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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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 무무




  학교 다닐 적에 뺄셈을 참 못했다. 덧셈이나 곱셈은 그럭저럭 해서 못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는데, 그게 나눗셈이나 뺄셈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어김없이 실수를 하곤했다. 서술형 문제를 반페이지 넘게 식을 세워서 풀어도 꼭 뺄셈에서 문제가 생겼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이제는 물건 계산할 때만 덧셈이나 곱셈을 써먹으니, 뺄셈을 더더욱 써먹을 일이 없다. 아, 그건 수학이 아니라 그냥 산수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책 제목에 뺄셈이라니! 수학에 관한 책이 아니길 빌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숫자로 이루어져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굳이 1+1이라고 숫자로 나타내지 않아도, 우리의 생활은 기본적으로 사칙연산과 관련이 있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사면 그것은 '+'이다. 버리면 '-'가 된다. 버리지않고 쌓아두거나 사기만 하면, 언젠가는 더 놓아둘 곳이 없어진다. 반대로 간직하지 않고 쓰기만 하면, 나중에는 쓸 것이 없어지게 된다.


  이 책은 버려야할 것과 간직해야할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어디선가 들었던 우리와 비슷한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일화에서, 유명한 현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생각을 달리하면, 내가 아닌 남의 입장을 돌아보면, 그리고 한 발 뒤로 물러서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때로 그것들은 앞으로 나가거나 움켜쥐고 있을 때보다 몇 배 더 큰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넌지시 일러준다. 그리고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다가 정신적인 안정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내 주변을 돌아보았다. 서랍을 열기 힘들 정도로 꽉 차있는, 언젠가는 쓰겠지라고 모아두었지만 몇 년이 지나도 꺼내보지 않는 것들. 언제 저장했는지도 모르는, 가보지도 않는 홈페이지 링크들. 뭐에 쓰는 건지 기억도 안나는 것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모아두었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내 무시무시한 집착의 산물들.


  아, 이러니 학창시절에 내가 뺄셈을 당연히 못했지 싶다. 쓸데없이 집착하는 게 이리도 많았으니 말이다.


  언젠가 준비가 되면, 나도 뺄셈의 원리를 실천해봐야겠다. 어쩌면 또다시 채우기 위해 비우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60쪽에 커다란 자루에 돌을 주워넣던 청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책에는 그냥 현자가 그에게 돌을 넣으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끝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뒷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책의 전반적인 어조를 생각하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지는 상상이 간다. 그래도 중간에 끝나버리니까 뭔가 뒷처리가 미적지근한 것이 찝찝하다.

  

  210쪽 14번째 줄 엄마의 생각 부분에 오타가 있다. 스파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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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만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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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13 at Dinner, 1933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오랜만에 포와로와 헤이스팅즈가 함께 나오는 소설이다. 두 사람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광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포와로가 면박을 주면, 헤이스팅즈는 어떻게든 대화를 돌리거나 발끈한다. 이번 편에서는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 예찬이 초반부터 터져 나온다.


  “자네는 결코 깨닫지 못해. 눈을 지그시 감고서 안락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편이 문제 해결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때는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게 되는 거라네.”

 -중략-

  “뇌세포만이 안개를 헤치고 진실로 이끌어 줄 수 있 유일한 안내자라 할 수 있다네.” -p.16


  헤이스팅즈가 포와로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고 존경하기에 저 잘난 척을 그냥 넘겼지, 안 그랬으면 오래 전에 절교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보살이다, 헤이스팅즈는.


  유명한 배우 제인 윌킨슨. 영국 귀족인 에지웨어 경과 결혼했지만, 지금은 별거 중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남편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떠들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진짜로 에지웨어 경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범인은 바로 그의 부인 제인 윌킨슨!


  하지만 범행 시각에 그녀는 멀리 떨어진 곳의 파티에 참석 중이었다.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 없는 법. 거기에 제인의 흉내를 기가 막히게 잘 내는 신인 배우 캐로타 애덤스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에지웨어 경을 죽인 것은 누구인가? 그리고 캐로타는 왜 죽었는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봤다. 전에 텔레비전에서 해줬던 것인데, 페이 더너웨이가 제인 윌킨슨 역을 맡아 어떨 때는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배우로, 또 어떨 때는 백치미를 가진 섹시하지만 멍청한 금발 여자로 나왔었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완전 싱크로율 대박!’이라고 감탄했다.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내 머리 속에서 페이 더너웨이가 제인 윌킨슨이 되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페이 더너웨이, 한국어 참 잘한다.


  책을 읽다보면, 제인에 대해 아주 적절한 설명을 해주는 대사가 나온다.


