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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의 거울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광용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Murder in
the Mews and Three Other Poirot Cases, 1937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원제에는 ‘뮤스 가의 살인과 포와로의 다른 세 가지 사건’이라 되어있는데, 책에 실린 이야기는 세
개뿐이다. 대개 ‘~와 세 개’라고 하면 앞에 나온 거 하나와 다른 세 개, 그러니까 총 네 개가 되는 게 아닐까? 내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그런데 흐음?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로드스 섬의
삼각형’은 ‘백주의 악마 Evil Under the Sun, 1941’가 연상되었고, ‘죽은 자의 거울’은 ‘검찰측의 증인 Witness for
the Prosecution and Other Stories, 1948’에 수록된 ‘두 번째 종소리’와 거의 흡사했다. 범인의 정체와 동기,
그리고 등장인물의 이름만 빼면 똑같았다. 다른 하나인 ‘뮤스 가의 살인’은 본 것 같은 본 거 아닌 본 것 같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어디서
보았는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죽은 자의 거울’은 포와로가 문제가 있으니 오라는 다소 고압적인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저택에 도착하니 그의 초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설상가상 의뢰를 한 가장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재산을 빌미로 가족들을
자기 마음대로 좌우하려고 했던 셰브닉스 고어 경을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사건 현장을 살펴본 포와로는 집안에 있던 누군가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갖는데……. 여기에 세터드웨이트라는 이름의 남자가 등장하는데,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다. 거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인물로 나오는데, 예전에도
비슷한 캐릭터로 한 번 본 것 같다. 아, 이놈의 기억력…….
‘뮤스 가의 살인’은 한 여성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처음에는 자살이라 생각했지만, 조사할수록
자살로 위장한 타살이라는 의심이 짙어진다. 그녀를 협박하고 있던 협박범인가 아니면 추문을 두려워한 약혼자인가?
‘로드스 섬의 삼각형’은 휴양지에 놀러온 커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다. 남성
편력으로 유명한 부유한 여인 발렌타인이 있다. 남편인 챈트리 중령이 곁에 있지만, 다른 남자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자신이 중심에 있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다른 여자들은 그런 그녀의 행태에 혀를 차는데, 급기야 젊은 골드 부부가 등장하면서 갈등은 심화된다. 더글러스 골드가
발렌타인의 옆을 배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저리 골드는 주위 사람들에게 남편이 이상해졌다고 호소하고, 휴양지의 다른 사람들은 안타까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발렌타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지는데…….
이번 책은 무척이나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다른 소설과 달리
호기심이나 흥미가 일지 않았다. 아쉽다. 어쩌면 크리스티는 여기에 실린 단편을 발전시켜서 장편을 만들었을 것이다. 장편을 읽기 전에 단편을 먼저
봤다면, ‘오, 이렇게 살을 더 붙였구나!’라고 생각하며 즐거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한국 발매일이 아닌, 원래 출판연도 순으로 읽었어야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