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It, 2017

  감독 -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러허, 핀 울프하드, 잭 딜런 그레이저, 소피아 릴리스, 와이어트 올레프, 초슨 제이콥스, 제레미 레이 테일러, 니콜라스 해밀턴






  출연자 이름이 많다. ‘루저 클럽’의 일곱 아이들 이름을 다 적어서 그럴 것이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건 저 일곱 아이들과 ‘페니 와이즈’인데, 저 아이들의 이름도 제대로 적어놓지 않은 사이트들이 있었다. 내 생각엔 저 일곱 아이들이 다 주인공 같아서, 다 적었다.



  어느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가을 날, 어린 ‘조지’는 우비를 입고 형 ‘빌’이 만들어준 배를 띄우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 아뿔싸! 그만 배가 하수구로 빠져버렸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조지에게 하수구 안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삐에로 복장을 한 ‘그것’ 페니 와이즈는 조지의 배를 주겠노라 말하더니 그를 잡아간다. 이후 조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생이 사라진 이후 거의 일 년 동안, 그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아동 실종 사건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동생이 마을 하수구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베벌리’, ‘리치’, ‘스탠’, ‘마이크’, ‘벤’ 그리고 ‘에디’는 그를 돕기로 한다. 하지만 페니 와이즈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아이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는데…….



  올해는 스티븐 킹의 해인 것 같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 제일 기대가 되었던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이다. 원작은 스티븐 킹의 ‘잇, It, 1986’이고, 감독은 영화 ‘마마 Mama, 2013’을 만든 사람이다. 기대가 되는 조합이었다. 원작은 성인이 된 아이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다시금 뭉치는 내용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어린 시절만 다루었다. 성인 버전은 조만간 만들 예정이란다. 하긴 어린 시절만 해도 두 시간 반에 달하는 분량이 나왔는데, 성인 시절까지 같이 하면 대 여섯 시간은 나올 것이다. 두 편으로 나누길 잘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중에 그의 공포 세계를 제대로 구현해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미져리 Misery, 1990’ 뿐이다.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이나 ‘그린 마일 The Green Mile, 1999’은 공포물을 완전히 다른 장르, 휴먼 감동 스토리로 바꾸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이 안 좋았지만, 난 ‘미스트 The Mist, 2008’도 좋았다.



  이 영화는 공포와 유머, 그리고 감동이 적절하게 잘 버무려져 있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주연이라 다소 공포가 약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주인공인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공포일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저 아이들의 나이일 때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상상하기 싫은 엄청난 공포가 될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 하나둘씩의 문제 내지는 공포의 대상을 갖고 있었다. 동생을 혼자 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과 가족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 친부에 의한 성적 학대, 흑인이기에 받아야 하는 차별과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했던 기억, 뚱뚱하다고 괴롭힘을 당해야하는 전학생, 온갖 질병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과보호, 랍비의 아들이기에 모범을 보여야하는 압박과 매일 봐야하는 무서운 그림, 그리고 삐에로에 대한 공포. 음, 사실 삐에로가 뭐가 무섭냐는 생각이었지만 공포는 개인적인 문제니까.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페니 와이즈는 아이들의 앞에 나타날 때는 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모습을 했다. 물에 퉁퉁 분 동생의 시체로, 고름이 뚝뚝 떨어지는 나병 환자로, 눈동자가 없는 일그러진 얼굴의 그림 속 여자로……. 개인적인 생각으로 스탠이 두려워했던 그림의 여자는, 그 자체로도 무서웠지만 그것이 걸려있는 공간이 주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저런 것들을 즐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은 아이들에 대한 소개로, 중반은 아이들이 어떻게 공포를 느끼는지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 공포의 대상을 이겨내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성장 영화였다. 그들이 겪는 일상의 공포는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십대를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가지씩은 마주쳐야했던 것들이었다. 학대, 왕따, 성추행, 과보호 그리고 과한 기대에 대한 압박. 아이들의 행동을 따라가면서, 보는 이도 역시 그 공포를 같이 이겨내는 느낌을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떨쳐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두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극복하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아이들 수준의 공포가 이 정도였는데, 성인 버전은 어떠할지 너무 기대가 된다. 만약 예전에 나왔던 영화에서처럼 페니 와이즈의 정체를 이상하게 만들면 감독을 원망할거다. 아, 제발! 킹느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의 작품을 제대로 구현해낸 영화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거잖아! 이건 거의 근접했다고! 내 생각이지만 말이야!



  리뷰를 며칠 전에 썼는데, 오늘 스티븐 킹의 70회 생일에 맞춰 올리려고 꾹꾹 참고 있었다. 킹느님 오래오래 살면서 작품 많이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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