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린지 앤더슨 감독의 <만약>(1968)을 보면 '소리'의 쓰임새가 인상깊다.갠적으로 본 작의 명장면으로 꼽는 체벌씬에선 주인공 트래비스(안티 히어로의 표상 말콤 맥도웰이 연기한)가 맞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 '지켜보는' 듯한 공립학교 기숙사 학우들의 모습이 나온다. 소리를 구경할 수밖에 없는 학우들은 이후 체벌의 소리가 교내에 울려퍼짐으로 인해 공포에 순응하게 된다 


B 선도부의 강압에 분노하는 트래비스가 그 강압의 소리에 저항하는 소리는 달변이나 웅변이 아니다. 영화 후반부. 트래비스는 행사장인 채플실에 연막탄을 피우고,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연기에 못 이겨 기침한다. 이 기침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장황한 연설을 하던 학교 공로자인 장군의 훈화는 자동적으로 '개소리'가 된다. 어찌 보면 트래비스는 기침소리를 연출해낸 것이다 


C 그리고 공인된 명장면인 교내 총격씬. 채플실을 빠져나온 학부모와 학생들, 학교 선생들과 트래비스 무리가 대치하는 장면. 본 작에서 가장 교묘한 지배자인 교장은 "이러는 너희들을 이해한다"는 소릴 한다. 이후 영화가 제시하는 장면 속 소리의 의미는 보는 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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