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양국일.양국명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작가 - 양국일, 양국명

 

 

 

 

  형제 작가라고 한다. 각자 따로 글을 쓰기도 하고, 같이 쓰기도 하나보다. 문득 엘러리 퀸이 떠올랐다. 그들은 사촌이었다.

 

  외딴 산 속에 명문 예술 고등학교가 하나 있다. 그곳에 전학을 오게 된 태인은 첫 날부터 이상한 경험을 한다. 학교로 오는 산길에서 그를 미행하는 것 같은 기분 나쁜 형체를 보기도 하고, 그를 보자마자 이 학교를 떠나라며, 마녀를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게다가 자신이 쓰는 침대가 죽은 은호라는 학생의 것이라는 사실에 그는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우연히 은호가 남긴 비밀 일기를 발견한 태인은 이 학교에 심상치 않은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아차린다. 룸메이트 지원의 소개로 미스터리 클럽 '이니그마'에 가입하게 된 태인은 서서히 위험에 노출되는데…….

 

  시작 부분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비슷한 분위기의 글을 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온다 리쿠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麥の海に沈む果實, 2000'다. 외딴 곳에 있는 기숙사 학교, 비밀을 숨기고 있는 교직원들, 어딘지 모르게 비정상적이면서 사춘기 특유의 불만과 예민함을 간직한 학생들. 문장은 확연히 다르지만, 설정을 읽는 순간 저 책이 떠올랐다. 하지만 베일에 싸인 기숙학교에 관한 작품은 많으니까…….

 

  이 책은 태인이 전학 와 5일 동안 겪은 일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다른 학생들이 학교에 일 년을 넘게 다니면서 해결 못한 일을, 그는 주인공 버프로 단 5일 만에 끝내버린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게 된 것에는 태인의 성격이 크게 작용했다. 여러 학교에서 사고를 치면서 전학을 다니면서 닦은 행동력도 있었고, 이번 학교가 마지막이지만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과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이 영향을 준 것 같다.

 

  학교에서 교장과 개인 면담을 가진 학생들의 얼굴이 비슷해진다는 부분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획일화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이렇게 표현한 게 아닐까?

 

  학생이라는 위치는 참 애매모호하다. 개개인의 적성이나 특기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교육을 받아야한다. 어릴 적에는 당연히 그래야하는 줄 알고 따랐지만, 점차 머리가 크면서 의문이 생긴다. 왜 이걸 배워야하지? 난 이것보다는 저게 더 하고 싶은데! 난 저걸 더 잘하는데! 이런 고민과 갈등이 생기지만, 한국의 교육은 대학에 가고 싶지 않은 학생들조차 대학 입시 공부를 해야 한다.

 

  이 학교의 수업방식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히 아무런 질문도 반론도 없이 교사가 혼자 진행해간다. 얼굴이 비슷하다 못해 똑같은 아이들이 조용히 듣기만 하는 수업. 어쩌면 한국의 교육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교장과 면담을 받는 학생들은 거의 다 학교에서 겉돌거나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었다. 그런 다양성을 철저하게 죽이고 개성을 말살시키며 통제하기 쉽게 아이들을 만드는 것. 갑자기 잭 피니의 소설 '바디 스내처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55'가 떠올랐다.

 

  이야기는 태인이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을 통해 엄청난 떡밥을 날리면서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과연 교장과 선생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라진 아이들은 어떻게 된 걸까? 한 달에 한 번씩 모교를 찾아오는 졸업생들은 도대체 뭘까? 학교 주위를 맴도는 형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떻게 아이들은 면담만 끝나면 싹 달라질까? 그리고 배신자는 누구일까?

 

  나름 추측과 추리를 하면서 읽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아쉬운 점은 학교가 위치한 숲의 전설을 너무 일찍 소개한 것이다. 그게 앞부분에 들어있어서, 교장과 선생들의 정체를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나중에 은호가 남긴 일기라든지 그가 읽던 책을 통해서 단편적으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제목인 '악령'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한참 생각했다. 떼어내고 싶은 존재이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언제든지 약한 면을 공격할 준비가 된 존재, 악몽을 꾸게 하는 존재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내고 키워낸 존재.

 

  과연 태인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이 맞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 존재는 그가 약해지거나 방심하면,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는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커져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내 주위에도 내가 만들어낸 악령이 배회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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