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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씻나락 까먹는 이야기 ㅣ 우리 문화 속 수수께끼 3
유다정 지음, 김태헌 그림 / 사파리 / 2009년 11월
평점 :
저자 -
유다정
그림 - 김태헌
고백하자면 제목을 보고 귀신 이야기라고 지레짐작하고 고른 책이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귀신은
동양, 특히 한국 귀신이 갑이지.’라고 중얼거리면서 집었는데……. 하긴 동생이 자기 아들에게 귀신 이야기가 담긴 책을 사줄 리가 없지. 자기가
무서워서 싫어하니까.
책은 쌀과 짚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두 가지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는지,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설화와 그림 그리고 여러 가지 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쌀에 관한 부분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쌀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지 알려준다. 짚을 얘기할 때는, 지푸라기가 우리 인생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해준다. 어떻게 보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쌀과 짚은 우리 곁을 지켜왔다.
제일 놀라웠던 것 중의 하나는, ‘짚불’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새신랑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불운을 태운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짚불이라고 하면 고기 구워먹는 걸로만 여기는데……. 음, 고기 먹는 사람들의 악운을 없애준다고
보면 되는 걸까? 또한 ‘삼신 짚’이라고 해서, 아이가 태어날 때 산모 방에 짚을 깔았다고 한다. 산모에게는 출산할 때 힘을 주고, 갓 태어난
아기가 병 없이 자라도록 도와준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메주도 짚으로 묶어서 매달았던 것 같다. 그래야 일 년 동안 먹을 장맛이
좋아진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제 보니 벼는 허투루 버릴 게 없는 식물 같다. 낟알은 쌀로 만들어서 먹고, 남은 줄기는 짚으로
만들어 썼으니까. 우리 조상들은 절약정신이 뛰어났던 모양이다. 아니면 벼라는 식물 자체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행운이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쌀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졌다. 많이 먹는 걸로 내 사랑을 표현해야겠다. 게다가
난 밥심으로 사는 사람이다. 빨리 내일이 되어야 밥을 먹을 수 있을 텐데. 밤은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