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It, 2017

  감독 -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러허, 핀 울프하드, 잭 딜런 그레이저, 소피아 릴리스, 와이어트 올레프, 초슨 제이콥스, 제레미 레이 테일러, 니콜라스 해밀턴






  출연자 이름이 많다. ‘루저 클럽’의 일곱 아이들 이름을 다 적어서 그럴 것이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건 저 일곱 아이들과 ‘페니 와이즈’인데, 저 아이들의 이름도 제대로 적어놓지 않은 사이트들이 있었다. 내 생각엔 저 일곱 아이들이 다 주인공 같아서, 다 적었다.



  어느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가을 날, 어린 ‘조지’는 우비를 입고 형 ‘빌’이 만들어준 배를 띄우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 아뿔싸! 그만 배가 하수구로 빠져버렸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조지에게 하수구 안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삐에로 복장을 한 ‘그것’ 페니 와이즈는 조지의 배를 주겠노라 말하더니 그를 잡아간다. 이후 조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생이 사라진 이후 거의 일 년 동안, 그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아동 실종 사건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동생이 마을 하수구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베벌리’, ‘리치’, ‘스탠’, ‘마이크’, ‘벤’ 그리고 ‘에디’는 그를 돕기로 한다. 하지만 페니 와이즈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아이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는데…….



  올해는 스티븐 킹의 해인 것 같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 제일 기대가 되었던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이다. 원작은 스티븐 킹의 ‘잇, It, 1986’이고, 감독은 영화 ‘마마 Mama, 2013’을 만든 사람이다. 기대가 되는 조합이었다. 원작은 성인이 된 아이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다시금 뭉치는 내용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어린 시절만 다루었다. 성인 버전은 조만간 만들 예정이란다. 하긴 어린 시절만 해도 두 시간 반에 달하는 분량이 나왔는데, 성인 시절까지 같이 하면 대 여섯 시간은 나올 것이다. 두 편으로 나누길 잘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중에 그의 공포 세계를 제대로 구현해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미져리 Misery, 1990’ 뿐이다.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이나 ‘그린 마일 The Green Mile, 1999’은 공포물을 완전히 다른 장르, 휴먼 감동 스토리로 바꾸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이 안 좋았지만, 난 ‘미스트 The Mist, 2008’도 좋았다.



  이 영화는 공포와 유머, 그리고 감동이 적절하게 잘 버무려져 있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주연이라 다소 공포가 약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주인공인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공포일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저 아이들의 나이일 때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상상하기 싫은 엄청난 공포가 될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 하나둘씩의 문제 내지는 공포의 대상을 갖고 있었다. 동생을 혼자 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과 가족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 친부에 의한 성적 학대, 흑인이기에 받아야 하는 차별과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했던 기억, 뚱뚱하다고 괴롭힘을 당해야하는 전학생, 온갖 질병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과보호, 랍비의 아들이기에 모범을 보여야하는 압박과 매일 봐야하는 무서운 그림, 그리고 삐에로에 대한 공포. 음, 사실 삐에로가 뭐가 무섭냐는 생각이었지만 공포는 개인적인 문제니까.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페니 와이즈는 아이들의 앞에 나타날 때는 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모습을 했다. 물에 퉁퉁 분 동생의 시체로, 고름이 뚝뚝 떨어지는 나병 환자로, 눈동자가 없는 일그러진 얼굴의 그림 속 여자로……. 개인적인 생각으로 스탠이 두려워했던 그림의 여자는, 그 자체로도 무서웠지만 그것이 걸려있는 공간이 주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저런 것들을 즐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은 아이들에 대한 소개로, 중반은 아이들이 어떻게 공포를 느끼는지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 공포의 대상을 이겨내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성장 영화였다. 그들이 겪는 일상의 공포는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십대를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가지씩은 마주쳐야했던 것들이었다. 학대, 왕따, 성추행, 과보호 그리고 과한 기대에 대한 압박. 아이들의 행동을 따라가면서, 보는 이도 역시 그 공포를 같이 이겨내는 느낌을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떨쳐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두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극복하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아이들 수준의 공포가 이 정도였는데, 성인 버전은 어떠할지 너무 기대가 된다. 만약 예전에 나왔던 영화에서처럼 페니 와이즈의 정체를 이상하게 만들면 감독을 원망할거다. 아, 제발! 킹느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의 작품을 제대로 구현해낸 영화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거잖아! 이건 거의 근접했다고! 내 생각이지만 말이야!



