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는 포털에 올라온 것이 다 무서워서 올리지 않기로 했다. 내 블로그에 내가 무서워서 못 들어오면 안되니까.>




  원제 - 呪怨 Juon : The Final, 2015

  감독 - 오치아이 마사유키

  출연 - 타이라 아이리, 키리야마 렌, 야나기 유리나, 마츠우라 미야비

 

 





  '주온 呪怨'은 작년에 왔던 각설이는 아니지만, 잊을만하면 개봉하는 영화 시리즈다. 거의 매번 같은 패턴이라 식상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봐온 정 때문에 안 볼 수도 없다. 또한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는 나에겐 무서운 영화 탑에 들어가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 어쩌면 이번엔 1편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아주 약간의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 몇 년 사이에 주온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것 중에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또다시 이 영화를 본 것은 '파이널'이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2000년도에 시작한 오리지널부터 무려 16년 동안이라 우려먹었으면, 이제 끝낼 때도 되니다. 사골도 이정도로 우려먹으면 뼈가 흐물흐물해졌을 것이다. 아깝다고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빨리 버려야한다.

 

 

  영화의 구성은 기존의 형식과 비슷하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잇고 있다.

 

 

  학교를 나오지 않는 '토시오'라는 학생의 집을 방문한 담임이 실종된다. 사라진 동생의 행방을 알기위해 언니 '마이'가 문제의 집을 찾지만, 그곳은 이미 공터로 변해있었다.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 저주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데……. 한편 부모를 잃은 토시오는 고모 집에 맡겨진다. 그런데 그 날 이후, 고모와 사촌 누나 '레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거기에 마이의 남자친구, 토시오 고모네 집 맞은편에 있는 병원에 입원한 어린 소녀까지 엮이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아쉽게도 영화는 예전 시리즈, 특히 첫 번째 이야기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을 재탕하고 있다. 머리감을 때 등장하는 손이나 이불 속에 숨어있는 토시오 같은 장면은 이미 여러 번 써먹어서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다. '오마쥬'일까 아니면 '우려먹기'일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어쩐지 마음은 반대쪽으로 기울어진다.

 

 

  도대체 '가야코', 그러니까 토시오의 엄마이자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자의 원한이 얼마나 큰 건지 모르겠다. 아니, 그녀의 원한이 불러들인 희생자들의 한이 쌓이고 쌓여서 그렇게 커진 걸까? 사람의 한이라는 게 참 무섭다. 하긴 오뉴월에 서리를 내리는 것도 여자의 한이니까. 아! '장화와 홍련'도 한을 품고 죽어서 사또들을 꽤 많이 저세상으로 보냈지, 참!

 

 

  그런데 원래 저주의 힘은 토시오네 가족이 살던 집을 중심으로 퍼졌다. 그곳에 발이라도 들이밀었던 사람은 누구나 어김없이 저주의 희생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토시오가 머물게 된 고모 집은 예전에 그들이 살던 곳이 아닌데도 저주가 퍼졌다. 혹시 토시오가 저주 그 자체가 되어버린 걸까? 아니, 그렇게 보면 이상한 게 또 있다. 마이의 남자친구는 토시오를 보지도 못했는데 저주받았다. 어째서일까? 설마 가야코의 공책을 만져서? 하지만 그가 헛것을 보기 시작한 건 그 전부터였다.

 

 

  이야기는 파이널이라는 이름에 아깝게 여기저기 마구 흩어지다가 끝이 났다. 새로운 것도 없고 독특한 것도 없었다. 그래도 그 전에 나왔던 '주온 : 끝의 시작 呪怨 : 終わりの始ま-, 2014'보다는 나았다. 그래봤자 별점 반 개 정도 차이가 나겠지만. 도대체 왜 일본 제작사에서는 그 재미없는 전작을 만든 감독에게 또 파이널을 맡긴 걸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나저나 당분간 먹물 스파게티는 못 먹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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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Scary House, 2015

  감독 - 양병간

  출연 - 구윤희, 양병간





  4층짜리 건물을 새로 구입하여 신이 난 부부가 있다. 사진작가인 남편은 촬영을 위해 어디론가 나가자, 혼자 남은 부인은 남편의 작업실인 지하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노래방 기계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다 기이한 경험을 한다. 마네킹이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부부 컨셉의 마네킹이 아니라, 소복을 입혀놓은 눈코입이 없는 귀신같은 마네킹이! 부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꼭대기 층에 있는 집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마네킹은 거기까지 따라오고, 문을 닫은 그녀는 자기가 잘못 봤을 거라며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먹방을 시작한다.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느라 마네킹에 대한 것을 잊은 부인. 하지만 밤이 되어 자려는 그녀의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영화는 주인공 부인 역을 맡은 배우가 거의 혼자 극을 이끌어간다. 처음에 스치듯 나왔던 남편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마네킹을 빼면, 나오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대화할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 그녀는 혼잣말을 하면서 한 시간 반에 달하는 분량을 연기한다.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하기 힘든 역할이다. 하지만 그녀는 훌륭히 해낸다. 검색을 해보니 연극배우라는데, 그래서 그런가보다.


