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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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유병재 농담집

  저자 - 유병재





  둘째 조카의 제대 기념이자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떤 책이 좋을까 고민을 했다. 얘는 편식안하고 골고루 읽는 편이지만, 요즘 복학을 대비해 공부하고 있다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걸로 주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 책이다. 짧고 재치 있는 문장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 하지만 동시에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니 딱 좋은 것 같다.




  유병재라는 사람을 처음 방송에서 본 것이 언제인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마 포털에서 그가 나온 방송 캡쳐 사진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아프면 청춘이 아니라 환자라는 캡처 사진을 보고, ‘오오! 맞아 맞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외에 그가 방송에서 한 말이나 SNS에 올린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많았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문장이 많았다.



  이 책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제목을 보면 ‘농담집’이라고 적혀있는데, 흔히 어릴 적에 보았던 유머집과는 좀 달랐다. 그냥 말장난으로 웃기는 게 아니라,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이 가면서, 어떨 때는 통쾌하고 또 어떨 때는 씁쓸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자조를 넘어서 자기 비하와 자학에 가까운 자기 성찰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에 빗대서 다른 이들을 풍자하고 비판한다. 그의 자기 비하를 읽으면서 낄낄거리다가도, 문득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뜨끔하다. 또한 그의 풍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그 대상에 내가 포함되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어떤 문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적고 싶은데, 고르기가 힘들다. 다 마음에 드니 말이다. 아, 나도 이런 재기발랄하고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문장을 쓸 능력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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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음모
프랭크린 J. 샤프너 감독, 그레고리 펙 외 출연 / 에이스필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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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Boys From Brazil, 1978

  원작 - 아이라 레빈의 ‘The Boys from Brazil, 1976’

  감독 - 프랭클린 J. 샤프너

  출연 - 그레고리 펙, 로렌스 올리비에, 제임스 메이슨, 릴리 팔머






  아이라 레빈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얼굴은 잘 몰라도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 유명하나 사람들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진짜 얼굴을 못 알아봤다. 분명 ‘그레고리 펙’인 것 같은데,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고민을 좀 해야 했다.



  2차 대전 이후, 유대인 청년 ‘콜러’는 도망간 나치 잔당을 추적한다. 그는 전범 추적자로 유명한 ‘리버맨’에게 ‘요제프 멩겔레’와 그들의 음모에 대해 알려준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서방세계에 있는 94명에 달하는 65세의 남자공무원들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멩겔레와 그 부하들에 의해 살해당한다. 리버맨은 콜러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하던 중,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된다. 사망자들에게는 20세 연하의 부인과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입양한 어린 아들이 있다는 것이다. 리버맨은 멩겔레가 하려던 실험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리는데…….



  '요제프 멩겔레'는 실존 인물로, 히틀러 치하에서 여러 가지 생체 실험을 자행한 의사이다. 다른 전범들이 나이가 들었어도 체포되어 재판을 받은 것에 비해, 그는 브라질에서 의사로 활동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1979년에 수영하다 사망했다고 하니, 할 거 다하고 살았다고 해야 할까? 그가 죽은 것도, 제보를 받고 무덤에 있는 시체와 치아 기록을 비교해서 알았다고 한다.



  이 영화의 원작이 나온 것이 1976년이고 영화가 발표된 것은 1978년이니, 어쩌면 멩겔레는 자신이 악당으로 나오는 이 작품을 직접 봤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미남 배우가 자기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기뻤을까? 아니면 영화의 결말을 보고 혀를 찼을까? 그것도 아니면, 왜 영화에서와 같은 실험을 시도할 생각을 못했을까 아쉬워했을까? 원작자인 아이라 레빈은 아마 멩겔레가 수용소에서 주로 했던 생체실험의 대상이 쌍둥이나 임산부였다는 사실에 힌트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상당히 오래 전에 만들어졌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물론 그 시대까지 남아메리카에서는 나치 잔당들이 버젓이 파티를 열고 대놓고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게 좀 미심쩍지만, 그 때는 그랬나보다. 그 당시 남미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이야기는 초반부터 흥미진진하다. 멩겔레와 일당의 회의를 엿듣던 콜러가 발각되어 쫓기는 과정은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고, 제거 대상이 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되는 과정은 안타까웠다. 특히 리버맨이 희생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첫 번째 집에 이어 두 번째 집을 갔을 때는 나도 놀랐다. 쟤 아까는 다른 집에 있었잖아? 그리고 사망자들의 공통점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순간에는 오싹했다.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건 아니겠지. 그런데 그게 맞았다. 그 순간 ‘와, 미친’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과연 그 실험이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멩겔레는 이미 1940년대에 현대 과학기술에 대해 알고 있어야 했다. 아는 것뿐만 아니라 성공도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그는 세대를 뛰어넘는 천재라는 말인데……. 그런 것치고는 결말이 너무 약했다. 그 전까지는 진짜 조마조마 두근두근 초조초조했는데, 아쉬웠다.