  리뷰를 며칠 전에 썼는데, 오늘 스티븐 킹의 70회 생일에 맞춰 올리려고 꾹꾹 참고 있었다. 킹느님 오래오래 살면서 작품 많이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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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Dark Tower, 2017

  감독 - 니콜라이 아르셀

  출연 - 아이드리스 엘바, 매튜 맥커너히, 톰 테일러, 수현







  소년 ‘제이크’는 일 년 전부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꿈을 꾼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아이들을 이용해 거대한 탑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 무리를 이끄는 것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이고, 이에 대항하는 ‘건슬링어’라는 사람까지 꿈에 등장한다. 이상한 것은, 꿈에서 탑이 공격을 받아 조금씩 부서지면 현실에서도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꿈에 집착하는 제이크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잃은 충격에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 무리는 진짜로 존재하고 있었고, 제이크의 능력을 이용하고자 그를 잡으려 한다. 제이크는 꿈에서 본 집을 찾아, 그들을 피해 다른 차원으로 여는 포털을 연다. 그곳에서 그는 건슬링어 ‘롤랜드’를 만나,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월터’라는 이름의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모든 차원의 균형을 유지하는 탑을 무너뜨리는 것이 그의 목표이고, 제이크가 가진 ‘샤이닝’능력이 너무 뛰어나 노리고 있다는 것까지 듣는다. 부수려는 월터와 지키려는 롤랜드 그리고 샤이닝의 소유자인 제이크, 세 사람은 쫓고 쫓기는 싸움을 시작하는데…….



  개봉 전부터 소문이 무성한 작품이 있었다. 킹느님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죽기 전에는 완결 내겠다며 부지런히 집필한 작품을 원작으로, 킹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다는 평을 남긴 영화였다. 하지만 이후 들리는 소식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원작에 미흡하다느니, 유명 배우를 썼으면서도 별로라느니 하는 얘기들이 알음알음 들려왔다. 음, 난 원작을 안 읽었고, 두 배우를 잘 알지 못하니까 괜찮겠지? 이런 생각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보면 꽤 괜찮은 청소년 영화였다. 스티븐 킹 특유의 오싹한 느낌이 잘 느껴지지 않는, 다만 곳곳에 숨어있는 스티븐 킹과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것으로 즐거웠던, 그런 영화였다. 이야기의 설정이야 원작이 워낙에 좋으니까 당연히 좋았고, 이야기의 흐름도 그리 무리수를 두지 않았으며 결말도 깔끔했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스티븐 킹 특유의 느낌이 별로 없었고 월터와 롤랜드의 최후의 결투가 너무 허무했다는 것 정도?



  요즘은 시리즈로 만드는 게 유행인데, 이 작품도 시리즈로 만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제이크의 성장하는 과정이라든지 모든 것을 포기했던 롤랜드가 다시 건슬링어로 돌아오는 모습 등이 더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월터의 잔혹성도 좀 보여주고, 중간 중간에 셋이 싸우는 모습도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제이크가 등장하기 이전에 있던 두 사람의 대결을 보여줘도 괜찮고. 아니, 이러면 그냥 평범한 액션 영화가 되어버린다. 감히 킹느님의 원작을 읽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설정과 흐림에 배 놔라 감 놔라 하다니……. 이건 신도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후우, 잘못하면 이단이 될 뻔 했다. 킹느님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은 영화를 봐서 순간적으로 실수할 뻔했다. 다음 달에 개봉하는 영화 ‘그것 It, 2017'에서는 킹느님의 숨결을 가득 느낄 수 있길 빌어본다.



