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Scary House, 2015

  감독 - 양병간

  출연 - 구윤희, 양병간





  4층짜리 건물을 새로 구입하여 신이 난 부부가 있다. 사진작가인 남편은 촬영을 위해 어디론가 나가자, 혼자 남은 부인은 남편의 작업실인 지하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노래방 기계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다 기이한 경험을 한다. 마네킹이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부부 컨셉의 마네킹이 아니라, 소복을 입혀놓은 눈코입이 없는 귀신같은 마네킹이! 부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꼭대기 층에 있는 집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마네킹은 거기까지 따라오고, 문을 닫은 그녀는 자기가 잘못 봤을 거라며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먹방을 시작한다.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느라 마네킹에 대한 것을 잊은 부인. 하지만 밤이 되어 자려는 그녀의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영화는 주인공 부인 역을 맡은 배우가 거의 혼자 극을 이끌어간다. 처음에 스치듯 나왔던 남편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마네킹을 빼면, 나오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대화할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 그녀는 혼잣말을 하면서 한 시간 반에 달하는 분량을 연기한다.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하기 힘든 역할이다. 하지만 그녀는 훌륭히 해낸다. 검색을 해보니 연극배우라는데, 그래서 그런가보다.


  감독은 주연 배우를 배려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가사활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당한다. 그녀의 쿡방 먹방이 바로 그것이다. 샌드위치 만드는 과정, 김치 담는 과정, 짜장면 만들어 먹는 장면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보여주고, 또 그것을 맛깔나게 먹는 것까지 카메라에 담아낸다.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달걀이랑 햄, 치즈, 양파 구운 것 그리고 양상추 넣은 샌드위치 먹고 싶어졌었다. 그런 식으로 영화의 반 이상은 부인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나간다. 요리하기, 밥 먹기, 먹었으니 설거지하고 이 닦기, 집안 청소하기, 빨래 개기 그리고 화장실에서 볼일 보기 등등. 마치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아프리카 tv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루 종일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의 무서움에 대해 보여주는 걸까? 극중 대사에도 나오지만, 그렇게 집안일을 하다 보니 깜깜한 밤이 되었다. 집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지도 못하고 집안일만 하다가 하루가 지나가고, 그런 매일 매일이 반복된다면…….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로 채팅을 한다거나 동영상을 보는 것도 아니고, 라디오도 틀어놓지 않고 일만 하다가 하루가 가는 일상이라니……. 그것도 혼자서! 나보고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적어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려면, 컴퓨터는 기본이라는 조건을 걸고 싶다.


  단조로운 그녀의 일상을 깨는 존재가 바로 마네킹 귀신이었다. 왜 나타났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갑자기 나타난 귀신은 본격적으로 그녀를 놀라게 한다. 처음에는 죽이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가 기절했을 때, 가만히 나뒀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깨어나자 본격적으로 공격을 해온다. 물론 맥없이 당할 주인공이 아니다. 주부 9단의 내공이 담긴 나무 막대기와 장미칼이 분명한 부엌칼로 무장한 그녀는 건물을 오르내리며 귀신에 맞선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번안곡 ‘베사메무쵸 Besame mucho’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옷을 여러 벌 갈아입으며 패션쇼를 펼치는 것은 덤이다. 아마 영화에 나온 노래는 주연 배우가 직접 부른 것이리라. 어쩌면 마네킹 귀신은 그녀의 숨겨진 재능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무서운 집’이라는 제목은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아무도 없는 4층짜리 빌라 건물, 거기에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 그리고 자꾸만 들리는 이상한 소리. 게다가 잊을만하면 나오는 소복 입은 마네킹. 무엇보다 제일 무서운 건,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지하실과 꼭대기 층을 걸어서 왔다갔다해야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배경과 설정에서 거의 일인 극처럼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와 그녀를 배려하기위해 일상생활 장면을 다수 집어넣은 감독의 자상함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나만 당할 수 없…….

 


                       영화를 다 보고 이 짤방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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