  하지만 리버맨과 유대인 조직 간의 갈등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멩겔레의 성공적인 실험 결과물인 9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유대인 조직은 그들을 다 제거해야한다고 주장했고, 리버맨은 위험 요소는 사라졌으니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걸까? 미래에 위협이 될 여지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다 죽여야 할까? 아니면 지금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고,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버려둬야 할까?



  원작은 어떠했는지 읽어보고 싶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절판이라니……. 도서관에도 없다니……. 예전에 서점에서 봤을 때, 구입해놓을 걸 그랬다. 마음에 드는 것이 생기면, 기다리지 말고 낚아채야하는 법인가보다.



  만약 지금 어디선가 멩겔레의 실험을 시도하려는 사람이나 조직이 있다면, 그들은 누구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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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화학 -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과 14가지 독약 이야기
캐스린 하쿠프 지음, 이은영 옮김 / 생각의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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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과 14가지 독약 이야기

   원제 - A Is for Arsenic, 2015

   저자 - 캐서린 하쿠프






  종종 말했지만, 서양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이, 그리고 동양에서는 ‘삼국지’가 후대의 작가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거기에 한 작가가 추가되었으니,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이다. 그녀가 내놓은 작품과 캐릭터가, 그녀의 사후에도 꾸준히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연극 그리고 만화에서 재창조되거나 재해석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화학이라는 학문의 시선에서 그녀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포와로’나 ‘미스 마플’ 같은 캐릭터나 작품 내용이 아닌, 특이하게도 작품에서 범인이 희생자들을 죽일 때 사용한 ‘독약’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은 ‘애거스 크리스티의 독약 조제실’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저자는 크리스티가 이렇게 독약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1차 대전 때 간호사로 근무하고 조제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가, 총 14종류나 되는 독약을 보여준다. 저자는 알파벳 순서대로, 우선 독약이 사용된 책의 도입부를 설명한다. 뒤이어 그 독약이 발견되거나 만들어진 과정, 화학식, 용법, 효과와 효능, 부작용, 그리고 실제 독약을 사용해 벌어진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 중에는 책을 따라했다가 실패한 범죄자도 있고, 크리스티가 소설을 쓸 때 참조한 사건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독약이 소설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려주면서 챕터가 끝난다.



  여기서 다루는 약물은 비소, 벨라도나, 청산가리, 디기탈리스, 에세린, 독미나리, 바꽃, 니코틴, 아편, 인, 리신, 스트리크닌, 탈륨 그리고 베로날이다. 크리스티의 소설을 봤다면, 무척이나 익숙한 독약들이다.



  비소와 스트리크닌, 청산가리는 너무 유명해서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그런데 독미나리?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서, 책을 뒤져봤다. 그 독약이 나왔다는 ‘회상 속의 살인 Murder in Retrospect, 1943’을 찾아보니, 거기서는 ‘코닌’이라는 독이 사용되었다고 나온다.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책은, 당연하겠지만, 소설 내용이나 인물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고 오직 독약에 대한 것으로 가득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니 고등학교 1학년 이후 오랜만에 분자 화학식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거기다 독약에서 파생된 화합물이나 혼합물에 대한 이야기까지 곁들여 있어서, 읽다보니 어쩐지 내가 똑똑해지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다룬 독약의 대부분은 적정량을 쓰면 치료약이 되고, 과도하게 쓰면 사람을 죽이는 물질이 된다. ‘두 얼굴의 아수라 백작’이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한 가지 약이 치료약과 독약 양쪽으로 사용된다는 게 참 신기했다. 뭐든지 적당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여기서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나쁜 것은 독약이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니코틴이 알츠하이머나 조현병 치료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담배를 피우는 건 좋지 않지만, 그걸 의학적으로 사용하면 괜찮다는 뜻인가 보다.



  탈륨을 사용한 소설 ‘창백한 말 The Pale Horse, 1961’을 출판하고, 크리스티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책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약을 사용해 사람을 죽인 연쇄 살인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음, 무슨 사건만 생기면 게임이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래도 크리스티는 나중에 탈륨을 이용한 사건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업적을 평가받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그나저나 덕후의 세계는 넓고 심오하기만 하다. 이 책의 저자도 크리스티 덕후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떤 독약이 어떤 책에서 몇 명이나 죽였는지 파악할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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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모르텐 틸덤 감독, 시뇌브 마코디 룬드 외 출연 / 올라잇픽쳐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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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odejegerne, Headhunters, 2011

  감독 - 모튼 틸덤

  출연 - 악셀 헤니, 쉰뇌베 마코디 룬드,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 이빈드 샌더






  노르웨이 영화로, ‘요 네스뵈’의 소설 ‘헤드헌터 Hodejegerne, 2008’ 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헤드헌터로 일하는 ‘로저’에게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하나는 그가 자신의 키에 대해 엄청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는 다른 것에 열중한다. 바로 비싼 집과 아내에게 선물하는 고가의 물품들로 충족하는 것이다. 사실 아내인 ‘다이아나’는 그를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데, 로저는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인지 아내를 믿지 못한다. 대신 그는 비싼 선물을 하는 걸로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의 비밀 두 번째는, 아마 첫 번째에서 파생되었을 것이다. 고가의 선물과 비싼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헤드헌터 수입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 때문에 그는 명화를 훔치는 일에 가담하고 있다. 헤드헌터라는 이점을 살려 사람들의 집안 상황 등을 알아내고, 그들이 갖고 있는 명화를 위작과 바꿔치기하고 있었다.



