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즐무어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장말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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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ittaford Mystery, 1931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어느 눈 내리는 겨울밤, 외딴 저택에 모인 사람들이 테이블 터닝을 시도한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서 손을 잡고 귀신을 불러내는 것이라 한다. 처음에는 그냥 따분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들이 잘 아는 트레블리언 대령이 죽을 거라는 경고를 내리는 것에 경악한다. 누군가의 질 나쁜 장난일수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령의 절친인 버너비 소령이 눈보라를 뚫고 찾아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진짜로 그가 죽어있는 게 아닌가? 경찰의 수사 끝에 대령의 조카인 짐이 범인으로 체포된다. 하지만 그의 약혼녀인 에밀리는 진범이 따로 있다고 믿고, 사건이 벌어진 마을로 내려간다. 직접 범인을 찾아보겠다는 속셈이었다. 기자인 찰스는 특종을 위해서 그녀와 동행하기로 하는데…….

 

  이 책에서 주된 사건은 트레블리언 대령의 살인 사건이지만, 그 외에도 자잘한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대령의 저택을 겨울 동안 빌린 모녀의 비밀이라든지, 대령의 큰조카와 그녀의 남편에 관한 미스터리 등등이 마치 두더지 잡기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중의 하나는 내가 보기엔 풀리지 않은 것 같다. 흐음, 어쩌면 내가 못 알아차린 걸지도 모르겠다. 명확히 어떻다고 언급이 없어서 그런가?

 

  약혼자가 비록 멍청하지만 살인을 할 사람은 못 된다고 굳게 믿는 에밀리의 행동력과 결단력에 놀랐다. 사실 그런 멍청한 남자와 왜 사귀는지 이해할 수가 없지만, 제 눈에 콩깍지라니까 뭐. 어쩌면 그녀는 평강 공주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 우유부단하고 어리석은 남자를 잘 이끌어서 대성하게 만드는 여장부. 하긴 그런 성격이니까 약혼자의 누명을 벗기겠다고 살인 사건 수사에 뛰어들어 동분서주했겠지. 그 와중에 여러 청년들 마음에 불을 붙이고 말이다. 책의 후반부를 보면 커티스 부인이 자기 고모님을 언급하면서 에밀리를 여장부라고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남긴다.

 

  에밀리는 사랑 때문에 수사에 뛰어들었고, 범인은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 언젠가도 언급한 기억이 나는데, 역시 돈과 사랑이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그래도 돈 때문에, 후우……. 범인을 밝힐 뻔 했다. 하여간 돈 때문에 그런 짓을 하다니,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책을 읽은 후에 케이블 방송에서 다시보기로 해주는 BBC 드라마 ‘미스 마플’ 시리즈도 보았다. 원래 이야기에서는 미스 마플도 포와로도 안 나오지만,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집어넣었다. 그 시리즈는 그런 식으로 없던 탐정을 넣기도 하고, 이야기를 약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이번에는 범인도 바꾸고 결말도 다르게 했다. 원래 원작 바꾸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것은 마음에 들었다. 말하면 재미가 없어지니까 밝히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조금 황당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최선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와 원작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시간이 나는대로 그렇게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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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기억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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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lephants Can Remember, 1972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문인 오찬회에 참석한 올리버 부인에게 한 여인이 다가온다. 버튼콕스라 이름을 밝힌 그 여인은 올리버 부인의 대녀였던 어린 실리아의 부모를 언급하며, 두 사람의 죽음에 얽힌 진상이 뭔지 아냐고 질문한다. 이에 신경이 쓰인 올리버 부인은 포와로에게 사건을 파헤쳐보자고 제의한다. 과연 부인이 남편을 죽이고 자살했는지, 아니면 남편이 부인을 죽이고 자살했는지, 금슬 좋기로 유명한 그들이 어린 두 아이를 놔두고 왜 그런 죽음을 택했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물론 버튼콕스 부인에 대한 찜찜함도 한몫 거들기도 했을 것이다. 올리버 부인은 예전에 그 부부를 알던 사람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포와로 역시 나름대로 조사를 하면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들이 밝혀낸 진실은 과연?

