 주눅들어있던 꼬맹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던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벗었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지 못하던 무책임한 아이에서 탈피를 했다.


  이제 그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하고 싶은 길을 찾았으며,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 책임을 지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앞으로 걷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실패할 리가 없다.


  또한 아영이도, 금주도, 도민이도 나름 방황을 했지만 슬슬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영태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깨닫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아는 사람은 거칠 것이 없다. 목표는 정해졌고, 그것을 이루기위한 단계만 남아 있으니까. 반면에 하고 싶은 게 정해져있지 않은 사람은 막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마음이 잡히지 않고 우왕좌왕 남이 하는 것을 따라하다가 후회하곤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에서 앞을 향해 쭉쭉 나가는 공일이와 아영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은 아이들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학교도 자퇴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기수가 되는 훈련을 받아들였다. 때로는 힘들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말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옛말이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공부에 매인 학생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다. 나중에 자신이 뭘 할 수 있을지 몰라서 무작정 졸업장을 따기 위해서 공부만 해야 한다면, 그건 불행이고 낭비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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