  “그녀는 누구를 죽일 때도 아주 유쾌한 기분으로 해치워 버릴 겁니다. 그리고 그녀를 잡아서 교수형에 처하려고 한다면 골을 낼 테죠.”-p.24


  저런 성격의 여자를 남자들은 좋아할까 의문이 들었다.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남을 배려한다는 건 생각도 못하는 성격이다. 뭐, 그래도 책에서는 남자들이 끊이질 않으니까. 혹시 예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 특히 남자 심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100%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여러모로 참 대단했다. 트릭의 기발함은 둘째 치고, 대담하고 무모했다. 거기에 순발력도 갖추고 있었다. 포와로가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가 있었다. 플랜 B 뿐만 아니라, 플랜 C까지 갖추고 있었다. 물론 포와로는 천재라서 그 함정을 알아챘지만.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의 한 마디에서 힌트를 얻었기에 포와로는 사건 해결에 실패했다고 자책하지만, 우연히 그걸 알아들은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은 들어도 뭔지 모를 테니까. 그러니까 실패가 아니에요, 포와로.


  음, 확실히 크리스티는 금발을 싫어한다. ‘화요일 클럽의 살인 The Thirteen Problems, 1932’에서도 느꼈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프랑스 파리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파리스도 구별 못하는 예쁘장한 여자의 머리색이 금발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두 작품은 일 년의 차를 두고 나란히 출판되었다. 혹시 저 때, 크리스티가 금발 여자에게 뭔가 맺힌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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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 확장판 (2disc)
피터 잭슨 감독, 이안 맥켈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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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Lord of the Rings : The Fellowship of the Ring, 2001

  감독 - 피터 잭슨

  출연 -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비고 모르텐슨, 숀 애스틴




  예전에 극장 개봉을 했을 때, ‘와아-’하면서 봤던 영화이다. 그런데 확장판이 새로 나왔다고 해서, 뭐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호기심에 접했는데……. 하아, 난 역시 한 시간 반을 넘는 영화는 보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두 시간까지는 어떻게 견딜 수 있는데, 이 영화의 총 상영시간은 3시간 50분 정도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집에서 본 것이라, 중간에 쉴 수가 있었다.


  영화는 낭만적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로맨스가 있어서 낭만적이라는 게 아니다. 용기와 우정, 사랑과 배려, 질투와 시기 그리고 두려움과 나약함 같은 인간의 감정을 멋진 배경 속에서 녹여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상의 세계에 내가 진짜로 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경과 인물이 사실적이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호빗들이 살고 있고, 엘프들이 숲을 지키고 있으며, 오크들이 땅 속에서 나올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마법도 존재하고 말이다.


  중간계를 장악하려는 어둠의 왕 사우론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반지. 동시에 그것은 사우론에게는 엄청난 힘의 근원이다. 그것을 없애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는 반지 원정대. 호빗, 엘프, 드워프, 마법사 그리고 인간이 한 팀이 되어, 반지를 노리는 사우론의 부하들과 싸워가며 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CG의 힘을 빌었겠지만, 영화는 웅장했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나지 않았다. 거대한 석상들, 엄청나게 아득한 광산의 끝, 신비한 엘프 마을, 맑은 강과 폭포 그리고 드넓은 벌판과 높은 산 등등. 볼거리가 너무도 많았다.


  그런데 누군지 모르지만, 그 존재가 괜히 반지를 만들어서 엘프, 드워프 그리고 인간에게 주는 바람에 난리가 난 것 아닐까? 그들에게 준 반지가 권력의 상징이자 힘이기에, 모든 반지 그러니까 모든 권력과 힘을 갖기 위해 사우론이 절대 반지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애초에 반지를 만들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우론보다 그 반지를 만든 놈이 더 나쁜 거 같다. 누구야 도대체!


  왜 호빗이 반지를 운반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는지 생각해봤다. 호빗은 드워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다. 키도 작고 다리도 짧고 거시기도 작……음, 이건 안 봐서 패스. 하여간 초등학생 정도의 체격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프로도는 칼도 못 다루고 활도 못 쏘고, 도무지 잘하는 게 없다. 그런데 왜 하필 그에게 그런 임무를?


  그 이유가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세계를 바꿀 힘을 갖고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라 말하는 책이 있다. 난 어쩌면 호빗이기에 인간과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인간의 권력욕이야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온 지구를 자기 것으로 알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부수고 훼손한다. 먹기 위함이 아닌 즐기기 위해 다른 동물을 죽이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는 말도 있다.


  초반에도 나왔지만, 사우론과 전투를 벌일 때 절대 반지를 부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실두르는 반지를 손에 넣는 순간, 욕망에 사로잡혀버렸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반지 근처에만 있어도 그 힘에 매료되어 탐을 낸다.


