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지
제임스 드모나코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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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The Purge , 2013

  감독 - 제임스 드모나코

  출연 - 에단 호크, 레나 헤디, 맥스 버크홀더, 토니 올러

 

 

 

 

 

  일 년에 단 하루, 무슨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날이 있다. 그 날만은 자신을 '정화'하기 위해 살인이건 약탈이건 방화건 다 허용이 된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허용이 되는 게 아니라, 딱 12시간만 해당된다. 그 날, 부유층 사람들은 고가의 방범시스템을 설치한 저택에서 숨죽이고 있기도 하고, 그런 걸 설치할 비용이 없는 사람들은 폭력 행위에 가담하거나 피해자가 된다. 또한 그 날만 기다리며 칼을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주인공 제임스는 방범 시스템을 파는 사람으로, '퍼지 데이' 덕분에 많은 돈을 벌어 부유층이 사는 동네에 정착하는 데 성공한다. 아름다운 부인과 큰 딸 그리고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하는 어린 아들과 함께 이웃 주민들과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그 날, 그는 자신이 파는 최첨단 방범장치를 설치한 집에서 안락하게 밤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폭행당하고 쫓기는 흑인을 집에 들이면서 문제가 일어난다. 그를 고문하고 죽이려던 사람들이 나타나 제임스에게 협박을 한 것이다. 흑인을 내놓지 않으면, 제임스네 집을 공격해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말이다.

이제 제임스는 갈등하기 시작한다. 그에게 '퍼지 데이'는 그냥 실적을 올리기에 좋은 수단에 불과했다. 처형을 나선 적도 없고, 그냥 조용히 가족들과 숨어 지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의 집에 도움을 요청한 피 흘리는 사람이 눈앞에 있다. 그를 내보내자니 사람을 죽이는데 관여한 것 같고, 그러지 않자니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이 위험하다.

 

  이 영화의 반전은 아마도 제임스를 공격한 무리의 정체일 것이다. 평소에는 정숙하고 고상하며 지적으로 행동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무자비한 행동을 하고 엄청난 증오심과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본성이 폭력에 있다면, 이 영화는 '성악설 性惡說'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와 체면,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폭력적인 성향을 숨기고 있다가, 때가 되면 마음껏 분출하니까 말이다.

 

  발상은 신선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여기저기에 구멍이 보였다.

 

  우선 국가가 허용하는 범죄와 그 대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의문이었다. 오프닝이나 뉴스 화면을 보면 살인, 약탈, 방화, 폭행이 허용되는 거 같은데, 그럼 정부 고위 관료나 대통령까지 죽여도 괜찮은 걸까? 보좌관이나 비서 내지는 치정 관계로 고위 공직자나 대통령을 죽여도 그 날은 처벌을 안 받는다잖아? 소방서나 병원 구급센터도 운영하지 않는다니까……. 만약에 외국에서 돈을 주고 의원이나 공직자 또는 대통령을 죽이라고 미국인을 고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국정 공백 기간을 노려서 공격을 하면 미국은 그냥 끝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만약에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될까? 국제문제로 번지지는 않을까? 그러니까 외국인은 때리거나 죽이면 안 되는 거라고 봐야할까? 이 사람이 외국 국적인지 미국 국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차피 서양 사람은 다 비슷한데. 물론 영화에서는 '퍼지 데이'에 찬성하는 집은 무슨 꽃인가를 놓는다고 하지만, 흐음.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얘기하기에는 인물의 심리가 덜 드러났고, 그냥 스릴러 액션물로 보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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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뽑은 English Reading Starter 6 : New Edition (교재 + 워크북 + 오디오CD 1장) - 미국 초등학교 1.2학년 과정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뽑은
E2K 지음, Brian J. stuart 감수 / 길벗스쿨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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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 E2K

  그림 - 브라이언 J. 스튜어트

 

 

 

 

 

  본격적으로 독해를 시작하려는 초등학생 조카와 공부한 책이다. 뒤표지에 미국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본 조카가 약간 자존심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책을 넘겨보고는 표정이 싹 바뀌었다.