  하도 주위의 안 좋은 평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고 가서 그런가? 난 그럭저럭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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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alking with the Deadm 2015

  감독 - 스캇 다우

  출연 - 팀 오글트리, 조이 오글스비, 데이브 셰리단, 트로이 오글트리







  몇 년 전에 유행했던 ‘무서운 영화 Scary Movie’ 시리즈가 있다. 거의 매년 그 해에 유행했던 영화들의 장면을 패러디해서 만든 작품으로, 5편까지 나왔었다. 물론 시리즈의 법칙대로 초반 2편까지 정도가 좋았다. 그 시리즈는 대개 공포영화와 액션영화 중심으로 패러디를 했었는데, 아마 그 당시 그런 류의 영화가 히트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요즘은 어떤 종류가 대세일까? 두말할 것 없이 좀비물이다. 그러니 좀비 영화들만 패러디한 작품이 안 나오면 이상하다.



  이 영화, ‘워킹 위드 더 데드’는 제목부터 좀비 영화 패러디임을 말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의 포스터가 패러디하고 있는 작품은 드라마 ‘워킹 데드 The Walking Dead, 2010’이다. 그리고 내용을 보면, 고전인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 2004'부터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2002', '웜 바디스 Warm Bodies, 2012', '좀비 스트리퍼 Zombie Strippers 2008'에 '좀비 랜드 Zombieland, 2009'까지 골고루 다루고 있다.



  한 요리사가 손을 씻지 않고 만든 초밥을 노숙자에게 제공하는 바람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다. 그리고 5주 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보안관은 아들과 부인을 찾아 떠나고, 몇 명의 사람들은 쇼핑몰로 향한다. 아들을 찾은 보안관은 쇼핑몰로 가서 사람들과 합류하는데, 그곳마저 안전하지 않았다. 안전한 은신처라 알려진 농장으로 향하는 일행들. 그런데 도착한 그곳은 어딘지 수상한 구석이 있었는데…….



  영화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상식을 깨부순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금기를 넘어선다고 하면 좋을까? 보안관의 열두 살 먹은 어린 아들은 좀비가 된 여자들과 인간인 엄마를 고용해 스트립클럽을 운영하고, 인간과 좀비를 구별 못한 사람은 가족을 찾아 헤매는 어린 아이를 죽여 버린다. 게다가 농장에서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다고 약을 하는 장면이 아주 낭만적이고 장난스럽게 거의 6분 동안 펼쳐진다. 상영 시간이 88분인데 그 중에 7분이나 별 내용 없이 슬로우 화면으로 가득 찼다. 이건 약 권장 영화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낭만적이었다.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약하는 장면을 보여준 게 있었던가?



  영화에서 소소하게 재미를 주는 요소들은 인물들의 다소 핀트가 어긋난 사람들의 반응이다. 가령 세상이 좀비로 망했다는 사실보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못한다는 말에 더 절망에 빠지고, 좀비 세상이라는 말에는 별다른 반응을 안 보이다가 딸이 마약을 한다는 얘기에 세상 다 잃은 표정을 짓는 장면 등등.



  하지만 전반적으로 뭔가 어설픈 느낌이었다. 여러 영화들을 가져오다보니, 각 이야기들의 연결이 어딘지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너무 억지스럽게 끼워 맞추려고 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 쇼핑몰까지는 파격적이고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농장에 온 이후의 이야기들은 너무도 이상하고 어색하고 또 지루했다.



