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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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そう書いてあった, 2015년

  부제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저자 - 마스다 미리





  앞표지에 적힌 문장이 인상적이다.



  내 안의 ‘그 아이들’은 잘 살고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어릴 적의 내가 어땠는지 생각이 나지 않은 경우가 많아진다. 예전에 접했던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그 때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기억하면 지금과 비교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예전에는 지금의 내 나이를 어떻게 상상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또한 어린 시절 내가 꿈꿨던 지금의 내 모습과 그 시절 내가 갖고 있던 모든 열정과 순수함과 용기와 같은 것들이 지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고 싶기도 하다. 혹시 지금의 내 모습이 과거에 꿈꿨던 것과 달라 화를 내고 있을지, 아니면 두 손을 꼬옥 모르고 용기를 주고 있을지 궁금하다.



  책은 저자가 친구들, 편집자, 그리고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에 대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과 나눈 대화와 함께 한 여러 가지를 통해, 저자는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면서 저자 특유의 잔잔하고 차분한 어조로 소소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어제 내가 이랬잖아, 글쎄.’라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해주는 기분이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어린 시절의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숨어있던 어린 내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저자도 그러했다. 친구들과 요리를 할 때 조리법에 없는 다른 재료를 섞어보고 싶어도 하고, 어렸을 때처럼 친구들과 계단에 주저앉아 수다를 떨기도 한다. 그리고 반대로, 어린 시절 동경했던 어른의 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그리워하면서, 그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되살리기도 하고, 그 때 못했던 것을 추억하면서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생각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건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먹방 아니 먹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다지만, 책에서 저자가 먹고 즐겼던 먹거리가 상당히 많았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스다 미리는 달달한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으로 살아가는 고단함과 사회를 살아가면서 겪는 씁쓸함을 달달한 디저트로 보상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난 고단함과 씁쓸함을 고기를 씹는 걸로 달래는데…….



  독신으로 살아가는 저자를 걱정한 엄마에게 건넨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엄마, 아이도 없는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는 어쩌나 걱정돼? 엄마, 나는, 내 뜻대로 살아서 행복해. 혹시 혼자 죽음을 맞게 되더라도, 괜찮아.” (p.49-50) 글의 분위기는 상당히 부드럽고 조용하며 상냥한데, 저자는 무척이나 강하고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엄마에게 당당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을 때, 도서 리뷰 말고 미션이 하나 더 있었다. 함께 발송된 공책에 ‘나만의 글’ 또는 ‘일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하아, 난 진짜 글씨를 못 써서 내 글씨를 나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책의 내용과 부합되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에 관한 짧은 단상과 악필에 대한 징징거림을 적어보았다. 이걸 다 해독한 분은 안 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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