 

  이번 이야기에서 올리버 부인은 사건 맡기를 내켜하지 않은 포와로에게 예전 사건을 들먹이면서 용기를 북돋워준다. 그러니까 ‘회상 속의 살인 Murder in Retrospect, 1943’을 말하는 것이다. 경찰청 사람들도 포와로의 부탁을 받자 그 사건을 언급한다. 아무래도 오래내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만한 놀랄 일이었나 보다. 하긴 포와로가 좀 많이 유능하고 똑똑하긴 하다.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가족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 채우려는 사람, 돈 때문에 자식의 앞길을 막으려는 사람 그리고 가족의 명예를 지키려는 사람 등등. 읽으면서 명치를 세게 때려주고 싶은 인물도 있고,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경우도 있었다.

 

  그 중에서 자기 욕망만 채우려는 인물 때문에 화가 났다. 아마 이 감상문을 쓰기 직전에 자식이 사고로 죽은 다음에 보험금을 내놓으라며 찾아온 친부모에 관한 글을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자식이 어릴 적에 나 몰라라 하고 떠나버린 주제에! 연락도 한 번 없었으면서! 음,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은 돈 때문에 자식 앞길을 막으려는 인물과 통할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자기 좋다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이라는 말인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런 인간들 때문에 애꿎은 선량한 사람들만 피해를 입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두 아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야했던 부부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그런 식으로 부모를 잃고 홀로 남아 세상을 살아야했던 아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만약에 내가 실리아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봤다. 엄마 아빠가 서로를 죽이고 자살했다면, 세월이 흘러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을까 아니면 덮어두려고 할까? 책에서 그녀는 진실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진실이 무조건 달달한 사탕이 아닐 수도 있다. 매콤한 고추일수도 있고 씁쓸한 블랙 커피일수도 있다. 위안을 주는 자장가가 아니라 두려움을 주는 귀에 거슬리는 이상한 소음에 불과할 수도 있고 말이다. 덮어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까? 난 겁쟁이라서, 열어볼 생각을 못할 거 같다.

 

  코끼리는 기억한다. 진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코끼리의 기억력이 뛰어나서 붙인 말이라고 한다. 책의 마지막 대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코끼리는 기억할 수 있어요.” 올리버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우린 인간이에요. 자비롭게도 우리 인간은 잊어버릴 수가 있죠.” -p.206

 

 

  그러고 보니 어제 본 영화 ‘오큘러스’와 이 책은, 시간이 흘러 부모가 숨긴 진실을 자식들이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용기 있는 아이들이었지만, 그 결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서 마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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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집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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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rooked House, 1949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찰스에게는 소피아라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다. 2년의 해외 근무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소피아의 부유한 할아버지가 여든 일곱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노령으로 사망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찰스였지만, 곧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3대가 한 집에 살면서 경제권을 쥐고 있는 애리스티드 레오니데스의 눈치만 보던 가족들. 레오니데스 노인의 죽음은 집안에 그늘을 드리우기 충분했다. 도대체 누가 그를 죽였단 말인가? 사업에 망한 큰아들? 낭비벽이 있는 부인 때문에 머리가 아픈 둘째 아들?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한참 어린 두 번째 부인? 그것도 아니면 그녀의 애인인 가정교사?

 

  찰스는 경찰청 고위 인사인 아버지 지시와 소피아의 권유로 사건에 끼어들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어딘지 모르게 성격적으로 비뚤어진 소피아의 어린 동생들을 만나게 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비밀을 알고 있다고 으스대는 조세핀과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게 된 이후로 신경질적이 된 유스터스. 과연 노인을 죽인 자는 가족들의 바람대로 두 번째 부인과 가정교사일까? 아니면 그 두 사람은 누군가의 함정에 빠진 걸까?

