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만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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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13 at Dinner, 1933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오랜만에 포와로와 헤이스팅즈가 함께 나오는 소설이다. 두 사람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광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포와로가 면박을 주면, 헤이스팅즈는 어떻게든 대화를 돌리거나 발끈한다. 이번 편에서는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 예찬이 초반부터 터져 나온다.


  “자네는 결코 깨닫지 못해. 눈을 지그시 감고서 안락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편이 문제 해결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때는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게 되는 거라네.”

 -중략-

  “뇌세포만이 안개를 헤치고 진실로 이끌어 줄 수 있 유일한 안내자라 할 수 있다네.” -p.16


  헤이스팅즈가 포와로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고 존경하기에 저 잘난 척을 그냥 넘겼지, 안 그랬으면 오래 전에 절교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보살이다, 헤이스팅즈는.


  유명한 배우 제인 윌킨슨. 영국 귀족인 에지웨어 경과 결혼했지만, 지금은 별거 중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남편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떠들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진짜로 에지웨어 경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범인은 바로 그의 부인 제인 윌킨슨!


  하지만 범행 시각에 그녀는 멀리 떨어진 곳의 파티에 참석 중이었다.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 없는 법. 거기에 제인의 흉내를 기가 막히게 잘 내는 신인 배우 캐로타 애덤스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에지웨어 경을 죽인 것은 누구인가? 그리고 캐로타는 왜 죽었는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봤다. 전에 텔레비전에서 해줬던 것인데, 페이 더너웨이가 제인 윌킨슨 역을 맡아 어떨 때는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배우로, 또 어떨 때는 백치미를 가진 섹시하지만 멍청한 금발 여자로 나왔었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완전 싱크로율 대박!’이라고 감탄했다.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내 머리 속에서 페이 더너웨이가 제인 윌킨슨이 되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페이 더너웨이, 한국어 참 잘한다.


  책을 읽다보면, 제인에 대해 아주 적절한 설명을 해주는 대사가 나온다.


  “그녀는 누구를 죽일 때도 아주 유쾌한 기분으로 해치워 버릴 겁니다. 그리고 그녀를 잡아서 교수형에 처하려고 한다면 골을 낼 테죠.”-p.24


  저런 성격의 여자를 남자들은 좋아할까 의문이 들었다.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남을 배려한다는 건 생각도 못하는 성격이다. 뭐, 그래도 책에서는 남자들이 끊이질 않으니까. 혹시 예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 특히 남자 심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100%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여러모로 참 대단했다. 트릭의 기발함은 둘째 치고, 대담하고 무모했다. 거기에 순발력도 갖추고 있었다. 포와로가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가 있었다. 플랜 B 뿐만 아니라, 플랜 C까지 갖추고 있었다. 물론 포와로는 천재라서 그 함정을 알아챘지만.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의 한 마디에서 힌트를 얻었기에 포와로는 사건 해결에 실패했다고 자책하지만, 우연히 그걸 알아들은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은 들어도 뭔지 모를 테니까. 그러니까 실패가 아니에요, 포와로.


  음, 확실히 크리스티는 금발을 싫어한다. ‘화요일 클럽의 살인 The Thirteen Problems, 1932’에서도 느꼈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프랑스 파리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파리스도 구별 못하는 예쁘장한 여자의 머리색이 금발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두 작품은 일 년의 차를 두고 나란히 출판되었다. 혹시 저 때, 크리스티가 금발 여자에게 뭔가 맺힌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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