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Visit, 2015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 디아나 듀내건, 피터 맥로비, 에드 옥센볼드, 올리비아 드종

 

 

 

 

  베카와 타일러는 난생처음 외가에 가게 된다. 이혼 후 자기들을 기르느라 힘들었던 엄마에게 휴가를 주기 위해서였다. 엄마는 들뜬 기분으로 남자친구와 크루즈 여행을 떠나고, 아이들 역시 잔뜩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처음 만나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자상하고 따뜻하게 둘을 맞아준다. 베카는 엄마를 위해 주위를 카메라로 찍고 이웃들 인터뷰도 한다. 그런데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밤 9시 반이 지나면, 절대로 방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몰래 방을 나섰던 둘은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는데…….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놀랐다. 헐, 샤말란 감독마저 핸드헬드를! 등장인물이 카메라로 찍은 것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보면서 많은 추측과 상상을 해야 하는 기법이다. 그래서 구성을 촘촘히 하지 않으면, 설정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게 금방 티가 나기도 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베카가 기록을 남기기 위해 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이혼하고 힘겹게 살아온 엄마를 위한 그녀 나름의 배려로 보인다. 엄마가 자란 고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해주기 위해, 두 꼬마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정신이 없고, 따분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영화는 진정 공포물이었다. 외할머니가 어딘지 모르게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드는 순간부터, 불안감을 주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듣고 보고 읽은 온갖 괴담이 떠오르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지 예측해보고 상상하게 된다. 특히 외할머니가 커다란 오븐 청소를 해야 한다며 베카에게 들어가 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그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이거 설마 헨젤과 그레텔의 공포 버전인거야?’라는 생각부터 ‘설마 저 집안 마녀의 후예인가?’까지!

 

  결말은 어떻게 보면 좀 싱겁다는 느낌도 들고, 있을 법한 일이라서 무섭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들을 겪을 후폭풍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중에 엄마가 베카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발 화를 참지 마.” 그 장면에서 참 안쓰러웠다. 그 사건의 충격으로 베카는 예전처럼 잘 웃지 않게 된 걸까? 부모의 이혼과 아빠의 부재에 그런 일까지 겹쳐서 변해버린 걸까? 또한 타일러의 랩도 어쩐지 가사가 초반과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냥 허세에 찌든 중2병에 걸린 아이 같았다면, 후반부의 랩은 자조적이면서 염세주의적으로 바뀌었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몰라도 좋은 것을 알아버리면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말이다. 베카와 타일러는 어떤 방향으로 바뀐 걸까? 베카와 엄마의 대화나 타일러의 랩을 보면, 나쁜 방향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지만. 어쩌면 영화는 최악의 상황을 통해 세상의 추악함을 알게 되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일이 다 동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불안하면서 마음이 아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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