  감독은 주연 배우를 배려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가사활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당한다. 그녀의 쿡방 먹방이 바로 그것이다. 샌드위치 만드는 과정, 김치 담는 과정, 짜장면 만들어 먹는 장면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보여주고, 또 그것을 맛깔나게 먹는 것까지 카메라에 담아낸다.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달걀이랑 햄, 치즈, 양파 구운 것 그리고 양상추 넣은 샌드위치 먹고 싶어졌었다. 그런 식으로 영화의 반 이상은 부인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나간다. 요리하기, 밥 먹기, 먹었으니 설거지하고 이 닦기, 집안 청소하기, 빨래 개기 그리고 화장실에서 볼일 보기 등등. 마치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아프리카 tv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루 종일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의 무서움에 대해 보여주는 걸까? 극중 대사에도 나오지만, 그렇게 집안일을 하다 보니 깜깜한 밤이 되었다. 집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지도 못하고 집안일만 하다가 하루가 지나가고, 그런 매일 매일이 반복된다면…….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로 채팅을 한다거나 동영상을 보는 것도 아니고, 라디오도 틀어놓지 않고 일만 하다가 하루가 가는 일상이라니……. 그것도 혼자서! 나보고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적어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려면, 컴퓨터는 기본이라는 조건을 걸고 싶다.


  단조로운 그녀의 일상을 깨는 존재가 바로 마네킹 귀신이었다. 왜 나타났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갑자기 나타난 귀신은 본격적으로 그녀를 놀라게 한다. 처음에는 죽이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가 기절했을 때, 가만히 나뒀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깨어나자 본격적으로 공격을 해온다. 물론 맥없이 당할 주인공이 아니다. 주부 9단의 내공이 담긴 나무 막대기와 장미칼이 분명한 부엌칼로 무장한 그녀는 건물을 오르내리며 귀신에 맞선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번안곡 ‘베사메무쵸 Besame mucho’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옷을 여러 벌 갈아입으며 패션쇼를 펼치는 것은 덤이다. 아마 영화에 나온 노래는 주연 배우가 직접 부른 것이리라. 어쩌면 마네킹 귀신은 그녀의 숨겨진 재능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무서운 집’이라는 제목은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아무도 없는 4층짜리 빌라 건물, 거기에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 그리고 자꾸만 들리는 이상한 소리. 게다가 잊을만하면 나오는 소복 입은 마네킹. 무엇보다 제일 무서운 건,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지하실과 꼭대기 층을 걸어서 왔다갔다해야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배경과 설정에서 거의 일인 극처럼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와 그녀를 배려하기위해 일상생활 장면을 다수 집어넣은 감독의 자상함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나만 당할 수 없…….

 


                       영화를 다 보고 이 짤방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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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Visit, 2015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 디아나 듀내건, 피터 맥로비, 에드 옥센볼드, 올리비아 드종

 

 

 

 

  베카와 타일러는 난생처음 외가에 가게 된다. 이혼 후 자기들을 기르느라 힘들었던 엄마에게 휴가를 주기 위해서였다. 엄마는 들뜬 기분으로 남자친구와 크루즈 여행을 떠나고, 아이들 역시 잔뜩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처음 만나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자상하고 따뜻하게 둘을 맞아준다. 베카는 엄마를 위해 주위를 카메라로 찍고 이웃들 인터뷰도 한다. 그런데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밤 9시 반이 지나면, 절대로 방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몰래 방을 나섰던 둘은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는데…….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놀랐다. 헐, 샤말란 감독마저 핸드헬드를! 등장인물이 카메라로 찍은 것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보면서 많은 추측과 상상을 해야 하는 기법이다. 그래서 구성을 촘촘히 하지 않으면, 설정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게 금방 티가 나기도 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베카가 기록을 남기기 위해 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이혼하고 힘겹게 살아온 엄마를 위한 그녀 나름의 배려로 보인다. 엄마가 자란 고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해주기 위해, 두 꼬마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정신이 없고, 따분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영화는 진정 공포물이었다. 외할머니가 어딘지 모르게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드는 순간부터, 불안감을 주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듣고 보고 읽은 온갖 괴담이 떠오르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지 예측해보고 상상하게 된다. 특히 외할머니가 커다란 오븐 청소를 해야 한다며 베카에게 들어가 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그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이거 설마 헨젤과 그레텔의 공포 버전인거야?’라는 생각부터 ‘설마 저 집안 마녀의 후예인가?’까지!