  반면에 호빗은 자연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욕심내지 않고 살아가는 종족이다. 그래서 인간처럼 반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물론 100% 안 받는 건 아니다. 덕분에 프로도는 고뇌하고 자기 자신과 싸워야했다. 인간들이 사는 바깥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희희낙락대면서 살아왔던 그였기에, 나약하고 의지박약아처럼 보이는 그이기에 고통은 더욱 더 컸다.


  원작자인 톨킨은 어쩌면 인간과 달리 욕심 없는 존재가 사악한 힘에 매료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런 존재도 악의 힘을 물리치려면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데,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냐고 묻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촉수 괴물인지 거대 문어인지가 물에서 프로도 일행을 공격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오, 크툴루께서!


  게다가 광산에서 발록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게임 ‘디아블로 Diablo’가 떠오른 것은 나뿐일까? 예전 인터넷에서 본 디아블로 3편 만들겠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이 환호하던 동영상이 생각났다. 어쩐지 나도 환호성을 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반지 만든 사람 누군지 꼭 알고 싶다. 나한테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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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잡아먹는 게 아니야! - 어쩌다 진짜 친구가 되어 버린 뱀과 도마뱀 이야기
조이 카울리 글, 개빈 비숍 그림, 홍한별 옮김 / 고래이야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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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nake and Lizard (2007년)

  부제 - 어쩌다 진짜 친구가 되어 버린 뱀과 도마뱀 이야기

  작가 - 조이 카울리

  그림 - 개빈 비숍



  친구는 먹는 게 아니라니, 도대체 어떤 아이들이기에 이런 제목이 나왔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뱀과 도마뱀의 이야기라는 설명을 읽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뱀과 도마뱀이 서로 잡아먹지 않던가? 아니면 뱀만 다 잡아먹고 도마뱀은 아니던가? 헷갈렸다. 하지만 검색은 패스.


  책의 겉장을 넘기면, 양쪽 면 가득히 온갖 곤충과 새나 쥐 같은 작은 동물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두 친구의 먹이가 그려진 것 같다. 음, 난 별로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 페이지를 넘기자.


  이야기는 뱀과 도마뱀 둘이 어떻게 만났고, 왜 언쟁을 벌였으면 그러다가 화해를 하고 같이 지내기로 했는지 보여준다. 처음에는 일광욕할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웠지만, 나중에는 자기들에게 없는 상대의 꼬리나 다리를 칭찬하면서 화해를 한다. 이후 같이 살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개는 이야기 하나로 짧게 끝나는 구성이다.


  뱀이 좋아하겠다고 길에 떨어진 알을 하나 주워온 도마뱀. 하지만 그건 방울뱀의 알이었기에, 핀잔만 듣는다. 결국 마음이 상한 도마뱀은 뱀과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방울뱀이 떠난 뒤에야 집에 돌아온 둘은, 청소를 하면서 화해한다.


  “우린 왜 만날 말다툼을 하는지 모르겠어.”

  뱀이 말했다.

  “우리가 서로 다르니까 그렇지. 하지만 뱀아, 그래도 넌 내 가장 친한 친구야.”

  도마뱀이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야, 도마뱀아. 하지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이제 깜짝 선물은 그만!”-p.49


  다르니까 친구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다. 대개 비슷한 성격이나 취향, 그리고 비슷한 수준의 가정환경이어야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요즘 세태와는 정반대의 얘기이다.


  나와는 다르니까 그 아이와 노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 겪어보지 못한 것, 알지 못한 것을 그 아이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싸울 때도 있지만, 그것도 나와 그 아이의 다름 때문이지 누구 한 사람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두 친구가 사업을 시작하는 이야기의 결말 역시 인상적이었다. 도우미 사업을 시작하는데, 작은 도움이면 벌레, 큰 도움이면 알을 받기로 했다. 그 때 메추라기 한 마리가 누군가 자기 알들을 훔쳐간다고 도움을 청한다. 그 때 도마뱀이 말한다.


  “미안해. 진짜, 정말 미안한데, 오늘은 업무가 끝났어.”-p.86


  처음에 둘이 알아가는 단계일 때, 알을 통째로 삼기는 것이 보기 흉하다고 뱀에게 뭐라고 했던 도마뱀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는 대사였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상대를 억지로 바꾸려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단점으로 보였던 것이 상대를 알게 되면 아무렇지 않아지거나 장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도 하니까 말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리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나에게 억지로 맞추려고 하거나 무조건 상대를 따르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로 등을 돌리고 밥을 먹기로 한 두 친구처럼 말이다. 나에게 맞추지 않는다고 나쁘다고 비난하며 관계를 끊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책은 그런 점들을 도마뱀과 뱀의 일상생활을 통해, 둘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다. 도마뱀이나 뱀만도 못한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편견을 버려야겠다.




