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Annabelle: Creation, 2017

  감독 -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출연 - 알리시아 벨라-베일리, 미란다 오토, 스테파니 시그만, 안소니 라파글리아







  지난 1편이 너무너무 별로였기에 속편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그리 기대하지 않은 작품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이 ‘라이트 아웃 Lights Out’이라는 엄청난 단편(2013)과 그럭저럭 괜찮은 동명의 장편(2016)을 만들었기에 ‘흐음, 봐줄까?’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었다. 그리고 개봉일인 어제,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애인님에게 “다음번에는 자기는 보고 싶어 하지만, 난 별로 기대안하는 ‘다크 타워 The Dark Tower, 2017’를 같이 가줄게.”라는 약속을 하고 보러 갔다. 역시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



  그리고 결론은 애인님과 나, 둘 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만족스러운 얼굴로 극장을 나왔다. 와, 진짜 1편이 진창에 빠져 허우적댔다면, 이번 2편은 그걸 끄집어내서 깨끗이 씻기고 하늘로 올려 보낸 느낌이었다. 감독은 만약에 1편을 안 본 사람이 2편을 봤다면 1편을 한 번 보고 싶게 만드는, 아니 꼭 봐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만드는 깔끔하면서 너무도 멋진 엔딩을 보여줬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데, 1편을 보고나면 실망할 수도 있다. 2편이 너무 훌륭해서, 상대적으로 1편이 초라해보일 테니 말이다.



  인형을 만드는 ‘멀린스’ 부부에게는 ‘애나벨’, 애칭으로는 ‘비(Bee 그러니까 꿀벌)’이라는 애칭을 가진 일곱 살 먹은 귀여운 딸이 있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고 12년 후, 여섯 명의 고아 소녀들이 수녀의 지도 아래 멀린스의 집으로 오게 된다. 그 동안 부부의 삶은 많이 변했다. 부인은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얼굴 반쪽을 가면으로 가린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인형 만드는 일을 중단하고 아내 수발을 들고 있었다. 커다랗고 예쁜 집에서 살게 되어 너무도 기쁜 여섯 명의 소녀들. 그런데 소아마비로 다리를 잘 못 쓰는 바람에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하는 ‘재니스’에게 의문의 쪽지가 전해진다. ‘나를 찾아봐’ 예전에 애나벨이 아빠와 술래잡기 할 때 쓰던 방법이었다. 쪽지를 따라 잠겨있던 애나벨의 방으로 들어간 재니스. 열쇠로 잠겨있던 옷장에서 커다란 인형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다른 아이들도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는데…….



  영화를 보다가 재니스의 절친으로 나오는 ‘린다’라는 소녀가 무척이나 눈에 익었다. 어쩐지 그녀가 입을 크게 벌리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아!’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위자 : 저주의 시작 Ouija: Origin of Evil, 2016’에서 악령에 들린 꼬마로 나온 소녀였다. 그때도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엄청났다. 거의 그녀가 후반부를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악령에 쫓기는 그녀를 보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그냥 팝콘 먹으면서 여유 있게 봤는데, 어느새 둘이 손을 꽉 잡은 채 보고 있었다. 둘 다 어느 정도 공포영화 많이 봤기에 별로 놀랄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아니, 그래서일까? 뭔가 나오면 분명히 저게 나중에 악령이 들리거나 아이들을 위험에 처할 도구로 쓰일 거라는 게 뻔히 보여서, 처음부터 ‘어떡해’를 연발했다. 그 긴장은 계속 이어져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차 상승곡선을 이루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네가 이게 이렇게 쓰일 거라고 상상했겠지만, 난 거기다 한 수 더 나가주지.’와 ‘이거 보면서 팝콘 먹을 생각 하지 마! 손도 움직이지 마! 숨도 쉬지 마! 눈도 깜빡이지마!’라는 감독의 의지가 느껴졌다. 전작인 라이트 아웃에서보다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는 기법이 더 절묘해지고, 사람을 조였다가 풀어주는 흐름을 최소한으로 하는 비법을 터득한 것 같았다.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는 다른 생각은 아예 못할 정도였다. 다른 작품을 볼 때는 이따가 끝나면 뭐 먹을까 상상도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여지가 전혀 없었다.



  애인님의 표현대로, 공포영화보고 나서 이렇게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적은 오랜만이었다. 극장을 나오면서 둘 다 아주 그냥 싱글벙글 미소가 사라질 줄 몰랐다.



  아, 이 작품은 쿠키 영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두 장면이 들어있다.



  그리고 리뷰의 제목을 ‘에’나벨이 아닙니다, ‘애’나벨입니다라고 쓰려다가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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