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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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전건우

 

 

 

 

  와, 간만에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이 집에 이사 온 지 거의 10년이 넘었고, 환한 대낮에 봤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들은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만족스런 책이었다. 딱 한 번, 뒤를 돌아보게 만든 이야기 하나가 다른 아쉬운 부분들을 다 잊게 만들었다.

 

  주인공은 어찌어찌하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잡지 회사에 취직한다. 그 회사에서는 ‘월간 풍문’이라는 잡지를 만드는데, 주로 다루는 내용이 미스터리, 심령, UFO, 괴담 등등이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선배를 따라 폐가에서 열린 모임 취재를 가게 된다. 선배의 설명에 따르면 ‘밤의 이야기꾼들’이라는 모임은 일 년에 한 번씩 흉가에 모여 각자 이야기 하나씩을 들려준단다. 그러면 잡지사의 기자가 그것을 취재하고 기사화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주인공이 그 곳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프롤로그』는 갑작스레 불어난 물 때문에 계곡에 놀러갔다가 부모를 잃은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밤의 이야기꾼들』은 주인공이 취직을 하여 흉가에 취재를 떠나기까지의 내용을 간단하게 다루고 있다. 이후 다섯 개의 이야기는 ‘밤의 이야기꾼들’ 모임에서 나온 것들이다.

 

  『과부들』은 메리 워튼의 소설 ‘마루 밑 바로우어즈 The Borrowers, 1952’의 호러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제목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뭘 가져가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남자들에게는 악몽이 될……. 그러니까 부인에게 잘 해야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도플갱어』는 신경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그에게 도플갱어를 보았다는 여자가 찾아온다. 그녀는 도플갱어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계속해서 성형수술을 받고, 언젠가 살해당할 것이라 두려워한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난 날, 그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홈, 스위트 홈』이 바로 나를 뒤돌아보게 만든 이야기이다. 이사 온 첫날부터 전에 살던 사람의 스토킹 짓에 시달리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제일 편안하고 휴식 공간이 되어야할 집이 가장 두렵고 들어가기 무서운 곳이 되어버린다면? 아, 진짜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보면서 엄마에게 언제 들어오시냐고 전화하고 싶었다.

 

  『웃는 여자』는 평생 동안 폭력과 왕따에 시달린 한 소녀가 주인공이다.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한 분노를 동물에게 풀던 그녀. 마침내 그녀를 이해해줄 것 같은 사람이 나타나지만……. 그 자체로도 흐름이 좋았는데, 왜 갑자기 빨간 마스크 이야기로 바뀌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그 전까지의 긴장감이나 집중력이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눈의 여왕』에서는 저주에 걸린 마을이 나온다. 예전에 저질렀던 남자들의 행위 때문에 저주를 받은 마을에서 10년마다 여자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행위를 다루고 있다. 아들은 집안을 이어야하기 때문에 여자아이를 바친단다. 미친 것들. 저주를 받게 된 계기가 남자들의 일그러진 성욕 때문인데, 그 대가를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아이들이 치러야한다. 남자아이는 집안을 이어야하니까. 사랑이 두려움과 저주를 이긴다고? 결국 여자가 희생을 해야 한다는 거잖아? 읽으면서 짜증이 났다.

 

  『그날 밤의 폭우』는 프롤로그와 이어진다. 살아남은 아이가 이후 겪은 경험을 다루고 있다.

 

  『월간 풍문』은 에필로그라고 해야 할까? 취재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주인공에게 새로운 임무가 맡겨진다. 2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결말이다.

 

  나를 뒤돌아보게 만들다니, 작가의 이름을 꼭 기억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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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筆仙 2, Bunshinsaba 2 , 2013

  감독 - 안병기

  출연 - 박한별, 신지뢰, 장정정, 손소룡

 

 

 

 

  송치엔은 미국에서 돌아온 친구 나나에게서 이상한 얘기를 듣는다. 예전에 자살한 대학 친구 샤오아이의 원혼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후 대학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기이한 사고를 당해서 죽어가고, 나나는 샤오아이의 저주라고 두려워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가던 송치엔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한국 영화인줄 알았다. 감독도 예전에 '분신사바'를 만들었던 사람이고, 한국 여배우 이름이 나온다. 그런데 다른 배우 이름이 낯설다. 검색을 해보니, 감독이 '분신사바'가 중국에서 히트를 치니 시리즈로 제작한 것 중에서 두 번째라고 한다. 호기심이 생겼다. 원래 '분신사바'에는 2편이 없었으니까,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는 게 다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헐! 내가 신들린 건가? 공포 영화만 꾸준히 보았더니 이제 하산할 경지에 오른 건가? 내 자신에게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그건 내 착각이었다. 어느 한 장면을 보는 순간, '아!'하고 깨달았다. 난 이 영화를 예전에 본 적이 있어! 저 장면, 오싹해서 기억하고 있지! 그 때는 한국 배우들이 나왔었어! 그래, 저 장면에서 귀신을 하지원이 맡았었지. 뭐였더라? 뭐였지? 기억을 더듬어보니, 바로 영화 '가위 Nightmare , 2000'였다. 그러니까 감독이 자신이 예전에 만든 영화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것이다.

