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집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Crooked House, 1949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찰스에게는 소피아라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다. 2년의 해외 근무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소피아의 부유한 할아버지가 여든 일곱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노령으로 사망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찰스였지만, 곧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3대가 한 집에 살면서 경제권을 쥐고 있는 애리스티드 레오니데스의 눈치만 보던 가족들. 레오니데스 노인의 죽음은 집안에 그늘을 드리우기 충분했다. 도대체 누가 그를 죽였단 말인가? 사업에 망한 큰아들? 낭비벽이 있는 부인 때문에 머리가 아픈 둘째 아들?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한참 어린 두 번째 부인? 그것도 아니면 그녀의 애인인 가정교사?

 

  찰스는 경찰청 고위 인사인 아버지 지시와 소피아의 권유로 사건에 끼어들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어딘지 모르게 성격적으로 비뚤어진 소피아의 어린 동생들을 만나게 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비밀을 알고 있다고 으스대는 조세핀과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게 된 이후로 신경질적이 된 유스터스. 과연 노인을 죽인 자는 가족들의 바람대로 두 번째 부인과 가정교사일까? 아니면 그 두 사람은 누군가의 함정에 빠진 걸까?

 

  역시 이번에도 집안의 경제권을 틀어쥐고 자식들을 자기 마음대로 좌우하려는 노인이 등장했다. 그러면 꼭 그 사람이 살해당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 사람의 슬하에는 자식들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 큰아들은 너무도 주눅이 들어서 자기 뜻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다. 재미있는 건 그런 장남의 곁에는 독재자 시부모의 눈치를 보지만 고집과 강단이 있는 부인이 꼭 있다. 처음에 그녀는 그런 생활에 지쳐 남편을 떠날까 생각하지만, 사건이 일어나면 그의 곁을 충실히 지킨다. 그리고 약간 망나니 스타일의 다른 아들과 머리에 든 건 없지만 예쁜 부인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집안에서 제일 상식적이고 똘똘한 막내 하나. 이건 거의 변하지 않는 공식 같다. 대충 훑어보면 거의 이런 기본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똘똘한 막내 대신, 유능한 손녀 소피아가 등장한다.

 

  찰스는 사건을 설명하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그들과 가족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경찰의 고위 간부. 그래서 반은 공적이고 반은 사적으로 수사에 참여한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애매한 위치인데, 그는 다행히도 처신을 잘했다. 그래서 애인도 잃지 않았고, 아버지의 신임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 객관적으로 사람들과 사건을 볼 수 있었을 테고 말이다. 물론 그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그대로 독자가 받아들이는 부작용도 있긴 했다. 그에게 그 집안에서 무죄라 확신하는 사람은 소피아였기에, 무의식적으로 나도 그녀는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범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반칙이다. 서술자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다가 막판에 '헐'하고 놀랬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도 있으니까 말이다. 찰스는 어쩌면 크리스티가 넣어둔, 독자를 위한 함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 가정에서 자랐다고 해서 모두가 다 범죄자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범죄자 중에서 문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많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 이야기의 범인은 너무도 억압하는 집안의 가장과 거의 방임하다시피 풀어준 다른 가족들 때문에 뭐가 옳고 그런 것인지,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조절해야하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극과 극을 달리는 너무도 변덕스러운 가족들의 감정 표현에 자신의 마음까지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마음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명령을 하던 노인을 죽이고, 귀찮게 굴던 고용인을 죽이고…….

 

  왜 그 사람 주위에는 잘잘못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을까? 3대가 한 집에 모여 살았지만, 진짜 가족은 없었던 모양이다. 남보다 못한 가족. 그래서 노인의 유언장이 공개되었을 때, 그렇게 증오하는 눈길로 볼 수 있었나보다.

 

  가족이란 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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