책 앞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라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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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블론드 데드
안드레아스 프란츠 지음, 서지희 옮김 / 예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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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Young Blond Dead (1996년)

  작가 - 안드레아스 프란츠




  율리아 뒤랑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리즈 첫 권이다. 그래서 전에 ‘신데렐라 카니발’에서 접했던 낯익은 이름들이 나왔다. 난 이미 그들의 미래를 알고 있지만, 과거로 돌아와 그들과 처음 만나는 것이다! 이건 마치 영국 드라마 ‘닥터 후 Doctor Who’에서 닥터와 리버 송이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닥터에게는 미래에 일어날 일이지만, 리버 송에게는 과거가 되는. 오, 마치 내가 닥터 후가 된 기분이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에 일어나는 사건은 제목 그대로이다. 금발의 어린 십 대 소녀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얼마나 끔찍하냐면, 사체 발견 현장에서 경찰들이 구토를 참지 못할 정도이다. 베르거는 율리아를 사건 담당 책임자로 임명하고, 소녀들을 죽인 놈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 와중에 소녀들이 가족에게도 숨겼던 비밀이 드러나고, 독일 고위층의 비리가 적나라하게 밝혀진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 중에 인성이 제대로 된 자가 나오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기 힘들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특히 호러 스릴러 장르에서는 말이다. 소설을 100% 현실에 대입하면 안 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가장 가까운 예로는 우리나라의 전직 대……여기까지. 난 가진 것 없는 소심한 소시민이다.


  이 책에도 아주 더럽고 치졸하며 인성이 개만도 못한 유명인이 하나 등장한다. 지인들과의 파티에 어린 소녀들을 초대해 약에 취해 성관계를 즐기는 그런 놈이다. 여자아이들의 부모에게는 돈이라는 당근과 지위를 이용한 협박이라는 채찍으로 무마하고, 지인들과는 공범이라는 동질감을 이용해 세를 떨친다. 나쁜 새끼. 저런 게 고위 지도층이라니…….


  게다가 그 와중에 비슷한 외모를 가진 소녀들을 죽이는 미친놈도 등장하니, 이 동네는 무슨 마가 끼었나보다. 범인의 살인 동기는 다른 범죄 드라마나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였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가 그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소녀들에게 표출된 것이다. 역시 인간의 인격 형성에는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자기 가정에 문제가 있는데 왜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화풀이하는 거지? 불만이 있으면 그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라고! 애꿎은 어린 소녀들을 처참하게 죽이지 말고! 하긴 그런 걸 분별할 정도의 머리가 있다면 애초에 애들을 죽이고 다니지 않았겠지. 미친 놈.


  뭐, 사실 부모에게 불만이 있다고 해서 그걸 그대로 내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엄마의 성생활이 난잡하다고 해서, 대놓고 ‘엄마는 창녀’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건, 미친 짓이다. 아, 이 책의 범인은 이미 미쳐있었지 참.


  이 두 나쁜 놈과 미친 놈 때문에 도시는 공포로 물든다. 이미 자식을 잃은 가족뿐만 아니라, 비슷한 또래에 금발의 딸을 가진 부모는 무슨 일이 생길까봐 두려움에 떤다. 거기에 사건에 매달린 형사들 역시 가족들과 문제가 생기면서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된다.


  특히 요안나와 슐츠 부부의 일은 정말로 안타까웠다. 요안나의 밤놀이 습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지만, 슐츠의 판단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가면서 슬펐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결국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그의 심정을 생각하니 그냥 착잡했다. 에휴, 그 놈의 돈이 뭔지…….


  율리아가 때로는 냉정하게 상황 판단을 하지만, 그녀도 인간인지라 실수를 하는 부분에서는 ‘그러면 안 돼!’라는 외침이 절로 나왔다. 또한 약한 모습을 보일 때는, 어깨를 토닥이면서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과 함께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금방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사건의 정곡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듬직했다. 강한 여자였다, 그녀는.



  그런데 살인범을 심문하는 장면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텔 더 비치 투 스테이 웨어 쉬 이즈! (그 창녀에게 그냥 있으라고 전해주시오!)’-p.508


  이 소설의 배경은 독일이고, 계속 독일어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저 대사만 범인이 영어로 외치는 것이다. 그런데 옆에 한글 해석을 적을 거였다면, 차라리 대사를 그냥 영어로 적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저렇게 영어를 발음 그대로 한국어로 적어놓은 게 더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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