 

  교재는 두 종류로 나뉘어져있다. 텍스트북과 워크북이다. 또한 부록으로 CD가 들어있어서, 지문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mp3 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었다.



 

  텍스트북은 장르별, 아니 과목별로 나뉘어져있다. 과학, 사회, 수학, 미술, 그리고 음악이다. 과학은 지구과학이나 생물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회는 역사나 인간관계에 대한 것을 다루고, 수학은 공식이 아니라 수학에 나오는 도형이나 단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뒷이야기 내지는 일화라고 하는 게 어울릴 것 같다. 미술이나 음악도 비슷한 구성이다.

 

  지문은 열 줄 내외로 그리 길지 않다. 옆에 새로 나온 단어에 대한 뜻을 적어두고, 내용에 어울리는 사진이 곁들여져있다. 그리고 옆쪽은 내용을 잘 파악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문제가 수록되어있다. 문제를 해석해줘야 했지만, 텍스트북은 꽤 재미있게 학습하고 있다.



 

  그런데 워크북은 텍스트북과 상황이 달랐다. 문제의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텍스트북에서 공부한 것을 응용하는 문제까지 들어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워크북을 풀지 말라고 했다. 괜히 공부하기 싫어질까 봐. 지금도 워크북을 풀라고 하면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령이 생겼는지, 눈치껏 찍고 있다. 서술형인데 비슷하게 답을 찍어서 쓰는 걸 보니, 공부를 시키는 건지 잔머리만 굴리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는 단어도 많아지고, 책에서 봤다고 아는 척하는 걸 보니,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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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 虛ろな十字架, 2014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어린 커플이 있다. 중학생 때 만난 그들은 풋풋한 사랑을 일궈가며 만남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치는데…….

 

  한 부부가 있다. 11년 전, 그들의 어린 딸이 강도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다. 그리고 현재, 이혼한 부인인 사요코마저 살해당한다.

 

  부인을 죽였다고 자수한 범인은 어느 노인으로, 돈을 빼앗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딸을 잃은 후, 부인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범죄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면담하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중독에 빠진 사람을 돕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동물 장례사를 하고 있는 남편 나카하라는 부인의 살해에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왜 그녀가 살해당해야했는지 밝혀내기로 마음먹는다.

 

  십자가라고 하면 예수가 매달린 형상이나 큰 죄나 고난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십자가에 공허하다는 말이 붙으면, 큰 죄나 고난이 아무 의미 없다는 뜻일 거라 추측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하게 쓰였는데, 난 공감하기 힘들었다. 종교적인 의미로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타인을 대신해 죄나 고난을 떠맡겠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뜻하는 십자가는, 죄를 지은 사람이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그건 십자가를 지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감수해야할 처벌을 받는 것이다. 설마 예전 로마 시대에 죄인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그런 의미로 쓴 걸까?

 

  하여간 책 제목인 공허한 십자가는 효과가 별로 없는 형벌제도를 뜻하고 있다. 또한 사요코가 자신이 작성하던 기사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과연 그 처벌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냐고 그녀는 말한다. 나카하라와 사요코의 어린 딸은 가석방 상태인 남자의 손에 살해당했다. 애초에 엄한 법집행을 해서 가석방을 주지 않았거나, 확실히 그가 반성하게 만들지 않았기에 재범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사요코의 논리였다. 또한 피해자들에게도 그들이 받는 처벌의 양은 택도 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피해 가족들에게 범죄자를 사형시키는 것이 그들의 마음에 평안을 주는 길이지만, 모든 것이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겨진 사람들의 상실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는지, 사요코는 묻고 있다.