 

  원작 영화를 예전에 봐서 자세한 사항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인상적인 몇 장면은 아직 기억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이건 똑같네, 이런 장면이 있었나?' 이런 생각을 계속 했다. 그 덕분에 영화에 그리 집중하지를 못했다. 예전 영화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야 했기 때문이다.

 

  '가위'까지 본 이후에 이 감상문을 쓰는데, 몇 가지는 달랐다. 제목을 의식해서인지, 중간에 분신사바를 하는 장면이 들어있었다. 참 잘도 끼워 맞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에서 분신사바는 뜬금없는 끼워 넣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럭저럭 괜찮다고 할 수도 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원작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심심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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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씻나락 까먹는 이야기 우리 문화 속 수수께끼 3
유다정 지음, 김태헌 그림 / 사파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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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유다정

  그림 - 김태헌

 

 

 

 

  고백하자면 제목을 보고 귀신 이야기라고 지레짐작하고 고른 책이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귀신은 동양, 특히 한국 귀신이 갑이지.’라고 중얼거리면서 집었는데……. 하긴 동생이 자기 아들에게 귀신 이야기가 담긴 책을 사줄 리가 없지. 자기가 무서워서 싫어하니까.

 

  책은 쌀과 짚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두 가지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는지,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설화와 그림 그리고 여러 가지 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쌀에 관한 부분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쌀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지 알려준다. 짚을 얘기할 때는, 지푸라기가 우리 인생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해준다. 어떻게 보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쌀과 짚은 우리 곁을 지켜왔다.




 

  제일 놀라웠던 것 중의 하나는, ‘짚불’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새신랑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불운을 태운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짚불이라고 하면 고기 구워먹는 걸로만 여기는데……. 음, 고기 먹는 사람들의 악운을 없애준다고 보면 되는 걸까? 또한 ‘삼신 짚’이라고 해서, 아이가 태어날 때 산모 방에 짚을 깔았다고 한다. 산모에게는 출산할 때 힘을 주고, 갓 태어난 아기가 병 없이 자라도록 도와준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메주도 짚으로 묶어서 매달았던 것 같다. 그래야 일 년 동안 먹을 장맛이 좋아진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제 보니 벼는 허투루 버릴 게 없는 식물 같다. 낟알은 쌀로 만들어서 먹고, 남은 줄기는 짚으로 만들어 썼으니까. 우리 조상들은 절약정신이 뛰어났던 모양이다. 아니면 벼라는 식물 자체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행운이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쌀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졌다. 많이 먹는 걸로 내 사랑을 표현해야겠다. 게다가 난 밥심으로 사는 사람이다. 빨리 내일이 되어야 밥을 먹을 수 있을 텐데. 밤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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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오웰 감독, 아담 레이너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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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Task , 2011

  감독 - 알렉스 오웰

  출연 - 알렉산드라 스테이든, 아마라 카란, 아담 레이너, 안토니아 캠벨-휴즈

 

 

 

 

  영화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변화를 주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묻지 마 납치 사건처럼 사람들을 차량에 태우고 폐허가 된 어느 건물로 데리고 간다. 폐쇄된 감옥으로 교도소장의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떠도는 곳이었다. 흉측한 가면과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위협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아, 쏘우 같은 영화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럽쇼? 알고 보니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리얼리티 쇼의 제작진이었고, 납치당한 자들은 참가자들이었다. 그곳에서 제작진이 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고 하룻밤을 무사히 보내면, 엄청난 상금을 받는다는 말에 참가자들은 의욕을 불태운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진행될 리가 없다. 참가자 개개인에게 받은 임무는 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을 극복해야 성공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거기에 낯선 그림자가 그들 주위를 맴돌면서, 제작진은 물론이고 참가자들까지 하나둘씩 위험에 처하는데…….

 

  미리 말하자면, 이 영화 끝까지 안심할 수 없게 만든다. 서로 속고 속이다가 결국 그 때문에 망하게 된다는 것까지만 말하겠다.

 

  혹시 누군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을 극복하면 엄청난 돈을 주겠다고 제의하면, 난 어떤 결정을 내릴까? 우선 처음에 드는 생각은 ‘싫어!’이지만, 한편으로는 귀가 솔깃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난 발이 없는 거나 발이 많은 게 싫은데, 그것들로 가득한 상자에 손을 넣는다거나 그런 게 가득한 방에 들어가라고 한다면……. 으앙, 상상만 했는데도 토할 거 같아! 하지만 그걸 성공하는 대가로 몇 십억을 준다고 하면……. 고민된다.