 

  역시 이번에도 집안의 경제권을 틀어쥐고 자식들을 자기 마음대로 좌우하려는 노인이 등장했다. 그러면 꼭 그 사람이 살해당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 사람의 슬하에는 자식들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 큰아들은 너무도 주눅이 들어서 자기 뜻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다. 재미있는 건 그런 장남의 곁에는 독재자 시부모의 눈치를 보지만 고집과 강단이 있는 부인이 꼭 있다. 처음에 그녀는 그런 생활에 지쳐 남편을 떠날까 생각하지만, 사건이 일어나면 그의 곁을 충실히 지킨다. 그리고 약간 망나니 스타일의 다른 아들과 머리에 든 건 없지만 예쁜 부인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집안에서 제일 상식적이고 똘똘한 막내 하나. 이건 거의 변하지 않는 공식 같다. 대충 훑어보면 거의 이런 기본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똘똘한 막내 대신, 유능한 손녀 소피아가 등장한다.

 

  찰스는 사건을 설명하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그들과 가족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경찰의 고위 간부. 그래서 반은 공적이고 반은 사적으로 수사에 참여한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애매한 위치인데, 그는 다행히도 처신을 잘했다. 그래서 애인도 잃지 않았고, 아버지의 신임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 객관적으로 사람들과 사건을 볼 수 있었을 테고 말이다. 물론 그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그대로 독자가 받아들이는 부작용도 있긴 했다. 그에게 그 집안에서 무죄라 확신하는 사람은 소피아였기에, 무의식적으로 나도 그녀는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범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반칙이다. 서술자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다가 막판에 '헐'하고 놀랬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도 있으니까 말이다. 찰스는 어쩌면 크리스티가 넣어둔, 독자를 위한 함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 가정에서 자랐다고 해서 모두가 다 범죄자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범죄자 중에서 문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많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 이야기의 범인은 너무도 억압하는 집안의 가장과 거의 방임하다시피 풀어준 다른 가족들 때문에 뭐가 옳고 그런 것인지,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조절해야하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극과 극을 달리는 너무도 변덕스러운 가족들의 감정 표현에 자신의 마음까지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마음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명령을 하던 노인을 죽이고, 귀찮게 굴던 고용인을 죽이고…….

 

  왜 그 사람 주위에는 잘잘못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을까? 3대가 한 집에 모여 살았지만, 진짜 가족은 없었던 모양이다. 남보다 못한 가족. 그래서 노인의 유언장이 공개되었을 때, 그렇게 증오하는 눈길로 볼 수 있었나보다.

 

  가족이란 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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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의 거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광용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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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in the Mews and Three Other Poirot Cases, 1937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원제에는 ‘뮤스 가의 살인과 포와로의 다른 세 가지 사건’이라 되어있는데, 책에 실린 이야기는 세 개뿐이다. 대개 ‘~와 세 개’라고 하면 앞에 나온 거 하나와 다른 세 개, 그러니까 총 네 개가 되는 게 아닐까? 내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그런데 흐음?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로드스 섬의 삼각형’은 ‘백주의 악마 Evil Under the Sun, 1941’가 연상되었고, ‘죽은 자의 거울’은 ‘검찰측의 증인 Witness for the Prosecution and Other Stories, 1948’에 수록된 ‘두 번째 종소리’와 거의 흡사했다. 범인의 정체와 동기, 그리고 등장인물의 이름만 빼면 똑같았다. 다른 하나인 ‘뮤스 가의 살인’은 본 것 같은 본 거 아닌 본 것 같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어디서 보았는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죽은 자의 거울’은 포와로가 문제가 있으니 오라는 다소 고압적인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저택에 도착하니 그의 초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설상가상 의뢰를 한 가장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재산을 빌미로 가족들을 자기 마음대로 좌우하려고 했던 셰브닉스 고어 경을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사건 현장을 살펴본 포와로는 집안에 있던 누군가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갖는데……. 여기에 세터드웨이트라는 이름의 남자가 등장하는데,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다. 거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인물로 나오는데, 예전에도 비슷한 캐릭터로 한 번 본 것 같다. 아,  이놈의 기억력…….

 

  ‘뮤스 가의 살인’은 한 여성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처음에는 자살이라 생각했지만, 조사할수록 자살로 위장한 타살이라는 의심이 짙어진다. 그녀를 협박하고 있던 협박범인가 아니면 추문을 두려워한 약혼자인가?