 

  ‘이건 뭐야. 말도 안 돼! 솜방망이 처벌이야, 가해자 인권만 있고 피해자 인권은 없어.’ 재판 결과를 다룬 뉴스를 보면서 종종 드는 생각이다. 한 가정을 망가뜨리고, 한 인간의 남은 평생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는데, 처벌은 꼴랑 집행유예……. 과연 그런 판결을 받은 사람 중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중대함을 깨닫고 반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애초에 죄를 뉘우치거나 반성할 심성의 소유자라면 그런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법의 형평이 일반 사람이 생각하기에 맞지 않아, 예전에 이런 얘기가 돈 적이 있다. 강간이 망가를 유포시키는 것보다 형이 가벼우니, 차라리 강간을 저지르는 게 낫다고. 거기에 음주 상태면 형이 경감되니 술 먹고 하면 된다고. 강간에 대한 형이 가벼운 것은, 그걸 만드는 입법부나 판단하는 사법부 관련자들이 그런 죄를 많이 저지르기 때문이라고. 그냥 우스갯소리라고 그냥 넘길 수는 없는, 그런 내용들이다. 이런 이야기가 떠돌 정도니, 과연 사람들의 법의 집행을 믿을 수 있을까? 아, 그래서 사람들이 ‘덱스터 Dexter’에 열광했나보다.

 

  이야기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분위기답게, 휴머니즘적으로 흘러간다. 발각되지 않았지만 그 죄의 중대함을 깨닫고 반성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등장시켜, 과연 어떤 것이 진정한 속죄인지 말한다.

 

  내 생각에 법의 처벌을 받고, 형기를 마친 다음에 속죄하면서 살아가는 게 제일인데.

 

  그러고 보니 첫 줄에만 등장하고 존재감이 사라진 어린 커플에 대해서도 언급해보겠다. 게이고의 다른 작품인 ‘동급생 同級生’에서도 비슷한 연령대의 커플이 나온다. 보면서 풋풋하고 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에게 일어난 사건은 다르지만, 두 커플 다 비슷한 시련을 겪었다. 이 멍청한 것들아, 콘돔을 껴라! 응? ‘콘돔주세요’라는 말이 부끄러워서 못 살 거면, 섹스를 하지 마, 이 병신아! 애새끼들이 성교육을 AV로 받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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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Dark Feed (다크 피드) (2013)(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Lions Gate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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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ark Feed , 2013

  감독 - 마이클 라스무센, 숀 라스무센

  출연 - 앤드류 루딕, 빅토리아 누겐트

 

 

 

  어느 폐쇄된 정신병원에서 영화 촬영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진행되던 촬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해간다. 폭력적이 되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다른 이를 폭행하기도 하고, 이상한 것을 보기도 한다. 그곳에서 예전에 미국 CIA의 비밀 실험이 있었다는데, 그 영향인걸까?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은 왜 미쳐갈까?

 

  영화의 소재는 익숙하다. 폐쇄된 정신병원, 기이한 환상들, 그리고 하나둘씩 죽어가는 사람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것 중에 기억나는 것은 ‘그레이브 인카운터 Grave Encounters , 2011’, 이 있고, 예전에 본 것으로는 ‘헌티드 힐 House on Haunted Hill , 1999’이 있다. 드라마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2 American Horror Story: Asylum’가 생각난다.

 

  위에 언급한 각각의 영화들은 비슷한 배경에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느낌이 색달랐다. 그래서 오래 전에 본 것이지만,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다. 거의 10년도 전에 본 ‘헌티드 힐’의 귀신 등장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동생이랑 둘이서 ‘으악!’하면서 봤었는데…….

 

  하지만 이 영화는 감상문을 쓰려니 무슨 내용인지 생각이 안 나서, 다시 봐야했다. 그 말은 즉,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었으며 내용도 그저 그랬다는 뜻이다. 영상은 뭔가 있는 것처럼 신비롭게 만들었다. 마치 병원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몇몇 장면들의 잔혹함은 ‘오-’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야기의 진행은 영상에 미치지 못했다.

