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Red Screening Al morir la matinée, 2020
감독 - 막시밀리아노 콘텐티
출연 - 루시아나 그라소, 리카르도 이슬라스, 훌리에타 스피넬리, 프란코 두란
1993년 비가 쏟아지는 우루과이의 한 극장. ‘아나’는 야간조로 일하는 사람이 결근하여 아버지가 야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나는 자신이 대신 일 하겠다며 아버지를 집으로 보내고, 영사실에서 숙제하며 필름을 돌린다. 마지막 심야 상영관에는 몇몇 사람들만 모여 공포 영화를 관람한다. 영화는 뒷전이고 어떻게 하면 암수한몸이 될지 생각하는 커플, 표를 사지 않고 극을 보겠다는 노인, 나이가 되지 않지만 몰래 숨어들어온 초딩, 늦게 들어온 주제에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친구들까지 어떻게 보면 극장에서 민폐가 되는 행동을 벌인다. 그러던 중, 우비를 입은 한 남자가 관객들을 하나둘씩 조용히 죽이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관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이 닫힌 극장에서 살인마와 맞서 싸우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심야 상영관이라 사람도 몇 명 되지 않았지만 이미 살해되었고, 극장 관계자 역시 퇴근했거나 살해당한 뒤라, 아이들을 도와줄 어른은 없었다. 거기다 이 살인마,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몰래 죽이더니, 살아남은 사람이 아이들 셋이라는 사실을 알자 대놓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이 아이들의 겁먹은 얼굴이 자신의 즐거움이자 낙인 것처럼 말이다.
비록 구도가 살인마 대 아이들이었지만, 이 작품은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영화의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 아무래도 아이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애쓰게 만들려면, 무난하고 단순한 수위로는 안 되는 모양이다. 아, 얘들이 극장에서 보고 있던 영화도 그렇게 낮은 등급은 아니었지 참. 하여간 몇몇 살인장면은 좀 끔찍하다. 살인마가 아이들 앞에서 보이는 행동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굳이 애들 앞에서 왜 저런 짓을? 위에서 말했지만, 아이들의 겁먹은 표정을 보는 게 살인마의 행복인가보다. 어유, 이 변태 새끼.
살인마가 평소에 극장에 자주 왔었는지, 스크린에서 사람이 죽을 때 자신도 살인을 저지른다. 거의 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그 때문에 어지간한 소음은 다 묻힌 분위기였다. 중간에 아이들이 산만하게 굴지만 않았으면, 아마 다 죽어도 몰랐을 것이다. 둘이 보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영화 아니, 둘이 들어와서 셋이 죽어도 모를 극장이라고 해야 할까?
영화의 흐름은 다른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어차피 이 장르가 다 그렇긴 하지만, 극의 전개가 예측할 수 있게 진행된다. 음, 한 명이 더 죽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좀 머쓱하지만……. 그래서인지 보면서 아주 잠깐 딴짓도 가능하고, 딴생각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극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우루과이 라운드로만 기억했던, 첫 번째로 본 우루과이 공포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