  하지만 좀비를 죽이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된 계기도 되었다. 지루한 영화 얘기를 하면 좀비도 뇌가 터져버린다. 음, 전에 본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Scouts Guide to the Zombie Apocalypse, 2015’에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노래로 좀비와 공감대를 갖더니……. 그나저나 좀비를 치유할 방법은 있어도 마일리 사이러스를 치료할 약은 없다니,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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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nnabelle: Creation, 2017

  감독 -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출연 - 알리시아 벨라-베일리, 미란다 오토, 스테파니 시그만, 안소니 라파글리아







  지난 1편이 너무너무 별로였기에 속편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그리 기대하지 않은 작품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이 ‘라이트 아웃 Lights Out’이라는 엄청난 단편(2013)과 그럭저럭 괜찮은 동명의 장편(2016)을 만들었기에 ‘흐음, 봐줄까?’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었다. 그리고 개봉일인 어제,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애인님에게 “다음번에는 자기는 보고 싶어 하지만, 난 별로 기대안하는 ‘다크 타워 The Dark Tower, 2017’를 같이 가줄게.”라는 약속을 하고 보러 갔다. 역시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



  그리고 결론은 애인님과 나, 둘 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만족스러운 얼굴로 극장을 나왔다. 와, 진짜 1편이 진창에 빠져 허우적댔다면, 이번 2편은 그걸 끄집어내서 깨끗이 씻기고 하늘로 올려 보낸 느낌이었다. 감독은 만약에 1편을 안 본 사람이 2편을 봤다면 1편을 한 번 보고 싶게 만드는, 아니 꼭 봐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만드는 깔끔하면서 너무도 멋진 엔딩을 보여줬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데, 1편을 보고나면 실망할 수도 있다. 2편이 너무 훌륭해서, 상대적으로 1편이 초라해보일 테니 말이다.



  인형을 만드는 ‘멀린스’ 부부에게는 ‘애나벨’, 애칭으로는 ‘비(Bee 그러니까 꿀벌)’이라는 애칭을 가진 일곱 살 먹은 귀여운 딸이 있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고 12년 후, 여섯 명의 고아 소녀들이 수녀의 지도 아래 멀린스의 집으로 오게 된다. 그 동안 부부의 삶은 많이 변했다. 부인은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얼굴 반쪽을 가면으로 가린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인형 만드는 일을 중단하고 아내 수발을 들고 있었다. 커다랗고 예쁜 집에서 살게 되어 너무도 기쁜 여섯 명의 소녀들. 그런데 소아마비로 다리를 잘 못 쓰는 바람에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하는 ‘재니스’에게 의문의 쪽지가 전해진다. ‘나를 찾아봐’ 예전에 애나벨이 아빠와 술래잡기 할 때 쓰던 방법이었다. 쪽지를 따라 잠겨있던 애나벨의 방으로 들어간 재니스. 열쇠로 잠겨있던 옷장에서 커다란 인형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다른 아이들도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는데…….



  영화를 보다가 재니스의 절친으로 나오는 ‘린다’라는 소녀가 무척이나 눈에 익었다. 어쩐지 그녀가 입을 크게 벌리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아!’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위자 : 저주의 시작 Ouija: Origin of Evil, 2016’에서 악령에 들린 꼬마로 나온 소녀였다. 그때도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엄청났다. 거의 그녀가 후반부를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악령에 쫓기는 그녀를 보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그냥 팝콘 먹으면서 여유 있게 봤는데, 어느새 둘이 손을 꽉 잡은 채 보고 있었다. 둘 다 어느 정도 공포영화 많이 봤기에 별로 놀랄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아니, 그래서일까? 뭔가 나오면 분명히 저게 나중에 악령이 들리거나 아이들을 위험에 처할 도구로 쓰일 거라는 게 뻔히 보여서, 처음부터 ‘어떡해’를 연발했다. 그 긴장은 계속 이어져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차 상승곡선을 이루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네가 이게 이렇게 쓰일 거라고 상상했겠지만, 난 거기다 한 수 더 나가주지.’와 ‘이거 보면서 팝콘 먹을 생각 하지 마! 손도 움직이지 마! 숨도 쉬지 마! 눈도 깜빡이지마!’라는 감독의 의지가 느껴졌다. 전작인 라이트 아웃에서보다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는 기법이 더 절묘해지고, 사람을 조였다가 풀어주는 흐름을 최소한으로 하는 비법을 터득한 것 같았다.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는 다른 생각은 아예 못할 정도였다. 다른 작품을 볼 때는 이따가 끝나면 뭐 먹을까 상상도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여지가 전혀 없었다.