 

  결말은 어떻게 보면 좀 싱겁다는 느낌도 들고, 있을 법한 일이라서 무섭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들을 겪을 후폭풍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중에 엄마가 베카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발 화를 참지 마.” 그 장면에서 참 안쓰러웠다. 그 사건의 충격으로 베카는 예전처럼 잘 웃지 않게 된 걸까? 부모의 이혼과 아빠의 부재에 그런 일까지 겹쳐서 변해버린 걸까? 또한 타일러의 랩도 어쩐지 가사가 초반과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냥 허세에 찌든 중2병에 걸린 아이 같았다면, 후반부의 랩은 자조적이면서 염세주의적으로 바뀌었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몰라도 좋은 것을 알아버리면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말이다. 베카와 타일러는 어떤 방향으로 바뀐 걸까? 베카와 엄마의 대화나 타일러의 랩을 보면, 나쁜 방향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지만. 어쩌면 영화는 최악의 상황을 통해 세상의 추악함을 알게 되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일이 다 동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불안하면서 마음이 아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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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rimson Peak, 2015

  감독 -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 톰 히들스톤, 제시카 차스테인, 미아 와시코브스카, 찰리 헌냄

 

 

 

 

  미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작가가 되길 꿈꾸는, 가끔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이디스’. 어느 날 영국에서 건너 온 준 귀족 ‘토마스’와 그의 누이 ‘루실’을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기계에 대한 투자를 받기 위해 온 것이다. 소문만 들었을 때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그를 만나면서 이디스는 마음을 빼앗긴다. 아버지 ‘카터’는 어쩐지 안 좋은 느낌에 토마스의 뒷조사를 하고, 그것을 빌미로 딸에게서 떨어지라고 협박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하자, 이디스는 토마스와 결혼하고 영국으로 건너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들을 만나게 되는데…….

 

  처음 이 영화의 감독 이름을 보았을 때, ‘어머, 이건 봐야 해!’라고 잔뜩 기대를 했었다. 게다가 귀신을 볼 수 있는 주인공이라니, 관심이 생겼다. 게다가 예고편을 보니 전체적인 색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는, 그렇게 기대를 했던 내가 참 안쓰러웠다.

 

  전반적인 색감이나 의상도 멋졌고, 배경이 되는 장소 역시 분위기가 좋았다. 귀신의 모습도 ‘오-’하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괜찮았다. 몇 장면 등장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가끔 너무도 전형적이고 진부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진행시키는 작품들이 있다. A에서 B로 이어질 게 당연하지만, 어떻게 그 과정을 그려낼 지 기대가 되는 작품들이다. 그런 이야기를 읽거나 영화를 보게 되면, 마지막에 가서는 만족감이 든다. 충전이 100% 다 되었다는 그런 느낌? 예전에 이 감독의 ‘미믹 Mimic, 1997’이나 ‘헬 보이 Hellboy, 2004’ 그리고 ‘블레이드 2 Blade 2, 2002’ 를 보았을 때, 그런 감정을 느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중간부분에서 ‘재미없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모든 것이 너무 뻔했다. 극의 진행 방식은 돌아가는 것 없이, 너무도 정석대로 흘러갔다. 그 때문에 손을 꼭 쥐면서 두근거리거나, 눈을 빛내면서 긴장할 여지가 없었다. 차라리 예전에 KBS에서 방영해주던 ‘사랑과 전쟁’이 더 드라마틱하고 긴장감이 넘칠 것 같았다.

 

  이 영화에서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은, 배경과 색감이 뛰어난 영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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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29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의 티저 때문에 저는 제인에어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게되었었어요.
내용은 전체 전달이 아닌 부분 만 나오는 덕에 제 기억에 잠들어 있던 소설의 다른 한 면이 열렸었죠..^^

바다별 2015-12-31 22:11   좋아요 1 | URL
아, 제인에어도 어떻게 보면...전 푸른 수염을 떠올렸어요

[그장소] 2015-12-31 22:14   좋아요 0 | URL
그럴수도요..비슷합니다.^^

바다별 2015-12-31 22:16   좋아요 1 | URL
아, 올해도 얼마 안 남았네요 ㅠ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장소] 2015-12-31 22:22   좋아요 0 | URL
바다별 님도 달달하고 멋진 올해 👋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영제 - The Priests, 2015