 

  ‘로드스 섬의 삼각형’은 휴양지에 놀러온 커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다. 남성 편력으로 유명한 부유한 여인 발렌타인이 있다. 남편인 챈트리 중령이 곁에 있지만, 다른 남자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자신이 중심에 있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다른 여자들은 그런 그녀의 행태에 혀를 차는데, 급기야 젊은 골드 부부가 등장하면서 갈등은 심화된다. 더글러스 골드가 발렌타인의 옆을 배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저리 골드는 주위 사람들에게 남편이 이상해졌다고 호소하고, 휴양지의 다른 사람들은 안타까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발렌타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지는데…….

 

  이번 책은 무척이나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다른 소설과 달리 호기심이나 흥미가 일지 않았다. 아쉽다. 어쩌면 크리스티는 여기에 실린 단편을 발전시켜서 장편을 만들었을 것이다. 장편을 읽기 전에 단편을 먼저 봤다면, ‘오, 이렇게 살을 더 붙였구나!’라고 생각하며 즐거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한국 발매일이 아닌, 원래 출판연도 순으로 읽었어야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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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의 어리석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나승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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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ad Man's Folly, 1956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포와로가 나오는 소설이다. 추리소설작가 올리버 부인의 제의로 나스 저택에 오게 된 포와로. 그곳에서 열릴 축제에서 범인 찾기 놀이에서 시상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피해자로 뽑혔던 소녀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그와 동시에 저택의 주인인 조지 경의 부인인 하티가 실종되는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경찰은 하티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소녀가 동일범에게 희생당했다고 판단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포와로는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을 느끼고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지금까지 읽은 다른 크리스티의 소설도 그랬지만, 참 뻔뻔스러운 범인이 등장하는 책이었다. 돈을 위해서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에 분노했다.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한 존재란 말인가! 무자비하고 수치심도 모르며 뻔뻔스러웠다. 범인도 범인이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비밀을 숨겨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고상한 척, 우아한 척, 남에게 잘 베푸는 척하는 위선적인 모습이 역겨울 정도였다.

 

  올리버 부인은 이번에도 역시나 산만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녀가 살해당한 다음, 어찌나 불안해하던지……. 자신이 그런 살인 게임을 제안하지 않았다면, 그 소녀를 피해자로 뽑지 않았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자책한다. 옆에 있다면,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토닥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포와로가 칭찬해마지않는,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의 본성에 대해 느끼는 재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인간의 본성이라니, 갑자기 미스 마플이 떠오른다. 미스 마플이 좀 더 수다스럽고 활동적인 모습을 가지면 올리버 부인과 비슷할 것 같다. 어, 설마 그런 걸까?

 

  이번 책에서 좀 놀랍고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왔던 부분은 하티의 사촌이 그녀에 대해 평가하는 부분이다. 머리의 상태는 옛날보다 좋아졌는지 어떤지도 궁금했다니! (p.103) 음, 아무리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사촌이지만, 어린 시절 같이 지낸 정 때문에라도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 저런 걸 적나라하게 말 할 수가 없을 텐데……. 동양과 서양의 차이일까?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이거나 정 같은 건 없었던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제일 인상깊었던 구절은 포와로가 한 말이었다. “살인자에게 끝이란 없습니다.” (p.206) 그 말을 읽는 순간, 요즘 유행하는 짤방에 들어있는 대사가 떠올랐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여간 욕심이 문제다. 좋은 욕심도 있지만, 왜 사람들은 나쁜 욕심을 그리도 부리는지. 설마 그게 인간의 본성은 아니겠지? 아, 그렇다면 무척이나 슬플 것이다.

 

  이번 소설 역시 영화화되어 TV에서 본 적이 있다. 피터 유스티노프라는 배우가 포와로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그는 내 상상보다 훨씬 덩치가 있고 귀여운 면이 있는, 어쩐지 포근한 느낌이 들면서 인간적인 부분이 부각되는 포와로였다. 요즘 방영하는 드라마의 포와로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그 두 사람이 적당하게 섞이면 완벽한 나의 포와로가 될 것 같기는 하지만,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니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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