  애인님의 표현대로, 공포영화보고 나서 이렇게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적은 오랜만이었다. 극장을 나오면서 둘 다 아주 그냥 싱글벙글 미소가 사라질 줄 몰랐다.



  아, 이 작품은 쿠키 영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두 장면이 들어있다.



  그리고 리뷰의 제목을 ‘에’나벨이 아닙니다, ‘애’나벨입니다라고 쓰려다가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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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ish Upon, 2017

  감독 - 존 R. 레오네티

  출연 - 조이 킹, 이기홍, 라이언 필립, 시드니 파크







  어린 시절, ‘클레어’는 엄마가 목을 매 자살한 것을 처음 발견한 트라우마가 있다. 청소년으로 성장한 그녀에게는 좋은 친구와 다정한 아빠가 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아빠가 고물을 주워 파는 것 때문에 학교의 여왕벌과 그 일당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것, 짝사랑하는 남자애가 그 일당의 일원이라는 것 등등.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고물을 줍다가 중국어가 잔뜩 쓰여 있는 골동품 상자 하나를 선물로 준다. 학교에서 배운 중국어 실력으로 겉에 적힌 글자를 읽어보니, 소원을 일곱 개 빌어보라는 내용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여왕벌이 다치면 좋겠다는 소원을 빈 클레어. 다음날,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으로 연이어 상자에 소원을 비는데, 그게 이루어질 때마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의 누군가가 죽어 가는데…….



  영화는 깔끔했다. 내용의 흐름도 괜찮았고, 뮤직 박스가 열리면서 누군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분위기도 좋았다. 특히 두 사람을 후보에 놓고 누가 죽을지 계속 왔다갔다 보여주는 장면은, 어쩐지 영화 ‘데스티네이션 Final Destination, 2000’ 느낌이 나면서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다른 죽음들도 그렇지만, 일상생활에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위기탈출 넘버 원’이 과장이 아니었다. 욕조가 너무 커도 문제고 너무 작아도 위험하다. 크면 익사할 것이고, 작으면 머리를 부딪쳐 죽을 테고……. 거기다 싱크대에 음식물 분쇄기가 붙어있을 때는 뭔가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한다. 거실에 양탄자가 있으면 발이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그 외에도 타이어 갈 때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조심하고……. 아, 엘리베이터는 조심해도 어쩔 수가 없을까? 탈 때마다 건물 안전도를 측정할 수는 없으니까.



  주위에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도 영문을 몰라 하는 주인공 때문에 초반에는 좀 답답했다. 그렇게 눈치가 없을까? 그러다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호러스릴러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영화를 보니, 애들이 그런 걸 즐긴다는 내용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과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연관성을 금방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언제나 말하지만,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추리스릴러 장르를 의무적으로 접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 아이들이 답답하게 굴다가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도 상자에 집착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문득 ‘골룸’이 떠올랐다. 물론 거기에는 반지의 마력도 어느 정도 작용하긴 했지만, 그는 반지에 집착하다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여기서도 비슷했다. 클레어는 뮤직 박스의 마력에 홀려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소원을 빌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 저러다가 애가 정신 줄을 놓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되었다.



  다른 영화들처럼 전형적으로 흘러가던 작품은 결말에서 놀라움을 주었다. 와, 그런 결말이라니……. 어떻게 보면 그러는 게 흐름 상 당연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마무리를 지을 줄은 몰랐다.



  아, 영화에서 문제가 되는 뮤직 박스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나온다. 동양의 신비, 뭐 이런 건가? 그나저나 클레어의 친구 중에서 ‘시드니’ 배역, 캐릭터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거침없이 말하고 어디서나 당당한 것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런 성격이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컨저링의 꼬마가 많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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