 

  문득 이런저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도망가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버티면 평생 손에 쥐어보지 못할 엄청난 돈이 들어오니까. 하지만 나라면 목숨까지 걸지는 않을 거다. 돈도 내가 살아있어야 필요한 것이지, 죽으면 소용없으니까. 영화는 내 생각과 달리, 돈 때문에 목숨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무척이나 안타깝고 한심해보였다. 야, 살고 봐야지 돈이 문제냐! 그걸 왜 만져! 그러면 안 되지!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흘러가던 영화는 갑자기 반전을 보여준다. 그래서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더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비튼다. 그런데 그 마지막 비틀기 부분이 ‘이건 아니잖아!’라는 외침이 터졌다. 마치 양식을 먹다가 후식으로 한식이나 분식을 받은 기분이었다. 왜 이게 이렇게 흘러가는 건데?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물론 반전 단계에서 그냥 마무리를 지었으면 찜찜함이 남았을 수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비트는 건 좀 억지스러웠다.

 

  흐음, 어쩌면 너무 눈에 보이는 형식으로 흘러가는 것을 감독이 싫어했나보다. 그래서 그런 비틀기를 넣었을지도. 하지만 내 눈엔 아리수가 아닌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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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양국일.양국명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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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양국일, 양국명

 

 

 

 

  형제 작가라고 한다. 각자 따로 글을 쓰기도 하고, 같이 쓰기도 하나보다. 문득 엘러리 퀸이 떠올랐다. 그들은 사촌이었다.

 

  외딴 산 속에 명문 예술 고등학교가 하나 있다. 그곳에 전학을 오게 된 태인은 첫 날부터 이상한 경험을 한다. 학교로 오는 산길에서 그를 미행하는 것 같은 기분 나쁜 형체를 보기도 하고, 그를 보자마자 이 학교를 떠나라며, 마녀를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게다가 자신이 쓰는 침대가 죽은 은호라는 학생의 것이라는 사실에 그는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우연히 은호가 남긴 비밀 일기를 발견한 태인은 이 학교에 심상치 않은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아차린다. 룸메이트 지원의 소개로 미스터리 클럽 '이니그마'에 가입하게 된 태인은 서서히 위험에 노출되는데…….

 

  시작 부분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비슷한 분위기의 글을 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온다 리쿠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麥の海に沈む果實, 2000'다. 외딴 곳에 있는 기숙사 학교, 비밀을 숨기고 있는 교직원들, 어딘지 모르게 비정상적이면서 사춘기 특유의 불만과 예민함을 간직한 학생들. 문장은 확연히 다르지만, 설정을 읽는 순간 저 책이 떠올랐다. 하지만 베일에 싸인 기숙학교에 관한 작품은 많으니까…….

 

  이 책은 태인이 전학 와 5일 동안 겪은 일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다른 학생들이 학교에 일 년을 넘게 다니면서 해결 못한 일을, 그는 주인공 버프로 단 5일 만에 끝내버린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게 된 것에는 태인의 성격이 크게 작용했다. 여러 학교에서 사고를 치면서 전학을 다니면서 닦은 행동력도 있었고, 이번 학교가 마지막이지만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과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이 영향을 준 것 같다.

 

  학교에서 교장과 개인 면담을 가진 학생들의 얼굴이 비슷해진다는 부분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획일화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이렇게 표현한 게 아닐까?

 

  학생이라는 위치는 참 애매모호하다. 개개인의 적성이나 특기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교육을 받아야한다. 어릴 적에는 당연히 그래야하는 줄 알고 따랐지만, 점차 머리가 크면서 의문이 생긴다. 왜 이걸 배워야하지? 난 이것보다는 저게 더 하고 싶은데! 난 저걸 더 잘하는데! 이런 고민과 갈등이 생기지만, 한국의 교육은 대학에 가고 싶지 않은 학생들조차 대학 입시 공부를 해야 한다.

 

  이 학교의 수업방식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히 아무런 질문도 반론도 없이 교사가 혼자 진행해간다. 얼굴이 비슷하다 못해 똑같은 아이들이 조용히 듣기만 하는 수업. 어쩌면 한국의 교육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교장과 면담을 받는 학생들은 거의 다 학교에서 겉돌거나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었다. 그런 다양성을 철저하게 죽이고 개성을 말살시키며 통제하기 쉽게 아이들을 만드는 것. 갑자기 잭 피니의 소설 '바디 스내처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55'가 떠올랐다.

 

  이야기는 태인이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을 통해 엄청난 떡밥을 날리면서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과연 교장과 선생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라진 아이들은 어떻게 된 걸까? 한 달에 한 번씩 모교를 찾아오는 졸업생들은 도대체 뭘까? 학교 주위를 맴도는 형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떻게 아이들은 면담만 끝나면 싹 달라질까? 그리고 배신자는 누구일까?

 

  나름 추측과 추리를 하면서 읽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아쉬운 점은 학교가 위치한 숲의 전설을 너무 일찍 소개한 것이다. 그게 앞부분에 들어있어서, 교장과 선생들의 정체를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나중에 은호가 남긴 일기라든지 그가 읽던 책을 통해서 단편적으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제목인 '악령'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한참 생각했다. 떼어내고 싶은 존재이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언제든지 약한 면을 공격할 준비가 된 존재, 악몽을 꾸게 하는 존재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내고 키워낸 존재.

 

  과연 태인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이 맞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 존재는 그가 약해지거나 방심하면,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는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커져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내 주위에도 내가 만들어낸 악령이 배회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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