  어느 날, 로저는 아내의 갤러리 오픈 파티에서 ‘클라스’라는 사람을 소개받는다. 그가 루벤스의 사라진 명화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안 로저는, 그 그림을 훔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번 일은 그의 예상처럼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데…….



  영화는 로저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속여 넘어왔던 사람들과는 완전 차원이 다른 상대를 만나, 속된 말로 피똥 싸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클라스가 추적 전문 특수 부대 출신이었다니, 게다가 초소형 송신기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개발 부장으로 일했다니! 설상가상으로 사냥개까지 기르고 있었다니! 심지어 다이아나와 불륜이었다니!



  로저의 생존기는 너무도 험난해서,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만약 그가 선량한 사람이었다면 안타깝고 그랬겠지만, 명화를 훔쳐 파는 범죄자였기에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너무 불쌍하게만 보였다. 어떻게 그가 하는 일은 다 오해와 실수의 연속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건이 더 복잡하게 꼬여만 갔다.



  이 작품은 처음에 나오는 대사라든지 화면을 주의 깊게 봐야한다. 나중에 그게 다 복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더 감상을 적고 싶은데,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려니 어렵다. 그 정도로 막판에 반전과 그 동안의 떡밥 회수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냥 이 말만 하고 싶다. 직접 보시라!



  아, 클라스를 피해 똥통에 들어가는 로저의 모습은 진짜 안습 그 자체였다. 그러니 사람은 죄짓고 살지 말아야 한다. 키가 작다고 주눅 들지 말고, 콤플렉스를 잊겠다고 이상한 데 돈 쓰지 말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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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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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そう書いてあった, 2015년

  부제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저자 - 마스다 미리





  앞표지에 적힌 문장이 인상적이다.



  내 안의 ‘그 아이들’은 잘 살고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어릴 적의 내가 어땠는지 생각이 나지 않은 경우가 많아진다. 예전에 접했던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그 때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기억하면 지금과 비교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예전에는 지금의 내 나이를 어떻게 상상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또한 어린 시절 내가 꿈꿨던 지금의 내 모습과 그 시절 내가 갖고 있던 모든 열정과 순수함과 용기와 같은 것들이 지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고 싶기도 하다. 혹시 지금의 내 모습이 과거에 꿈꿨던 것과 달라 화를 내고 있을지, 아니면 두 손을 꼬옥 모르고 용기를 주고 있을지 궁금하다.



  책은 저자가 친구들, 편집자, 그리고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에 대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과 나눈 대화와 함께 한 여러 가지를 통해, 저자는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면서 저자 특유의 잔잔하고 차분한 어조로 소소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어제 내가 이랬잖아, 글쎄.’라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해주는 기분이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어린 시절의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숨어있던 어린 내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저자도 그러했다. 친구들과 요리를 할 때 조리법에 없는 다른 재료를 섞어보고 싶어도 하고, 어렸을 때처럼 친구들과 계단에 주저앉아 수다를 떨기도 한다. 그리고 반대로, 어린 시절 동경했던 어른의 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그리워하면서, 그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되살리기도 하고, 그 때 못했던 것을 추억하면서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생각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건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먹방 아니 먹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다지만, 책에서 저자가 먹고 즐겼던 먹거리가 상당히 많았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스다 미리는 달달한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으로 살아가는 고단함과 사회를 살아가면서 겪는 씁쓸함을 달달한 디저트로 보상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난 고단함과 씁쓸함을 고기를 씹는 걸로 달래는데…….



  독신으로 살아가는 저자를 걱정한 엄마에게 건넨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엄마, 아이도 없는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는 어쩌나 걱정돼? 엄마, 나는, 내 뜻대로 살아서 행복해. 혹시 혼자 죽음을 맞게 되더라도, 괜찮아.” (p.49-50) 글의 분위기는 상당히 부드럽고 조용하며 상냥한데, 저자는 무척이나 강하고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엄마에게 당당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을 때, 도서 리뷰 말고 미션이 하나 더 있었다. 함께 발송된 공책에 ‘나만의 글’ 또는 ‘일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하아, 난 진짜 글씨를 못 써서 내 글씨를 나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책의 내용과 부합되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에 관한 짧은 단상과 악필에 대한 징징거림을 적어보았다. 이걸 다 해독한 분은 안 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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