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Sittaford Mystery, 1931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어느 눈 내리는 겨울밤, 외딴 저택에 모인 사람들이 테이블 터닝을 시도한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서 손을 잡고 귀신을 불러내는 것이라 한다. 처음에는 그냥 따분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들이 잘 아는 트레블리언 대령이
죽을 거라는 경고를 내리는 것에 경악한다. 누군가의 질 나쁜 장난일수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령의 절친인 버너비 소령이 눈보라를 뚫고
찾아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진짜로 그가 죽어있는 게 아닌가? 경찰의 수사 끝에 대령의 조카인 짐이 범인으로 체포된다. 하지만 그의 약혼녀인
에밀리는 진범이 따로 있다고 믿고, 사건이 벌어진 마을로 내려간다. 직접 범인을 찾아보겠다는 속셈이었다. 기자인 찰스는 특종을 위해서 그녀와
동행하기로 하는데…….
이 책에서 주된 사건은 트레블리언 대령의 살인 사건이지만, 그 외에도 자잘한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대령의 저택을 겨울 동안 빌린 모녀의 비밀이라든지, 대령의 큰조카와 그녀의 남편에 관한 미스터리 등등이 마치 두더지
잡기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중의 하나는 내가 보기엔 풀리지 않은 것 같다. 흐음, 어쩌면 내가 못
알아차린 걸지도 모르겠다. 명확히 어떻다고 언급이 없어서 그런가?
약혼자가 비록 멍청하지만 살인을 할 사람은 못 된다고 굳게 믿는 에밀리의 행동력과 결단력에
놀랐다. 사실 그런 멍청한 남자와 왜 사귀는지 이해할 수가 없지만, 제 눈에 콩깍지라니까 뭐. 어쩌면 그녀는 평강 공주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
우유부단하고 어리석은 남자를 잘 이끌어서 대성하게 만드는 여장부. 하긴 그런 성격이니까 약혼자의 누명을 벗기겠다고 살인 사건 수사에 뛰어들어
동분서주했겠지. 그 와중에 여러 청년들 마음에 불을 붙이고 말이다. 책의 후반부를 보면 커티스 부인이 자기 고모님을 언급하면서 에밀리를
여장부라고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남긴다.
에밀리는 사랑 때문에 수사에 뛰어들었고, 범인은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 언젠가도 언급한
기억이 나는데, 역시 돈과 사랑이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그래도 돈 때문에,
후우……. 범인을 밝힐 뻔 했다. 하여간 돈 때문에 그런 짓을 하다니,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책을 읽은 후에 케이블 방송에서 다시보기로 해주는 BBC 드라마 ‘미스 마플’ 시리즈도 보았다.
원래 이야기에서는 미스 마플도 포와로도 안 나오지만,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집어넣었다. 그 시리즈는 그런 식으로 없던 탐정을 넣기도 하고,
이야기를 약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이번에는 범인도 바꾸고 결말도 다르게 했다. 원래 원작 바꾸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것은 마음에
들었다. 말하면 재미가 없어지니까 밝히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조금 황당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최선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와 원작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시간이 나는대로 그렇게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