 

  좀 더 짜임새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너무 중구난방으로 흘러가는 감이 없지 않았다. 등장인물이 많았는데, 한 사람씩 파악하기도 전에 화면이 바뀌면서 다른 사람을 잡는 바람에 구별하기 힘들었다. 특히 초반이 그러했다. 강렬한 오프닝에 비해서 인물 소개와 배경 설명으로 좀 지루했다.

 

  사람들이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다룬 중후반은 그래도 그럭저럭 볼만했다. 뭔가 기이한 일이 일어나고, 그에 당황해하다가 서서히 공포에 질려가는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는 두근두근한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CIA의 실험 얘기는 왜 나왔을까? 그러니까 귀신이 아니라, 예전에 실험했던 약품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랬단 거야? 그러면 결국 영화는 ‘누가 누가 제일 미친놈이 되나’ 뽑기 같은 거야? 그런 거야? 그렇지만 아무리 폐쇄되었다고 해도 6년 전에 문 닫은 곳에 그런 게 남아있을 수가 있나? 그런 게 아니길 빌었다. 그러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다행인지 아닌지 영화에는 반전이 있는데, 그게 뭔지는 안 알랴쥼!

 

  영화는 지루하다. 밤에 봤는데, 일찍 잠이나 잘 것을 내가 왜 이걸 보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다고 낮에 보기엔, 화창한 가을날 왜 난 대낮부터 방에 틀어박혀 이걸 보고 있나하고 회의감이 들지도…….

 

  잔혹한 몇 장면과 발상때문에 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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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17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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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재난의 사나이의 재난』은 알렌 소프트 사의 사장 알렌과 그의 매력적인 비서 에리가 등장한다.

 

  자신의 스카웃을 거절한 사람만 섬에서 열리는 생일 파티에 초대한 알렌. 그는 초대 손님들이 자기 회사에 올 수밖에 없도록 함정을 판다. 바로 각 사람들에게 100만 달러와 함께 스카웃 제의를 한 다음, 에리가 그 돈을 훔치는 것이다. 그러면 혹시 거액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알렌의 회사로 들어오지 않겠냐는, 상당히 유치한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돈이 진짜 사라진 것이다. 그들밖에 없는 외딴 섬인데, 도대체 누가 돈을 가져간 것일까?

 

  사람들이 알렌과 같이 일하기 거절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저런 사람이 사장이라면……. 으, 상상만 해도 싫다. 비서 에리가 있으니 그나마 회사가 돌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재미있지만, 관련자는 조마조마할 것 같다. 물론 관련자들에게도 약간 재미가 있겠지만.

 

  시체도 나오지 않고 피도 흐르지 않은, 깔끔하고 유쾌한 편이었다.

 

 

  『까마중』은 슬펐다. 범인의 사연이 슬프다기보다는 그런 상황이 안타까웠다. 사실 왜 그 사람이 그를 죽여야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회상 속의 살인 Murder in Retrospect, 1943'이 떠올랐다. 거기서 화가 칼라일은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모델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퍼붓는다. 그 자신의 모든 광기와 애정, 열기 등을 모두 바친다. 그러다가 작품이 완성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이번 이야기의 그도 그런 성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겨진 사람은 그 공허함을 채울 방법을 몰라 방황하다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겨우 그런 상황을 극복했지만,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이론을 세우기는 했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어쩌면 범인에게 죽은 그는 정기를 빨아먹는 흡혈귀로 여겨졌던 걸까? 자신의 순수함과 열정을 빼앗아간 그런 존재? 그래서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결국 변심하고 헤어진 애인에게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랑 뭐가 다르지?

 

  여기서는 까마중이 독을 가졌다고 나오는데, 이상하다. 얼마 전에 어린이 책에서 까마중은 토종 블루베리라고 불리며 먹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뭐가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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