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Gerald's Game, 2017
감독 -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 칼라 구기노, 브루스 그린우드, 헨리 토마스, 카렐 스트럭켄
원작 – 스티븐 킹의 소설 ‘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 1992’
‘제시’와 ‘제럴드’ 부부는, 주말을 맞아 외딴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색다른 분위기를 즐기자며, 제럴드는 제시의 두 손목을 수갑으로 침대에 묶는다. 처음에는 제시도 호응했지만, 어느 순간 도를 지나친 제럴드의 행동에 반항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제럴드가 심장마비를 일으키며 쓰러진다. 거기다 떠돌이 개가 집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있는 제럴드의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한다. 침대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공포에 휩싸인 제시의 앞에 제럴드와 자신의 환영이 나타나 말을 걸기 시작하는데…….
** 어쩌면 스포일러? **
아무도 없는 외딴 별장, 관리인이나 정원사에게는 며칠 오지 말라고 미리 연락해 둔 상태, 남편은 죽어서 바닥에 있는데 떠돌이 개가 찾아와 그 시체를 뜯어먹고 있다. 자신은 두 손이 묶인 상태로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굶주림은 기본에 탈수 증상까지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앞에 남편과 자신의 환영이 등장해 말을 건다면? 과연 난 미친 걸까? 아니면 죽어가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일시적인 정신착란일까?
음, 두 환영은 어떻게 보면 제시의 이성과 감성을 맡은 게 아닐까 싶다. 어떨 때는 수갑에서 손을 뺄 수 있는 힌트를 주다가도, 그게 잘못되었다는 걸 짚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기억하기도 싫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까 마음의 소리라고 해야 할까? 제시는 두 환영과 대화하고 구박당하고 소리치고 울면서, 그동안 외면했던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된다.
그 트라우마는……. 이 영화의 원작자인 스티븐 킹이 쓴 소설 ‘돌로레스 클레이본 Dolores Claiborne, 1992’이 떠올랐다. 1964년 일어난 개기 일식이 두 작품 다 중요한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공이 겪었던 사건도 비슷하다. 하아, 세상엔 개X끼가 너무 많다. 특히 이 작품의 X새X는 더 악랄하고 교묘하며 가스라이팅의 천재였다. 나쁜 놈…….
과거를 극복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 과거가 끔찍하고 떠올리기도 싫은 경우라면, 극복하겠다며 생각해내는 것조차 힘들다. 잘못하면 극복하기는커녕, 그 기억에 잡아먹혀 영영 재기불능에 빠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에서 제시에게 수갑은 그런 의미였다. 현재 그녀를 곤란한 상황에 빠트린 대상이자 동시에 벗어나야 할 과거였다.
결말은, 뭐 언제나 나름 러브러브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스티븐 킹의 작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