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Escape Room, 2017
감독 - 피터 듀크스
출연 - 크리스틴 돈론, 랜디 웨인, 스킷 울리히, 숀 영
두 커플이 방 탈출 게임을 하기로 한다. 방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살인마 복장을 하고 벽에 고정된 사슬에 묶여있고, 네 사람은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방을 돌아다닌다. 그런데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방에 설치된 카메라를 끄더니, 넷을 공격하는데…….
같은 제목의 다른 영화를 보려다가, 잘못 골라 보게 된 작품이다. 2017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Escape Room’이라는 제목으로 두 편의 영화가 나왔다. 이 작품은, 포털에서 검색하면 한글 제목이 ‘이스케이프 룸’이고, 다른 하나는 ‘룸 이스케이프’이다. 그리고 2편까지 나온 ‘이스케이프 룸 Escape Room’은 2019년에 만들어졌다. 하여간 셋 다 방 탈출 게임을 하려다가 목숨을 걸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기본 설정만 그러하고 각각 다른 점이 있는데, 이 영화는 방 탈출 게임에 고대 악령과 같은 존재를 등장시켰다.
위에 내용 요약에는 적지 않았지만, 방 탈출 게임방의 주인이 장식품을 사려고 골동품상에 들른다. 거기서 해골 모양의 상자를 보는데, 가게 주인은 악령이 깃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물건으로 팔지 않는 것이라 얘기한다. 하지만 게임방 주인은 굳이 그 물건을 가져오고, 게임장에 진열해놓는다. 당연히 두 커플은 힌트를 찾기 위해 상자를 열었고, 그때부터 아르바이트생이 이상해진다. 일면식도 없는 고객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뭐랄까, 고대 악령인데 물리력은 그리 세지 않은 모양이다. 벽에 붙은 사슬을 끊어내지도 못하고, 손만 허우적대는 것이……. 그냥 환각과 환청을 연출하는 게 다였다. 굳이 고대 악령 설정을 넣은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그냥 모습을 숨긴 살인마나 탈옥수라고 해도 되지 않았을까? 환각이나 환청도 그리 무시무시하거나 오싹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스토리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라고 생각은 하지만, 팔지도 않을 거고 악령이 깃들어서 손도 대지 말라는 물건을 굳이 가게에 진열해놓은 건 무슨 심리일까? 그런 거라면 남들이 보지 못하게 숨겨두거나 봉인을 잘 해둬야 하는 게 아닐까? 주인 허락도 안 받고 가져간 놈이 제일 잘못하긴 했는데, 사람을 홀리는 그런 물건을 허술하게……. 아! 그렇다! 이건 골동품 가게 주인이 그 악령을 숭배하는 사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자신이 봉인을 풀 능력이 없고, 주인님은 풀어드려야겠고. 그래서 누군가 가져가서 상자를 열길 기다린 것이다. 고객이 혹할 뒷이야기를 은근슬쩍 흘려서 관심을 유도하고, ‘이건 안 팔아요’라고 하면서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누군가 이걸 판 네가 잘못이라고 하면, ‘난 안 팔았고 쟤가 몰래 가져갔음’이라고 발뺌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런 거라면, 왜 골동품 가게 주인이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간다.
이불 밖은 위험하니 방을 나가지 말아야 한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 보는 내내 답답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