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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인형
라스 클리브버그 감독, 가브리엘 베이트먼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Child's Play, 2019
감독 - 라스 클리브버그
출연 - 마크 해밀, 오브리 플라자, 가브리엘 베이트먼,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캐슬란’이라는 회사에서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 ‘버디’를 만든다. 육아는 물론, 학습 도우미에 비서 역할 심지어 집안의 스마트 기기와 연결하여 집안 관리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 그런데 베트남의 버디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상사의 모욕적인 행동에 불만을 품고 버디의 안전 프로그램을 해제한다.
마트에서 일하는 ‘캐런’은 결함이 있다는 이유로 버디 로봇을 반품하겠다는 고객을 만난다. 그녀는 담당 직원의 약점을 빌미로 로봇을 얻어낸다. 그리고 아들인 ‘앤디’에게 생일 선물로 로봇을 건네준다. 앤디는 ‘한 솔로’라는 이름을 원했지만, 결함이 있는 버디 로봇은 스스로 ‘처키’라는 이름을 붙인다. 안전 프로그램이 해제된 처키는, 아이들이 하는 욕설을 따라 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며 앤디에게 집착하는데…….
제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리메이크작이다. 원작에 해당하는 오리지널 1편은 1988년에 나왔다. 그때는 인형이었지만, 이번에 나온 것은 인공지능 로봇이다. 역시 21세기! 그리고 인형에게 집착 당하는 주인공 앤디도 이번 편에서는 나이가 좀 더 든 설정이다. 1편에서는 6살이라는 어린 나이라 인형을 안고 다니는 것에 별로 위화감이 없었는데, 이번 편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초등학교 4학년 정도는 되어 보여서 인형을 갖고 다니는 게 좀 어색했다. 음, 그래서 인공지능 로봇으로 설정을 바꾼 걸까? 그건 나이가 들어도 갖고 다닐 만하니까.
언제나 말하지만, 아이가 나오고 인형이 등장한다고 해서 아동용 영화인 건 아니다. 아이는 절대로 봐서는 안 되는 영화도 있다. 이 작품은 그런 류였다. 처키가 사람을 죽이는 장면은, 꽤 수위가 높았다. 사람의 얼굴 껍질이 벗겨진다거나, 발목 근육이 절단되고 선반 톱으로 사지가 절단되는……. 그리고 후반부에 처키가 주변의 인공지능 제품들을……. 음, 여기까지.
오리지널에서는 무슨 주술 같은 거로 인형의 몸에 들어간 연쇄 살인마가 앤디의 몸을 빼앗으려고 집착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 편은 그게 아니라, 앤디의 유일한 최고의 친구가 되고 싶어서 주변의 방해물들을 제거하는 내용이다. 덩달아 앤디를 기쁘게 하려고, 그를 괴롭히는 것들도 치워주고 말이다.
아, 이렇게만 들으면 무슨 지고지순한 우정물인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로판 형식으로 바꾸면, 어릴 때 가정 교육이 잘못되었거나 학대를 받아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최연소 마탑주 내지는 최연소 소드 마스터가 있다. 그런데 그의 앞에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따뜻한 미소의 그 아이가 나타난다. 인간의 따뜻함에 눈을 뜬 마탑주 또는 소드 마스터는 처음으로 사귄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아이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 아이의 유일한 친구가 되고 싶지만, 그게 불가능한 상황, 결국 마탑주 또는 소드 마스터는 그 아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를 괴롭히는 주변 인물들을 죽이기로 한다. 그러면 그 아이는 고맙다고 말하며 나에게 돌아와 주겠지……. 오직 우리 둘만 있는 그런 곳에서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피폐 집착물 하나가 뚝딱 나올 것 같다.
그나저나 오리지널 처키 인형은 가만히 있으면 귀여운 외모여서 아이들이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 편의 처키 로봇은 외모가 좀……. 아무리 인공지능 로봇이라지만 굳이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외형이었다. 이왕 만들 거 좀 귀여운 모습으로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하긴 ‘애나벨 Annabelle, 2014’이나 ‘인형의 저주 Sabrina, 2018’나, 인형이 악당으로 나오는 작품 중에 귀엽고 예쁜 인형은 본 적이 없다. 왜 잠결에 보면 깜짝 놀라 쓰러질 것 같은 인형으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리지널 처키를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픈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