  감독 - 장재현

  출연 -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김의성

 

 

 

 

  교통사고 이후 악령에 빙의된 ‘박소담’. 그녀를 구하기 위해 구마의식을 하던 노 신부가 쓰러지자, ‘김윤석’은 부제를 구하기 위해 신학교를 찾아온다. 김윤식의 튀는 행동은 교단에서도 골칫거리였고, 이미 열 한명의 부제가 그를 거쳐 간 전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졸업도 하지 않은 학생 중에서 같이 일을 할 사람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가 내건 조건에 부합된 인물은 다름 아닌 ‘강동원’. 두 사람은 소녀에게 깃들인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구마의식을 벌인다. 하지만 악령은 강동원의 아픈 어린 시절 기억을 끄집어내며 괴롭히는데…….

 

  한국에서 퇴마를 소재로 다룬 영화라면, 제일 먼저 ‘퇴마록, 1998’이 떠오른다. ‘맨데이트, 2008’라는 영화도 있었는데, 그건 봤는데도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서 패스. 그리고 올해 본 ‘퇴마:무녀굴, 2015’도 있다. 아쉽게도 이 모든 영화들 다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야기의 흐름이라든지 인물의 성격 같은 부분이 자연스럽지 않고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영화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1973’의 반이라도 따라가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소담이라는 배우가 눈에 들어왔고 돼지가 불쌍했다.

 

  어린 돼지는 생각할수록 불쌍하다. 신부 손에서 귀염 받으면서 잘 자라다가, 갑자기 낯선 이의 손에 이끌려 삼겹살집으로 끌려가더니 나중에는 귀신들림까지 당한다. 돼지의 죄라면 맛있는 삼겹살과 목살, 갈비, 그 외의 다양한 부위의 살코기와 순대까지 제공하는 것밖에 없는데……. 아, 갑자기 침이 넘어간다. 이건 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귀신들 탓이다. 그놈들이 지나가던 돼지 몸에 들어가 강에 빠져죽는 바람에, 이후 구마 의식에서 돼지를 쓰는 거다. 나쁜 놈들!

 

  그리고 박소담. 엑소시스트의 ‘린다 블레어’ 못지않게 악령 들린 여고생 연기를 보여줬다. 목이 돌아가거나 몸을 뒤집어 계단을 내려오는 연기는 없었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이고 무서운 장면을 보여줬다. 빙의되기 전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면서,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처음에는 개성적인 신학생의 모습을 보여주던 강동원이 후반으로 갈수록 그런 표정을 잃어버리는 게 좀 아쉬웠다. 처음에는 그의 전작인 영화 ‘전우치, 2009’의 가톨릭 신부 버전이라고 여겼는데, 나중에는 처음의 이미지와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건의 중요성을 깨닫고 진지하게 임하기로 해서인지 아니면 악령이 계속해서 그에게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예수의 열두 번째 제자는 가롯 유다로 예수를 로마 군인들에게 넘긴 사람이다. 그래서 나중에 소녀의 몸에서 나온 악령이 열두 번째 부제인 강동원에게 들어가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결말이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랬다면 종교계에서 반발했을지도 모르겠다.

 

  장미십자회나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12악령의 존재, 그리고 12지신의 힘으로 악령을 누른다는 발상은 신선했다. 동서양의 신앙이 조화를 이루어 악을 퇴치한다는 설정에서 세계는 하나라는 말이 실감났다. 하지만 영화는 심심했다. 뭔가 있는 것 같은 분위기는 풍겼지만, 그냥 그랬다. 구성이 그냥 평범하다는 느낌이었다. 기승전결의 형식을 너무도 정확하게 지켜서 예측 가능한 전개를 보여줬다. 뭔가 점점 조여 오는 긴박감도 없었고, 힌트들이 휙휙 지나갔다. 집중을 하라는 제작진의 의도였을 것이다. 나같이 집중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좀 무리였을지도…….

 

  사건이 일어나는 골목 안과 밖의 대비는 인상적이었다. 골목 밖은 화려한 불빛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환했다. 그곳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일어나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하지만 골목 안은 어둡고 좁았다. 빛이라고는 하나도 들지 않을 것 같은 그곳에는 사람들이 숨기고 싶었던 과거와 악몽이 꿈틀대고 있었다. 단지 한 걸음 차이로 빛과 어둠이 나뉘어 있었다.

 

  우리의 삶이나 진실이라는 것들이, 어쩌면 몇 발자국 차이밖에 나지 않은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발을 디디면 알 수가 있는데, 우리는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는 건 아닐까? 그래서 언제나 열려있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하는 것이다.


  별점 5개 중에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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