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기억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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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lephants Can Remember, 1972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문인 오찬회에 참석한 올리버 부인에게 한 여인이 다가온다. 버튼콕스라 이름을 밝힌 그 여인은 올리버 부인의 대녀였던 어린 실리아의 부모를 언급하며, 두 사람의 죽음에 얽힌 진상이 뭔지 아냐고 질문한다. 이에 신경이 쓰인 올리버 부인은 포와로에게 사건을 파헤쳐보자고 제의한다. 과연 부인이 남편을 죽이고 자살했는지, 아니면 남편이 부인을 죽이고 자살했는지, 금슬 좋기로 유명한 그들이 어린 두 아이를 놔두고 왜 그런 죽음을 택했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물론 버튼콕스 부인에 대한 찜찜함도 한몫 거들기도 했을 것이다. 올리버 부인은 예전에 그 부부를 알던 사람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포와로 역시 나름대로 조사를 하면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들이 밝혀낸 진실은 과연?

 

  이번 이야기에서 올리버 부인은 사건 맡기를 내켜하지 않은 포와로에게 예전 사건을 들먹이면서 용기를 북돋워준다. 그러니까 ‘회상 속의 살인 Murder in Retrospect, 1943’을 말하는 것이다. 경찰청 사람들도 포와로의 부탁을 받자 그 사건을 언급한다. 아무래도 오래내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만한 놀랄 일이었나 보다. 하긴 포와로가 좀 많이 유능하고 똑똑하긴 하다.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가족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 채우려는 사람, 돈 때문에 자식의 앞길을 막으려는 사람 그리고 가족의 명예를 지키려는 사람 등등. 읽으면서 명치를 세게 때려주고 싶은 인물도 있고,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경우도 있었다.

 

  그 중에서 자기 욕망만 채우려는 인물 때문에 화가 났다. 아마 이 감상문을 쓰기 직전에 자식이 사고로 죽은 다음에 보험금을 내놓으라며 찾아온 친부모에 관한 글을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자식이 어릴 적에 나 몰라라 하고 떠나버린 주제에! 연락도 한 번 없었으면서! 음,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은 돈 때문에 자식 앞길을 막으려는 인물과 통할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자기 좋다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이라는 말인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런 인간들 때문에 애꿎은 선량한 사람들만 피해를 입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두 아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야했던 부부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그런 식으로 부모를 잃고 홀로 남아 세상을 살아야했던 아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만약에 내가 실리아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봤다. 엄마 아빠가 서로를 죽이고 자살했다면, 세월이 흘러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을까 아니면 덮어두려고 할까? 책에서 그녀는 진실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진실이 무조건 달달한 사탕이 아닐 수도 있다. 매콤한 고추일수도 있고 씁쓸한 블랙 커피일수도 있다. 위안을 주는 자장가가 아니라 두려움을 주는 귀에 거슬리는 이상한 소음에 불과할 수도 있고 말이다. 덮어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까? 난 겁쟁이라서, 열어볼 생각을 못할 거 같다.

 

  코끼리는 기억한다. 진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코끼리의 기억력이 뛰어나서 붙인 말이라고 한다. 책의 마지막 대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코끼리는 기억할 수 있어요.” 올리버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우린 인간이에요. 자비롭게도 우리 인간은 잊어버릴 수가 있죠.” -p.206

 

 

  그러고 보니 어제 본 영화 ‘오큘러스’와 이 책은, 시간이 흘러 부모가 숨긴 진실을 자식들이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용기 있는 아이들이었지만, 그 결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서 마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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